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발칙함
제 13장, 함께 있어줘
-
“ 마누라 때문에 죽겠어... ”
좌로 보나 우로 보나 팀워크가 좋은 우리 경영 1팀 사람들도 매일 꼭 다 같이 밥을 먹진 않는다. 어쩌다 보니 정대리님하고 둘이 밥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어색한 사이도 아니었고 오히려 팀원 중에서 가장 편한 분이라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입도 까끌거리는데, 뭐 색다른거 먹고 싶지 않아? 밖에서 사먹을까? 하다가 수많은 음식점들 사이에 고민을 포기하고 결국 사내식당으로 내려왔다. 그래 사내식당이 짱이지. 가격도 저렴하고 메뉴도 매일매일 바뀌고,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고. 먹고 싶은 채소도 마음껏 퍼 먹을 수 있으니. 양상추에 파묻혀 있는 방울토마토를 젓가락으로 찍어 짝짝 씹던 대리님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벗는다.
“ 왜요? ”
칼칼한 국물 한 입을 떠먹고 고개를 갸웃했다.
“ 왜긴 왜야. ”
“ ........ ”
“ 한 여자랑 이정도 살면 아침에 얼굴만 봐도 질리는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들들 볶으니 죽을 맛이라고 ”
에엑-
옆에 밥을 입에 넣으며 나도 모르게 눈을 치켜떴다.
대리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 얼굴만 봐도 질린다니. 전혀 상관없는 내가 화가 난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자 대리님은 탄소씨가 결혼을 안 해봐서 그래. 라며 훈계를 한다. 그 말에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차마 회사 내의 내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살 부비고 산 내 애인이 집에 버젓이 있다. 혼인신고서에 도장만 안 찍었을 뿐이지 대리님 가정만큼이나 우리가 오래 살았다고요. 혹시나 정국이도 아침에 내 얼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까 걱정이 들었지만 그건 의심해 볼 필요도 없는 고민이 명확했다. 걔는 내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봐 준다고.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는 않아요! 입이 근지러웠다. 그러나 이 말을 꺼내는 순간 왠지 내가 남자친구와 동거한다는 사실까지 다 꺼내질 것 같고 아직까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식이 많으니까. 답답해도 그러려니 있어야지.
“ 아침에 애가 밥투정을 하는 거야 ”
“ 네 ”
정대리님은 딸이 한 명 있다고 했다.
세 살이라고 했었나? 어쨌든 그 또래였던 것 같은데.
여자 나이 세 살이면 한창 얄미울 때지.
“ 근데 그게 내 탓이래. 말이 돼? 딸이 밥 안 먹는 게 왜 내 탓이야? 그러니까 내가 신경을 안 써서 그렇다는 거야. ”
“ ....... ”
“ 언제는 부모님 뵈러 가는 날이었는데 보라색 니트를 입으라고 주더라고. 근데 난 처음부터 그 니트가 마음에 안 들었어. 그래도 주니까 입었지? 그런데 차를 타고 막 고속도로를 타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가 골라준 니트가 나한테 안 어울린다고 소리를 빽 지르는 거야. 왜 피부가 거무잡잡해서 니트가 안 어울리는 얼굴을 만드냐면서! 웃기지 않아? 난 태어날 때부터 피부가 어두웠는데! ”
여동생 욕을 하는 오빠처럼 얼굴이 붉어져서는 말을 두다다닥- 쏜다.
이상하지! 하고 내게 동의를 구하는 대리님의 말에 머리만 긁적였다.
흐음. 확실히. 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편들어 줄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
“ 내가 올라오는 화를 참고 미안하다고 했어. 하나도 안 미안했는데도!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애가 잠에서 깨서 우는 거야. 아우 걔는 왜 또 거기서 깨가지고. 지 엄마를 똑 닮아서 내 피를 마르게 한다니까. 어쨌든 그랬는데 애 우는 것도 내 탓이라는 거야. 탄소씨. 나 무슨 대역 죄인이야? ”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나는 푸스스- 하고 억누르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진짜 개그가 따로 없다. 내가 웃자 대리님이 웃겨? 이게 웃겨? 라고 심각하게 묻는데. 네. 대리님 진짜 웃기네요. 너무 웃어서 눈꼬리에 눈물까지 매달렸다. 손으로 고인 눈물을 슥 훔치고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부인을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 아침마다 질리기는 무슨. 그렇게 질리면 부인 말을 할 때 저런 눈빛이 나올 수 없다. 말로 들었을 때는 여자 성격 쪽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귀엽게 봐 줄 수도 있는 정도니까. 대리님은 이젠 밥맛까지 없다고 중얼거렸지만 입으로 들어가고 있는 밥알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밥 맛 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
“ 예쁘니까 같이 사는 거지. 예쁘지도 않았으면 아무도 안 데려 갔을 거야 ”
“ 흐흥 ”
“ 딸래미도 성격은 안 좋은데 얼굴도 제 엄마 빼다 박아서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
결국 부인자랑 딸 자랑으로 끝나는 건가?
마지막은 자신의 딸과 부인이 예쁘다. 로 끝나는 대리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저번에 핸드폰에 있는 가족사진을 우연히 보게 된 적이 있었는데 갓 돌을 넘겼을 때의 아이 얼굴은 그렇다 쳐도 부인 얼굴이 남자가 좋아할 상이더라. 그 왜 얼굴에 핏기 없어 보일만큼 하야고, 가녀리게 생긴 청순녀의 표본이라고 할까나. 확 틀어박힌 상은 아니지만 보호본능이 이는 얼굴의 여자는 아이가 있는 엄마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외모를 지녀서, 저 정도면 대리님이 죄인이지 싶다.
“ 저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
“ 에이. 결혼은 최대한 늦춰 ”
둘 다 밥을 다 먹었기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은 음식을 버리면서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아주머니께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뒤를 돌자 대리님이 오, 예의가 바른 친구군.
만화 같은 대사를 하며 오늘은 자신이 커피를 사겠다며 일층으로 향했다. 사실 대리님이 그렇게 특출 나게 잘난 편이 아니지만 그 정도 외모의 여자와 결혼까지 성공한 이유가 뭔지 알 것도 같다. 묘하게 매력이 있는 타입이라고 할까. 남을 편하게 해주는 넉살좋은 성격에 어느 정도 위트도 있고, 결정적으로 여자에게 매너가 좋다. 지금까지 살펴봤을 때 그 대상이 ‘모든’여자에게 다 해당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대리님은 어떻게 지금 부인언니랑 만나서 결혼하게 된 거예요?“
대리님 와이프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부인언니라고 불러버렸다. 정대리님이 사장님이 아니니 사모님이라고 지칭할 수도 없고, 와이프 이름이 지은이라는 건 알지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을 지은씨라고 해도 될까 싶어서였는데, 어법에 맞지 않는 단어선택에 대리님이 뭐? 부인언니? 라며 으하하 하고 웃는다. 부인언니라는 말이 그렇게 웃긴가? 고개를 젖혀 코 안까지 벌렁이며 끅끅 웃던 대리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며 잔웃음을 흘렸다.
“ 아르바이트 하다가 만났지. ”
오, 하고 추임새를 넣었다.
팀실 옆에 있는 테라스로 향했다.
오늘같이 날씨도 좋은 날에는 광합성도 해야 하는 법.
“ 학생 때 만난 거예요? ”
“ 난 군대 갔다가 바로 복학할 때였으니까, 학생이었고 지은이는 학교 졸업했지만 취업 낙오자였지. “
취업 낙오자라고 하며 투명 스트로우로 말간 커피를 쭈욱 들이킨다. 아무래도 부인이 없는 틈을 타 디스를 하려는 시도 같았지만, 별로 디스 같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보다 ‘지은’이라고 굴려지는 발음이 듣기 좋았다. 우리 정국이밖에서 내 말을 할 때면 저런 표정을 지을까?
“ 딱 처음보자마자 반했는데, 내가 지은이 꼬시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 ”
꼬시다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고등학생들의 용어정도로 들릴지도 모르나, 나쁘지 않았다. 대리님은 나이가 적지 않았음에도 그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꼭 아직 덜 큰 소년 같다고 해야 하나. 나 보다 나이가 많은데 이런 말 하면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딱 느끼기에는 정말 덜 자란 소년.
“ 어쩔 때는 저 여자가 저렇게 마귀 같은 여자였나 싶긴 한데, 그래도 매일 아침 내 아침 만들어주는 뒷모습 보면 감격스러워. 저렇게 예쁜 여자가 내 부인이구나. 내 것이구나. 하면서. 으, 좀 닭살인가? 나 팔불출같아? ”
한참 감성적인 눈빛을 하다가 오히려 자신의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신이 팔불출같냐 묻는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닭살인건 맞는데, 보기 좋아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 괜히 기분이 들떴다. 아무래도 오늘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막연한 예상이 들었다.
내 연애의 발칙함
* * *
“ ........? ”
재수가 별로 없는 나는 아침부터 일이 잘 풀려서 오늘 하루가 순조롭게 진행되겠구나 하면 그 날은 꼭 꼬였다. 그동안의 거의 대부분의 날이 그랬는데 오늘은 내 예상대로 정말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밥을 먹고 나서 카페인을 마셔둔 덕분인지 몸이 노곤해 졸음이 쏟아지지도 않았고, 말짱한 정신 탓에 실수 없이 오늘 업무도 말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정말 하기 싫은 일도 오늘따라 기운이 넘쳐 열심히 한 것도 있었다. 웬일로 타자가 그렇게 정확하고 빨리 쳐질 수가 없더라. 다 같이 일을 끝내고 퇴근을 하는 시각. 모두들 가방을 챙겨 들고 자켓을 입었다.
오늘은 내게 한 번의 태클을 걸지 않던 팀장님께서는 끝나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다들 먼저 퇴근하라고 했고, 보통 회사 같으면 팀장이 자신은 남고 퇴근 하세요 하면 슬슬 눈치 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앉아 업무를 하는데 우리는 쿨 하게 팀장님,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팀실을 빠져나왔다. 우리도 뒤가 구린 날에는 남아서 일을 하는데 오늘은 각자 맡은 일 모두가 끝났고, 다음 주 부터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터라 지금은 일정이 다른 때 보다 꽤 느슨했다. 아마 요즘 들어 칼 퇴근을 시켜주는 것도 다음주를 위해 각자 알아서 체력보강을 해 오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칫 세상에 꽁짜는 없다. 어쨌든 나도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팀원들과 같이 건물을 빠져 나오면서 오늘은 피곤하다며 택시를 타야겠다 말하곤 택시정류장으로 가는 척 하다가 다시 삭막한 건물로 달려 들어왔다.
“ 뭐야? ”
방금까지 빠져나왔던 팀실로 들어섰다.
경영 1팀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끼이이익- 하고 음침한 소리가 났지만, 모든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덕에 별로 무섭진 않았다. 게다가 팀실 안에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지 않은가. 김태형 앞에서 겨우 귀신 따위가 무서울 리 없지.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룸에 들어 온 상태에서 문을 닫았다. 김태형은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들어오는 문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오늘 내내 기분이 좋던 나와는 달리 어딘가 근심이 있어 보이는 녀석의 얼굴은 지금 봐도 어둡다.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피곤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어쩌면 김태형은 내가 오늘 일을 흠 잡을 데 없이 잘 해서 가만히 둔 것이 아니라 흠을 잡을 힘이 없어서 가만히 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정도로 얼굴이 안 좋았으니까. 그래도 딱히 사원들 다 있는 중간에 녀석의 앞에 설 수 없었던 것은 녀석과 나의 직급 차이가 꽤 많이 나는 터라 사실 업무 중에 내 의지대로 녀석의 앞에 설 때는 별로 없었다. 녀석이 날 괴롭히기 위해 굳이 나를 제 앞으로 불러내지 않는 한 말이다. 상태가 영 메롱인 김태형 앞에 서 들고 있는 쇼퍼백을 뒤적였다. 그리고 녀석이 나에게 주었던 덜컥 받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던 시계가 그대로 들어있는 작은 쇼핑백을 꺼내 녀석의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던 김태형은 제 책상위에 올려 진 검정색 쇼핑백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뭐야? 하고 묻는다.
“ 시계 ”
뭐긴 뭐겠어.
설마 네가 이백을 넘게 주고 나한테 줬던 이 시계를 기억 못하는 거야?
다행스럽게도 김태형은 이 시계를 몰라서 묻는게 아니라 이걸 지금 왜 자신한테 주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괜히 민망해지는 손으로 겉 옷 끄트머리를 슬슬 만졌다.
“ 아무래도 이걸 받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
나를 보는 김태형의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다.
“ 내가 준 건데 왜. 그냥 받아 ”
남자주제에 트러블 하나 없던 깨끗한 피부도 조금 푸석해 보이고
“아니. 못 받겠어.”
목소리는 갈라졌고, 톤이 짜증스러움이 묻어있다.
사실 네가 전적으로 나에게 준 선물이라면 미친 척 하고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가 산 시계를 아무것도 모르는 정국이가 차고 다닐 생각하니까 끔찍해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너에게 말을 할 수 있겠니.
“그래. 네가 못 받겠다면 어쩔 수 없지.”
우물쭈물하고 있는 나를 가만히 응시하던 녀석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목소리로 정 없이 말하더니 제 앞에 놓인 쇼핑백을 들어 책상 옆에 있는 휴지통에 가차 없이 처박았다. 나는 그 태도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지? 예전에 남준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요즘 드라마가 사람 다 망친다고. 얘가 어디 드라마에서 나오는 망나니 도련님을 본 건가. 지금 저 쓰레기통으로 말 그대로 처박힌 시계가 얼마나 고가의 브랜드인지는 직접 계산한 저가 더 잘 알 터였다. 여기서 내가 화를 내야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가 자기 돈 주고 산 물건이니까 그냥 둬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라 서 있으면 자리에서 일어난 김태형이 멀뚱하게 서 있는 나를 예고 없이 확 끌어안았다. 원래부터가 종잡을 수 없는 놈이긴 했지만 얘가 정말 왜 이러나? 싶었다. 결국 꼼짝없이 녀석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었다.
“ .......태형아 ”
녀석은 나를 꼭 안은 채로 힘겹게 깊은 숨을 토해냈다.
“ 무슨 일 있어? ”
녀석의 과거이긴 하지만 오랜 연인이었던 나는 녀석에게 무언가 안 좋은 일이 터졌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손에 간신히 들려 있던 가방은 카드로 정확히 3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한 신상백이였다. 정국이에게 프라모델 컬렉션이 있다면 내게는 가방 컬렉션이 있는데 뭐 부잣집 딸처럼 수백개의 가방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모은 가방들 중 가장 가운데에 수납해 놓는 이 빨강색의 잘 빠진 명품 백을 미련 없이 손에서 놔 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물며 지하철이나 버스 탈 때 내 예쁜 가방에 자그마한 스크래치가 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는 내가 절대로 할 수 없을 행동이었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 있던 가방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딱딱한 바닥으로 떨어졌고, 지금 이 순간 내 모든 신경은 3개월 무이자로 구입한 가방이 아니라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김태형에게 쏠려 있었다. 텅 빈 손을 들어 녀석의 넓은 등을 토닥거렸다.
“ 탄소야. ”
응응.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 오늘 나랑 있자. ”
“ ......... ”
“ 혼자 있기 싫어. ”
내 반응을 보기 위해서라던지 장난을 치기 위해 하는 소리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순간 정국이 머릿속에 스쳤다. 지금 집에 정국이가 있진 않겠지만 퇴근 후 집에 없는 나를 보면 분명 이상하게 여기겠지.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녀석에게 안긴 상태에서 눈만 또르르 굴렸다. 아까 내가 팀원들이랑 그대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얘가 지금 이러는 거지? 또, 혼자 있기 싫다는 뜻이 정말 혼자 있기가 싫다는 걸까 아니면 나랑 같이 있고 싶다는 걸까. 아아, 지금 이런 걸 생각하는 나도 우습지.
“ 집에 가지마. ”
하지만 녀석의 마음이 어쨌건, 지금 내가 보기에 녀석은 혼자두면 안 될 것 같았다.
“ 안 갈게. ”
“ .....정말? ”
그제서야 녀석이 꽉 끌어안던 품에서 나를 조금 놓아주었다.
하지만 김태형의 얼굴은 여전히 푸석하고 근심이 가득했으며 그런 녀석을 바라보는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 팀에서 실수가 나왔거나 일적인 문제는 아닌 듯 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를 모두 퇴근 시키지 않았겠지. 팀장인 김태형만의 고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일 때문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녀석을 이렇게 만드는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 응. 같이 있어줄게. ”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내가 김태형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녀석의 말대로 옆에 있어주는 것 밖에는 없겠지.
“ 대신, 자정까지만. 그 뒤엔 정국이도 날 걱정할테니까. ”
“ ......... ”
“ ....어때. 괜찮아? ”
녀석이 둘렀던 팔을 풀며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지금 힘들어보여서.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같이 있어주는 거야. 하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고.
그걸로도 만족한다는 듯 태형이 웃으며 말한다.
“ 그래. 딱 오늘만. 나 너무 힘들어서 너 없인 못 버틸 것 같아. ”
내 연애의 발칙함
* * *
♥ 후배님들 오랜만입니다^ㅁ^
다음화는 메일링으로 진행할지도 모르겠네요
또 태형이시점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큼큼.
잘 지내셨나요? 이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수험생분들 모두 좋은 결과 있길 저도 함께 기원하겠습니다!
전개 느리다고 다들 화내시는 건 아닐련지.. 그래도 꿋꿋이 씁니다. 저는. 내연발.
-
태형아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우리가 있어
너무 외로워 말고 슬퍼 말고 힘들어 마.
사랑해♥
이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 알지만 그래도 평생 외쳐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