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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온도 37 ℃
written SOW.
5-1.
조용히 좀 하자 얘들아. 여주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성적에 예민한 여주는 시험이 이틀이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조차
떠들고 있는 반 아이들을 흘겼다. 그런 여주를 그들도 같이 째려봤으나 여주의 옆에 앉아있는 정국과 눈이 마주치자 마자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전정국은 왜 우릴 저렇게 쳐다봐? 쟤 공부 안하잖아 지금. 반에서 좀 논다하는 여자아이가 제 남자친구에게 속삭였다.
이들이 정국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무서워서.
체육 특기생, 태권도 유망주 라는 키워드는 나쁘지 않았으나, 정국의 소문을 비롯한 정국 주변의 친구들이 그 꼴이니. 정국의 이미지가
깨끗할 리 없다. 정국은 자신의 소문을 잘 알고 있었다. 거의 태형과 지민의 영향이긴 하나, 그걸 딱히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귀찮았으니까. 나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가끔은 그런 소문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지금처럼.
"야, 전정국."
" ‥?"
여자아이의 남친, 그러니까 유재정이라는 남자아이는 제 여자친구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당당하게 -큰소리로- 정국을 불렀다.
간신히 집중을 잡은 여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재정을 노려보았고, 정국은 그냥 무시했다.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마인드로.
그런 정국의 고개가 돌아가게 한 건 바로 재정이라는 남자아이가 여주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넌 뭘 봐. 반장이면 다냐? 지가 무슨 서울대 갈 것도 아니면서 폼은 다 잡고 있어."
"‥."
여주는 짜증나고, 분했지만. 무서웠다. 더군다나 오늘은 주현이 독감 때문에 빠진지 2일 째 되는 날이었다.
주현과 여주와 함께 다니던 여자아이들이 여주에게 유재정이라는 애, 싸이코라고, 완전 미친놈이라고 한 게 떠오르는 바람에
여주는 다시 문제집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시하자.
"야, 무시까냐? 씨발 반장이라는 게 급우의 말씀도 무시하고~"
분위기는 점차 차가워지다 못해 시렸다. 다른 아이들은 모른 척 하며 열심히 문제 푸는 척을 하기 바빴고, 비꼼의 대상인 여주는
겉으론 태연한 척 했지만 샤프를 쥔 손이 덜덜 떨리는 바람에 그저 이 상황을 누군가라도 빨리 정리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재정의 여자친구는 실실 웃으며 그만하라곤 했지만, 왜 남자들의 그 어이없는 허세끼가 발동한거다. 이거놔 봐, 내가 ‥!
"니가 어쩔건데."
정국이 얼마 전 부터 들고 다니던 플라스틱 텀블러를 재정의 발 밑으로 던지며 말했다. 니가 어쩔거냐고 씨발.
꽤나 튼튼해 보이는 텀블러가 조각조각 난 것으로 봐선, 정국은 어딘가 심사가 뒤틀린 것일 터.
평소에 예의도 바르고, 감정도 잘 절제해서 태형이 언제나 정국에게 부처가 아니냐며 놀렸었는데, 이 상황을 태형이 본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 이다. 전정국이 빡쳤드아 하면서.
재정은 쫄았다. 매섭게 자신을 쳐다보는 정국 뿐 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자신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달까.
뭐, 어차피 자신이 정국과 붙어봤자 이기는 건 99.9% 확률로 정국의 승일 것이다. 남자들의 서열은 그러했다. 붙어보지 않아도,
그들은 본능적으로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안다. 그래서 재정은 찌질하게도 물러났다. 발로 의자를 걷어차며 마이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 물며 밖으로 나간 것. 그걸 조용히 카메라로 찍은 정국이 "너 신고." 라고 말했고, 재정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괜찮냐?"
"어? 어 ‥ 난 괜찮은데, 너 쟤랑 싸웠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럼 너 대회도 못 나갈거 아니야."
"지금 내 걱정?"
"뭐래."
정국 자신조차 왜 저런 병신을 상대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으나, 자꾸만 짐작이 가는 이유에 벌떡 일어나 조각난 텀블러를 치웠다.
머리도 식힐 겸, 계속 제게 쏟아지는 시선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도 도와줄게."
"니가 이걸 왜 치워, 빨리 공부나 해 범생아."
"빨리 해야 니가 치우는 소리가 안나서 안 시끄러울거 아니야. 김칫국 드링킹 자제 좀."
이미 공부분위기는 깨진지 오래였지만, 정국과 여주는 속삭이면서 대화했다. 그러던 와중 플라스틱 조각이 찔린 건지
피를 뚝뚝 흘리는 여주에 정국이 식겁하며 부반장에게 "야, 자습쌤이 오면 우리 보건실 갔다고 해." 하며 교실을 나갔다.
그들을 보는 반 아이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귀는 거 같지?"
"사귀네."
"사귄다에 내 코딱지를 건다."
"더러운 새끼."
5-2.
보건실을 가는 내내, 정국은 여주에게 한 바탕 잔소리를 쏟아냈다. 그러게 내가 치운다고 하지 않았냐, 왜 고생을 사서해서 몸에 상처를 만드냐.
계속해서 잔소리를 쏟아내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주에 정국은 당황했다. 왜, 왜 그러는데.
"미안한데, 손 좀 ‥."
"아, 미, 미안."
왜 말 더듬냐 전정국 이 또라이야 ‥. 정국은 3초 전의 자신을 원망하며 손을 놨다. 하지만 손으로 지혈 하고 있었던 터라 손을 떼자마자
나오는 피에 정국은 황급히 다시 손을 잡았다. 이러고 보건실까지만 가자, 어?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답은 없는 여주에 정국이 고개를 숙인 여주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며 다시 물었다.
"괜찮지?"
"아, 보지마!"
미친, 진짜 X나 귀엽다. 왠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니 ‥ 얼굴이 아주 홍당무가 됬네.
저도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에 정국은 그냥 실실 웃었다. 심장이 기분좋게 뛰고, 여주의 다친 부위에서도 자꾸 맥박이 쿵쿵 뛰었다.
빠르게 뛰는 이 맥박이 여주의 심장 소리면 좋으련만.
"아 진짜 ‥ 나 놀랐단 말이야."
"어?"
"니가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 어떻게 그걸 던질 생각을 해? 다른 애 맞았으면 어쩔 뻔 했어!"
"아 ‥ 다른 사람을 실수로 맞힌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
정말이었다. 태초부터 운동신경이 뛰어난 정국은 자신이 확실시 되지 않는 상황에선 위험한 짓을 하지 않았다.
공도 자신이 맞출 수 있는 거리에서만, 발차기도 자신이 맞힐 수 있는 타이밍에서만. 그래서 그냥 잡히는 대로 던졌는데, 그게 산지 하루 된 텀블러였을 줄은.
"뭐, 많이 놀랐냐?"
"너 같으면 안 놀라냐, 갑자기 옆에서 막 플라스틱이 튀는데."
"튀었어? 어디?"
"안 다쳤어, 안 아파. 빨리 보건실 가기나 해."
"응 ‥."
강아지마냥 처진 정국의 옆모습을 슬쩍 바라보던 여주가 남몰래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좀, 귀여운거 같기도 하고.
보건실에 당당히 들어갔으나, 안타깝게도 선생님은 없었다. 보건선생님이 자유롭다는 말은 들은 거 같은데, 문도 안 잠구고 나가실 줄이야.
당황한 듯한 여주완 다르게 태연히 흐르는 물로 여주의 상처를 씻어낸 정국이 거즈와 소독약을 가져왔다.
그걸 보던 여주는 7.0의 동공지진이 발생했다. 아, 소독약 싫은데 ‥.
"소독약 싫어해?"
"아, 아닌데."
"그럼 뿌린다."
"아 잠시만, 으! 아파!"
보글보글, 상처부위로 들끓는 거품에 여주가 울상을 지었다. 아니, 거의 눈물이 고여 흘러내리기 직전이었다. 워낙 아픈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아프면 아픈대로 티가 다 나는데, 소독약을 한 바가지 부었으니. 아프지 않을리가.
"너 이거 제대로 하는거 맞아? 베인거에 소독약 뿌리는거 맞냐고! 아니, 이거 거의 붓는 수준이잖아."
"감으로 하는거야. 오빠만 믿어."
"아, 오빠고 나발이고 빨리! 아 아파죽겠네."
앓는 소리를 한참 내던 여주는 거즈를 다 감고 나서야 한숨을 푹 쉬며 손에 얼굴을 묻었다. 아, 쪽팔리게 눈물은 왜 나온 거야.
정국에게 들키지 않게 회전의자를 돌려서 눈물을 닦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전의자를 제 쪽으로 돌리는 정국에 눈물을 그대로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우냐?"
아 아니거든! 다시 반대 쪽으로 의자를 돌린 여주가 마저 눈물을 닦고 일어나려 한 타이밍에 다시 의자를 돌린 정국에
여주가 의자 다리에 걸려 중심을 잃었다. 아, 나 또 다치겠네 18. 여주는 넘어지기 전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얘 앞에서 쪽팔린게 대체 몇 이냐, 지금 이 상태로 넘어지면 겁나 추한 꼴로 넘어지겠지.
"헐."
근데 왜 ‥ 내 눈앞에 보이는게 바닥이 아니라 전정국 얼굴이냐고.
5-3.
여주나 정국이나, 서로 눈이 마주치면 서로 피하기 급급하길 3일,
하필 시험이 겹쳐선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시험이 끝난 후엔 정국이 훈련이 잡히는 바람에 2박3일로 학교를 못 나갔다.
훈련받는 내내 정국이 생각한 건 이거 하나였다. 아, 학교가면 진짜 제대로 사과 해야지. 아, 그런 장난을 왜 쳐선 진짜!
"후 ‥."
"막둥이. 왜 한숨이야."
"아, 형."
훈련의 마지막 날, 언제나 그렇듯이 합숙의 결과는 참혹하게도 모두 체력거지인 상태로 주무시는게 대부분인데, 정국만 유일하게
한숨을 푹푹 쉬며 잠을 못 이루니, 그의 룸메이트인 호석이 궁금할만도 했다. 아직도 안 잤냐는 정국의 어투에 호석은 니가 그렇게
이층침대야 무너져라~ 하면서 한숨을 쉬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자냐는 말로 재치있게 상황을 풀어나갔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
"아, 근데 ‥ 별거 아닌데."
"뭐야, 뭔데? 별거 아닌데 니가 이럴리는 없고."
호석이 이리저리 생각을 해봤지만 딱히 생각나는게 없음에 정국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떠오는 남준의 말에
호석이 흥분하며 정국에게 물었다. "여자냐? 여자 생겼냐 전정국?"
"‥ 여자 생긴건 아닌데, 여자애 얘긴 맞아요."
"미친, 김남준 그거 태권도 하지말고 점집해야하는거 아니야?"
"? 남준이 형이 왜 ‥."
"그건 됐고, 빨리 말해봐."
대답을 재촉하는 호석에 정국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 때의 상황을 풀어나갔다. 남자애에게 텀블러를 던졌다는 부분에선 호석이 더 신나했다.
그거, 쌤통이라면서. 근데 그런거에 신경도 안 쓰는 정국이 니가 왠일이냐는 말도 덧붙였다.
정국은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정국은 사실 알고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는데도, 여주를 향해 욕하는 놈의 목소리와,
그걸 듣고 떠는 여주의 손을 보고 그냥 빡ㅊ … 아니, 화가 나서 던진거다. 그래, 깔끔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근데 내가 왜? 김여주 걔가 떠는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서, 니가 그 여자애 한테 장난을 쳤는데, 그게 그 ‥ 어후 민망스럽네. 얼굴이 가까웠다고? 얼만큼?"
"이 정도?"
"뭐야, 키스 안 한게 용하다."
"아 형!"
"장난."
토마토마냥 붉어진 정국을 보며 한참을 웃던 호석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넌, 걔한테 그냥 사과만 하고 끝낼거야?
그런 호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말을 하는 정국을 보며 호석은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내리쳤다.
"어후, 이 답답아. 이 기회에 확 관계를 바꾸는거야. 걔는 100% 너 친구로 생각할 껄? 딱 이 타이밍에 니가 고백을 하면!"
"미쳤어요, 형? 내가 걔한테 고백을 왜 ㅎ ‥!"
"너 걔 좋아하는거 아니야?"
누가 귀를 세게 치고 간듯, 멍멍한 귀에서 계속 울려퍼졌다. 내가, 김여주를?
"에이, 말도 안돼. 내가 걔랑 알면 얼마나 알았다고."
"원래 사랑은 그런거란다 막둥아 … 너도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거야."
"고작 1살 차이 면서."
"크흠, 그런 말은 제껴두고. 일단 넌 어떻게 하면 가장 멋있게 고백할지 생각해 봐. 내가 보기엔 걔도 잠 못잤을껄."
이거 또 김칫국 드링킹하는거 아닐까. 정국은 내심 고민이었다. 하지만 인정하긴 싫었다. 이래봬도 꽤나 순수한 연애가치관을 가진
정국은 제 주위 -김태형과 박지민-이 아무리 많은 여자를 사귀었어도 주위에서 꿋꿋히 자신은 운명같은 사랑을 할 것이라는
소녀스러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여주와 자신은 첫인상이 좋지 않았고, 여주가 자신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고백을 한다 한들, 받아줄리 만무했다.
"그냥 사과할래요. 받아만 줘도 고마운데, 무슨 고백이에요."
이미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작의 조짐인데, 그걸 모르는 정국은 그저 여주에게 사과할 거리들만 잔뜩 쌓아놓고 있었다.
5-4.
" ‥."
"어."
자신도 모르게 반가워서 눈을 마주친 여주가 교복을 제대로 갖춰입은 정국을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정국이, 교복이라니. 심지어 입학식날 마저도 츄리닝을 입고 오셨던 분 아니신가.
이른 시간이라 하필 둘 밖에 없는 교실에 제 목소리가 퍼지자 여주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도 고개를 숙여 자리에 앉았다.
아, 쪽팔려 진짜! 표정 진짜 얼빵했을거야.
"야."
"어?"
"미안."
미안? 뭐가? 정국의 사과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는 #여주를 보며 정국이 덧붙였다.
"그 때 , 그 , 내가 너한테 보건실에서 장난친거."
정국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주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터뜨렸다. 정국의 앞에선 처음 웃는 모습이었고,
정국도 여주가 이렇게 해맑게 웃는 건 처음보는 거였다. 아, 웃을 때 입동굴 있네 얘. 눈웃음도 할 줄 아는 구나.
짝궁한지 꽤 됬는데도 여주의 환히 웃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한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여주의 웃는 얼굴을 관찰했다.
그러다가도 어디선가 피어오르는 몽글몽글한 감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해서 정국은 입을 닫았다.
나, 방금. 웃는거 예쁘다 라고 할려고 한거 맞지? 미친거 아니야?
"그게 무슨 사과할 일이라고. 됐어, 다 잊었어."
손을 휘휘 저으며 여전히 웃는 얼굴로 정국에게 상관쓰지 말라는 여주에게 정국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 형. 형 말이 맞나봐. 어떡하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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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와서 미안해요 ㅠㅠ 오랜만이쥬ㅠㅠ 저 현생 진짜 완전 치여서 3망하실듯 히히... 수능끝나고 행복한 마음으로 보라고
수능 D-4에 살포시 올리고 가욥 고3 언니오빠들 화이팅..! 수능보는 모든 분들 화이팅..!
모두 기쁜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