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엑소팬인데 sm들어가서 데뷔함
안녕ㅎㅎ난 널리고 널렸다는 흔한 엑소팬임. 꽃다운 18세의 여고생이야.
오늘도 수니기질을 발휘하며 엑소가 출연하는 음악방송을 유툽에서 몇번이고 돌려보고 있어.
좌측 하단 톱니바퀴 클릭해서!!! 1080으로!우리 오빠들 얼굴을 똥화질로 볼 순 없잖아ㅡㅡ
그 때 누군가 내 뒤로 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난 누구보다 빠르게!!바람처럼!!창을 내렸지.
왜냐하면 내가 이 잉여잉여한 덕질을 하고 있는 곳은 바로 ★과★학★고★등★학★교★컴퓨터실이니까.
그 흔하디 흔하다는 엑소팬이 우리학교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아.
가뜩이나 적은 학생수에 더 적은 여학생 수+산골짜기에 틀어박혀 있는 학교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세상돌아가는 소식 단절 이므로 아이돌팬 없음. 엑소팬 없음.
그런고로 난 학교에서 강력한 일코를 시전하고 있지. 요즘 엑소가 컴백하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일코야..........
근처 여고에 다니는 내 친구는!!!쉬는시간마다 교실 스크린을 내려 엑소 뮤비를 복습하고, 쇼타임 다음날엔 엑소얘기로 꽃을 피우며, 학교 곳곳이 엑소 사진 천지라는데!!!
왜 왜 난 왜때문에 홀로 엑소팬인 거죠ㅠㅠ
엑소때문에 과학고 입학을 처음으로 후회해봤어ㅎ.......엄마가 아시면 뺨싸다구 맞을 생각이지만 말이야............
근데 친구들이 점점 컴터실로 모여들고 있어. 대학 입시가 끝났으니 롤로 밤을 불태울 생각인가 봐.
눈물을 삼키며 유툽링크를 저장하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컴터를 껐어. 오빠ㅠㅠ이따 기숙사 방에서 핸폰으로 만나요 ㅎr.....내 데이터.......
힘없이 컴터실 의자를 들여놓고 터덜터덜 기숙사 방으로 향했지.
"오징어ㅋㅋㅋㅋㅋ니도 결국 왔냨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할 거 없는데 어쩌라고"
사실 지금은 개인 자습 시간이야ㅎㅎ! 학교가 마련해준 넓찍한 자습실에서 얌전히 자습을 해야 하지만 난 대학 붙었는데 왜ㅋㅋ?
조졸시험 통과+대학 합격인 2학년들은 기숙사실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어. 우리 방이 여자애들로 바글바글해.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도 시켜먹고 늴리리 놀다가 새벽이 되서야 잠이 들어. 내일 수업 따윈 걱정하지 않아! 기말고사 끝나서 수업도 안 할거야 ㅋㅋ아마
이렇게 흔한 과고 엑덕의 하루가 또 저물어가....★
나의 예상대로 다음날부터 수업 따윈 없었고, 잉여롭게 일주일을 보낸 뒤 드디어 주말이 왔어!!!!!야호!!!!이제 팬질을 마음껏 할 수 있겠다!!
여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아.
코스는
경수세트와 함께 영화 관람 - 일인일닭 - 세훈오빠의 버블티♥ - 세륜네이처에서 만원을 꽉채워 등신대득템 - 노래방에서 엑소노래 메들리
일주일간 꾹꾹 참아왔던 내 덕질이 폭★발하는 순간이야!!!!!!아이 행복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야 니 어제 정글의법칙 봄ㅠㅠ?쇼타임 봄ㅠㅠㅠㅠ?"
내 간절한 질문에 친구는
'학교에서 엑소 얘기 할 친구도 없는 미개한 인간 같으니. 쇼타임, 정법에 대한 100분 심층토론을 마친 지가 언젠데'하는 표정으로 날 가소롭게 바라보았어.
세륜과학고...........
아 맞다. 과학고등학교의 좋은 점을 어제 하나 발견했었어. 그래서 친구에게 친절히 알려주었지.
"근데 나 내년에 대학 입학하면 엑소 공방 따라다닐 수 있다ㅋ"
"헐.....진짜....대박ㅠㅠㅠㅠ부럽다"
"좋겠다ㅠㅠ나중에 영접하면 후기좀ㅇㅇㅠㅠㅠㅠㅠㅠ"
역시ㅎㅎㅎㅎㅎ예상대로 난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어
지방수니인 우리들에게 엑소 실물 영접이란 아주 큰 의미를 지녀!!
얼마 전에 엑소가 우리 지방으로 팬싸를 왔었는데 난 그 시간에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
괜찮아!대학만 가면 공방이란 공방은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다녀야지ㅡㅡ두고봐
카페에서 초코버블을 다 마신 뒤 네이처로 향하는 중이야.
이번 달에 네이처만 몇 번째지? 하지만 난 호갱이 아니야!!!!필요한 걸 네이처에서 살 뿐이지.
그렇게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며 오늘은 바디워시를 샀어.......집에 바디워시 세 통은 있는 것 같은데
계산을 하며 수백 번을 고민해. 누구 등신대를 고르지? 수호 등신대가 참 잘 나온 것 같아.
"세훈 주세요."
준면이형 뚜쉬뚜쉬......미안해여 오빠..........................
엑소 노래만 30분 째 흘러나오는 노래방 안, 어김없이 다음 선곡도 엑소인가....했더니 f(x)네????
아ㅎㅎㅎ알고 보니 엑소케이의 디오가 피쳐링한 곡이구나! 굿바이 썸머!!!!!
친구에게 마이크를 뺏어들고 노랠 부르기 시작했어. 숨기고 있던 오랜 비밀들 차라리 들켰다면 너를 품에 안아줄↗텐↗데
헐 근데 노래가 끝나갈 무렵 우리 방으로 어떤 남자가 들어왔어.
헐 이게 말로만 듣던 노래방 범죄......친구들이랑 잔뜩 긴장해서 남자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우리를 경악시켰어.
"네???!!!?네?!!!!?제가요??????제가?진짜??"
"말도안돼!!얘가요??!아저씨 얘가요?!?"
"헐.....이건 진짜 아니다......드라마도 아니고"
그 남자는 sm관계잔데, 나를, 헐 나를 캐스팅하겠대!!!!
"아저씨, 사기 아니예요? 에스엠이 얘같은 애를 뽑는다구요?"
"사기 아닙니다. 여기 명함 있습니다."
사실 나도 사기라는 생각을 쫌.....사실은 많이 하긴 했는데 명함을 보니까 진짠 것 같기도 하고,
잠깐 근데 이거 진짜면 나 완전 대박 아닌가?????에스엠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거 아냐????
"일단 연락처 좀 주실 수 있나요? 부모님께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생각해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정 사기라고 생각이 되시면 에스엠 사옥으로 찾아오셔도 됩니다."
내가 왜 거절을 해, 이건 진짜 수니 인생의 꽃인데. 당연히 굽신거리며 연락처를 건넸어.
남자가 나가고 친구들이 다 노래부를생각은 않고 내 주위에 몰려와서 재잘거려.
"야 저거 진짜 사기야. 너무 기대하지 마라"
"아까 명함까지 봤으면서 그러냐? 너 질투하는 거지"
"명함이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거지."
"아냐. 사옥으로 찾아오라고 한 거 보면 맞아. 징어 대박이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구나....."
"아 부럽다....."
난 되게, 기쁘기도 하고 기분이 뭔가 묘했어.
실감이 안 났다고 해야 하나?
김칫국 마시는 것 같긴 했는데ㅋㅋ 연생 생활 힘들다는데 어쩌지ㅋㅋ나 이 얼굴로 데뷔는 할 수 있는 건가 걱정도 들었고,
에셈같은 대형 기획사에서 이렇게 사람을 쉽게 뽑는 건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사옥가면 엑소를 볼 수 있진 않을까ㅋㅋㅋㅋ기대도 되더라.
암튼 그 날은 친구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배웅을 받은 채 집으로 갔고, sm관계자 전화 받은 엄마가 연습생 하지 말래서 대판 싸우고, 그렇게 잤어ㅋㅋ
끝까지 고집부렸다. 연습생 할 거라고.
엄마가 진짜 단호하더라. 피터지게 공부해서 과고 입학하고 명문대 입학 허가 받아놓고 무슨 헛된 꿈 꾸고 있냐고.
니 앞에 성공의 길이 닦여 있는데 어렸을 때 한순간의 달콤함에 현혹돼서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니가 어려서 아이돌이 멋져 보이고 하고 싶고 그러겠지만 그런 건 단순히 하고 싶다는 애매한 생각만으로 하는 거 아니라고.
근데 나도 웬만하면 엄마 말 듣는 편인데 진짜 끝까지 싸웠어.
항상 가수 하고싶었는데 어른들은 그걸 맨날 어린 때의 치기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말한 적 없다,
공부하는 것만이 옳은 길인 줄 알고 공부만 해 보니까 나도 모르게 과학고 마치고 공대 시험을 보고 있더라,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였다, 공부 말고 다른 길로 빠졌을 때 주위에서 쏟아질 비난이 두려워서 공부를 한 거다.
나 진짜 에스엠 들어가고 싶다. 엄마가 반대해도 나는 할 거다
사실 반은 진심이기도 했고, 팬심도 좀 있었다는 건 부정 못하겠어,
난 진짜 이 기회 놓치기 싫었으니까. 빠순이 로망의 끝이잖아, 이건.
결국 결론 안 난 채로 잠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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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 글 처음 올려봐여ㅋㅋㅋㅋㅋㅋ
제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상하다고만 안 하시면 계속 연재할 생각이예요ㅋㅋ
글 지적은 둥글게~둥글게~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