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커플의 일상이란, 첫 번째 일상
W. 야끼소바
툭-
절대 화를 풀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는데 무언가가 내 책상 위로 놓여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얀색 비닐봉지에 담겨진 무언가가.
"김시민 씨, 아까 보니까 아침도 안 드신 것 같은데 빈 속으로 어떻게 일하시게요."
아까 전, 내가 배고프다며 재현 씨에게 찡찡대던 걸 본 모양이었다.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의 샌드위치가 몇 조각 들어있었다. 속으로는 연신 앗싸를 외쳐댔지만 안 돼, 김시민. 드러내면 절대 안 돼.
"음.. 팀장님 감사하지만 우리가 이런 것까지 챙겨줄 사이였나요?"
"뭐라고요?"
내 장난섞인 말에 이민형이 놀라서 소리를 높였다. 맨날 나보고 뭐라 그러면서 제일 조심 안 하는 건 자기라니까... 나는 이민형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팀장님, 목소리 줄이시구요. 은근슬쩍 이런 걸로 넘어가려 하지 말자, 민형아."
이민형에게서 떨어져 눈웃음을 지어 보이자, 이민형이 한숨을 푹 쉬며 팀장실로 걸어 들어간다. 민형아, 내가 겨우 이런 걸로 화 풀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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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이번에는 마카롱이다. 빨간색, 노란색, 연두색, 분홍색 다채로운 색깔의 마카롱이 들어있는 상자를 내 앞에 내려놓는 이민형이다.
"이게 뭐에요?"
"아.. 김시민 씨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걸 왜 저한테 주세요? 저랑 무슨 사이신데?"
이민형과 나의 티격태격거림이 길어지고, 재현 씨가 책상 너머로 날 보다가 이민형과 눈이 마주친 듯 깜짝 놀라며 시선을 돌린다. 내가 화를 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이민형이 다른 직원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깊숙하게 밀어넣고 머리를 숙여 귓속말을 한다.
"누나, 내가 미안해요. 그니까 화 풀면 안 돼요?"
이민형은 나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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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딱 한 번만 봐주겠다는 나의 말에 이민형이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헤헤 웃어보인다.
"진짜 미안해요, 누나. 앞으로 안 놀릴게. 근데 팀장실에서 누나 얼굴 빨갛기는 했어요."
"네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장난인 거 알면서~"
화를 내면 뭐해, 이민형이 저렇게 애교 잠깐 하면 언제 화났다는 듯이 사르르 녹아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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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고, 오늘은 야근이 없다는 소식에 모두가 환호했다. 가방을 챙기기 시작하는 동료 직원들의 모습에 나도 따라서 가방을 챙겼다.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가고 마지막 김 대리님까지 나가고 나서야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찌뿌둥한 몸에 기지개를 한 번 켠 후에 아직까지도 불이 켜져있는 팀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민형이 고개를 들었다.
"안 힘들어?"
"힘들죠."
"얼마나 남았는데?"
"얼마 안 남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팀장실 쇼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무료하게 느껴져, 이민형에게 말을 걸었다.
"샌드위치 맛있더라."
"그쵸."
"마카롱도."
"누가 사준 건데 당연하죠."
"네가 사줘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음식이 맛있는 거야."
"누나는 참, 내가 사줘서 그런 거라 하면 어디 덧나요?"
"응, 덧나."
"누나, 솔직히 말해봐요. 아직 화 덜 풀렸지."
"비밀."
이민형이 서류 정리를 다 끝마친 것 같아, 먼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첫 걸음을 내딛은 지 얼마 되기도 전에 옆 쪽 계단에서 이민형이 내려왔다.
"혼자 가는 게 어딨어요. 완전 깜짝 놀랬잖아."
"너 다 끝난 것 같길래."
"다 끝난 것 같으면 조금만 더 기다리지, 왜 혼자 갔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야, 이민형. 여기 회사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걱정돼서 그래요. 누나 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이 탐낼까봐."
김시민 오늘도 잠 못자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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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의 차 조수석에 타,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집에 가는 중이다. 백미러에 달린 커플사진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누나, 집 다 와가요."
"어, 벌써?"
"문 잘 닫혔나 확인하기, 집에서도 폰 보고 걷지 말고 자기 전에 전화하기. 알았죠?"
"당연하지."
"그리고..."
"사랑해요, 누나."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이민형에 쪽 하고 짧은 입맞춤을 하고서는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갔다. 사랑해, 민형아. 네가 상상치도 못할 만큼 많이 사랑해.
***
프롤로그만 올렸는데도 재밌다고 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ㅜㅜ 사실 제가 실제 회사원이 아니고 저희 엄마 아들에게서 주워들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틀린 정보가 꽤 많을 수 있어요! 틀리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시에는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암호닉을 신청하실 때는 []와 함께 신청해주시면 누락될 확률이 적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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