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발칙함
제 14장, 맘에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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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엄. 완전 맛있게 해 줄 수 있지. 너 소고기 미역국 먹고 싶다고 했었지? 오늘 저녁에 미역국이랑 불고기 해먹자“
‘진짜?’
또각또각 복도를 걷는 사람이 나 혼자 밖에 없어 그런지 대리석을 밟는 구두 굽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사실 정국이랑 같이 있으면서 거의 전적으로 요리는 녀석이 맡았기 때문에 근래 음식을 하기 위해 부엌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내가 배고프면 녀석이 하고 나간 음식을 데우기 위해 들어가는 정도? 그랬던 내가 웬일로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소고기 미역국을 해준다고 하자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진짜? 하고 묻는다. 뭘 또 이렇게 까지 나오니. 누가 보면 내가 너한테 밥 한 번 차려준 적 없는 여자친군 줄 알겠다. 응. 하고 대답한 후 조금 남아있던 음료수를 다 마시고 캔을 구겨 분리수거 통에 넣었다.
‘야근 안 해?’
“내가 뭐 매일 야근하냐?”
‘거의 맨날 하잖아. 능력부족이라서 그런가?’
야! 하고 소리치려다 내 우렁찬 목소리가 복도에 널리 울려 퍼질까봐 죽고 싶니? 오늘 저녁 대신 너를 매질로 구워삶아야겠구나. 하고 읊조렸다. 제가 말하고도 웃겼는지 웃던 녀석은 내 음산한 말에 단박에 웃음을 멈추고 아니요. 누나. 죄송합니다. 바로 죄를 뉘우친다. 그래. 그래야지. 우리 귀여운 꾸기 누나가 한 번만 봐주겠어.
“저기요”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분명 복도에는 나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선천적으로 새가슴인 나는 조금 큰 몸동작으로 놀람을 표현했고 그게 민망해진 내가 뒤를 돌아보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경영 1팀이 이 층 맞나요?”
“네, 저기 끝 쪽에 가면 팻말 붙어 있어요.”
“아, 감사합니다.”
전화 반대편에서 뭐? 어? 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켜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경영 1팀이면 우리 팀인데.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니야”
지금은 회사 채용기간도 아니니 신입사원은 아니고, 사원증을 달고 있지 않은 걸 보면 또 우리 회사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옷차림새도 그렇고 정확히 경영 1팀을 찾는 걸 보니 영 이상한 외부인도 아닌 것 같다. 이내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에 뭐 내 알바 아니지.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손이나 닦고 들어가 봐야지.
“이제 끊고 일 해. 들어가기 전에 연락할게”
‘이따 봐’
“응”
가만가만, 집에 미역이 있던가?
“........?”
깨끗이 닦은 손의 물기를 허공에 털며 팀실 앞에 왔다.
이번에 산 핸드로션이 바닥을 보이는데 집에 가는 길에 하나 사야하나? 곧 화장품 브랜드가 줄줄이 세일할 것 같은데 아껴 써야하나? 평범한 고민을 하며 문고리를 돌리고 팀실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주임님의 얼굴은 딱 보기에도 굳어있었고 덕분에 최대한 없는 사람처럼 조용조용 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은데 옆에 있는 정대리님도 가만히 멈춰있는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한건 몰라도 대충 ‘누구’ 때문인지는 알 것 같았다. 경영 1팀 팀실 내부에서 만큼은 자기 기분을 대 놓고 티낼 수 있는 사람.
“내가 마음대로 찾아와서 화난거야?”
김태형.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복도에서 내게 길을 묻던 여자를 앞에 두고 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형의 심기는 불편해보였다. 여자의 예쁜 뒷모습과 그 여자를 바라보는 김태형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 둘이 서 있는 모습은 현실이 아닌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브라운관처럼 멀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김태형의 곁에 나 아닌 다른 여자가 서 있는 그림은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도 내가 없던 몇 년 동안 많은 여자를 만났을 것이다. 사지 말짱하고 생긴 것 말짱하고 젊은 나이에 집안 재력을 숨기고 대기업 팀장을 맡고 있는 미래 탄탄한 애한테 날파리가 꼬이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그랬겠지. 하는 내 짐작이었을 뿐이고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앞에서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녀석과 다른 여자가 서 있는 꼴을 보니 또 그게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 나온다는 거지.
심지어 그 여자는 녀석에게 꼬일법한 ‘날파리’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여자였다. 아직 죽지 않은 여자의 직감으로 느끼는 건지 아니면 누가 보면 욕할지 몰라도 여자로써 누구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살만큼 산 연륜의 직감인지 몰라도 어쨌든 느끼고 있었다. 호리호리하다 못해 굴곡까지 있는 몸에 그 바디를 두르고 있는 천마저 고급스러워 보이는 여자는 분명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여자와는 달랐다. 여자를 치장하고 있는 내가 갖고 싶어 했던 명품 백이나 명품구두 또 비싸 보이는 원피스에 작고 반짝거리는 악세사리는 전혀 오바스럽지 않아 보였다.
“...오빠..”
결국 김태형은 먼저 터벅터벅 걸어 나가버렸고 여자는 다홍색 립스틱을 칠한 입술로 포옥 한숨을 쉬더니 자연스럽게 풀어헤친 밝은 브라운색 머리를 날리며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나는 핸드로션을 바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둘이 나간 문을 멍하니 쳐다봤을 뿐이었다. 김태형이 나갔지만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팀원들은 각자 일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 숨막혀 죽는 줄 알았네.”
대리님은 정말로 숨이 막혔는지 연한 블루색 계열의 폭이 넓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매일 보는 팀장님도 모자라서... 아, 힘들다 힘들어.”
“.....”
“왕족행차야 완전. 아주 대강당에서 모이지?”
“.....”
“그렇지 탄소씨?”
별 반응 없는 나를 보며 묻는다.
대리님의 말에 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
“..... 저 여자분 누군 지 알아요?”
왕족이니 뭐니 그런 소리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대리님은 꼭 여자와 면식이 있는 것처럼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좋게 말해봐야 저 여자 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찌됐든 상사 앞에서 그런 말은 삼가야했기 때문에 여자분 이라며 아주아주 많이 순화시켜 극존칭을 쓰며 물었다. 그러자 대리님의 표정은 방금 내가 응? 하고 지었던 표정과 아주 유사하게 변했다.
“김희진씨잖아.”
김희진?
나는 처음 듣는데...
분명 생소한 이름인데 정대리님은 내가 꼭 알아야할 인물을 말하듯 당연하게 말했다.
“김희진씨 몰라?”
“모르는...데...요”
“회장님 막내 따님”
정대리님 말에 두 눈을 크게 떳다.
대리님은 아무리 신입사원이라도 그렇지 정말 몰랐던 거야? 라며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알았으면 된 거지. 하고 생각하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웃으며 내일 오전 회의에 쓸 브리핑 작업을 시작하려던 나 역시 키보드 위에 양손을 올렸지만 업무를 할 생각은 없었다. 내 머릿속은 김희진라는 여자로 꽉 찼다. 회장님의 막내 따님이라고? 지금껏 김태형은 내게 그런 얘기 한 마디 없었는데? 집안 사정을 절대로 얘기하던 법이 없던 녀석이었지만, 적어도 제 위아래로 형제남매가 몇이나 되는지 정도는 말해줄 녀석이었다. 아무런 이야기가 없기에 당연히 외동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을 하면서, 그래서인지 이렇게 제멋대로에 막무가내인 녀석이라며 화를 삭이던 내가 또렷이 기억난다.
도대체 모든 걸 내줄듯이 하던 내게 여동생의 존재를 숨겼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그 여자와 김태형은 뭐지?로 변질되었다. 김태형의 뚝뚝한 말투에 곧 눈물이라도 쏟아 낼 듯이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오빠.. 라고 말하던 여자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바싹 마른 입술이 앙 다물렸다. 아무리봐도 단순히 여동생과 오빠 사이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내 연애의 발칙함
* * *
“.....계속 이렇게 있을 거야? 걸리적거리니까 저리 가든지 아님 도와주던지”
미역국을 끓일 때 까지도 내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녀석이 이제 조금 귀찮아 지려고 한다. 화장하는 엄마를 구경하는 6살 계집아이처럼 나를 줄곧 쳐다보던 녀석은 이제 쳐다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허리춤을 안고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닌가. 고목나무에 매미도 아니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음식 하는데 계속 달라붙어 있는 녀석의 존재가 마냥 편한 것도 아니었다.
“싫지롱-”
결국 녀석을 뒤에 매단채로 보글보글 끓는 미역국 뚜껑을 닫고 삶을 고사리를 찬물에 헹궜다. 밖에서 샤브샤브를 먹거나 산채 비빔밥을 먹는 거 외에는 사실 나물을 집에서 해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끔 엄마가 반찬을 해 줄 때 빼고는 말이다. 그래서 나물을 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지만 장을 보는데 고사리가 너무 싸게 나와서 하나 집어와 버렸다. 어차피 정국이나 나나 고사리를 좋아하니까 잘됐지 싶다.
“정국아. 들기름 어딨지?”
들기름을 가져다 달라는 소리였는데 녀석은 대답은커녕 내 머리에 얼굴을 부빈다.
녀석에 행동에 으그. 드러워. 머리도 안 감았는데 면박을 주고 양념통 주변을 쑤셨다. 이쯤에 있을텐... 찾았다. 미리 달궈놓은 후라이팬에 들기름을 쏟아 붓고 찬물에 헹군 고사리를 탈탈 털어 팬에 넣었다. 타다닥- 하고 펜이 맛있는 소리를 낸다. 고사리도 볶고 소고기 미역국도 있겠다. 오늘 저녁은 밥 같이 먹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사리가 들어있는 팬에 간장과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고사리가 죽은 것처럼 느믈느믈할 때 깨소금을 넣고 한 번 더 휘저었다. 음, 이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뭐하냐, 너”
건강에 좋지 않다며 잡곡밥을 했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흰 쌀밥을 했다.
잡곡도 맛있지만 가끔 그냥 쌀밥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나보다 키도 덩치도 훨씬 큰 녀석을 뒤에 매달고 밥을 푸려는데 짧은 트레이닝 반바지가 살과 뜨는 사이로 녀석의 손이 불쑥 들어왔다. 아씨, 이게 또 왜이래? 다리를 꽉 오므리고 녀석을 최대한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전정국은 밉지 않게 샐쭉한 표정을 짓는다.
“안고 있으니까 몸이 자연스럽게 동한 게...”
“밥 먹자?”
“밥 먹기 전에 나부터 먹어줘”
까불까불 내 가랑이 사이에서 움직이는 손을 아프게 찰싹 때렸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내가 너를 먹는 거야? 네가 나를 먹는 거겠지”
그것도 뼈까지 발라 먹을 것처럼.
내말에 녀석이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거나 그거나. 하면서 몸을 부대껴왔다.
“조용히 밥 먹자?”
그러나 곧 말랑한 볼 살을 꼬집히고 만다.
힘 조절을 하지 못해 너무 세게 쥐었나본지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였다.
“맛있다!”
밥을 한 수저 크게 떠 입에 넣자 내게 꼬집혀 빨개진 볼이 부풀었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고사리와 밥을 함께 씹으며 맛있다고 엄지손을 치켜드는 정국이를 보자 괜히 마음이 뿌듯해지는 거다. 이 맛에 남자친구한테 밥을 해주는 거지 하는 마음도 들고 앞으로는 좀 자주 집에서 밥을 만들어줘야지 하는 마음까지. 예쁘게 미역국까지 떠먹는 정국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 시집와도 되겠어.”
샐죽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녀석을 보며 으이구 했다.
“누가 너한테 간데?”
녀석만큼이나 장난스러운 내 말에 정국이 발끈한다.
“나랑 안 할거야?”
“생각 좀 해 봐야지. 결혼을 덜컥 결정해?”
“와.. 당연히 우리 결혼 전제로 만나는 거 아니었어? 우리가 그 동안 역사 쓴 날을 셀 수도 없는데. 결혼 생각도 없으면서 순진한 나를 꼬셨어.“
얼마나 순진하시다고...
얼굴이 조금 붉어지기는 했지만 역시나 장난스럽게 오고가는 말이다.
그래도 정정할 건 해야겠다.
“아까도 말했지만 말은 바로하자. 네가 언제부터 순진했어? 지나가던 삼돌이가 웃겠네,”
삼돌이는 우리 동네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강아지다.
들리는 말로는 동네에 딱 하나 남은 오락실 주인아저씨 강아지라던데, 평소에는 꼭 주인 없는 강아지 코스프레를 하며 돌아다는 것이. 동네 사람들한테 여간 예쁨을 받고 다닌다. 전혀 인연 없는 삼돌이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유치원생까지 그 강아지가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닐 때 마다 ‘삼돌아!’라고 불러서 알게 된 것이다. 나와 달리 강아지나 고양이를 꽤 좋아하는 전정국도 삽살개 삼돌이 주려고 간식까지 사서 주고 그랬다.
“발라당 까져가지고...”
밉지 않게 나를 째려보던 정국이 다시 수저로 국을 떠먹는다.
흠, 그러나 녀석이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에 갑자기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 나도 슬슬 결혼 압박을 받게 되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결혼을 그렇게 일찍 가냐며 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렇지가 않아서 여자 나이 27이면 시집가기 적당한 남자를 데리고 와 인사시켜야 한다는 말을 넌지시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많이 늦춰봐야 30에서 32사이에는 정말로 결혼을 하긴 해야 할 텐데. 하지만 남자 결혼 적령기와 여자 결혼 적령기가 달라 정국이 한테 결혼 시기는 아직 멀어 보이고. 저렇게 매일 결혼하자, 결혼하자- 하지만 정말로 당장 결혼할 마음은 있는 걸까? 물론 정국이가 나를 만나는 동안 여자 문제로 속 쏙인 적도 없고 녀석의 말마따나 우리가 그 수많은 역사를 새긴 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위한 배려를 하는 녀석이다. 그런 전정국의 마음을 믿지 못 하는 건 아니지만.. 3년의 시간동안 긴 연애를 했지만 연애는 연애다. 연애와 결혼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정국아.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밥을 먹으면서 물 마시는 습관은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나는 밥을 먹을 때 물없이는 못 사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찬물을 꿀꺽 꿀꺽 마시고 물었다. 그러자 정국이 푸- 하고 웃는다.
“너 그 때, 내 말 신경 쓰여서 그러지”
‘정국아’
‘응’
‘우린 무슨 사이야?’
‘.....음, 글쎄 그게 중요한가?’
‘.....’
‘사람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가 있을까?’
‘.....’
‘뭘 또 그렇게 뚱해있어. 우린 사랑하는 사이지.’
‘.....’
‘난 너 없으면 못 살아.’
‘응’
‘에- 진짠데. 반응이 왜 이러지?’
정국이 어떻게 알고 짓궂게 군다.
“귀엽기는.”
진심으로 귀엽다는 얼굴이다.
여기서 내가 조금만 더 사랑스럽게 굴면 전정국은 못 참고 내 볼을 콱 깨물어 버릴지도 모른다.
“말했잖아. 사랑한다고”
“그래. 그렇지..”
나도 널 사랑하고 말이야.
“이것도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닌가 보네.”
“.....마음에 안 들기는”
“표정이 그런데 뭘”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 사실 막 감동스럽지도 않다.
“뭘 어떻게 말해야 우리 탄소가 만족하려나.”
전정국은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을 한다.
그 작은 행동에 결국 픽- 하고 웃은 건 나였다.
“뮤즈야 나한테 너는”
이제 그만하고 밥이나 마저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푹 숙이는데 정국이 담담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또 무슨 장난일까 싶어 고개를 들면 녀석은 그 담담한 목소리와는 어울리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를 보는 눈빛 또한 그랬다. 뮤즈. 뮤즈라. 어딘가 모르게 손 발이 오글거리면서도 간질간질한 단어다. 뮤즈라는 말은 드라마 속에서 가끔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말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 물론 뮤즈라는 유명한 아티스트도 있고. 그러나 중요한건 유명한 가수나 짜여진 드라마 대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가슴 한 구석 어디가 휑하기도 한 것이다.
“너를 만지면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매일 소름 돋아.”
“.....”
“딱히 네 몸매가 죽이거나 얼굴이 전지현급도 아닌데 말이야”
다행스럽게도 정국이는 절제된 표정을 하고 진지한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분위기를 잡지도 않았다. 녀석과 나 사이를 부유하는 공기는 가벼웠다. 은근히 내 몸매나 얼굴을 디스하는 말에 화를 내야 하나 싶었지만 기회를 놓친 내가 아? 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냈다.
“너는 나를 사랑하고 싶게 해.”
“.......”
정국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 이제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나? 하는 말로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 밥 먹다가 받은 최고의 프러포즈는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너는 나를 사랑하고 싶게 해. 사실 녀석 말의 정확한 뜻을 알지는 못했지만 따듯해 졌다. 여자로서 사랑을 받는다는 건 굉장한 행복이자 특권이다. 그리고 엄청난 사랑으로 내가 그 특권을 누리게 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답지 않게 볼이 발그레 해졌는지 정국이 다시 한 번 웃었다. 얼레리 꼴레리 볼 빨개졌대요 하면서.
내 연애의 발칙함
* * *
-암호닉-
저번 공지글에 달아주신 생존자분들만 적었습니다:)
늦게라도 그 글에 확인댓글 달아주시면 적어드려요!
8ㅁ8
♥ 집안 사정은 텍파를 받아보시지 않았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실거예요,,
대충 말해드리자면, 태형의 새엄마가 데리고 온 자식들이 석진과 희진이고. 그렇게 셋이 이복형제, 남매가 되었습니다.
물론 태형이는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호시탐탐 몸이 아픈 회장 대신 석진을 그 자리에 올리려는 새엄마를 견제하는 중입니다. 슬슬 팀장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죠
그나저나 전편에서는 태형이가 탄소를 붙잡고 끝났는데 그 후의 일은,
예 탄소가 태형을 위로해줬습니다:) 방법이야 어떻게 상상을 하든 위로를 해준 건 맞아요 허허
윽 저 부업으로 전문 과외 매칭시스템 뜁니다. 그래서 시간이 잘 나질 않지만 질질 기어서 들어온답니다 그래도 좋아오 후배님들도 보고 이렇게 ^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