정꾸
윤기
너탄
"융기야아.... 미아내..."
아침부터 귀가 축 쳐져서는 몸둘바를 몰라하는 토끼에요.. 왜냐구요? 어젯밤에 토끼가요...
윤기 앞머리를 갉아먹어 버렸거든요...
"민윤기 앞머리가 왜그래? 으이구 귀여워라!"
엄마가 눈치없이 융기 궁댕이를 팡팡 두드리며 귀여워 해줬어요
'어.. 엄마 그러며는 앙대는데.. 융기 짜증내능데...'
융기가 기겁을 하면서 엄마손을 떼어내곤 투정을 부렸어요,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아요ㅠㅠ 어떡하죠?
토끼는 진짜 맛있는 당근을 먹는 꿈을 꿨을 뿐인데.. 자고 일어나니 눈앞엔 사랑이 머리를 한 윤기가 부은 눈을 비비고 서있지 뭐에요!
저는 단연코 몰랐어요! 그래서.. 그래서 막 웃었는데에... 그랬는데!
융기가 제 입가에 있던 머리카락을 떼어 보여주자, 저는 더이상 웃을 수 없었어요.
윤기가 거울을 한번, 커다란 귀로 눈을 가린채 빼꼼빼꼼 눈치를 보는 저를 한번 번갈아 쳐다보더니,
"어유.. 내가 너때문에 사자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하곤 그냥 현관을 나서버렸어요,
당황한 탓인지 평소 드러나지 않던 수염까지 뿅! 하고 튀어나와서는 허겁지겁 나서는 윤기를 뒤쫓아 뛰어갔답니다.
"융기야아.. 나, 나 귀도 못숨기고오.. 수염도 나와버려써... 융기야아... 가치가자아.."
야속한 우리 사자오빠는 붙잡으려 할 수록 멀어지네요.. 토끼는 서러워요.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서러운 눈물을 퐁퐁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방울방울 맺히는 눈물이 자꾸만 수염끝에 매달렸다, 톡톡 떨어지기도 하고 치마에 물방울을 새기기도 했어요.
"으휴, 뚝! 울지마, 같이 가면 되잖아."
결국엔 짜증스런 발걸음으로 되돌아와, 굵은 눈물방울을 엄지로 살살 훔쳐내주는 융기에요.
"긍데 융기야.. 나 졸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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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가 눈썹위로 한참 올라간채, 품안에 잠든 토끼를 보며 샐샐 웃으며 걸어가는 윤기에요, 아침엔 사자체면 다 버린다고 찡얼대던 윤기가 맞나요..?
품에안긴 토끼가 깰 새라 걸음은 한없이 조심스럽고, 간혹 찬바람에 바르르 떨어대는 작은 몸을 살살 쓰담아주며 걷는 태도가 훨씬 사자답지 못한데... 우리 그냥 윤기한텐 비밀로 하기로 해요.
"형...킄ㅋㅋ..앞머리가 왜그래요."
눈치없는 정국이가 멀리서 반가운체를 하며 걸어와선, 윤기의 앞머리를 보고 한소리를 해댔어요. 그제서야 윤기는 잊었던 제 앞머리가 떠올랐답니다.
바로 제 품안에 곤히 잠든 토끼가 한 발칙한 짓을 떠올린거죠.
"야, 니가 얘좀 데리고 가라.."
윤기가 조심스럽게 토끼를 정국이에게 맡기곤 두손으로 앞머리를 가린채 빠른걸음 3학년 교실로 뛰어갔어요.
그날 교실에서 윤기는, 중종 수인친구들에게 한참이나 놀림을 받았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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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정국이는 그렇게 작은 토끼의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잡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곤히 잠에들었던 토끼는 괴로움에 몸부림 치다 잠에서 깨어났답니다.
"어!! 꾸기다, 꾸기안녕!"
눈을 뜨자마자 꾸기를 발견한 토끼가 뿅! 하곤 사람으로 변했어요.
정국이는 그제서야 목덜미를 턱, 놔주곤 갈길을 가려는데 탄소가 그런 정국이의 소매를 잡아끌더니만..
열심히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들었어요.
아뿔사, 탄소의 손에 들린건, 아가들이 항시 입에 물고있다는 '공갈 젖꼭지' 였어요.
뭐냐는 눈빛으로 어이없게 자신을 쳐다보는 정국이에게,
"갠타나!! 원내 재규어드른 어, 막 크면서 이빨이가, 막 , 어, 간질간질 하고 그런데!! 그니까안, 탄소 귀 말고 이거 앙앙 물면 이가 쫌 덜 간지러우꺼야!"
죽어도 토끼가 재규어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못깨닫고..
그저 정국이가 아직 덜자란 상태라 이가 간질거려 저를 물었다고만 생각하는 이 토끼를 어쩌면 좋을까요..
꾸기는, 탄소에 손에 쥐인 문제의 물건을 힘없이 앗아들곤, 그렇게 자신의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꾸가! 그거 너무 많이 물고 이쓰며는 또 안조으니까!! 쪼금만 앙앙 무러야해!'
끊임없이 쫑알대는 탄소를 미련없이 등지고 말이에요.
교실에 들어선 재규어 정국이는, 제손에 들린 공갈젖꼭지를 보곤, 피식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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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아가는, 공갈 젖꼭지가 왜 필요할까?"
탄소가 부탁했던 공갈젖꼭지를 사다, 가방 한켠에 넣어주며 사자엄마가 물었어요.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양쪽으로 살살 흔들거리는 탄소의 귀를 보면서, 작게 콧노래도 흥얼거렸답니다.
"탄소가 칭구를 사겼는데여, 칭구가 아직 아가야라서, 이가 간질간질거려서 탄소를 자꾸 앙앙 물어요!"
마치 제가 보호자라도 된양, 양 볼이 상기되어서 말하는 탄소를 내려다보며,
"으응? 어떤동물인데, 아직도 우리 토끼가 아가야라고 하는거지?"
하고 부드럽게 물으면,
"으음, 꾸기는 재규어에요!"
사자엄마는 심각하게 자신이 학교에 한번 찾아가 봐야하나, 고민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