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주장 전정국 X 교대생 너탄
특별편 : 김태형의 첫사랑
W. 교생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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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새벽 1시즘에 잠든 것 같은데 일찍 눈이 떠졌다. 대학교에 입학한지 이제 1달 됐지만 약 2주가량 학교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박혀있었다. 학교에 나간 2주는 무얼했더라. 만나고 헤어진 이가 하도 많아서 기억도 안난다. 침대에서 다리하나가 도망쳤다. 바닥으로 떨어진 발은 방바닥을 나뒬굴고 있던 소주병과 맞닿았다. 학교에 나가지 않은 2주동안은 친구들이라는 사람들을 불러서 밤새 마신 것 같다. 흰 천장을 바라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까치집이 된 짧은 머리를 박박 긁어대며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가관이었다. 군인이라도 된 마냥 바짝 깎인 머리가 보기 흉하진 않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젯밤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는 시원하게 내 뺨을 때리셨다. 망설임없이 내 머리를 휘어잡은 채 지금 내가 서있는 곳까지 나를 끌고 왔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을 밀어버렸다. 화를 내실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별로 만져지지도 않는 머리카락을 어떻게든 만져보려 매만지다가 포기했다. 칫솔을 들고 이를 닦았다. 세수까지 하고난 뒤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고는 부엌으로 몸을 돌렸다. 출출한 배에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생수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 집에서 밥을 먹은적이 없네. 냉장고 내부를 멍청히 바라보다 문을 닫아버렸다. 아, 굶어야겠네. 수건을 식탁의자에 대충 널어놓고는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고쳐신었다.
2주만에 뛰는 거라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천천히 발을 떼며 뛰기 시작했다. 2주만에 뛰어서 그런지 얼마 안가 숨이 조금씩 차올랐다. 아, 운동이라도 꾸준히 할걸. 헉헉대는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집에서 나오니 기분이 약간 좋았다.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고나서 다시 뛰려고 할 때 어디선가 개가 짖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옆을 쳐다보면 낯선 여자가 강아지랑 놀고있다.
"예쁘다, 예뻐"
"강아지가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오빠는 싫어?"
"강아지는 민홀리면 충분해. 그것보다 너 언제까지 얘한테 올꺼야"
오빠가 홀리 보여주면 오는 거 줄여볼게
진짜 그렇게 강아지가 좋아?
응. 엄청 좋은데?
그렇게 좋으면 개 한마리 사줘?
됐거든? 민홀리나 보여달라고
홀리 비싸. 안돼.
그 여자는 혼자가 아니였는지 금방 한 남자가 커피를 손에 들고 나타났다. 그녀의 남자친구인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깨끗한 풀 위에서 강을 보는척 하면서 두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상적인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연인이라 그런 걸까 약간 달달한 대화였다.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남자의 손길이 꽤나 친절해보였다. 저런게 진짜 사랑하는 걸까. 멍청히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은 그 대화를 끝으로 커피를 좀 마시다 강아지와 놀고는 자리를 떴다. 별 거 없었다. 말없이 손을 잡은 채 웃고 강아지를 쓰다듬고, 안아주었다. 그들은 금방 내 시야에서 점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들이 남기고 간 자리는 강아지의 외로움을 더욱 크게 만들었는지 강아지는 낑낑대었다. 주위를 서성이며 냄새를 맡던 녀석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이 나는지 열심히 나에게로 뛰어와 나를 덮쳤다.
이게 무슨일이지. 멍청히 눈앞에 놓인 파란하늘을 쳐다보고있다가 얼굴에서 느껴지는 촉각에 정신을 차리고선 강아지를 들어올렸다. 멍. 기분이 좋은지 또 얼굴을 핥는다. 아, 더러워. 이 자식아. 더럽다는 말과는 반대로 내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 자식, 애교가 많은 것 같다. 녀석을 쓰담아주다가 아까 밑에서 놀던 커플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그 여자는 이 녀석을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았다.
얌마, 너 나랑 살래?
녀석의 코를 잡고 물으면 이해라도 했는지 멍멍대며 내 손을 턱턱 잡아댄다. 힘이 꽤나 장사다. 코를 놔주고는 녀석을 꼭 끌어안았다. 안는다는 건 이런건가. 굉장히 크고 따뜻한 녀석의 품이 마음에 들었다. 해피. 무의식 중에 내뱉은 이름이 녀석은 마음에 들었는지 울렁차게 대답한다. 한 번 더 부르니 이번엔 내 얼굴을 핥는다. 해피를 품에 안은채 나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그 집에서 밥먹을 이유가 생겼다.
"이야, 김태형 왔냐? 여기 앉아라"
"네"
"근데 너 머리카락은 왜 그러냐? 불교라도 믿냐?"
오자마자 내 뒷통수를 한 대 때리며 술을 털어넣는 새끼다. 저 새끼가 제일 마음에 안들어. 한 번 째려보고는 대충 자리에 앉았다. 녀석의 목소리는 꽤나 컸는지 점점 내 주위로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 앉으며 화장으로 두껍게 감춘 얼굴을 들이미는 여자들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중엔 잠깐 사귄 선배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까지 남자가 좋을까. 웃음이 났다. 먹고마시며 노는 애들이나 같이 북치고 장구쳐주는 나나 다 똑같은 새끼인걸 뭐.
신임생 겸 복학생 축하파티는 사실 별로였다. 특히 옆에 붙어있는 여자들은 귀찮았다. 술잔이 빌때마다 자동으로 척척 술잔을 채워주었지만 채워지는 잔과 다르게 마시면 마실수록 허해지는 속이었다. 거북한 것 같디고 하고. 생각없이 마셔대던 술은 나를 살짝 붕뜨게 만들었다. 내가 하나 예상해 볼까. 오늘 여기있는 술을 사는 인간은 아마도 김태형일 것이다. 왜냐? 항상 그래왔으니까.
대학에 왔다고 다른 녀석들은 없었다. 잘사는 놈들과 어울려도 늘 내던 놈은 내는 거였다. 내는게 그리 억울하느냐? 억울할 것 없다. 그깟 술값이 얼마한다고. 그냥, 기분이 좋지 않네. 잔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빠지다 입에 술을 털어넣었다. 우리 태형이 신입생 신고식으로 한 턱 쏠까? 선배에 한 마디에 모두가 환호를 지른다. 당사자가 좋다는 대답을 내뱉지도 않았는데 모두 알겠다는 대답을 들은 마냥 행동한다.
태형아, 싫어? 어깨를 감싸며 퍽이나 다정한 척 물어오는 새끼다. 말없이 녀석의 팔을 쳐내고는 술잔을 비웠다. 이 상황에서 싫다고 대답하면 나만 욕먹는 거겠지. 한숨이 세어나왔다. 그리고 오늘 데리고 온 해피가 떠올랐다. 집에가면 그 놈이나 예뻐해야겠다. 느리게 감은 눈을 뜨고는 알겠다고 대답하려 했다.
"걔만 신입생도 아닌데 왜 걔가 내요?"
"응?"
"아니, 웃기잖아요. 그럴거면 신입생 애들 다같이 내던가. 걔는 뭔데 혼자 내는건데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뒤를 돌아보면 그때 해피와 놀아주던 여자였다. 원래 당당한 성격인건지 술을 마셔서 자신감이 상승한건지 똑바로 내 주변 사람들을 훑어본다. 한 번 주욱 보고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나만 그녀를 알고있다고 생각하니 볼이 화끈거렸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뜬 그녀는 내 옆에있는 새끼를 향해 걸어왔다. 뭐냐고 묻는 새끼에게 말없이 주머니에서 꾸겨진 만원짜리 몇 장을 꺼내선 녀석의 손에 쥐어준다.
제가 몇 마디 더 해드리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기다려서요
그 새끼 제가 술마셨다는 걸 알면 엄청 화낼걸요
그 새끼, 화나면 졸라 무서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녀석의 볼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고는 천천히 술집을 나서는 여자다. 여자가 나가고난 후 신입생 애들은 하나둘씩 눈치를 보며 돈을 내기 시작했다. 방금 나간 여자의 험담을 늘어놓으며 나에게 달라붙는 여선배다. 그 여선배를 밀치고는 서둘러 술집을 나섰다. 술을 좀 많이 마셨는지 머리가 띵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비틀대는 여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아팠다. 아팠다는 표현이 맞을까 두근거림이라고 하기엔 더 세게 뛰는 심장이었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여자를 향해 달렸다. 신호등 앞에서 멈춰선 여자의 팔목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돌아선 여자를 똑바로 내려봤다. 여자는 꽤나 당황했는지 으악이라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뒤돌았다. 내가 왜 이런거지. 뭘 말하려고 여자를 잡은 걸까. 아까보다 더욱 빠르게 뛰는 심장에 나도 모르게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내 행동이 이상해 보였는지 손을 내 이마에 대고는 어디 아프냐며 다정하게 물어온다. 그녀의 손길에 더이상 빨리 뛸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가슴은 믿을 수 없을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어디, 아프세요?"
"그, 저, 고마워요"
"뭐가요?"
"그 아까 술집에서 고마웠다고요"
에? 그게 뭐가 고마워요?
그럼 고마워할 일이 아닌거예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할 일이잖아요
심장이 멈췄다. 내 손에 가득 찼던 여자의 손은 어느샌가 빠져나갔다. 당연한 일. 여자의 대답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순간 멈췄던 심장이 빠르게 뛰기시작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나에게 등을 내보였다. 이름도 모르는데. 붙잡으려 뻗었던 손은 휘날리는 긴 머리에 갈 곳을 잃은채 허공에 머물렀다. 그녀가 신호등을 건너자 바꼈던 불은 다시 붉은 빛을 되찾았다.
건너편에는 아까 낮에 봤던 남자가 여자를 업은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허공에 머문 손을 내리고선 멍청히 그녀가 사라진 길을 쳐다봤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에 몸이 떨렸다.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그리곤 왼쪽 가슴을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쎄게 때렸다. 진정되지 않는 가슴에 미친듯이 때렸다. 툭툭 내려앉는 주먹을 따라 쿵쿵대는 가슴이다.
"미안해, 많이 늦었지?"
"별로, 나도 방금왔어"
창밖을 바라보며 빗소리에 따라 과거에 젖어들고 있는 나를 깨워준 건 탄소였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뛰어온 건지 젖은 바지에 헉헉대는 #김탄소는 볼만했다. 탄소를 보며 웃는 것도 잠시 오래 전부터 내 옆에 숨어있던 해피를 들어보였다. 해피를 말없이 쳐다보다 해피가 한 번 짖자 그제서야 웃으며 해피를 만진다. 녀석은 반가운 얼굴에 신이 나있었고 너는 이 녀석을 잊어버렸는지 녀석의 애교에 흠뻑 취해버렸다.
안아볼래?
그래도 돼?
당연하지
내 품에 있던 해피를 너의 품으로 옮겨줬다. 녀석은 정말로 행복한지 혀로 탄소의 얼굴을 핥아댔다. 너는 그것마저 좋은지 해피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얘 보니까 예전에 내가 자주 밥주던 강아지 떠오른다. 걔도 지금쯤이면 이 정도 컸겠지"
"해피야, 내 강아지 이름"
"잘 어울리네. 근데 너가 강아지를 키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신기해? 응, 엄청 신기해. 그러게, 나도 신기하네. 그렇게 말하고는 너를 조용히 쳐다봤다. 예나지금이나 너는 빛이 났다. 이렇게 내 앞에 앉아있는 너가 눈뜨면 사라질 한낮의 달콤한 꿈은 아닐까 싶어 무섭기도 하다. 사랑. 너에게 배운 감정. 아무게나 배울 수 있는 감정이 아니였다. 그때 내가 너를 만났기에 배울 수 있었던 감정이라 그 당시에 생각했다. 그래서 그 느낌을 기억하고자 애를 썼다. 어쩌면 다시는 느낄 수 없는 뜨거움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어느 순간에 내가 너를 마주하더라도 너는 비처럼 피할수도 없이 내 마음을 젖어내려가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당연하다'라는 단어의 옳은 정의를 가진 사전은 내 주위엔 너밖에 없었고, '따뜻함'을 선물해준 해피를 돌봐준 사람은 너였으니까. 그러니 너가 언제 내 앞에 나타나도 나는 너를 지금과 똑같이 사랑하지 않았을까. 나도 너의 가슴 한켠을 소나기마냥 짧게나마 적실 수 있다면, 너에게 그런 존재로나마 남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너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기엔
너는 내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욕심낼 수 없다.
교생쌤 |
안녕하세요, 교생쌤입니다:) 제가 너무 오랜만에 왔죠! 하하 곧있으면 개학이라서 이것저것 하느라고 늦어졌네요ㅠㅠ 축구부도 진짜, 정말로 끝이 보입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작품인데 생각이상의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어요. 끝을 달려야한다니 좀 슬프긴 하네요:( 그래도 오늘 제가 특별편 들고왔으니까 좋죠? 본편도 곧바로 올릴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지금까지 교생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