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
융기
너탄
"자, 읊어봐." "읊는게 뭔데에?" "읽으라고 멍충아!" "왜 몽충이래! 탄소는 토끼야!" 윤기가 답답하다는듯, 거실바닥에 귀를 쫑긋이 새우곤 꼬리를 바닥에 탁 탁 쳐댔어요. "자 탄소야~ 읽어보자~" 그러다간, 호흡을 가다듬고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하는거 있죠! 저러다 이빨상한다고 엄마가 엄청 뭐라고 했는데, 나중에 일러줘야 겠어요. "첫번째, 음.... 칭구를 사길땐 무슨 동물인지 물어본다!" "자 해봐." 으응...? 뭘 해보라는거지. "나보고 무슨 동물이냐고 물어보라고!" 융기가 또 답답하다는듯 거실바닥에 꼬리를 탁탁 쳐댔어요. "융기는 무슨 동물이지요?" "나는 사자다 어흥!" 융기가 손톱을 세우곤 허공에 어흥! 하곤 울음소리를 냈어요. 누구오빤지 늠름하다니까요, 혼현으로 변해서 달려들지만 않으면 말이에요. "사자는 뭐야." "사자는 토끼 가족이야!" "아니 띨빡아! 사자는 중종이야 경종이야 그걸 묻는거잖아!!" "사자는 융기야!!!" 아....세상 x발 윤기는 결국 중종과 경종에대해 가르치는걸 포기하곤, 거실에 대자로 드러누워버렸어요. "그러면 이거 하나만 딱 알아놔라," "응응!" "전정국만 피하면 돼. 딱 그새끼만." 중종중에서도 가장 지위가 높다는 흑재규어 무리들이 가장 경멸하는게 경종무리이니, 괜히 탄소가 뭣도모르고 무시당할까 싶어 단단히 엄포를 내놓는 윤기에요. "그래서, 내일 소풍 어디로간다고?" "응응 동물원!!!! 마따마따 도시락싸야대!!!" 토끼가 신나서는 텃밭에 심어진 당근을 뽑아대는 동안, 윤기는 가만히 제 도시락을 싸는 엄마의 등 뒤로 다가갔어요. "누구는 고기만 쳐먹어, 누구는 풀떼기만 먹어.. 아주그냥 입맛들이~" "왜 내입에 들어가는건 쳐먹는다그래!!!" "너랑 탄소랑 같냐!" 은근히 탄소를 편애하는 엄마를 남몰래 째려보다, 그냥 가만히 수긍해버리는 윤기에요. 맞아요 귀여운걸 어떡해요. - "음... 우리반애서 몇명이 5반차로 이동을 해야할것 같은데..." 비버 담임선생님이 커다란 앞니를 들어내면서 토끼를 쳐다봤어요, 어쩔수 없죠. 착한 토끼가 5반 차를 타는 수 밖에요. 사실 토끼는 친구가 없어요, 잘은 모르는데 아마 내가 바보라서 그럴거에요 융기가 그랬는데 바보는 행복한 거랬어요. 자기가 바보인걸 모른다고, 근데 토끼는 알아요.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가봐요. - "뭐하냐," "어,, 그니까 나는 우리반 차에 자리가 모자라서 오게대써..." "근데." "어 근데에... 자리가 요기바께 엄짜나...." 'ㅋㅋㅋㅋㅋ 전정국 어쩌냐 토끼냄새 베이겠네~' 뒤에서 저를 비웃는 소리들이 커다란 귀로 쏙쏙 박혀들어왔어요. 토끼는 그냥 안들리는척 했어요. 꾸꾸도 대답하지 않는걸 보니까 별로 기분이 좋은편은 아닌가 봐요. 몇십분을, 그렇게 달려가기 시작했는데. 머리가 지끈 거리고 코가 시큰시큰 거리기 시작했어요. 결국엔, 주르륵 코에서 뜨끈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어요. '야 전정국, 뭐하러 그렇게 페로몬을 죽일듯이 풀어대냐 애 코피난다 야," 친구의 말이 거짓말은 아닌지, 코에서 뚝뚝 흐르는 코피를 멍하게 보고만 있는 겁에질린 토끼가 정국의 시야에 들어찼어요. "야 너 코피나." "꾸가아... "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고개를 확 젓히는 토끼의 뒷통수를 아프지 않게 잡곤, 조용히 고개를 밑으로 숙여줬어요. "코피날땐 뒤로 젖히는거아냐 멍충아." "으우우...." 갑작스레 흐르는 코피에 겁에질려 어깨를 바들바들 떨어대는 토끼를 보며, 정국은 무턱대고 페로몬을 풀어댄 행위를 후회했어요. 그날, 기력을 다 소진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 쪼그마난 토끼를 품에안고 돌아다닌건, 재규어 정국이었답니다. 더 의외인건요, 탄소의 가방에있던 당근까지 손수 먹여줬다나 뭐라나, - "형, 토끼데려가요" "왜!!! 뭔일있었어?" 버스가 학교앞에 정차하자, 품에잠든 토끼를 어째야하나 고민하던 정국이 윤기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멀리서 운동화도 제대로 갖춰신지 못한 윤기가 헐레벌떡 뛰어오는게 보였어요. "코피 한바탕 쏟더니 기력을 못차리네.." "옆에 좀 있다고 토끼냄새 안베여, 페로몬 막 뿜어대지마라 경종이 기력이 얼마나 약한데," 코피를 쏟았다는 말에 당장에 눈빛이 날카로워져선 상황을 파악해낸 윤기에, 할말이 없어진 정국이 입맛을 쩝 다시며 잠든 토끼를 건넸어요. "그래도 고맙다, 안고 와줘서." 갑자기 사라진 품안의 온기에, 정국이 떨떠름한 감정을 느끼며 돌아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