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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까지 같이 가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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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바닥까지 같이 가줄래요? 06 完 | 인스티즈

 

 

 

 



 

 



 

 

 

 

 

 

 

 

 



 

어미의 품에 대한 그리움인가.

그러기엔 어미라 칭할 만한 사람은 수연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수연에게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어준 건 효진이었다.

효진과 있었던 이젠 빛바랜 기억인 그 유년기의 7. 그것이 어쩌면 자신이 경험한 가장 따뜻하고 포근했던 기억이다. 그래서 더 아련하고 가슴이 이어지는.

 

시궁창같은 생활을 한지 7년이다. 그때 그 기억을 가슴에 묻고, 반쯤은 죽은 사람처럼 산 수연이지만 오히려 감정을 죽이고 살수록 그리운, 돌아갈 수 없어 더 사무치는 그 유년기의 기억은 또렷해져있었다.

 

 

그럼 지금 정국에게 느끼는 이 감정은 그 때와 같은 품에 대한 그리움인가.

정국을 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엉엉 울고만 싶은 이 감정이 혹 따뜻함을 갈구하는 어린 마음인가.

 

그러기엔 어느 때에는 정국에게 화가 나다가도 보고싶고 곁에 없으면 두려운 것이 무언가 달랐었다.

 

처음 찾아 온 사랑이기에. 첫사랑이었기에 서툴고 알기 어려운.

 

감정을 잊고 산 그 몇 년이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게 할 만큼 정국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있음을 수연은 서툴게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었다.

 

 

 

 

 

 

 

 

 

 

 

정국이 우선적으로 한 일은 수연의 거처를 새로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 이외엔 달리 수연을 지킬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기에 최대한 지금의 수연의 집에서 먼 곳으로 알아보았고, 수연은 그런 불안한 기색의 정국을 어쩐지 차분하게만 바라보았다.

 

우선 다음주에 이사 가능하다니까 필요한 건 미리 챙겨놔요.”

. 챙길 것도 별로 없어.”

 

낮에 집을 계약한 정국은 수연에게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수연은 며칠 째 불안해하던 정국의 표정이 옅은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같이 웃게 되었다.

정국의 말에 따라 챙길 짐을 둘러보던 수연은 뒷모습을 보인 채 부엌으로 향하는 정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밖에 꽃도 폈던데 우리 오늘은 나가서 산책할까?”

 

부엌 식탁 쪽으로 몸을 돌려 정국과 눈을 맞추며 말한다.

평소답지 않은 수연의 제안에 정국은 잠시 멀뚱하게 수연을 보다가,

 

좋죠. 꽃이 피지 않아도 함께 걷는 거라면 난 좋아요.”

수연과 눈을 맞춰 웃는 정국이다.

수연은 웃는 정국을 보며 따라 웃고 있지만 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마냥 밝지 못한 표정이었다.

 

정국과 수연 뒤 창가에는 불어오는 약한 바람에도 꽃잎이 후두둑 떨어지는 완연한 봄이 펼쳐있다.

 

 

 

 

집을 비우기 일주일이 남은 그 시점부터 수연은 무던히 밖으로 나가자는 말과 함께 정국을 끌고 나섰고 정국은 나쁠 것이 없기에 수연의 손을 잡고 많은 거리를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은 동네 한가로운 골목사이를 이른 오후부터 해가 노랗게 물들어가는 늦은 오후까지 돌아다녀도 보고,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을 준비해 놀이공원에 가보기도 했다. 또 가장 큰 서점에 들러 반나절을 수연과 등을 맞대고 책을 읽다가 해가 지면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한손에는 수연의 손을 잡고 도시에 흐르는 천을 따라 걸어보기도 했다. 정국은 북적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수연을 알기에 무언가 의아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옆에서 잘 웃고 얘기를 들려주기도 듣기도 하는 수연을 보면 그 조금의 불안함도 가라앉아 함께 보내는 그 시간만큼은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오늘도 수연의 제안에 해가 질 저녁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낸 둘은 천천히 걸어 수연의 집 앞에 나란히 섰다.

 

얇은 셔츠를 입은 정국과 가벼운 니트를 입은 수연에게 선선한 저녁 봄바람이 불어온다.

 

나 들어갈게. 내일 봐.”

. 이사센터에서 10시에 오신다니까 그 전에 올게요.”

.”

 

큰 벚꽃나무아래 선 수연과 정국은 손을 가볍게 맞잡고 있다.

봄의 바람이 다시 한 번 그들 사이로 불어오면 차르륵 소리를 내며 나무에서 하얀 벚꽃이 눈처럼 나려 둘에게로 하늘하늘 떨어진다.

꽃잎 하나가 나풀나풀 수연의 앞머리에 톡 하고 앉았다. 정국은 그런 수연을 보다가 살풋 웃다가 조심스레 자신의 손으로 그 꽃잎을 잡는다.

자신의 머리 위로 정국의 손이 올라간 것에 잠깐 놀란 수연이 정국을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자, 정국은 꽃잎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인다.

 

그거 알아요?”

뭐가?”

 

정국이 자신의 손에 쥔 꽃잎을 수연의 손을 펴 그 손바닥 위에 얹혀주고는 다시 주먹을 쥐어 줬다.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대요.”

“...”

수연씨가 머리로 꽃잎을 잡았으니까 수연씨는 이뤄질거예요.”

 

동그랗게 말아 쥔 수연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싼 정국이 수연을 보고 웃어 보이자 수연도 따라 웃는다.

정국의 손이 따뜻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정국의 눈이 포근해서 수연은 그 바보같은 말을 믿고 싶어졌다.

 

정국의 말대로 자신의 손에 놓인 이 자그만 꽃잎 하나가 자신의 이 사랑을 이뤄주길 깨지지 않도록 지켜주길.

보잘 것 없어보이는 이 하얀 벚꽃이 자신의 믿음으로 그렇게 되어주길.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다시 벚꽃나무를 흔들었고 또 눈처럼 하얀 벚꽃이 차르륵 소리를 내며 정국과 수연의 곁으로 떨어진다.

수연은 자신의 눈앞을 가려주는 그 꽃잎들에 눈을 잠시 감았다. 정국에게 불안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 슬프고 아득한 눈을 보이고 싶지 않기에. 자신에게 찾아 온 정국이란 행복이 너무 벅차서 자신의 초조함으로 유리같은 이 행복이 깨질까 두려웠기에.

 

느슨한 유풍이 불어오는 밤이다.

 

 

 

 

 

 

수연을 집에 보내고 정국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섰을 때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꼈다. 어두운 현관과 거실 모든 집안의 불이 꺼져있음에도 희미한 불빛이 미세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정국은 행동을 멈칫했지만 오성의 가지런한 신발을 발견하고서는 그제야 집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온통 암흑인 집을 옅은 빛으로 채우고 있는 것은 오성의 방에서 흘러나온 스탠드 조명이었다. 정국의 발걸음 소리에도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정국은 혹 또 남은 서류를 보다 잠이 들었을 오성이 걱정되어 흘러나오는 빛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

검사님도...-’

 

열린 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것은 빛 뿐만이 아니었다. 정국이 방문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성의 희미한 목소리와 기계에서 흐르는 듯한 다른 목소리가 차례로 들려오고 있었다. 왠지 정국은 그 소리에 걸음의 소리를 죽이고 숨을 작게 쉬며 방문 앞에서 가만히 그것들에 집중하고 있다.

차분하고 정적이 흐르는 집안에 정국 근처로 냉기가 스멀스멀 바닥부터 타고 올라왔다.

 

오늘이면 끝난다는거지?”

그렇습니다. 거처 알아내는데 꽤 고생했습니다. 명의가 달라서-’

알겠고, 더 이상 절대 한국에 올 수 없게 해.”

냉정하십니다. 검사님. 그래도 한 때 검사님 부인께서 돌보던.’

다물어. 더 이상의 말은 않도록 하지. 이것만 잘 해결하면 저번에 말했던 건수 넘겨주지.”

하하-알겠습니다. 지금 처리하러 가니 오늘부터 맘 놓으실 일만 남은 겁니다.’

 

대화를 듣던 정국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손발이 저릿해짐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오성은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았고 그 모습을 흔들리는 눈으로 정국은 지켜보고 있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생각은 정국의 발목을 붙잡았고 기분나쁜 차가운 공기는 정국의 온몸을 감싸고 휘돌았다.

 

가야해. 지금 수연이한테 당장.’

 

자신이 들은 게 맞다면, 자신이 지금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수연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것일까.

정국은 생각의 회전보다 행동을 먼저 했다. 주체할 시간이 없었다.

큰 보폭으로 현관문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손에서 땀이 흥건하게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입을 바짝마르기 시작했다. 어느 것 하나 급하게만 느껴지는 정국은 비상계단으로 걸음을 옮겨 계단을 두세개를 뛰어 내려갔다.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다. 자신이 가있을 때 수연이 제 눈앞에 있어야 하는데 자꾸 불길한 생각이 겹쳐 들어왔다. 어쩌면 확신이 드는 상황이었다. 주차장으로 뛰어가며 정국은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아라...받아. 제발.”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었다. 여러번의 시도에도 수연의 핸드폰은 정국의 신호에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시동을 건 차 안 핸들에 고개를 묻은 정국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정신 제대로 차려야 해.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는 것이 모든 것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다시 고개를 든 정국은 기어를 바꾸고 빠르게 주차장을 벗어났다.

 

 

 

 

 

 

-!’

신호와 차선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도로를 달리는 정국은 지금 어떤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수연의 안부만이 그것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옆차선의 운전자가 정국의 난폭한 운전에 창문을 내리고 크락션을 울리며 욕지거리를 해도 정국은 신경도 쓰지 못한 채 더 깊이 엑셀을 올린 발에 힘을 주었다.

 

태형아.”

. 이 시간엔 웬일이냐? 술먹게?’

아니. 나 좀 도와줘.

너 지금 어디야? 괜찮냐?’

 

달리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그 근처에 있는 태형의 직장이었다. 퇴근 시간이었으므로 혹 하는 마음에 태형에게 전화를 건 정국이었고, 떨리는 정국의 목소리에 여유가 있던 태형이 걱정스런 말투로 정국에게 반문했다.

 

너 지금 내가 주소 하나 부를 테니까 그 쪽으로 와. 설명은 나중에 할게.”

뭐야. 너 지금 무슨 일있어?’

설명은 나중에. 올 수 있지?”

알겠어. 지금 가.’

 

태형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잠깐 쉰 정국은 태형에게 수연의 주소를 불렀다.

어쩌면 태형이 먼저 도착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수연만 안전하다면 다시 자신의 눈앞에 볼 수 있다면.

출발한다는 태형의 말에 전화를 끊은 정국은 도로를 밝히는 가로등을 빠르게 지나치고 있었다.

 

 

 

 

 

 

 

 

 

 

 

 

 

띵동-’

벨을 누르는 소리에 수연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올 사람은 정국 뿐이기에 어떤 대꾸도 없이 자연스레 문을 열었다.

 

간지 얼마나 됐다고...”

살아있었네? 도화.”

여긴, 여길 어떻게.”

 

문을 열었을 땐 정국이 보이지 않았다. 늘 자신을 어둠처럼 따라다니는 그 그림자같은 그 조직 중 브로커였다.

검은 외투를 걸친 그 덩치 큰 사내는 우왁스러운 힘으로 수연을 밀치고 집안으로 걸어들어왔고 조금씩 미세하게 떨고있는 수연을 보며 끅끅대고 있었다.

 

설마 못찾을거라 생각한건 아니지? 넌 어차피 우리 손바닥 안이야. 미친년아.”

알아. 안다고.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야.”

 

수연은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결국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짧은 행복이었다. 그것을 자신도 은연중에 알았기에 늘 불안했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늘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오히려 마음이 시원했다. 그런데 눈물이 차오른다. 머리는 인정이 되는데 마음이 뜨거워져 눈물이 감정을 삼켜버려 비집고 올라온다.

 

어쩌긴 같이 가야지. 나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집을 휘-둘러보던 그 덩치는 현관문에 덩그러니 서있는 수연에게 짧게 말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연은 후-하고 짧게 심호흡을 했다.

 

이별인사를 하지 못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니 어딘가에 찔린 듯 아프다.

정국의 그 모습이 아른하다. 마지막으로 봤던 얼굴이 어땠더라.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많은 생각들이, 오로지 정국의 생각들이 스쳤다. 머리를 쓸어올린 수연은 외투를 챙기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덩치에옷만 챙길게. 겉옷만.’ 이라는 말과 함께 불이 꺼진 방안으로 들어와 벗어 둔 코트에 팔을 끼워 넣었다.

자신의 상황은 그리 슬프지 않은데, 자꾸 정국이 눈에 밟혔다. 이런 거 예상 못한 것도 아닌데. 나름 마음의 준비를 조금은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눈물을 삼켰다. 꾹꾹 눌러 계속 삼켰다. 그 횟수가 빈번해짐에도 눈물이 새어나올 듯 눈앞이 자꾸 흐려진다.

 

시간 없어. 얼른 나와.”

 

덩치의 재촉에 수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방에서 걸음을 떼었다.

그때 자신의 발치에 걸리는 책이 보였다.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정국과 함께 샀던 고등학교 언어 문제집이었다. 그것을 들어올린 수연은 작게 접힌 페이지를 펴 자신이 정국에게 써놓은 글을 보았다. 이렇게 빨리 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품에 꼭 안은 책을 테이블 한가운데 내려놓았다. 정국이 나중에라도 발견해주길 바라며.

불을 끈 어두운 집에서 덩치의 손에 이끌리 듯 수연은 끌려나왔다.

 

보고싶다. 보고싶다고 생각하니 더 미친 듯이 보고싶다. 이별을 생각했음에도 직감했음에도 마음의 정리란 하나도 돼먹질 않았다보다.

 

 

정국이 없던 나의 생활은 낭떠러지에서 밀려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삼켜지듯 추락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저항도, 노력도 그 하나의 힘조차 내지 않고 그저 바닥으로 추락해 부서지길 기다리는 그런. 정국을 만나고 나는 참 한심하게도 행복을 꿈꿨다. 염치없게 감히. 일말의 아주 작은. 그래서 더 애뜻한. 남에겐 흔하여도 나에겐 너무 벅차고 값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그런 작은 행복을 나도 누리고 싶다고 감히 소원했다.

 

난 당신을 내가, 이 더럽고 추악한 내가 밝은 너를 같이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미안하지 않고 싶어 뻔뻔해지려 했었다. 그러나, 내 옆에 있어주는 당신은 날 지켜주고 있는 당신은, 나로 인해 끌려 내려가는 것이 아닌 나를 올려주고 있었다. 저기 빛이 있다고, 저곳으로 가면 된다고. 그렇게 나를 나도 모르게 빛으로 어둠에서 멀어지도록 올려주고 있었다.

 

그런 당신에게 고마웠다. 이렇게 직접 작별을 고할 수 없음에 무너질 듯 아프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팔목을 붙잡힌 채 걸어 내려오는 내내 결국 수연의 눈에서 큰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소리없이 울음에 덩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수연의 울음은 멈출 수 없을만큼 계속되고 있었다. 모든 게 어둠이었다. 희미하게 계단으로 들어차는 주황 가로등마저 어둠으로 짙게 보이는 그런 순간이었다.

 

 

 

 

 

 

 

 

 

 

평소의 운전이었다면 20분은 걸렸을 거리를 10분 안에 도착한 정국이었다.

수연의 오피스텔이 있는 건물의 골목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정국은 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인적이 드문 골목 정국의 차의 헤드라이트가 핸들을 꺾음에 따라 빠르게 다른 곳을 비추며 가고 있다.

 

 

마침내 수연의 건물이 보였고, 정국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거리가 가까움에도 자신의 급함이 더 빨랐는지 태형은 보이지 않았다. 정국은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제발, 제발.”

 

건물로 다가가며 수연의 집 창문을 봤지만 작은 불빛도 없이 어둠 뿐이었다.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에 정국은 마른 침을 삼켰다.

걸음을 재촉했다. 뜀박질에 가까운 걸음이었다.

 

그 때 수연의 건물 현관의 센서등이 켜지면서 수연의 모습이 정국의 눈에 들어왔다. 잠깐의 안도감도 잠시 수연의 옆에 있는 남자를 본 정국은 다시 정신이 아찔해졌다.

 

수연아! 김수연!”

저 새낀 뭐야.”

 

정국의 부름에 걸음을 멈춘 수연과 덩치는 정국 쪽으로 시선을 옮겼고 수연은 그 짧은 순간 정국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이대로 자신에게 온다면 정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오지마! ! 얼른 가!”

 

수연의 울부짖는 외침에도 정국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덩치는 어느정도 알고 있는 상황인지 수연의 팔을 더 강하게 옥죄였다.

수연은 정국과 더 멀어지기 위해 덩치를 끌어 당김에도 덩치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정국 쪽으로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얼른 가! 오지마. 제발!”

 

목이 잠겼지만 더 크게 정국에게 외쳤다.

수연을 잡고 있지 않는 덩치의 다른 손에 반짝이는 은색의 칼을 본 수연은 가슴이 내려앉았다.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다가오는 정국의 얼굴이 눈물에 가리어 흐릿했고 다급한 마음은 추스를 방도가 없었다. 덩치를 이끄는 수연의 힘이 벗어남을 위한 것이라 느꼈는지 팔을 더 강하게 비틀어 잡았고 수연은 다리가 풀릴 듯 몸이 가라앉었다.

 

수연아.”

흐으으윽-오지, . 제발.”

 

크게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정국은 수연의 울음이 걱정되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곧바로 수연에게 다가가는 정국을 막은 건 여전히 손에 칼을 든 덩치였다.

 

다치기 싫으면 그냥 가라.”

비켜.”

흐으으윽. 살려주세요. 제발, 제가 따라갈게요. 그냥 가요. 제발.”

 

 

 

[방탄소년단/전정국] 바닥까지 같이 가줄래요? 06 完 | 인스티즈

 

 

수연아.

 

눈은 정국을 향했지만 말은 덩치를 향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정국이 다치면 안되기에. 그럴 순 없었다.

 

주저앉은 몸으로 수연은 무릎을 꿇고 손을 빌어가며 발악에 가까운 소리로 외쳤다. 우는 수연에 좀 더 다가가려는 정국이었고, 그런 정국을 여전히 막는 덩치였다. 자신의 팔을 잡고 막는 덩치에 정국은 이미 수연의 울음으로부터 이성을 잃었기에 강하게 뿌리쳤고, 주저앉은 수연을 향해 가려했다.

 

그 때,

 

-’

 

으윽

너 이 새끼야 가라고 했지.”

 

그 은색의 칼날이 정국의 복부에 날카롭게 꽂혀 들어갔다.

 

안돼! 으으. 안돼!”

 

흥건하게 피가 흐르는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는 정국을 수연이 감싸안았다.

 

흐으윽. 안 돼....제발. 제발!”

수연아,”

 

칼을 다시 집어 넣은 덩치는 강한 힘으로 수연을 끌었지만 수연은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일어 날 수 없었다. 일어나면 안되는 것이었다.

 

 

순간 밝은 자동차 조명이 셋을 향해 비추었다.

 

‘빠앙!’

 

하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수연을 이끌던 덩치는 그것에 당황을 한 것인지 빠르게 다른 곳으로 달려갔고 정국과 수연은 여전히 그 빛을 맞고 있었다.

 

오지 말랬잖아. 오지 말라고..흐으윽

수연아, 수연아.”

말하지 마. 너 지금 다쳤어.”

 

수연의 눈물이 정국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수연을 얼굴을 보는 정국은 안도감과 함께 울고 있는 수연에 마음이 아파 배를 잡고 있던 손으로 수연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것에 놀란 수연은 자신의 손으로 정국의 복부를 지혈했다.

 

전정국!”

 

헤드라이트를 여전히 끄지 않은 차에서 태형이 내렸다.

달려오는 태형에 수연은 큰소리로

 

“119! 119 불러줘요! 이 사람 많이 다쳤단 말이에요!”

 

도움을 요청했다. 수연의 손 위를 맞잡는 정국을 수연은 여전히 흐느끼며 바라보았다.

 

그만 울어.”

왜 그랬어... 내가 뭐라고.”

상황을 파악하며 조금 멀찍이서 통화를 하는 태형을 보며 수연은 인상을 찌푸리는 정국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가 지켜 줄 거니까.”

흐으윽...미안해. 미안해.”

 

수연의 눈을 또렷이 맞추며 얘기하는 정국이었다. 고장 난 눈물샘은 수연의 눈에서 마르지 않았고 정국의 얼굴 위로 툭툭 떨어졌다.

 

내가 너의 오늘도, 내일도 지킬 거니까.

조금만 참아. ?”

 

고통이 점점 심해지는지 말의 끊김이 잦아지는 정국에 수연은 정국을 달랬다.

 

난 너랑 미래를 함께하고 싶었어. 내가 하지 못한 과거의 나이에 슬퍼하는 그 일들 다 감싸안을만큼 내가 지금부터 너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많이.”

흐으으윽.”

 

수연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정국이 다정한 눈으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그럴수록 수연은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같이 요리도 해보고 여행가서 투닥거려보고 하루종일 곁에 있으면서 서로 바라보기만도 해보고 화창한 날, 비오는 날, 해가지는 오후, 해가 뜨는 새벽. 모든 시간을 함께 해보고 싶었어. 그 시간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어. 결혼해서 애도 낳고 아이들 두고 뭘 먹일지, 입힐지. 티격태격 싸워도 보고 초등학교 들어가는 아이보면서 감격해 우는 널 안아주는 상상도 해봤어. 근데 이렇게 늦었다. 미안해. 미안해 수연아.”

흐으-그런 말, 하지, .”

 

숨을 가쁘게 쉬는 정국의 모습에 수연은 미칠 것만 같았다. 정국이 전해오는 말이 너무 고마워서 또 이런 자신이 너무 미안해서 복잡한 심정이 겹쳐 절규하듯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바닥까지 같이 가줄래요? 06 完 | 인스티즈

 

 

내가 많이 사랑해. 사랑한다. 수연아.”

 

 

나도 많이 사랑해요. 사랑해.”

 

정국의 고백에 어떤 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을까. 사랑. 그것이 전부이지 않을까.

뱉는 말 한 글자 한 글자에 진심을 담았다. 눈물이 배어 나와도 제대로 전하려 눈물 한방울 말 한마디씩을 번갈아 뱉었다.

 

수연의 대답에 눈을 반 접으며 애써 웃는 정국은 힘이 빠지는지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뜨려고 노력을 해도 계속 눈이 감겼다.

 

안돼, 안돼! 아아악!”

 

수연은 그런 정국을 끌어안은 채 울었다. 목놓아 울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울음소리에 다급하게 다가오는 태형도 멀리서 점점 크게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도 어느 것하나 귀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국을 내려보다가 얼굴을 쓸며 품에 다시 안았다.

 

환자 이송하겠습니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것이 왔고 여러 명의 사람이 수연과 정국의 주변을 감쌌다. 여전히 잡고 있는 수연과 정국의 손이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에 툭하고 떨어져 멀어졌다. 주저앉는 다리를 이끌고 정국의 곁으로 가려했지만 도저히 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멀리서 정국이 응급처치를 받는 모습이 보였고 닫히는 앰블런스의 차량이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라 여겼다. 정국의 상태가 걱정이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앰블런스에 동행으로 같이 타고 간 태형이 사라진 자리는 모여든 사람들과 몇몇의 경찰차 이외엔 보이지 않았다. 몇 걸음 걸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하는 소리가 벽을 타고 주저앉는 수연의 곁에 들렸다.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자 강한 헤드라이트가 수연의 시야를 때렸다.

큰 봉고차의 문이 급히 열렸고 두세명의 큰 덩치가 수연을 재빠르게 잡아 그 어두운 차안으로 집어넣었다. 순식간이었다. 구경꾼들과 현장에 모인 경찰들의 그곳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기에 어떤 이도 모든 걸 보지 못했기에 수연은 그렇게 그 어두운 차를 타고 알 수 없는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눈을 떴다.

천장으로 보이는 하얀 배경이 먼저 눈에 들어찼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옆에서 조용히 증기를 내뿜는 가습기였다.

등에 푹신한 느낌인 걸 보니 침대 위였고, 고개를 약간 틀어 보이는 것이 링겔인 걸 보니 병원이었다.

따뜻한 온기가 갇혀있는 이불을 조금 걷고 몸을 일으킨 정국은 복부에 가해지는 찌릿한 고통에 절로 인상이 쓰였다. 햇살이 들어차는 창가에 작은 물병에 든 꽃이 보였다. 이른 오후인 듯 했다.

 

복도에선 사람들의 걸음 소리가 아득히 들렸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을 한모금 마신 정국은 잃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일순간 수연과의 일이 떠올랐다. 정신이 번쩍 든 정국은 몸을 타고 올라오는 고통을 신경쓰지 않은 채 정국은 빠르게 병원을 벗어났다.

 

 

 

 

 

 

 

띠리릭-’

수연의 집에 오면서 전화를 해봤지만 수연의 폰은 꺼져있었고, 태형의 말을 전해 들었을 땐 자신이 응급차에 타느라 미쳐보지 못했다는 말 뿐이었다.

 

 

수연의 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국을 맞이한 건 차가운 냉기가 들어찬 집이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음에 정국은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차분하게만 보이는 집은 수연이 마치 없었던 집인 것처럼 그 어느 것의 흔적도 남겨있지 않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그 곳을 천천히 들어간 정국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방과 부엌을 살폈지만 어떤 수연의 흔적도 남아있질 않았다.

허탈함에 소파에 주저앉은 정국은 뜻밖에 테이블에서 자신과 수연이 함께가서 산 수연의 문제집을 발견했다. 그것만이 마치 정국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마치 수연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정국의 손이 느리게 또 잘게 떨리며 책을 조심스레 들었다. 책을 집어 든 정국이 펼치자 한 페이지가 조그맣게 접혀 얼마 넘기지 않아 정국의 시선을 끌었다.

 

그렇게 펼쳐 든 책은 시 한 편과 수연의 편지가 있었다.

 

 

 

[서해

-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에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으로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이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시 한 편과

 

안녕. 이 편지를 되도록 늦게 봤으면 좋겠지만 이걸 보고 있다면 우린 헤어져 있겠지. 아니 내가 떠나 있겠지.

당신이 보지 않길 바라지만 읽고 있다면 나를, 얘기도 못한 채 떠난 나를 미워하고 원망해도 좋으니 조금의 변명이 될까 싶어 쓰는 것이니 읽어주길 바라.

 

전정국.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그 불편한 감정이 따뜻함이 주는 낯설음이란 걸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럼 우린 좀 더 일찍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끝이 있을지언정.

그랬다면 난 너에게 내 마음을 좀 더 일찍 말했을 수 있었을까.

네가 너무 따뜻해서 미웠어.네가 너무 다정해서 원망스러웠어. 네가 너무 포근해서, 그래서 눈물이 났어. 내가 가질 수 없는 행복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랬었어.

 

고마워. 서툴게 대해서 내가 너무 어리고 느려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많이 후회되고 미안해.

사랑한다는 말 그 말이 뭘까. 증오한 적이 많아. 다 거짓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사랑이란건 받은 적도 없고 줄 일도 절대 없을거라 생각하고 죽은 듯 살았기에.

사랑이란 감정에 아픔과 눈물도 한 부분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나 아마 당신을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

이젠 확신해. 늦었지만, 정말 많이 늦었지만. 사랑해. 사랑해요.

그리고 많이 미안해. 이것조차 당신에게 나중에 상처가 될 거라는 나의 오만한 판단 때문에 직접 말해주지 못해서.

미운 말만해서. 상처주는 말만해서. 밀어 내려고만해서. 미안했어.

 

내 진심은 사랑이었어. 내 사랑이 당신에게 슬픔만 돼서 이것조차 미안해.

 

평생 원망하고 살아줘. 찾지 말아줘. 미워하고 살아.

난 어딘가에서 또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을테니 그저 잊고 살아줘. 염치없지만 부탁할게. 안녕. 전정국.‘

 

편지 하나.

 

 

 

 

툭툭 편지와 책에 정국의 눈물이 떨어졌다. 어깨의 작은 떨림이 그림자를 통해서도 보였다.

오후의 따스한 해가 비추는 그곳 정국을 감싸는 것은 그것이외에는 없었다. 수연의 온기는 머물다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정국은 따스해서 눈물나는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이젠 잡을 수 없는 느낄 수 없는 수연의 온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끝이었다. 시나브로 끝이 나고 있었다.

 

 

 

 

 

 

 

 

 

 

 

 

 

눈이 뜨였다.

눈을 뜨자 보인 건 시커먼 천장이었다. 수연이 차가운 주변의 서늘한 공기에 고개를 돌리면 초록색의 우중충한 커튼과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 은색의 의료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등에 닿는 기운이 차갑고 딱딱했다. 서늘한 냉기가 몸을 타고 올라왔다. 수연이 고개를 살짝 돌려 손목을 내려다보면 링거 바늘이 꽂힌 핏기없는 팔이 보였다. 정신이 몽롱했다. 아마 수면마취제를 탄 것 같았다.

멀리서 아득히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신장, 등등 대충 들어도 등골이 서늘한 말들이었다. 왕왕 울리는 소리에 마치 꿈속인 듯 착각이 일었다.

엿같은 아주 엿같은 꿈속.

타박타박 사람들의 발걸음이 들렸고, 수연은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몸에 온기가 돌지 않는다 믿길만큼 몸은 차가웠다.

감는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감은 눈에서 내내 그 뜨거운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 내렸다.

 

 

 

 

 

 

 

 

 

 

 

 

 

 

풀이 무성히 자라나 무릎을 간질이고 꽃이 살랑대며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는 그런 오후였다.

 

여름이 다가오는 늦봄의 오후 햇살은 눈이 부시게 내렸고 초록 나무의 나뭇잎들 사이를 타고 조각조각 내려와 초록인지 연두인지 분간이 안될만큼의 밝은 빛을 내리고 있었다. 그 아름드리 나무 아래 작게 삐그덕대는 나무 그네에 효진이 앉아있고 그 무릎 위에 수연이 앉아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효진이 발끝으로 땅을 밀어 그네를 조금 움직이면 수연은 재미난 듯 꺄륵대며 손에 쥔 분홍 막대 사탕을 입에 굴려 먹는다. 그런 수연을 보고 해사하게 웃는 효진은 정갈하게 땋아진 수연의 양갈래 머리를 차분히 쓰다듬는다.

 

우리 예쁜 수연이. 이렇게 예뻐서 나중에 결혼은 어떻게 보낼까?”

“결혼이 뭐예요?”

 

볼이 가득하게 사탕을 문 수연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효진을 바라본다.

 

결혼은 나중에 수연이가 맘에 드는 사람이 생겼을 때 행복을 나누고 싶다 느끼면 하는 그런거야.”

아아-난 그럼 이모랑!”

 

작은 손가락을 뻗어 효진을 가르키는 수연을 보다가 푸하하 웃는 효진은 수연을 고쳐 안는다.

 

결혼은 수연이 요기 마음을 간질거리게 하는 두근거리게 하는 그런 사람이랑 하는 거야.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지.”

요기?”

 

효진이 가만히 수연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려 가만히 있으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효진을 바라보는 수연이다.

 

그네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둥글게 앉아 놀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한 남자 아이가 멀리서 찬 공이 둥글게 앉아있던 정국의 머리를 맞추고 말았다.

 

“정국이! 미안해요.”

아니야. 괜찮아.

 

머리를 맞고도 몇 번 부비적 거리다가 다시 속없이 웃는 정국은 공을 건네주며 남자 아이를 되려 달래주고 있다.

 

 

그런 정국을 지켜보는 효진이 어쩐지 장난스럽게 표정을 일부러 시무룩하게 만드며 수연을 본다.

 

이모는 걱정이다. 이모 아들 정국이가 저렇게 속이 없어서 나중에 결혼은 어찌하나-”

왜에?”

 

여전히 볼에 사탕을 굴리며 효진을 보다가 정국을 한 번 보는 수연은 웃는 정국을 따라 활짝 웃으며 말한다.

 

저렇게 헤헤거리면 나중에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 걱정이야.”

으음-그러며느은.”

 

효진의 걱정스런 표정에 골똘히 고민을 하던 수연은 효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내가 정꾸기랑 결혼 할래요. 히이

 

하고 헤실 웃어버린다. 그런 수연에 기분이 좋은 효연은 가볍게 그네를 다시 발로 흔든다.

 

수연이는 정국이를 사랑할거야?”

! 사랑할거야. 아니야! 사랑해. 히히

정말? 어째서?”

정꾸기를 보면 막 기분이 좋구 웃음도 나구. 행복해요!”

 

작은 팔을 크게 저어가며 효진에게 설명하는 수연을 효진은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꼭 끌어 안아준다.

 

정말로 수연이가 정국이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이모는.”

사랑해! 수연이가 정꾸기 많이 사랑할게요.”

 

내리쬐는 오후의 햇살은 눈이 부셨다.

가늘게 비추는 햇살도, 온 힘을 다해 내려오는 햇살도 어느 것 하나 구분없이 나른함을 불러일으키는 기분 좋은 그런 날이었다. 정국과 수연 그들에게 같은 날 같은 햇살이 나리고 있었다. 같은 바람을 맞으며 같은 웃음을 지었다.

 

정국을 보면 같은 웃음을 짓게 되는 수연이 그 곳에 그 날 있었다.

행복이었다. 그리고 사랑이었다.

 

첫사랑.

 

 

 

 

 

 

 

 

 

 

 

 

 

 

 

 

 

 

 

안녕하세여!!!!

마지막을 들고 온 캠벨입니다!

벌써 2주나 지났네요 글 안올린지ㅜㅜ

 

제가 최근에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져서 병원을 다니는데도 낫질 않아서

매번 집에서 쓰러지곤 했거든요ㅠ 그래서 글을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ㅠㅠㅠ

미안해용ㅠㅠ

 

드디어! 마지막이네요...

음...여러분에게 새드엔딩을 안겨드려 정말 미안하고 할말이 없지만..

이 스토리는 마지막을 맨 처음으로 구상하고 쓴 글이라 결말을 바꿀 수 없었어요ㅠ

만약 결말을 바꿨다면 범죄 액션 스릴러?로 장르가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ㅋㅋㅋㅋ

 

마무리는 과거 회상으로 끝내봤어요! 결국 수연은 첫사랑부터 정국이었다 뭐 그런ㅎㅎㅎ(데스티니 정말 좋아합니다)

 

일단 둘의 현재의 마지막을 교차로 넣을까 하다가 그냥 병렬식으로 넣어봤는데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나요? 그러길 바래봅니다..

수연의 마무리는 열린 결말 입니다! 각자 해석해 주세요!

 

글 솜씨 없는 저를 여기 까지 따라와주어서 정말 고마워요..이쁘니들><

벌써 개강이네요(뭘했다고..ㅜㅜㅜㅜ)

다들 개강 개학 잘 보내시고! 활기찬 새학기되길 바라요!

 

 

푹쉬고 몸 건강히 다시 돌아올게요!

+ 결말의 궁금증이나 해석이 안되는 부분 알려주세요! 다 해드리겠습니다!(마지막 열린결말부분만 제외할게요)

 

다음 글은 좀더 밝은 글로! 해피하게! 그럼 총총

 

 

 

 

 

 

사랑하는 나의 암호닉들

(최종입니다. 빠진 분들은 알려주세요.)

 

청포도   

땅위  

인생꾹팅  

룰루랄라  

파랑  

여지  

뚝아  

침구  

쿄이쿄이 

단미 

열꽃 

침개 

태태요정 

매곡화

깡태콩

오호라

 

 

 

 

곧 만나요:)

얼른 달려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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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5.3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작가님 안 주무시고 뭐 하세요, 늦었잖아요.
7년 전
캠벨
앗, 글 올리느라 그랬어요ㅋㅋㅋ막화읽으러 와주어서 고마워요! 또 만나요:)
7년 전
비회원196.74
땅위입니다ㅠㅠ 우어어어오어어ㅠㅠ 새드라니... 정녕 여주와 정국이는 이루어질수앖었던건가요...여주는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이렇게 슬픈인생을 살아가나요ㅠㅠ 다음 생에는 둘이 다시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네요ㅠㅠ
7년 전
캠벨
음 나름 열린 결말이니 나중에라도 만났으면 하는게 작가를 떠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ㅎㅎㅎ 오늘도 읽으러 와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곧 돌아올테니 그때동안 몸 건강히 지내고 계세요!:)
7년 전
독자1
와 결국에 끝는...아ㅠㅠㅠㅠㅠㅠㅠㅠ수연아ㅠㅠㅠ정국아ㅠㅠㅠㅠ
7년 전
캠벨
마지막까지 읽으러 와주어서 고마워요!:)
7년 전
독자2
태태요정이에요! 벌써 끝나다니 너무너무 아쉬워요... 작가님 글 볼 때마다 엄청 몰입해서 읽었었는데... 마지막엔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나는군요...ㅠㅠㅠㅠ 진짜 정국이... 여주 지키려고 할때 진짜 오열...ㅠㅠㅠㅠㅠ 너무너무 슬퍼요 진짜.. 너무 맴찢이어요... 정말 작가님글 재미있게 잘읽었어요! ㅠㅠㅠ 그동안 너무너무 감사했ㅇㅓ요!!
7년 전
캠벨
칭찬이 와구와구ㅠㅠㅠ너무 고맙습니다! 늘 힘이 됐어요! 우리의 인사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해요:) 곧 또 만나여!!
7년 전
비회원235.79
깡태콩이에요! 이 글을 완결까지 함께해서 좋았고 새드라서 조금 슬프고 그렇긴 하지만 오늘 정말 몰입하면서 읽었고 정국이랑 여주의 꽁냥거림을 오래 못 봐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진짜 정국이 오늘 여주 지키려고 막 자기 몸까지 던지는 장면에서 진짜 울면서 봤네요ㅠㅠ그리고 정국이 아버님 끝까지 정말ㅠㅠㅠ 못됐다ㅠㅠ 그리고 또 여주는 기억을 못 한 걸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도 또 정국이를 사랑하다니 정말 저도 이런 데스티니 좋아합니다! 음 정말 완결 나서 아쉽지만 작가님 차기작으로 곧 돌아오신다고 하셨으니까 저는 작가님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고생하셨고 이런 재밌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캠벨
우와와와 마지막까지 이렇게 긴 후기글이라니 너무 감동입니다ㅠㅠㅠ 슬프지만 이게 맞는 엔딩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화까지 같이 달려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죠? 얼른 다음글 써서 달려올게요! 우리의 인사는 끝맺음이 아닌 다음을 위한 기약이라 생각해요ㅎㅎ 곧 만나요!
7년 전
독자3
뚝아입니다...ㅠㅠ
왜 안오시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프셨....끄흡 아프지 마세요ㅠㅠㅠㅠ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몸건강이 최고죠 역시!!!!! 다음에 다시 오실때는 다 나아서 오시기를 바랄게요...ㅎㅎ
ㅇ아ㅏ아아 결국은 새드엔딩인건가요.... 진짜 둘에게 해피엔딩이라는 선택지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쓰......ㅠㅠㅠ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새드엔딩보니까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좋네욤... 다음에는 해피엔딩도 꼭 보여주세욧!!! 그동안 연재하느라 수고하셨어요! 좋은 글 보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당 잘보고가요❤❤❤❤❤

7년 전
캠벨
마지막까지 같이 달려줘서 정말 진심을 다해 고마워요! 늘 댓글이 큰 힘이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이 회복되면 정말 머지않은 시일 내에 다시 돌아올게여! 또만나요:)
7년 전
독자4
ㅠㅠㅠㅠ슬퍼요ㅠㅠㅠ결국 이루어질수없는 사랑이라니... 마지막까지 잘보구갑니댜ㅠㅠㅠ 아프지마세여ㅠㅠㅠㅠ
7년 전
캠벨
고마워요ㅠㅠ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네요ㅎㅎ 건강 회복되면 바로 올게여! 큰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곧 만나요!!
7년 전
독자5
침구입니다 이렇게 될 줄 전혀 예상못해서 살짝 어안이 벙벙하네요 그나저나 많이 아프셨다니ㅠㅠㅠ 집에서 쓰러지실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아프셨던거에요..크헝 많이 쉬셔도 되는데 2주만에 또 이렇게 꽉찬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걱정이 되네요.. 저도 개강인데 인생아..진짜 살기 힘드네요 군기덕분에...^-^
7년 전
캠벨
군기라니ㅠㅠㅠ너무하네요ㅠㅠ불합리한 일 안당해야해요!!!오늘도 마지막까지 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얼른 건강해져서 돌아올게요! 곧 만나요:)
7년 전
독자6
지레짐작 정국이와의 이별을 예견하고 저리 슬픈 편지를 적어놓은 수연이가 안타까워요. 이미 정해놓으신 결말이었군요.. 어쩌면 그래서 더 현실로 다가와요. 수연이의 행복을 바랐는데 제 바람이 작았던 것 같네요.. 둘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정국이는 아직 끝나지 못했으니 이후의 정국이가 궁금하고 혼자 정국이를 상상하게 됩니다. 아버지에게 가서 따져묻고 원망하려나요...? 전검사님은 참으로 무시무시하네요. 수연이가 다시 빨간집에 가거나 쨌든 정국이와의 만날 연을 끊어버리리라 생각했건만 ..생각도 못했어서 더 충격적이기도 해요. 꼭 그래야만 했나. 굳이. 아들 또한 더불어 자신의 부인이 그리 예뻐해 사랑해 마지않던 아이를... 사람은 참 잔인하죠.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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