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님들의 예쁜 댓글과 귀한 추천은 뿌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 꾼 따끈따끈한 꿈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덟이디로 오려고 했는데 지금보니 덟이디 시놉도 날아갔더라구요ㅠㅅㅠ
[세븐틴/김민규] 긴장은 단단히
w. 뿌존뿌존
"거기 내 자린데"
".........예?"
"비키라고"
20XX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김민규. 그렇지만 나에겐, 최고로 싸가지 없는 배우 김민규. 막내 pd로 살아간다는건 매우 힘들다. 말이 좋아 막내 pd지 난 그냥 조연출이라 결국 선배들이 해달라는 건 다 해줘야하고, 회의도 꼬박꼬박 참여해야하고. 그렇지만 날 더 힘들게 하는건, 그래, 김민규다.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다가 엄청난 수치플을 당해버렸다. 아- 나는 망했다. 톱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방송국에 자주 들락날락하는 김민규는 분명히 예의도 바르고, 착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왜 나한테만 이러는건데?! 어? 내가 만만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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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오늘 김민규 인터뷰 좀 부탁할게-"
"예? 선배 저 오늘 회의 있는거 아시잖아요...!"
"미안미안, 내가 회의는 빼줄게. 내가 지금 너무 바빠"
".........예"
망했다는 건 이럴때 쓰는 말이다. 새로 산 예쁜 흰 블라우스에 커피를 쏟았다고, 쓰던 원고가 날아갔다고 망했다고 하는건 매우 매우 잘못 된 일이다. 김민규가 날 얼마나 갈굴지 생각만 해도 벌벌 떨려오는 몸에 숨을 겨우겨우 몰아쉬며 녹화장소로 향했다. 약점을 잡히는게 아니었는데, 그때 띠링, 맑은 소리를 내며 내게 날아온 카톡 하나.
[막내야 인터뷰 원고다♥ 이번 인터뷰 주제는 연애 경험과 이상형이니까 살살 긁어서 잘 대답하게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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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연애경험은? 첫키스 장소는? 낮 뜨거운 질문들에 왜 선배가 내게 이 인터뷰를 넘겼는지 알 것만 같았다. 오늘도 엄청 갈궈지겠구만, 아파오는 머리에 이마를 짚고 휴대전화를 보며 미팅장소로 급하게 향했다. 그게 문제였다. 아니, 그냥 오늘은 운세가 안 좋은 것 같다.
"아!"
"................."
무언가에 둔탁하게 부딪쳤다. 씨, 방송국 안에서 핸드폰 보면서 걷지 말라고 선배가 말씀하셨었는데. 죄송합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사과를 건네자 한참 위에서 코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불길하다, 벌벌 떨리는 몸으로 조심조심 위를 본다.
"그쪽은 나 만나러 오면서도 긴장이 하나도 안 되나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망했다는건 이럴때 쓰는 말이다. 내 약점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 실수를 하다니, 오 국장님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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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여대자 옆에 서있던 매니저 님이 실수 할 수 있다며 나를 말린다. 그 와중에도 싸가지 없는 김민규는 팔짱을 끼곤 고고하게 날 내려다 보는 중이고. 나쁜 새끼, 물론 내 잘못이지만 자기는 넘어지지도 않았으면서, 괜찮냐고 한마디 정돈 해줄 수 있는거 아냐? 착하다며! 신발 코만 바라보며 한참을 쌕썍대자 김민규가 다시 입을 뗀다.
"앞으로 나 만나러 올때는 긴장 풀지 마"
"예"
"아 그리고,"
"예?"
"오늘 인터뷰는 김세봉 피디님께서 맡아주신다는 얘기 들었어"
롸? 국어를 2n년간 써온 나 조차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모르겠는 말에 고개를 들어 김민규를 바라봤다. 에? 멍청하게 묻자 김민규가 씩 웃는다. 뭐야, 내가 또 뭔 잘못 했는데?! 어!
"잘 부탁할게, 오늘."
그리고, 내게 손을 건내며 씩 웃는 김민규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던 건 내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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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러니까,, 이번 녹화가 무슨 주제인지는 아시죠?"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정확히 10분째, 카메라를 기준으로 앞 뒤에 앉아있는 나와 김민규 사이에는 알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아직 녹화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김민규에게 원하는 대답을 들어야하는 나와, 원하지 않는 대답을 말할 예정인 김민규. 음, 그러니까 이번 녹화는 스타의 사랑, 이 주제예요. 어렵게 말을 꺼내자 김민규가 박수를 짝짝 치며 내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인다.
"그러니까, 내 연애사를 너한테 얘기하라고? 그건 싫은데?"
아니, 이 사람은 도대체 방송을 할 의지가 있는걸까? 혼미해지는 머리에 이마를 짚고 원고를 다시 훑었다. 오우, 점점 세지는 수위의 질문에 결국 인터뷰지를 덮고 김민규가 하는 모양을 가만히 바라봤다. 내가 제 말에 대답을 안해줘서 삐진건지 뭔지 김민규는 눈을 가만히 내리깔고 수정화장을 받고 있었고 난 그걸 가만히 보고 있었다. 화장실 가는 척하면서 메이크업하는 저 여자를 툭, 치면 김민규 화장이 망가져서 이 인터뷰가 미뤄지는 건 아닐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면서.
카메라 감독님과 이번 녹화에 대한 얘기를 조금 나누자 수정화장이 어느정도 끝난건지 주위가 한산해졌고, 김민규가 나를 째려보고 있는 건지 옆 얼굴이 따가워지는 것 같은 느낌에 촬영 곧 시작할게요-! 하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카메라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래, 해보자구!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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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민규예요-!"
웩, 카메라를 보며 아양을 떨어대는 김민규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자니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치, 나한테도 저렇게 해주면 얼마나 좋아! 정말 화나는 것은, 저렇게 싸가지 없는 김민규의 모습을 나만 안다는 사실이다. 이게 말이 돼? 어! 김민규의 소개 영상 녹화가 끝나고 인터뷰가 시작됬다. 정말 시시콜콜한 얘기들이 오가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김민규가 손을 들어올리더니 내게 눈을 맞추고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얘기해온다.
"PD님 잠시만, 살살 해주기로 약속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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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씨, 첫 사랑은 언제였어요?
어, 아직 없어요.
정말? 민규씨 좋다는 여학생들 많았을것 같은데요?
에이, 말도 안돼요.
잘생겼다는 소리 한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예, 많은 팬분들께서 제게 잘생겼다고 칭찬해주셔서 예전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다 팬분들 덕이죠 뭐,
김민규의 부탁대로 내가 조금 부드럽게 말을 걸자 김민규 역시 예쁜 웃음을 한가득 지어보이며 고분고분 대답을 해왔다. 아, 첫사랑이 없다는 건 정말 아쉽지만 뭐 어쩌겠어. 우리 프로그램에서 김민규의 달달한 모습을 많이 보여줄텐데 뭐. 인터뷰 종료하겠습니다-! 스태프들에게 사인을 보내고 앉아있던 자리를 정리하곤 일어섰다. 다음 녹화때 뵈요, 매니저님. 녹화 잘 끝내주셔서 감사하다며 내게 인사하는 매니저님께 인사를 하자 뒤에서 누군가가 툭툭, 쳐온다.
"다음 촬영때도 인터뷰는 세봉씨가 맡아주면 안되나-?"
"예?"
김민규-! 빨리 나와-! 하는 매니저님의 목소리에도 김민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더 가까워진다. 거의 주먹 하나 차이 날 만큼. 내가 또 신발코만 바라보자 김민규의 큰 손이 내 턱을 조심스레 그러쥐고 제 눈과 마주칠 수 있게 조심히, 아주 조심히 들어올린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는데, 김민규의 손이 약간씩 떨리는 것 같다. 온몸을 휘감는 이상한 느낌에 시선을 돌리자 김민규가 내 턱을 쥔 반댓 손으로 내 볼을 톡,톡 쳐온다. 거의 김민규에게 양 볼을 잡힌 꼴이 되어버렸다. 내 눈 봐, 으응-? 말꼬리를 늘리며 내게 속삭이는 김민규의 목소리가 귀를 자꾸만 간질여서 김민규의 눈을 조심조심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다시 볼을 한번 톡, 두드리곤 내 볼을 놓아주는 김민규, 그리고 다시 내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이는.
"다음 녹화때도 만나는거다,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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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민규한테 볼을 붙잡혔다는 사실이 선배의 귀에 들어가자 선배는 내 팔을 엄청난 파워로 때리며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사내연애 나오는 거냐며. 아까 솔직히 설렜던 건 맞는데, 내 주제에 무슨, 그리고 괜히 그러는거예요 선배. 내가 인터뷰 좀 풀어줘서 그런거야. 내가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선배에게 무심히 말하자 선배가 그런가? 그럼 다음 인터뷰는 내가 할게, 너 그때 좀 쉬어라. 라고 말하며 등을 통통, 두드린다. 아싸, 오랜만에 집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지만 자꾸만 김민규의 그 눈빛이 내 눈 앞에 아른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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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말대로 잠시 쉬는 날. 집안에 누워서 코스트코 치즈볼을 사료처럼 퍼먹으며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 하- 좋다. 좋아!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자, 이제 자 볼까-? 하는 생각이 온몸을 점령할때쯤, 내 귀를 시끄럽게 폭격해대는 전화벨소리. 난 못 들은거다, 난 잠들었다. 자기세뇌를 해보지만 계속 울리는 전화기 소리에 잔뜩 쿵쾅거리며 식탁으로 향했다.
"여보세요?"
"어 막내야- 지금 빨리와. 빨리!"
"예?"
이게 뭔 마늘하늘에, 아니 마른 하늘에 날 벼락이람. 아니 선배- 저 지금 씻지도 않았어요! 볼멘소리로 불평을 하자 선배가 정말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제발 빨리 와달라고 간청한다. 선배, 맛있는거 사줄거죠? 눈치를 살살보며 묻자 선배가 그럼-! 하며 빨리 와달라 재촉한다. 아싸, 돈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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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잡아타고 허겁지겁 도착한 방송국. 로비까지 나와 제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서있는 선배가 눈에 띄어 선배-!하며 목놓아 부르자 선배의 얼굴이 빛이 가득 내리쬔 것 마냥 환해진다. 뭐야, 나한테 맛있는거 사줘야되는데 왜 행복해하는거야! 선배와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선, 무슨일이에요 선배? 묻자 선배의 얼굴이 다시 회색 빛으로 변했다. 뭐야, 무슨 일이지.
"아 진짜 미안해 막내야"
"왜, 무슨 일인데요?"
"2번 스튜디오 좀 들어가자"
"예?"
2번 스튜디오면 우리 프로그램이잖아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선배가 얼굴을 가득 찡그리며 내 눈치를 보며 조심, 조심 입을 연다. 오늘따라 방송국 복도가 한산하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엄청 많이.
"아, 그게. 그 김민규 있잖아-"
"예"
김민규가, 너 아니면 인터뷰 안하겠대. 손을 만지작 거리던 선배가 날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미친개한테 제대로 물렸다. 저요? 잔뜩 놀라 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선배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김민규한테 잡히지 말고 빨리 도망갔어야했다.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을 들어 2번 스튜디오로 터덜터덜 향했다. 무거운 문을 열자 저 멀리 보이는, 스포트라잇 한줄기를 받으며 어두운 스튜디오 가운데 혼자 앉아있는 김민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서서히 고개를 든다. 안녕하세요오- 땅을 뚫고 들어갈것 같은 저음으로 스태프들에게 겨우겨우 인사를 건네자 김민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날 가만히 응시한다. 10분뒤에 촬영 재개할게요- 선배가 뒤에서 외치자 스태프들이 하나 둘씩 스튜디오 바깥으로 나간다. 한숨과 함께.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없는 저 새끼는 뭐가 좋은지 해벌쭉하다. 어느새 어두운 스튜디오에 김민규랑 나랑 둘만 남았다. 아,
"미쳤어요?"
약점 잡힌 사람 치고 꽤나 당당했다. 잘했어 김세봉. 김민규의 앞으로 가 조용히 묻자 김민규가 고개를 천천히 들며 또 눈을 맞춰온다. 아, 이러면 내가 아무것도 못해. 아-니? 제가 뭘 잘못한건지 모르고 엄마에게 애교부리는 아기처럼 김민규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한다. 어질해지는 머리에 또 이마를 짚었다. 김민규랑 녹화를 시작한 이후로 이마를 많이 짚는다. 이러다가 이마 납작해지겠어.
"머리 아파? 약 먹을래?"
내 두통의 원인이 자기 인걸 모르는 것 처럼 김민규가 내 팔목을 붙잡곤 걱정스레 물어온다. 하긴, 김민규는 크니까 의자에 앉아도 나랑 높이가 비슷하다. 꽤나 따뜻한 김민규의 손에 볼을 잡혔던 그때가 떠올라 손을 살짝 비틀어 빼려고 하자 김민규가 반대편 손까지 붙잡아버렸다. 뭐하는...? 당혹스러워져 김민규에게 묻자 눈을 바라보며 또다시 말한다. 놓아주면 가버릴 거잖아. 꽤나 애기 같은 말투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에에?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씨, 또 약점을 잡힌건가! 하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자 김민규가 또다시 내 턱을 살며시 그러쥐며 속삭인다.
"내 앞에 설 때는 긴장 풀지 말랬지. 이 과자 가루 다 뭐야. 칠칠 맞게"
난 또 약점을 잡혀버린것 같다. 아까 치즈볼을 먹는게 아니었어! 입을 댓발 내밀자 김민규가 또 씩 웃는다. 약점만 잡힌게 아니라, 내 마음도 잡혀버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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