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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회는 출근하는 날이 아니면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차려입고 전화를 받으며 집을 나서. "응 엄마. 출발해요. 알았어. 성의있게 하고올게요"
실제로도 준회가 연애를 안한지 꽤 오래되기도 했고, 한번도 준회가 여자친구라고 소개를 시켜준 적도 없어서 준회네 어머니께서 강제적으로 약속을 잡고 선을 보게 한거였어. 준회는 싫다고 하려다 이번에도 선을 보지 않으면 한동안 계속 들들 볶일거라는 생각에 한번 하고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알겠다고 한거야.
"아.. 토요일날 이게 뭐하는 짓이냐. 시간낭비야 진짜. 내 나이가 몇이나 됬다고 선을 보래"
툴툴대면서 약속장소인 시내의 카페로 향하는 준회는 딱 가서 차만 마시고 오겠다는 심산으로 일부로 차를 두고 걸어가. 집이랑 되게 멀지도 않은데다가 일찍 출발했으니 여유롭게 걸어가도 될만한 시간이었거든.
한편 동혁이는 준회한테 간신히 허락을 맡고 친구 아르바이트 대타를 해주고 있었어. 여자친구랑 100일이라고 하루만 대신 해달라고 하길래 준회한테 말을 했더니 이제 곧 시험인데 그런 부탁을 왜 들어주냐고 잔소리를 한참 듣고는 겨우 하루만이라며 허락을 받은거였어. 대신 일당은 동혁이가 받는걸로 하고 말이야. 주문대 앞에서 친절하게 손님 주문을 받고있는데 딸랑- 하고 맑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빼입은 준회가 들어오는거야. 동혁이는 준회를 보고 여긴 왜 왔지? 내가 여기서 대타한다고 말했나? 이러면서 준회를 빤히 쳐다보는데 준회는 동혁이를 지나치고는 혼자 앉아있는 여자 쪽에 가서 인사를 건네는거야.
"누구지..?"
준회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는건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었고, 가족인가 싶었지만 가족이면 저렇게 차려입고 나올리가 없잖아. 본능적으로 소개팅이라는걸 눈치챈 동혁이는 왠지모를 서운함을 느껴. 소개팅한다는 말도 없었다는 것도 서운하고, 또 소개팅 하러 온 것도 서운하고, 정장까지 차려입고 나온것도 서운한거야. 왜 서운한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좋았던 기분이 축 처지고 앞에 손님이 주문했는데 정신이 전부 준회쪽으로 가있으니까 주문도 제대로 못듣고 실수하고. 그래서 서빙하던 알바생이랑 위치를 바꿨어. 동혁이 때문에 주문이 밀릴 수는 없잖아? 게다가 여태 생글생글 웃으면서 잘하던 동혁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주문대에 서있어봤자 좋을 것 없다고 판단한거지.
여자는 나쁘지 않았어. 첫만남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얌전했고 여성스러웠고, 조신했고 예뻤어. 대충 인사를 끝내고 형식적인 질문들을 주고 받다가 음료를 시켜야되니까 여자에게 뭘 마실거냐고 묻고 주문을 하려고 일어서는데 익숙한 인영이 눈에 보이는거야. 김동혁이 여기서 오늘 대타하는거였어? 라는 생각을 하고 동혁이를 쳐다보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던 동혁이가 고개를 들면서 둘의 눈이 마주쳤어. 준회는 동혁이 보고 반가워서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꼬리를 올렸는데 동혁이는 자리를 피하는거야.
쟤가 왜 저러나 싶은 준회는 일단 대충 음료를 시켜 놓고 동혁이를 찾으려고 두리번대는데 동혁이가 보이질 않고 여자는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별 수 없이 테이블로 가.
동혁이는 주방 쪽에 숨어있다가 왜 자신이 준회를 피한건지 이해가 안돼. 피할이유 없는데 왜 도망치듯 숨은거지? 하면서 애꿎은 운동화 앞 쪽으로 바닥만 쿡쿡치다가 "이거 완전 짝사랑하는 것 같잖아" 라고 무심결에 말하는데 머리가 종을 맞은것처럼 멍해져. 짝...사랑? 좋,...좋아하는거? 설마 자기가 19년 인생 첫사랑을 지금 하고 있는건가 싶어 혼란스러워진 동혁이야. 게다가 상대가 준회라니. 준회는 남자잖아. 게다가 선생님이고. 요 근래 준회에게 부쩍 신경이 많이 쓰이긴 했는데, 준회랑 같이있으면 재밌고 좋긴했는데 이게 정말 좋아하는건가 싶지. 분명 자긴 친구들이랑 여자연예인 누가 이쁘더라- 누가 좋더라- 얘기를 종종했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 마음 속에는 영원한 우상인 소희가 있고, 소희만 보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전형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보통 남자와 똑같은 취향인 자신이 남자인 준회를 좋아한다는게 믿고싶지 않은 동혁이야. 그냥 요즘 친해서 그런거다.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진정시키고 있는데 동혁이보고 서빙을 하라고 해.
동혁이가 커피가 담긴 쟁반을 들고 테이블을 찾아가는데 하필이면 준회가 있는 자리인거야. 보통 카페들은 셀프로 음료 가져가던데 무슨 이 카페는 서비스정신이 그렇게나 투철해서 서빙을 시키냐고 속으로 투덜대면서, 한편으로는 아직 혼란스러워서 최대한 눈이 마주치지 않게, 바로 쟁반만 놓고 빛의 속도로 사라져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테이블로 가는데 준회의 앞에 앉아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얼굴도 이쁜데 목소리도 이뻐... 젠장.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준회씨 마음에 들어요.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은데.."
여자의 말을 듣자마자 동혁이는 들고있던 쟁반을 놓쳐버려. 몇걸음만 더 옮기면 테이블인데.. 준회는 여자의 말을 듣고 만난지 얼마나 됬다고 마음에 드냐 마냐 라는 생각을 하지만 뭐 나쁘진 않은 여자의 첫인상에 뭐라 거절을 해야하나 싶다가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자 쟁반을 떨어트리고 당황하고 있는 동혁이를 보고는 바로 일어서서 동혁이에게 가.
"미쳤어? 유리가 떨어지면 피해야 할거아냐. 바보야? 왜 가만히 서있어!"
준회가 한마디 하면서 동혁이를 유리가 깨진곳에서 살짝 밀어내고는 다른 아르바이트 생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챙겨들고 오는 걸 보고는 동혁이 손을 잡아 올려서는 손이 베이지는 않았는지,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데 동혁이가 "..죄..죄송합니다" 라고 하더니 준회에게 잡힌 손을 빼내고는 자기가 치우겠다며 빗자루를 건내받으려고 해. 근데 베이지 색 바지를 입은 동혁이의 옷에 튄 커피자국이 선명한거야. 그걸 보고 준회가 동혁이 잡아당겨서는 커피 뜨거운데 화상입은거 아니냐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확인하는걸 동혁이가 저지해.
"쌤..여자분 당황하시잖아요.." 라며 여자에게 가보라는 동혁이의 말에 준회가 인상을 쓰더니 "사장 어딨어" 라고 해. 동혁이는 갑자기 준회가 사장님은 왜 찾나 싶었는데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유리조각을 치우다가 "사장님 저분 이세요" 라고 알려줘.
"오늘 일일 아르바이트 생인데 유리잔 깨먹었으니까 시급에서 까실거죠."
"네?"
"최저시급이 4860원이고 오늘 여덟시간 일한다고했으니까 그냥 시급 주지마세요. ."
그러고는 동혁이 손을 잡고 카페를 나가려는데 사장이 막고 "이 친구 지금 아르바이트 중인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손님" 이라고 해.
"쟤가 지금 아르바이트 중인 이 학생 보호잔데 얘 다리 빨갛게 부어올랐거든요. 전 보호자의 의무에 맞게 치료해주러 가야겠습니다. 시급주지마시고 컵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애 다친것보다 컵이 더 중요하진 않으시겠죠. 카페에 컵 한두개 깨진다고 문제 생길일은 없을테니까 그냥 넘어가주세요. 죄송하지만 얘 데려갑니다" 하고 무작정 동혁이를 데리고 나와서 차를 타려고 하지만 차를 가져오지 않은걸 기억해내고는 차 타고 올걸 하고 후회하는 준회야.
"저 대타뛰는건데 이렇게 도중에 나와버리면.."
"컵이 중요하냐 사람이 중요하냐"
"근데...소개팅하시는 여자분은.."
동혁이가 여자를 언급하자 그제서야 아- 맞네 하고는 "됐어. 어짜피 엄마때문에 나온거였어. 우선순위가 있는거지." 하는 준회에게 "우선순위요?" 하고 동혁이 묻자 "나한테는 그 여자보다 니가 더 우선이니까 그여자는 니가 신경쓸 필요없어." 라고 준회가 대답해. 그러더니 택시를 잡아 동혁이를 태우곤 집에가서 부어오른거 치료하자는 준회의 말에 "그냥 살짝 빨개진건데.." 라고 말했지만 새삼 자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동혁이는 별 수 없이 인정해버려.
자신이 "아씨..엄마한테 여자 버려두고 나왔다고 한소리 듣겠네. " 라고 머리를 헝클이는 옆에 있는 준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