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의 꽃말 " 열렬히 사랑하다. "
접시꽃 01
경수야. 그거 아니?
이곳은 너가 없어도 해가뜬다.
너와 함께 거닐던 이 작은 거리는 어느새 너와 낙엽대신 흰눈만이 내 앞을 아른거린다.
너와 했던 약속을 못지킬것 같아서,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너의 약속을 못지킬것 같아서.
나는 오늘도
이거리를 걷는다. 경수야.
" 백현아! "
너의 입에서 나오는 나의 이름은 다른 어떤때보다. 더 듣기 좋았다.
그래서 그날은 너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나보다.
항상함께 있던 좁은 골목길에서 너는 병원복을 입고, 나는 교복을 입고.
난 한손에 가방을 들고, 너는 한손에 링겔을 들고 걸었다.
" 경수야. "
힘들지 않니?
나는 너에게 항상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다.
내가 그렇게 물어오면 너는 항상 대답을 하지 않고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곧 사라질 것처럼 눈앞에 아른거려서
앞서 걷는 너의 옆에 설수 없었다.
눈이 녹고 봄이 찾아올때까지만 해도 너는 내 옆에서
큰눈을 굴리면서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를 조곤조곤 말해주고는 했다.
나는 너의 그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곤 했다.
여름에, 그래 그 덥던 여름에
선생님은 날 불렀다. 나는 무슨일인지도 모르고
학교에 나오지 않은 너의 빈자리를 보면서 선생님을 따라갔다.
선생님은 나에게 병원이름을 말해주었다.
그게 무슨 병원이었을까. 나는 알지 못했다. 단지, 너무나도 절망적인 선생님의 얼굴에서
너와 관련된거라는것만 알았다.
병원에서 본 너는
나를 본 눈에 눈물을 가득채우고
울었다.
병원벤치옆 나무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처럼
아니,
매미 보다 더 크게 너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