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샀다.
"나 저거 먹고 싶어"
오늘 아침에 일어난 전쟁에 영 정상이 아닌 컨디션인지라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더니
교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을 친히 매점 쪽으로 돌려주시는 민윤기다.
"아부지가 오늘도 돈 주셨어?"
"오늘 너랑 치킨 먹고 싶다고 하니까 5만원 주셨다"
"열 우리 오늘 저녁 치킨이야?"
"오랜만에, 야 근데 우리 통장에 두분이서 돈 매일 넣어 주시는데"
"에?? 아직도?"
"아버지한테 말씀 드렸어?"
"지금 얼마 있는데"
"어제 보니까 거의 50만원 넘게있었어"
"쫄병스낵 없다...어제 아빠가 돈준다고 하길래 내가 우리 돈 많다고 했는데"
"나도 말했어. 음료수는 안먹냐"
"꼭대기에 있는 거"
"이거? 자몽 주스?"
"잉잉, 오늘 말씀 한번 더 드려야겠다. 50만원이면 뭐.. 한달 동안 풍족하게 살겠네"
오랜만에 과자랑 음료수를 한아름 안아들고 매점을 빠져나오니 뭔가 어색하다.
"너무 많이 산 거 같아"
"정수정 좀 줘 그럼"
"그러면 또 너무 적게샀고"
"사물함에 넣어놓고 먹어 그럼"
지는 겨우 바나나 우유 하나에 빨때꼽아 빨아먹으며 가는 모양새가 아주
"눈비비지 마라"
"니가 우리엄마냐"
"아니 우리 엄마가 시킴"
싹바가지가 없는건 아니지
*
"굿모닝"
"털ㄴ업"
"ㅋㅋㅋㅋㅋ 오늘도 같이 등교??"
"맨날 그랬는데여"
"너네는 썸이야 그냥 친한거야"
"뭐라는 거야. 애기 때부터 친구지 뭘"
오늘 따라 딴지를 거는 정수정의 말같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지각비도 좀 걷고 조례도 들었더니
"헐 체육복 안가져왔어"
"일교신데??"
"삼반가자"
"예예"
체육복을 안가져왔길래 걱정없이 널널한 십분을 즐기며 수정이와 솓붙잡고 삼반으로 간다
"민윤기"
문을 열고 부르니 빨대를 물고있는 상태에서 날 쳐다본다.
아직도 먹고 있는건가....대단해 정말
"체육복 빌려줘"
"...? 내 체육복이 너한테 맞을거라고 생각하냐"
"일교신데 그럼 누구한테 빌리냐. 입고 가만히 앉아있을게"
"니가 무슨 내체육복을 입어"
하여간 말만 툴툴 대놓고는 사물함에 가서 체육복을 꺼내온다.
"착하네"
"다물어라"
윗도리를 입혀주고 소매를 접어주면서 또또또
"좆만하네 진짜"
"........"
"거 우유 먹으랄때 기어코 콜라 쳐먹더니"
"....."
"고등학생이 어떻게 160도 안되니 원"
"넌 존나 커서 좋겠다 시벌탱아"
"닥쳐 미니언"
"체육복은 수업 끝나고 가져다줄게"
"ㅇㅇ"
*
"김탄소"
"네"
"정수정"
"네"
출석을 불리고 오늘 수업은 피구란다. 거 이론수업이라는 좋은 피로회복시간이 있는데..
"아 바지 존나 큰데"
"ㅋㅋㅋㅋ 니 존나웃김ㅋㅋㅋㅋㅋ"
"닥치렴ㅋㅋㅋㅋㅋㅋ 아 졸랔ㅋㅋ"
무슨 바지 밴드부분을 3번이나 접고 올려고 기장이 길어,
밑 기장을 두번을 더 덧대어 접어 간신히 내 길이로 맞춘 모양새가
너무 웃겨 수정랑 조잘대며 웃다가
"더블 아웃 삑_ 나가"
둘다 어깨 맞고 아웃됐다.
"아 되게 한심하다"
"인정"
"ㅋㅋㅋㅋㅋㅋ"
어차피 아웃된거 그냥 앉아서 피구나 구경해야지하고
스탠드에 앉아 구경을 하며 축구장을 보니
이런 미친
"와 쟤 흰티만입었어. 돌았다 진짜"
"미친"
"맞아, 오늘 원래 3반이랑 같이 체육하는 날이 잖아"
"쟤 체육선생님은 체육복 검사 안하셔서 괜찮긴한데, 후드집업도 가져온게 왜저러고 있냐"
"김탄소, 정수정 새 게임한대!!!"
"야 가자"
"먼저 가 있어"
영하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제 흰 살갗을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흰 반팔티를
한 장만 걸친채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민윤기는 놀랄 노자다.
결국엔 수정이를 보내고 총총총 우리 담당 체육선생님
몰래 운동장으로 가서 민윤기 앞에가서 서있으니
"아... 니얼굴로 갑툭튀하지말라고"
"안춥냐?"
"ㅇㅇ"
"윗옷 가져가라"
"괜춘"
"니 소름돋음"
"응 알아"
"미련한거봐"
내가 벗어내려는 체육복을 도로 입힌 채
"저기가있어 이거 끝내고 놀아줄게"
날 스탠드쪽으로 밀고 가 앉히고는 다시운동장으로 달려간다
"미련한 민윤기새끼"
툴툴대며 오래 기다려야 할줄 알았더니 5분도 채 안돼서 내쪽으로 온다
"너네반 오늘 피구구업하던데, 벌써 죽었어?"
"...ㅇㅇㅇ 수정이랑 떠들다 더블킬 당했어"
"ㅋㅋㅋㅋㅋ 운동지지리 못해"
"득츠르"
"오늘 엄마랑 어머니 두분이서 이불 보러가신다던데"
".......에휴"
어느샌가 옆에 앉아 이불이야기를 꺼내는 민윤기
정말 바꾸는게 괜찮아서 말한게 아니였겠지만 조금 원망이 생기긴 한다.
"그냥 바꾸기 싫다고 말하지"
"힘들지 이제, 근 4년에서 5년인데"
"걱정도 안되는가보세요"
"안 될리가 나도 두려워 죽겠다"
"그니까 왜 바꾼다 그랬냐"
결국에는 바뀌어지는 이불에 축 쳐지는 기분이다.
무릎에 고개를 쳐박고 대답을 내뱉는 민윤기의 말에 따박따박 딴지를 걸어봤자 돌아오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내뱉고 내 머릴 쓸어대는 탓에 나도 결국 입을 다문다.
"오늘 야간등이나 사러가야지"
"근데 야자하는데 어떻게 가"
"오늘 문화데이"
"아. 그럼 오늘 서점 가자"
"안그래도 교보문고 쪽으로 가서 핫트랙스까지 들리려고 했어"
*
"이게 더 밝은 거 같은데"
"와트를 봐야지, 육안으로 구별해 봤자야"
"내느낌상 밝은 거 고르면 되는거지 무슨"
먼저 핫트랙스에 들려 야간등을 고르고 있자니 디자인도 많은데다가 신형 모델도 많이 생겨서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모르겠다.
"이거 어때?"
"...분홍 토끼?"
"예쁘지"
"분홍 빛이면 더 무섭지 않냐, 차라리 토끼 캐릭터 그려진걸로 사"
"그러려나.. 그럼 저거로 사자"
"적당 하네"
결국엔 밑에 조그만 토끼 그림이 그려진 야간등을 사기로 했다. 뭐 마음에 드네
"어, 나 세계문학집 살래"
"원작 사서 우리가 번역해서 볼까?"
"...영어를 해석해서 보자고?"
"ㅇㅇ"
"싫어 영어. 토나와"
"어차피 영어공부도 되고 좋은거지 뭐"
"안할거야"
세계문학 중 어떤 것을 볼까 책을 고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저런 말을 내뱉어서 놀랐다. 영어라뇨 제가 영어요?
퐐든?
"어머니한테 내가 너 영어 가르친다고 했는데"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러냐"
"안그랬으면 너랑 나 학원다녀야했어"
"갑자기 네가 너무 예뻐보인다. 멋져 윤기야 우리 원작 있는지 찾으러 가볼까?"
"...하여간"
영어학원이라니 어휴...!!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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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새로올리는 거겠죠?
내일 학교에가면, 합창대회 준비를 해야하고...
우리반애들은 또 말을 안들을 테고... 에휴 저는 그냥 지금까지 쓰던거 쭉쭉 올리다 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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