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주장 전정국 X 교대생 너탄
W. 교생쌤
출처
유튜브 - koreanpop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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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랑 헤어진지 이틀이 지났다. 그 새끼는 정말 나와 헤어지길 마음 먹었는지 이틀간 연락 한 통을 안했다.
단언컨대, 난 절대 그의 전화를 기다리지 않았다.
학교가서 수업들어도 전혀 집중이 안된다. 곧있으면 방학이라 학교도 안가는데 그럼 이제 뭐 하면서 살지.. 사실 이번년도 초에 민윤기랑 겨울에 스키장에 가기로 했었다. 지는 눈이 많은게 싫기는 한데 스키는 좋다네나. 아 잠깐 나 왜 자꾸 민윤기 얘기하냐?
난 절대 그가 보고싶다거나 그가 그립지 않다, 절대.
"에이씨, 민윤기 이 쓰레기.."
개새끼야;
교대생이, 미래의 선생님이 입이 거칠어도 되냐? 알빠냐, 지금 내 심리상태가 그 새끼만 떠올리면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데.. 너무 많이 울었는지 이제 눈물도 안난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침대 머리 맡에 올려둔 휴지는 필요없다는 걸 암시하는 듯 내 눈은 멀쩡하게 잘만 꿈뻑였다. 아, 생각보다 눈물이 잘 안난다.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가오는 민망함에 애꿎은 휴지만 침대 밖으로 던졌다. 인생 뭐 있냐? 잠이나 자자.
그렇게 잠을 청하려고 이불을 꼭 끌어안은채 눈을 감았다. 꼬르륵. 참 타이밍도 기가 막히지.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이별을 하더라도 먹을 건 챙겨먹고 살아야지.
"아, 뭘 해먹어야 하나.."
민윤기, 뭐 먹을래
아, 미친. 무의식 중에 너무 자연스럽게 민윤기를 불렀다. 나 이외에 아무도 없는 거실에는 내 목소리만 웅웅 울렸다. 나 방금까지 걔 욕한 애 맞니?
'여보, 밥먹자'와 같이 달달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는 사실이 날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그는 나없이도 다른 여자와 잘 지내고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날 괴롭게 만들었다.
아침밥을 해먹으려 들어왔던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자는 마음이 싹 가신다. 도마와 손에 꼭 쥔 칼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칼을 도마위에 내려놓았다.
호화롭게 차려먹기는 글렀다는 뜻이다. 밥상차리다 항상 민윤기가 해줬던 백허그가 생각이 나 울게 뻔했고, 밥먹다가 민윤기가 얹어준 반찬이 떠올라 숟가락을 내려놓을 게 뻔했다.
밥이 땅기지 않자 자연스레 냉장고를 발걸음을 옮겼다. 난 돼지니까 먹을게 많을거야.
"치즈, 우유, 빵.."
에그타르트
에이씨, 안먹어. 더러워서 내가 이 집을 나가던가 해야지. 냉장고를 여는 순간, 민윤기가 좋아하던 에그타르트가 눈에 들어왔다. 헤어지기 일주일 전, 그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같이 먹자며 냉장고에 넣어뒀던 것이었다.
아니 그럼 다 먹던지 왜 남의 집 냉장고에 쳐박아두냐고...
갑자기 찡해지는 코끝에 냉장고 문을 쎄게 닫아버렸다. 그러다 다시 냉장고 문을 열고는 에그타르트를 꺼내 들고는 미친듯이 먹어댔다. 절대 네가 남기고 간 거라서 먹는게 아니다.
나는 돼지니까 너무 배가 고파서 먹는거야.
"맛없어"
먹던 것을 멈추고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겉이 입 안에서 살살 녹았고 구름이 음식으로 바뀐다면 에그타르트의 속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포근하면서도 달짝한 속이 입천장 곳곳에 묻어났다.
이 가게 맛이없다. 민윤기는 음식 고르는 센스도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는 남은 에그타르트를 다시 기계처럼 먹어댔다.
쓸데없이 내 취향이다.
"야 여기다"
"침침, 잘지냈냐?"
"너야 말로 갑자기 연락하고"
무슨 일 있냐?
내가 무슨 일은, 그냥 보고싶어서 전화했다.
아, 소름돋아. 너 무슨 일 있지?
그렇게 말하고는 양팔을 문지르는 지민이다. 야이 나쁜놈아, 친구가 보고싶었다잖아. 자꾸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어오는 지민이에게 아무일도 없다고 계속 둘러댔다.
지민이는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가장 오래 된 친구다. 불알까지는 아니고 절친정도? 사실은 내가 지민를 보고 반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 남녀관계가 아닌 휴먼 대 휴먼으로 말이다.
지민이는 무용과에 재학중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시작했는데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당당히 예고에 수석입학하고 예대도 거뜬하게 Pass.
"야, 나 갑자기 너 춤추는거 보고싶어"
"여기서?"
"응, 여기서"
"지지배가 미쳤나봐. 나중에 공연하니까 그때 와서 봐"
주연?
응
당연하지, 박지민인데.
그럼 당연하지.
그렇게 서로 짧게 대화를 주고 받다 마주친 시선에 서로 풋하는 소리를 내며 웃어버렸다. 너도 나처럼 그 때를 떠올리는 듯 싶다.
'너 왜 몰래 훔쳐봐?'
'보면 안돼? 잘추길래 보고싶어서 봤는데'
'안돼'
'왜?'
'나중에 학교무대에서 공연하니까 그 때 앞에서 봐'
'주연?'
'응'
'당연하지, 박지민인데.'
'그게 왜 당연한거야?'
'너니까 당연하지'
'또라이'
사실 그때 지민이랑 친해지고 싶었다. 왜 그런 거 있지않냐? 예체능하는 친구 한 명쯤 두는 것. 어린 마음에 친해지고 싶은 생각에 아무렇게나 막 말한 것 같다. 그때, 지민이는 날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드는 옛 생각에 우리 둘다 기분이 좋았다. 우리 둘에게 공통점이란 하나도 없었지만 나름 쿵짝이 잘 맞는 중학교 시절을 보냈고 지민이가 예고에 붙은 날 서로 부둥켜 안고 울고 난리를 쳤었다.
시발! 너 없으면 나 왕따라고!
그게 내가 박지민한테 했던 말이었다. 고등학교가서도 연락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나는 내가 원하던 학교에서 떨어져 지민이의 옆학교로 배정이 되었고 결국 고등학교 3년동안 지민이는 내 등하교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걸 아니꼽게 생각한게 민윤기였지. 등학교 앞으로 자기가 해줄테니 박지민과 다니지 말라 화도 내었고 그렇게 말해놓고 자기가 늦잠을 자서 날 지각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민윤기도 음악했는데. 아, 나 왜 또 민윤기 생각하냐..
"너 헤어졌냐"
"응?"
"너 남친 얘기 안하네"
"뭐, 알잖아. 너 눈치 빠르잖아"
오래도 사겼다.
그니까 말이야.
옛생각에 즐거운 것도 잠시 너도 나도 침묵에 빠졌다. 아무말 없이 쳐다보는 것이 너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였고 그것을 아무말 없이 받아주는 것이 나의 최선책이었다.
어쩌겠는가. 내 아무리 민윤기가 그립다 할지라도 그와 난 이별을 했고 끝났는 것을. 내가 아무리 민윤기를 좋아해도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그것을 부정하면 뭐가 달라지나.
"야, 나 먼저 간다"
"네가 불러놓고 가버리냐?"
"너 여친 만나"
나 갑자기 고등학교 가고싶어
야, 같이가
아니, 나중에 같이 가. 오늘 나 혼자.
그렇게 말하고는 커피와 가방을 들고 무작정 카페를 나와 옛동네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덩컬거리는 버스 안에는 할머니 두분과 아이엄마와 아이가 앉아있었다.
맨 뒷자리로 가 창밖으로 바라보았다. 밖에 보이는 풍경에는 건물 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옛동네라 해봤자 몇정거장 안된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 가기 위해 지민이와 버스를 타고 항상 이 자리에 앉아 얘기를 했다. 4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우리가 버스를 타는 시간엔 항상 사람이 없었고 우린 항상 맨 뒷자리만을 선호했다. 허한 옆자리에 지민을 안데리고 온 것이 약간 후회가 된다.
그래도 카페에 있는 너도 나와 같은 상상을 하고 있겠지.
버스는 점점 익숙한 길로 접어들었다. 언덕을 천천히 오르고 조그만 집들을 간간히 지나쳐 천천히 도로 위를 달린다. 중간중간 나와 민윤기가 자주 갔던 음식점들이 보였다.
고1 1년간 연애하는 동안에 그는 절대로 나를 불러내지 않았다. 항상 우리 동네로 찾아와 함께 있어줬다.
이번 정류장은 시혁고등학교, 시혁고등학교 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또다시 생각나는 민윤기의 생각에 눈시울이 불거질려 했다. 때마침 들려오는 알림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벨을 눌러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고나서 조금만 걸어가면 내 추억이 담긴 고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정문을 지나가면 때마침 정규수업이 끝났는지 우루루 몰려 나오는 학생들이다. 흐뭇하게 보던 것도 잠시 낯선 교복에 당황스러웠다.
학교 이름은 분명 시혁고등학교인데 왜 교복은 내가 그 때 입었던 교복과 다른 것인가.
혹시나 잘못왔나 싶은 마음에 아무학생이나 붙잡고 여기가 시혁고가 맞냐 물어보면 대충 맞다고 대답하고는 지나가 버린다. 싸가지하고는... 교복이 바뀐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는 다시 학교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잡고는 자신을 보게끔 돌린다. 깜짝 놀라서 소리도 못지르고 그대로 돌아서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봤고 마주하게 된 얼굴은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맞네. 그 울보"
"고딩? 너가 왜 여기있어?"
"어, 말논다"
왜 여기있냐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왼손에 들린 바나나 우유를 쪽쪽 마셔대는 고딩이다. 저번과 똑같은 교복에 추가된 것이 있다면 책가방과 오른손에는 꽤 오래 신은듯한 축구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마실래요?
아무렇지 않게 자기가 마시고 있던 바나나 우유를 건네는 고딩에게 경악하면 장난친 것이었는지 살짝 웃어보이고는 다시 입으로 들어간다. 저번부터 자꾸 놀려먹는다.
"하교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너 왜 여기있냐니까?"
"등교"
"...?"
"등교하는데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앞뒤 다 짤라먹고 등교한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받아쳐야하니"
"아, 대회갔다가 등교"
"대회?"
"저 축구해요"
여기 축구부 주장.
그렇게 말하고는 다 마신 바나나 우유를 쓰레기 통에다 버리고는 먼저 가버린다. 아니, 잠깐만 나도 데려가 이자식아.
꽤나 키가 큰 고딩의 보폭을 따라가려니 뛰어가야 했다. 내가 야라고 부르면 그 때서야 걷는 것을 멈추고는 뒤돌아 뭐냐는 눈빛을 담아 나를 쳐다본다. 그런 눈을 쳐다보지마... 네가 너무 빨리가서 그냥 부른거니까.
서둘러 뛰어가 고딩옆에서 숨을 고르면 나를 멍청히 내려다 보는 고딩이다. 아, 부담스러워. 말은 안했지만 이 고딩 되게 잘생겼다. 연예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축구부 주장에 키도 크고 잘생겼고 몸도 좋다면 이자식 학교에서 이름 좀 날리는게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이름 좀 날릴 것이다.
천천히 좀 가라, 응?
내 말에 내 눈을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만 조용히 끄덕인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학교 안으로 고딩과 함께 들어갔다.
"고딩, 너는 어디가게?"
"탈의실가서 옷갈아입으려고요"
"연습?"
"네"
야, 너 석진쌤 알지
담임인데요
헐, 어디계셔?
2층 본교무실
시크하게 자기할 말만 하고는 먼저 가버리는 고딩이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고딩 말이 좀 짧다. 있다가 마주치면 뭐라고 해야겠다.
고딩의 뒷통수에 대고 때리는 시늉을 하면 갑자기 휙 하고 돌아서는 고딩이다.
알 수 없는 미소를 나에게 날린 채 유유히 다시 갈 길을 간다. 저거 분명 나 비웃은거야.
자꾸 놀려먹는 고딩에 화가나서 소리치려하면 다시 뒤를 도는 고딩이었고 크게 한 마디하고는 해맑게 웃는다.
"가다가 넘어지지 마요! 또 다친다!"
고딩과 눈이 마주치자 뜨거워지는 얼굴에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오늘도 고딩은 야무지게 말한다.
교생쌤 |
안녕하세요. 교생쌤입니다:) 생각보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많이 놀랐어요...하하 시험기간이라서 오는 텀이 길수도 있어요..ㅜㅜ 이 작품을 원래 저도 포인트를 받고 할까 생각을 했는데 5~7화정도까지는 포인트 없이 연재를 하자고 결정을 내렸어요!(짝짝짝) 첫작인데 그리 퀄리티 높은 작품도 아닌데 처음부터 포인트를 내시게 하기 그래서 하하. 제 글 좋아해주셔서 그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 좋은 글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