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님, 오늘 스케줄입니다."
읽어보세요. 무뚝뚝하게 대답하곤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는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오늘 오전에 미팅 잡혀있구요, 점심은 S그룹 회장님과 일정 잡혀있습니다. 오후는 특별한 스케줄 없습니다. 말을 끝낸 지호가 자리에 우뚝 서있으니 지훈이 눈을 감은 채로 커피 한 잔. 블랙으로- 하고 지호를 내보낸다. 저 망할 젊은 이사는 맨날 커피 심부름이야. 투덜대며 낮게 네- 대답을 하고선 문을 연다.
"지호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일찍 출근하셨네요"
일찍 오셨네요. 지금 안오면 이사님이 눈치 주거든요. 망할 놈. 뒷말은 속으로 삭히며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컵을 꺼내들고 커피를 탔다. 블랙커피. 물 양이 조금만 다르거나 취향에 맞지 않으면 까칠하게 노려보는 표지훈 때문에 항상 커피타는데 신경을 쏟는 지호였다. 이런 사소한 것 가지고 눈치 보고 싶지 않아. 커피를 들고 이사실로 향하던 지호는 다시 탕비실로 돌아가 침을 퉤 뱉고는 티스푼으로 휘휘 저었다. 엿 좀 먹어봐라.
똑똑- 두 번 노크를 한 지호가 커피를 들고 들어가니 잠깐 졸았던 건지 지훈이 졸려보이는 눈을 껌뻑이며 지호를 바라본다. 여기 커피.. 말 끝을 흐리고 혹시나 침을 뱉은 걸 아는건 아닐까 초조하게 쳐다본다. 침 뱉지 말껄. 후회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 차라리 빨리 나가자는 마음에 뒤돌아서 평소보다 걸음을 재촉해 문으로 향한다.
"우지호씨."
저를 부르는 낮은 목소리에 헉. 하고 얕게 숨을 들이킨 지호가 뻣뻣하게 지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 커피 맛있네요. 의외의 말에 지호는 하하, 그러세요. 하고는 덜미를 잡힐까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심장 쫄려 죽을 뻔 했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은 지호가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를 켜고 자동 로그인이 되어있는 네이트온에 접속하니 오랜만에 박경이 접속해있다.
"오, 왠일-"
오랜만의 경의 접속에 더블 클릭해 대화를 켰다. '야! 박경 뭐하냐?' 어릴 때 부터 친구였던 경이었기에 실실 웃음이 나온다. '아 나 회사지ㅋㅋ 넌뭐하냐'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듯 쓰잘데 없는 대화를 나누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죠?"
헉. 언제 나온거지? 미소가 띈 얼굴을 들어보니 뭐가 또 마음에 안드는지 표정을 굳히고 선 지훈이 보였다. 아, 그게- 우물쭈물 하다가 저 화장실 좀.. 하고 대화창을 최소화 시켜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자주 나오지도 않던 놈이 오늘은 왠일이야! 거울을 보며 찬물에 손을 씻고는 얼굴에 가져다 열을 식혔다. 시간을 좀 끌다가 이젠 갔겠지 싶어 화장실을 나오니 역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대화창을 키려고 보니 이전의 대화창은 사라지고 경이 보낸 새로운 대화창만 떠있다.
'야우지호 정신놧냐?'
'야 대답해 뭐하냐?'
'야'
'야'
'우지호'
'야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
뭐야. 이 알수없는 상황은. 대화 자동저장 설정을 해놨던 터라 저장함에 들어가니 대화가 있다.
'야왜갑자기 대답이없어'
'야'
'지호우지호우'
갑자기 나온 표지훈 때문에 대답을 못했을 때 같은데. 스크롤을 내리니 내가 '야 말걸지마'라는 대화가 나온다. 내가 화장실 갔을 때 같은데 뭐지. 경이 당황했는지 '????왜' 라고 묻는 대화까지 있다.
'일하는 중이니까 대화 하지마'
아. 이거 완전 표지훈인 것 같은데. 오타 하나없고 맞춤법 하나 안틀리고. 완전 표지훈이네. 이사놈이 왜 이런 대화를 보낸거야. 계속해서 깜빡이는 대화창을 보니 경이 삐졌는지 삐진 척을 하는건지 흥흥댄다.
'야 잠깐만ㅋㅋ 아까 그대화내가한거 아닌데?
잠만 좀 읽고'
덜 읽은 대화창 스크롤을 내리자 경이 보낸 '오랜만에 점심어떰?' 이라는 대화에 '싫어' 라는 답이 보인다. 표지훈 이 사람 뭐지. 그 상태로 잠시 벙쪄있던 지호가 정신을 차리고 대화창을 닫고는 경에게 답장했다.
'야 박경 잠시만 오늘점심 이사님한테 물어보고'
'ㅇㅇ'
일단 물어보자라는 심보에 이사실 문을 노크했다. 잠시후 들어오세요- 낮은 목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사님, 혹시 제 컴퓨터 만지셨어요? 돌려말할 것 없이 바로 물어보자 아닌데요 하고 대답이 돌아온다. 아니라고? 그럼 누구야. 의심쩍은 지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지훈을 쳐다보자 왜 그러시죠? 하고 반문하는 지훈. 뭔가 미심쩍지만 일단 경과의 점심약속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오늘 점심 때 식사 따로해도 괜찮을까요?"
"아니요."
무뚝뚝하게 떨어지는 대답에 아, 네- 하고 돌아섰다. 앞으로 점심은 같이 먹도록 합시다. 지훈의 말에 의아한 지호는 일단 그러겠다고 답하고는 이사실을 나왔다.
더보기 |
ㅋㅋ 나 무슨짓을 한거임? 똥글 싸질럿네요 조ㅣ송합니다 여러분 짧기도 아주짧고 필력도 아주딸리네욯하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