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덕분에 갑작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게 된 지호는 뭔가 얼떨떨했다. 이게 아닌데 싶다가도 어차피 매일 하루종일 보는 상사, 몇 시간 더 보면 어떻냐는 심보에 맛있는 저녁이나 얻어먹자 싶어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에 비해 저녁약속이 잡히고 난 뒤 지호가 이사실을 나선 후 지훈은 설레어 일이 손에 안잡히는 모양이었다. 여섯시 반. 퇴근시간이자 지호와 지훈의 저녁 약속시간. 지훈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사님,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물어오는 지호에 지훈은 그저 실실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상태가 심히 안좋아보이는 지훈에 지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타시죠, 지호씨."
"아, 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두 사람. 뭐 먹고싶어요? 어차피 이사님이 사주시는데 이사님 드시고 싶으신거 먹을게요. 지훈이 지호의 대답에 장난기가 발동한건지 '네? 제가 사는거 아닌데요.' 한다. 깜짝 놀란 지호가 고개를 급히 휙 돌리며 눈을 크게 뜬다. 그런 지호가 웃긴지 크게 웃으며 귀엽다는 듯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는 지훈.
"장난이에요. 제가 데이트 신청했는데 제가 사야죠. 으이구, 귀여워."
부끄러워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느낀 지호가 양 손바닥을 볼에 가져다대며 지훈을 슬쩍 흘긴다. 데이트는 무슨. 지호가 작게 꿍얼거린다. 어느새 도착한 지하주차장에 내리며 지훈의 차로 걸어간다. 지훈이 조수석 차 문을 열어주며 지호를 태우고 문을 닫아준다. 그리곤 자신도 운전석으로 가선 앉는다.
"저 여자 아니거든요, 이사님. 이런 친절 베푸실 필요 없어요."
"친절 베푸는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거에요. 내가 지호씨 좋아하잖아."
환히 웃으며 말하는 지훈.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래. 지호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듯 보였지만 속으론 지훈의 좋아한단 말 한마디에 떨려서 꼭 쥔 두 손에 땀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 농담 하지마세요. 단호하게 말하는 지호다. 농담 아닌데. 한마디를 속으로 삼키는 지훈.
"제가 사는거니까 그냥 드세요."
"네. 우리 뭐 먹어요?"
지호의 '우리' 라는 말에 지훈은 싱글벙글이다. 말없이 운전하는 지훈에 지호도 그냥 말을 줄였다. 도착한 곳은 호텔 앞. 지훈이 얼른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지호가 내린다. 지훈은 차 키를 호텔직원에게 넘기고 지호를 데리고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왜 오신거에요! 호텔이잖아요."
"무슨 생각 하는거에요. 이 호텔 레스토랑 음식이 맛있더라구요. 들어가요."
지호는 아, 하고 입을 벌린 채 민망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갔다. 지훈은 지호에게 '뭐, 원한다면 룸 예약하고' 라며 웃으며 말한다. 아니에요! 무슨 그런. 두 손을 휘휘 내저으며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오랜만에 오셨네요."
홀까지 나와 인사를 하는 매니저에 놀란 지호가 지훈에게 귓속말로 '얼마나 많이 오셨길래 매니저까지 나와요.' 묻는다. 다정하게 웃으며 '그냥 중요한 약속있을 때 가끔이요.' 귓속말로 대답하는 것을 본 매니저가 싱긋 미소를 띈다. 그 때 말씀하셨던 그 분이세요? 자신을 말하는 듯 한 매니저에 의아한 지호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하곤 매니저를 바라본다.
"나중에 말해줄께요. 맛있는 걸로 주세요."
"네.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드릴께요."
매니저가 웃으며 뒤돌아가자 궁금한 것이 많았는지 지호가 질문해오기 바쁘다. 평소에도 아는 사이에요? 제 얘기 하셨어요? 뒷담화 하신거 아니죠? 지훈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입을 하트모양으로 하고 웃어댄다. 둘이 투닥투닥 얘기를 주고받다보니 에피타이저가 나온다. 간단한 스프와 빵으로 먼저 속을 채우고 나니 메인 디쉬가 나왔다. 맛있게 구워진 야채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 안심.
"매너저님이 서비스라고 하셨습니다."
"아,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서비스로 나온 와인까지. 오랜만에 먹는 스테이크도 완벽했다. 지호에게 맞지않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면 와인이었다. 술에 약한 지호에게는 도수가 그리 높지 않은 와인이었지만 취하기 충분했다. 지호의 술버릇은 다름아닌 애교
"이사님, 징쨔. 이씨, 표지훈! 너. 징쨔. 그러능거 아니야.. 회사에서, 긍무하능 시간에 어떠케.. 연애를 할수가 이써.. 야, 이거. 질투나서 그러능거 아냐아."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뭉개지는 발음으로 천천히 말하는 것을 한 손을 턱에 괴고는 다 듣고 있는 표지훈.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맞장구도 쳐준다. 응, 응. 그래쪄. 그런 지훈에 지호가 약이 올랐는지 '이씨. 너어. 내가 만만하냣! 나 우습게 보냐아. 나 안 취해써어!' 하고는 와인을 글라스에 부어댄다. 와인 한잔에 취해놓고 뭘 더마셔요. 지훈이 말리자 지호는 '놔아! 더 마실 수 이써어.' 하며 잔을 입으로 가져다댄다. 기어코 와인 글라스를 비워낸 지호가 두 손을 무릎에 얹은 채 눈을 반쯤 감고 프흐흐 웃어댄다. 그런 지호를 못말리겠다는 듯 자리에 몸을 푹 기대고 앉은 지훈이 지호를 빤히 본다. 누굴 유혹할 듯 여우처럼 예쁘게 올라간 눈꼬리. 도톰하고 색이 예쁜 입술. 오똑한 코. 애기같은 뽀얀 피부하며. 짙은 눈썹까지 예쁘다.
"야. 뭘봐아. 보지마아."
지호의 반말도 귀엽단 듯 그저 웃어넘기는 지훈. 역시 호텔 룸을 예약해둘껄. 와인병을 흔들어 남은 양을 보니 반절 조금 덜 남았다. 와인 반 글라스를 따라 마시고는 남은 와인은 아깝지만 남겨야지 하는 생각으로 일어났다. 몸을 일으킨 지훈을 따라 고개를 들어올리는 지호. 왜 일어나아. 덜 마셔써. 지훈이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주고는 지호를 일으키려 지호 옆으로 간다. 아, 잠깐마안. 지호가 코르크 마개를 집어들곤 와인병 입구를 막는다. 이거어 내가 가꼬가서 마실꺼야아. 귀엽게 지훈을 쳐다보며 품에 와인을 꼭 끌어안는다. 나중에 또 사줄게요. 내려놔. 지훈의 말에도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더 꼭 끌어안는다. 손을 뻗어 와인병을 뺏으려하니 시러어! 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알았어요. 지호씨 취했어. 자고 가자."
".. 역시. 이거 봐아. 자고 갈려구 나 여기로 데리구 왔찌이! 음흉해, 음흉해."
자신의 의도는 자고 가려던게 아니라 저녁을 먹으러 왔던것일 뿐인데도, 지호의 말에 뜨끔하는 지훈. 아니, 그게 아니라. 수습을 해보려고 말을 꺼내지만 지호는 음흉해, 음흉해 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지호씨, 일단 어쩔 수 없으니까 여기서 자고가요. 지훈의 말에 우웅, 아라써어. 수긍하는 지호다.
헣....클릭클릭클릭 |
이번엔 일찍 와쪄여. 내용도 많은거같아여. 칭찬해줘여 칭찬! 아이고 무슨 내용이 산으로 가는것 같지만! 여튼 뭐.. 제가 글 쓸때 구상을 다 해놓고 하는게 아니라서 그래여..ㅜㅜ 저를 매우 치세여. 독자님들 마음에 안들수도 잇어여 흡.. 베리베리, 점심, 0201, 부농이, 땀, 흐헤흫, 비서님, 스타킹, 조으다, 규요미, 피코는떡을찧어라 암닉여러분 사랑해여 조회수랑 댓글수가 크게 차이나서 씁쓸하네여..흑흑 괜차나여 난 연재할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