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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W
학교 양아치 지민 X 전국1등 너탄 X 돈 많은 사창가 마담 아들 태형
학교에는 무수히 많은 소문들이 돌아다닌다. 그 소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따라 파급력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비록 세계가 알고, 전국이 알지는 못하더라도 이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를 흔들만한 인물은 우리 학교에서 딱 3명.
선생님들은 물론 부모님마저도 그의 성깔에 혀를 내두른다던 박지민.
귀티나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사창가 골목에서 컸다던 김태형.
그들만큼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그들의 하나 뿐인 친구 '김여주.'
어떻게 그들의 소문이 퍼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소문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그들은 이미 우리 학교 뿐만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유명인사였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누구냐고? 나를 칭할 수 있는 단어는, 이 학교에서 딱 하나다.
이름도, 별명도 아닌 '1등' 이라는 것. 잘하는게 뭐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공부가 아니라 1등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왜 그렇게 1등에 집착하냐며 박지민이 내게 물은 적 있었다. 당연한 걸 묻는 박지민에 들고 있던 영어단어를 한 쪽에 치워두고 말했었다.
'편하니까.'
잔인하지만, 현실이었다. 몸으로 쓰는 일보단 머리로 쓰는 일이 비중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도 내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생각이라는 걸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영단어 암기도 제쳤는데, 그는 나의 진심어린충고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는 박지민과 김태형, 그리고 나의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라기엔 어색했으며 친구가 아니라기엔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게 많았다.
아, 한가지 덧붙이자면 박지민과 김태형은 앙숙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들의 질나쁜 관계에 끼어들게 된 나는 하루하루가 거지같을 뿐 이었다.
"화장했어?"
" ‥ 어."
"왜?"
차마 내게 기대를 거는 김태형에게 박지민이 생일선물로 준 화장품을 써보고 싶어서라는 솔직한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분명 그는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했다는 말을 듣고 싶을 터. 왜 나에게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기분 나쁘진 않았다. 그는 내게 신경을 쓰는만큼, 나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내가 왜 1등에 집착하는지. 내 인생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모두 그가 꿰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못하겠어?"
"응."
"그럼 내가 대신 말해줄까?"
" ‥ 해봐."
"박지민이 준거, 쓰고 싶었지?"
나는 말을 잇지 않는다. 이을 필요도 없었지, 이미 해답을 꿰찬 그에게 내가 더 이상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감정적인 부분은 그가 삼켜내야 할 부분이고, 떠먹여주는 보모역할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처럼 여기 멈춰있다.
눈치 빠른 아기 덕분에 말이다.
"거짓말이라도 해주면 어디가 덧나?"
"어, 덧나. 그만 보채, 짜증나."
"키스하고 싶어."
"왜 말이 그렇게 흘러가?"
"음 ‥ 의식의 흐름?"
"지랄하지마."
쓰읍-, 맘에 안 든다는 듯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던 태형은 결국 내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키스가 아닌 입술 부비기였다.
그는 그의 환상을 나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 키스를 하되, 혀를 섞진 않았다. 키스를 하되, 연인관계는 아니였다.
김태형과 나의 관계, 의 정의다.
*
김태형과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다면, 박지민과의 관계도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박지민과의 관계를 명확히 내릴 수 없었다.
그가 학교에 나와야 이 애매한 관계를 끊거나, 맺을 수도 있을 텐데 그는 좀처럼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나는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김태형도 마찬가지고.
그가 학교에 얼굴을 내보이는 날은 거의 없었다. 혹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는 학교를 제 침낭으로 생각할 뿐이다.
접점 없어보이는 그와 내가 서로에 대해 비밀을 알게된 건 그의 새어머니와 나의 새아버지가 결혼한 덕분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와 나는 호적상 가족이다. 박지민의 새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나의 새아버지와 가정을 꾸렸다.
나의 하나뿐인 엄마가 죽은 시기도 그와 같았다. 11월 16일. 하필 나의 생일이었다.
나의 생일이 서로 부모님의 기일이기에, 그는 나의 생일을 끔찍이도 여겼다. 고작 3년을 안 사이지만, 나는 우리의 '새'부모님보다
우리가 더 연대가 끈끈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가 가장 위태로웠던 시절인 16살부터, 18살인 지금까지 나는 지민에게, 지민은 나에게, 가족이 되어주었다.
박지민은 학교에는 잘 나오지 않았으나 내가 하교할 시간만 되면 나를 데리러 왔고, 주말엔 나와 집에서 뒹굴거렸다. 학교에 오지 않는 그의 시간은
모조리 주말에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김태형과 같이 내게 입술을 부비진 않지만, 내 손을 제 신체의 일부마냥 그러안는다.
뭐, 이런 관계를 '친구'라고 정의하고 싶진 않다. 할 수도 없을테고 , 앞으로도 쭉, 이럴 것이다.
나와 박지민 사이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건 '금기의 선'일 것이고, 나와 김태형 사이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건 '사랑'일 것이다.
같은 감정을 다르게 표현 할 수 있는 언어에 나는 가끔 감탄을 하지만, 너무 발달한 언어덕에 이런 쓰레기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애초에 언어가 발달하지 않았으면, 인간은 이렇게까지 진화하지 못했을 거니까.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새'부모님 아래에서 아직까지 살고 있는 이유는 내게는 박지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는 '0'으로 떨어지는 공식.
내게 박지민은 '공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Preview : ″ 그들은 정의한다. ″
아, 좀 좆같게 굴지마. 입 안에 머물던 문장들이 결국 칼이되어 날아갔다. 태형은 언제나 그렇듯 그 문장들에 쉽게 베인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는다. 그는 제 감정을 숨기는데 도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그의 깊이는 언제나 수렁같아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그러게 왜 공부만 해. 여름방학 때는 좀 놀고 그래야지."
"다른 애들 공부하는 거 안보여?"
"자습하는거? 이게 내가 아는 자습의 정의야?"
" …."
이놈의 학교는 자습하러 학교에 나왔으면 자습을 해야지, 다 쳐 자고 있냐. 언제부터인진 모르지만 깨어있는 사람은
나와 김태형뿐인 것에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한심한 학교에 떨어진 내가 잘못이지.
꼴통학교라고 유명한 곳 이었다. 학습 분위기도 별로라고 했다. 그 소문들은 일치했다. 그리고 박지민과 김태형에 관한 소문도,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다.
"넌, 소문같은거 신경 안써?"
"무슨 소문?"
"아, 내 입으로 말하긴 좀."
"아, 우리 엄마 마담이라는거?"
"목소리 좀 낮춰, 그냥 광고를 하지 그러냐."
"광고비가 얼만 줄은 알아?"
"넌 왜 항상 얘기가 딴 곳으로 새?"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대화는 내가 가장 안 좋아하는 대화 유형 중 하나다. 어려운 질문도 아닐텐데 굳이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려는
김태형에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그를 벤 것도 같다. 근데 어떡해, 사실인걸.
"그 소문이 뭐, 사실인데 내가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해."
" ‥."
"너도 사실인거, 알면서 왜 물어?"
"그냥, 넌 정말 괜찮은가 싶어서."
"괜찮을리가 없지, 누가 내 얘기하는거 들으면 정말 반 죽이고 싶어."
" ‥."
"근데 실천은 하지 않으려고, 네 얘기는 안 도니까."
그는 그 자신에게는 무디면서 언제나 나와 관련된 이야기면 이빨을 드러내곤 했다. 맹수 하나를 기르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말을 해서 통하는 점이 있었다면 진즉에 그랬을 것이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으니 이제 포기했다.
"너 아직도 사람 패고 다녀?"
"그럴리가."
"근데 왜 어제 7반 김균성 얼굴에 푸른 꽃이 잔뜩 폈어?"
" ‥."
7반 김균성이라면 내 얘기를 즐겨하던 새끼다. 지가 쥐새끼도 아니면서 여기 저기 내 얘기를 새끼치고 다니길래 언젠간 손봐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보란듯이 얼굴에 푸른 멍들을 잔뜩 달고 왔더라. 박지민은 어제 학교에 안 왔고, 김균성이 내 얘기를 하고 다닌 건 고작 일주일도 안 됬으니까
김균성 얘기가 박지민에게 들어갔을리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지민은 저렇게 '나 얘 때렸어요.' 라고 광고하듯이 보이는 곳에 상처를 남기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소리 소문 없이 입원하게 하기는 하지만.
"넌 왜 보이는 곳에 꽃을 피워, 누가봐도 '나 김태형한테 쳐 맞았어요.' 라고 광고하고 있잖아."
"너 아니면 몰라."
"김균성은 알지."
"아, 송태현도 알껄, 그 새끼도 옆에 있었어."
"안 물어봤어."
애새끼가 따로 없다. 지금이 어떤 시댄데 사람을 패. 김균성이 자존심 강한 성격이 아니었더라면 이미 김태형은 최소 정학이었을거다.
자존심 강한 김균성은 자신이 누구랑 싸운 영광의 상처라고 하던데, 그 대목에선 좀 웃었다.
"송태현은 왜, 너랑 같이 팼어?"
"걘 구경. 그리고 내가 팬거 아니야."
"웃기지마."
"송태형 후배가 누구더라, 어쨌든 잘생긴 그 새끼가 때렸어. 내 손 쓰기 귀찮아서."
"앞으로 그런 쓸데없는 짓 하지마. 네가 내 신경 안 긁어도, 난 충분히 힘드니까."
"네 신경 안 긁게 내가 옆에서 다 치워주잖아. 뭐가 문제야?"
"네가 내 일에 상관한다는게 문제야. 니가 옆에 있으면 ‥ 신경쓰여서 집중이 안돼."
"왜? 나랑 붙어 있는게 좋아서?"
"그런 지랄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고."
송태현은 김태형하고 친하게 지내는 무리 중 가장 활발한 놈으로, 나와도 안면이 있는 녀석이다. 근데 송태현이 후배까지 사귀는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잘생겼다니. 좀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었지만, 접었다. 어차피 김태형이 있는 한 나는 그 후배 얼굴은 물론이고 그림자도 제대로 못 볼 것이다.
잘생긴 남자를 내 주변에 둘리 없다. 내 짜증 요소를 주변에서 모조리 치우는 태형은 제 짜증 요소까지도 모조리 치워버리니까. 그 중 내게 관심을 갖는 남자들도
포함이다. 사실 내게 관심을 갖는 남자는 한 명도 없는데 말이다. 모두 그의 착각 속에 일어나는 망상 덩어리 지만, 그 덩어리에 맞으면 꽤나 아프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 ‥."
박지민, 염색했어? 자연스레 내 옆자리에 앉은 박지민이 애쉬 그레이 빛 머리를 내게 들이밀었다. 아무리 여름방학이라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색으로 할 줄이야. 근데 그게 또 잘 어울려서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잘 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어울려?"
"응, 예뻐."
"김여주, 나는?"
"네 머린 검정이잖아."
"아 ‥ 나도 탈색할까?"
"하지마, 난 검정머리가 좋아."
셋이 모여 대화다운 대화를 한 게 벌써 한 달 전이다. 김태형이 정학으로 일주일, 박지민이 간헐적으로 빠진게 한 달.
방학이 되서야 학교에 오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평소때나 올 것이지, 꼭 필요없는 날에만 출석을 하는 박지민에 그가 유급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근데 넌 학교 왜 왔냐."
"김여주랑 영화보려고."
"? 김여주 너 오늘 독서실 간다며."
" ‥ 박지민 저게 혼자 정한거야. 난 동조한 기억 없어."
지 멋대로인 박지민은, 언제나 지 멋대로 멋있었다. 염색을 해서 그런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전에는 '조금' 섹시한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조금 많이' 섹시했다. 그냥, 섹시하다고.
야한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환영이지만, 그 대상이 박지민이라면 좀 위험했다. 왜, 저 자식은 내 가족인가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표면적으로 나는 그와 가족이다. 내면적으로는 ‥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안 갈꺼야?"
"가."
너무나도 개같고, 뭣같지만, 나는 이 두 남자를 좋아한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내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정의이기도 했다.
나는 적어도 3시간 뒤면 박지민과 영화관에서 유유히 나올 것이고, 박지민과 걸어가는 도중에도 김태형을 떠올릴 거다.
나쁜 년, 쓰레기. 모두 나를 지칭하는 단어라고 해도, 나는 반박할 수 없다. 사실 이니까.
이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늪에, 나는 영원히 잠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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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Boss 후속작, 연애의 온도 ℃ 후속작.
둘다 완결하고 가져올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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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암호닉과 다르게 받을겁니다. 감사해요 항상!
읽고 감상평 남겨주고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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