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는 위태롭다. 09. 여기가 어딜까. 그저 내겐 지옥같게만 느껴졌다 내 추억이라고 할 수 없는 기억들 그리고 내 흔적들을 지우고만 싶었다. 그들이 가진 기억과 내 기억은 확연히 다르다. 같은 시공간 같은 사건에 있었지만 내가 받아들인 그들의 뜻과 그들의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마지막엔 정말 죽자. 라고 생각하면서 집어들었던 칼이 왜 손목같이 얇고 사망률이 적은 곳에 머물렀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들의 눈이 제발 목으로만 가지 말라며 애원하는 듯 했다. 나는 또 왜 그들의 말을 들어줬는지. 나에겐 악마들이고 잊어야 할 그들인데 말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무리 그들이라지만 11명의, 하나의 인격체들을 무시하기엔 마음이 아직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왜 그랬지 하며 후회하지만 앞으로나 지금이나 죽음에서는 떳떳하지 못할 듯 싶다. 아무리 힘들고 역겹더라도 내가 밥을 못 챙겼을 때 차려놓던 그들, 심한 열병에 시달렸을 때 보살펴줬던 그들을 죽음의 낭떠러지에서 밀어낼 순 없었다. 이 눈을 뜨면 누가 있을까. 그들이 있을까? 아니, 그들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없어야만 한다. 내가 그들을 죽음에선 밀어내지 못했더라도 내 기억에선 밀어내야 한다. 이제 그들을 잊을 차례다. 서서히라도 그들을 내 머릿속에서 내 공간속에서 벗어나게 할 차례다. 몸도 마음도 많이 다쳤고 그들만 보면 토가 나올 듯 했다. 그들이 했던 그 기억이 생각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좋은 기억도 있지만 그것은 지옥같은 기억의 반도 되지 못했다. 내가 그들을 잊을 순 있을까. 저 끄트막에 자리 잡은 그들의 체취를 잊을 순 있을까. 항상 내 옆에 머물렀던 그들을 잊어야만 한다. 그리고 난 그들을 철저히 등질 것이다. EXO ( 도경수 제외 ) ver. 도경수가 깨어나지 않는다. 숨막힐 듯 파고드는 고통이 내 심장 언저리에서 머문다. 도경수는 색색 숨을 쉬며 안정한 상태로 자고 있었다. 편안해 보였다. 그를 보며 한 일이 생각이 났다. 강간 수치.. 말로 형용하지 못할 것들을 해놓구선 뻔뻔하게 그의 앞에 서있는데 도경수가 깨어나면 우릴 어떻게 볼까. 우릴 혐오하겠지. 증오하겠지. 어찌 될지 알면서도 제발 그렇게는 되지마라. 우릴 피하려고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뻔뻔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를 가지기 위해서, 그를 온전히 우리 옆에 두기 위해서 했던 만행들이 그에게는 기억하기도 싫을 일들이지만 우린 그마저도 행복했다. 싸이코라며 항상 우릴 등지려고 했던 도경수를 우리의 앞에 우리의 공간 안에 가뒀던 우리이다. 도경수가 깨어나서도 안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자신도 없고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그를 도저히 볼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우리 때문에 망가진 도경수지만 행복해지는 것도 우리때문이어야하고, 앞으로의 삶도 우리와 함께여야 한다. . . . " 보호자 분은 누구신가요. " " 아, 저입니다. " 리더인 준면이 보호자를 자청해 의사의 진료를 들었고 그로부터 들은 그의 말은 끔찍했다. 일어나기 싫어하더라. 일어나길 거부하는 그인데 더 심해지면 정상적인 삶이 힘들어질 수 있다더라. 말하는 준면이 마치 의사같이 덤덤해 하마터면 그에게 분노를 표출할 뻔 했다. 생각외로 덤덤해 보이는 준면의 마음을 모르고선 그에게 니가 그러고도 형이냐. 니가 뭔 짓을 했는데 ! 라며 따졌지만 그에게서 나온 말이 심장을 쿡쿡 찌르는 듯 했다. " 너는, 아니야? " 나도 했고 그들도 했고 우리가 했다 그 짓을. 도경수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내가 한 일을 마무리짓고 싶었다. 그가 일어나면 꼭 안아주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일은 잊고 더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차라리 그가 모든 일을 잊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랬다. . . 요노르입니다 ㅜㅜ 너무 늦었죠? 앞으론 얼른 얼른 가져올게요! 암호닉은 다음편에 올리겠습니다. 댓글은 다음편을 더 빨리 가져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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