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핸드폰 두고 간 거 깜박 잊었으면 너랑 못 만날 뻔했네. 지민이는 제 핸드폰에다 연신 뽀뽀를 해대고 있었다. 솔직히 좀 웃겼다. 그리고 나서 분명히 우리는 바닥에 누워 지나간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울다 지쳐 잠든 모양인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밖은 이미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여전히 지민이의 손은 내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지민아, 자? 너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툭툭 건드려 보아도 미동이 없는 걸 보아하니 깊게 잠든 모양이다. 예전 지민이와 한 이불을 덮고 잠들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났다. 오늘 박지민 때문에 몇 번을 웃었다 울었다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연락도 없이 늦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실 텐데, 핸드폰이 어디 갔더라. 조심스럽게 지민이와 잡고 있던 손을 푸르고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 엄마, 저 오늘 중요한 과제가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아요. 기다리지 마시고 먼저 주무세요. 네~ 저두요. "
통화 소리에 잠이 깼는지 뒤척이는 지민이의 양 팔을 잡고 일으켜 여기저기 묻는 먼지를 털어주었다. 여기서 몰래 연습한다고 청소도 제대로 안 한 모양인데, 그게 가슴 아팠다. 일단 이거 털어준 다음에 같이 청소나 해야겠다. 박지민, 아주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 안 가는 구석이 없네. 마지막으로 바지에 묻은 먼지까지 다 털어주고 나자마자 이번에는 지민이가 내게 묻은 먼지를 털어주기 시작했다. 우리 막 서로 털 골라주는 원숭이들 같다. 그렇지? 어이없는 비유에 아프지 않게 발로 박지민의 정강이를 살짝 찼다. 분명히 살짝 찼는데도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모습이 그냥, 너무 귀여웠다.
" 아 왜 차는데? 털 골라준다고 한 게 뭐 어쨌다고. "
" 우리가 원숭이야? 사람이지. "
" 원숭이나 사람이나.. 그리고 털 골라주는 거 좋은 거거든? 애정표현이랬어. "
" 못 하는 소리가 없지 아주? 3년 동안 애가 아주 이상해졌어. 이런 오글거리는 말 누구한테 배웠어? "
" 호석이 형. "
" 그게 누군데? "
" 우리 형이야. 다음에 너한테 소개해줄게. "
맞아. 너에게 형이 한 명 생겼다고 했었지. 우린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 하나 없이 살아왔는데, 3년이란 시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구나. 그래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건 나에게 박지민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그냥 옆에서라도 계속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네 마음도 나와 같을까? 아니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맞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참 좋을 텐데. 내게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 성이름. "
" 왜 불러. "
" 그냥. "
" 박지민. "
" 왜 불러. "
" 그냥이라고 할 줄 알았지? 청소하자. "
" 아 난 진짜 네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네...? "
빗자루를 집어던지자 놓치지 않고 한 손으로 받아 바닥을 쓸기 시작하면서도 계속 툴툴거리는 모습이 마치 엄마의 심부름 억지로 나온 아이 같아서 몰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와, 진짜 오리같이 생겼다. 나중에 두고두고 놀려먹어야지. 더 늦기 전에 청소를 끝내고 나가야 했다. 박지민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구석구석 열심히 쓸고 닦았다. 중간에 농땡이 부리는 지민이의 정강이를 한번 더 찬 것은 비밀. 자신은 무용을 하는 사람인데 더 소중히 대해 달라는 박지민의 말에 괜한 장난을 부리고 싶어져서 두 번 더 찬 것은 안 비밀.
" 너 이거 분명히 감정 실렸어. 맞지? "
" 부정은 못 하겠네요. "
또 입을 삐죽이는 게 분명히 삐친 게 분명하다. 어? 만나서 반갑다고. 보고 싶었다고 울었던 게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삐지고 말이야. 몸만 자랐지, 넌 여전하구나. 연습실에 켜져 있던 불을 끄고 다시 어두워진 공간에서 지민이와 손을 꽉 잡고 나오는 길, 분명히 어둑어둑하건만 이상하리만큼 온 세상이 환해 보였다. 학교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희미하게 빛나는 가로등 아래 위치한 벤치에 앉아 5분 정도 있었을까? 내 얼굴은 보지도 않고 핸드폰만 계속해서 쳐다보는 지민이에게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할 때쯤이었다. 한참을 집중해있던 지민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해? 내가 물어보아도 지민이는 대답도 않고 벤치 위에 핸드폰을 두더니 나더러 잘 보라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무언가 클래식 비슷한 음악이 지민이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긴 한데, 얘가 진짜 뭐 하자는 거지 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지금 이곳은 매끈하니 잘 빠진 바닥이 아닌 차갑고 울퉁불퉁한 흙바닥 위이고, 너를 비추는 제대로 된 조명 하나 없지만. 그렇지만 그 어떤 무용수보다 넌 아름다웠다.
네 발끝에 몸을 일으키는 흙먼지는 오롯이 널 위한 꽃보라 되어 다시 그 자리에 몸을 뉘었다.
사람 한 명 없는 이곳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해 춤을 추는 박지민이,
그리고 그를 위한 박수를 마음껏 칠 수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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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으이구 이쁜 우리 지미니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멋있는 우리 지민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근ㅈㅣ너대...............!!!!! 지민이는 과연 왜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을까요? 1. 고백하려고 2. 고백하려고 3. 고백하려고 네, 답정너네요. 죄송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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