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잘 다녀오고, 도착하면 전화하고, 알겠지?"
나는 아빠의 말에 살짝 미소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의 마지막 얼굴은 아직까지도 걱정 가득하기만 한 생일날의 아빠의 얼굴과 다름이 없었다. 아빤 언제나 나를 보면 그 얼굴을 하곤 했다. 맘 편히 웃는 걸 보지 못하고 언제나, 걱정, 근심, 불안함, 새 아빠에게서 볼 수 없는 그런 애정. 철이 없었을 때는 저 얼굴이 지독히도 싫어서 아빠와 만나기를 거부한 적도 있었다. 그냥 새 아빠의 다정한 웃음만 보고자랐었던 터라, 그 얼굴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남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였을까.
아님 낡은 소매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었을까.
"알았어요, 아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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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엄청 비쌀텐데, 어디까지 가요? 같이 가는 길이면 택시 같이 타요."
나와 같이 여행 온 언니는 커다란 키의 서글서글한 프랑스 남자에 같이 웃어주었고, 그의 이름은 쑨양이라고 소개했고, 우릴 택시 승강장 앞에서 찍어주기 까지 햇다. 그는 이상하리 만치 우리에게 친절햇고, 택시 안에선 심지어 처음보는 우리에게 파티를 초대했다.
한국인인 우리에게, 프랑스인인 그가, 왜?
하지만 언니는 신경쓰지 않은 체, 어색한 영어로 택시에 앉아 내내, 그와 이야길 나누었다. 파티는 언제쯤 하는 거며, 어디서 하는 거며, 우리가 가도 돼는 거며, 내가 마음에 드는 거며.
내가 바란 여행이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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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는 관자 놀이를 꾹 누르며 언니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쇼파에 앉아 뭐 그리 놀라냐는 듯이 웃으면서 신발을 신은체로 집 안으로 들어가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집 안은 텅 비어있었으며, 그녀들의 친척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 그리고 그 남자와 잘거야,"
머리까지 아파왔다.
커다랗게 멈릴 울리는 음악 사이로 작게 울고있는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아빠다.
나는 잠깐 그녀를 쳐다보다가 반대쪽 편으로 넘어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빠?"
전화기 너머로 숨을 내리쉬는 아빠의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 그런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 , 괜찮다고 다녀오라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 울컥했고, 아빠에게 거짓말을 한 거 같아 죄책감으로 가슴이 묵직해졌다. 아빠가 여기에 와서 그녀를 보고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슬쩍 창문 건너편으로 보이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딸, 왜 전화 안했어."
조금은 화를 억지로 눌러참는 듯 한 아빠의 말소리에 결국 창문으로 등을 돌려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는 나를 속엿고, 나는 바보같이 친척이 있단 신빙성 없는 소릴 곧이 곧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어렷을 적부터 함께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렇게 당하는게 화가 나는게 아니라, 이렇게 아빠의 기대에 져버리는 것 같아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지금 이렇게 후회해봤자, 소용 없겠지만.
"아… 미안해. 근데 아빠, 이 집에 그 언니 친척들이 없어. 그게…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근데, 나도 정말 몰랐어. 그래서 이 집 전화번호 몰라…"
마치 바로 아빠가 있는 거 마냥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들면 아빠가 보일 것 만 같았다.
특유의 그 걱정과 그 불안함이 섞인 그, 불쌍한 얼굴을 하고서.
"…뭐?"
한참만에 들려오는 아빠의 말에 나 역시 답답함을 느끼며 다시 정신없이 춤을 추고있는 그녀를 바라보기 위해 창쪽으로 몸을 돌렸다.
"정말 나도 몰랐…, "
잠깐,
"잠깐만 아빠, 집에 누군가가 들어왔어."
자동적으로 휴대폰을 잡고있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누구야? 뭐야? 창문에 겹겹이 선이 그어져 그들의 얼굴을 볼 순 없지만 남자다. 거구의 남자. 그냥, 거구의, 남자. 온몸이 긴장하듯 빳빳하게 굳었고, 아빠의 목소리가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가 회전 하는 듯 저 사람들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저들의 그녀의 친척이 아니야.
"그 언니 친척은 아닌 것 같아. 어떻게 그 사람들이언니를 잡아가!!"
커다란 오디오가 넘어지고, 그녀의 몸이 여기저기 치이기 시작했다. 거구의 남자들이 여럿이서 달려들어 그녀의 사지를 한명씩 잡았고, 그녀의 머리에세 피가 흘러나왔다. 한번의 깜빡임도 없이 그녀를 지켜보자 덜컥, 겁이났다.
그 다음은 나야.
생각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협에 폰을 꽉 쥐었다.
아빠, 아빠.
"침착해, 딸. 소리죽이고, 너 공항에서 내리고 누구와 만났어?"
거구의 남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머리가 빳빳하게 굳어버린 듯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없어. 아, 그.…!"
제발, 제발 생각해 내!! 제발!!! 입술 각질을 이로 잘근잘근 깨물며 뜯다가, 뜯다가 울컥, 비릿한 피 맛이 났고, 그녀의 머리에서 흘러나왔던 피가 머릿속을 빠르게 치고 지나갔다.
"있어! 잠깐만 쑨양! 쑨양이랬어. 쑨양 그사람과 택시타고 왔어!"
아, 아빠 나 어떻게 해? 아빠, 아빠…
"딸, 내 말 잘 들어. 우선 아무 방 하나 들어가서 침대 밑으로 들어가."
거구의 남자들을 눈으로 쫓다가 영화에서 봤을 법 한 어설픈 아빠의 말에 입술을 더 꽉 깨물고 옆 방으로 들어와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심장이 지금이라도 뚫고 나올 것 처럼 빠르게 뛰어대었고, 겨우 간신히 뜨겁게 차오르는 눈물을 막으며 아빠에게 알렸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고, 심장이 조금 가라 앉았을 때 쯤, 생각했다.
의외로 아빠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면, 볼륨을 낮추고 내가 하는 말 다 기억할 수 있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 우선 넌 잡혀갈거야."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에도 지금 의지 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기에 이를 악 물었다.
"울지마. 침착하고, 납치될 동안 너에게 10초의 시간이 있을거야. 그때 모든걸 봐야 해. 키나, 얼굴 형태나, 그녀석들 몸에 새긴 뭐 그런 거든, 세세한 것 모두 다. 그리고 내게 말 해줘.할 수 있지?"
10초,
세상에 한번도 생각 해 본 적 없었던 너무나도 짧은 시간, 지금의 상황이라면 그 시간만이라도 흐르지 말았으면 하는 시간,
하지만 지금은 내가 살기 위해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나는 모든걸 해야 하기 때문에,
작게 대답을 햇다.
그리고 시작을 알리는 듯이, 구두 굽의 낮은 발소리가 들렸다. 마치, 숨어있는 쥐 새낄 찾는 고양이마냥 그들의 발소리는 가볍고 날렵하게 들려왔다. 날 잡으러 오는거야…! 숨소릴 내리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고,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낮은 그들의 발걸음 소리는 오히려 더 두렵기만 햇다. 10초, 10초, 10초, 10초, 끼이익- 하고 열리는 문. 자동적으로 휴대폰을 꽉 쥐었다. 그냥 가, 제발 그냥 가, 가!!
제발 그냥 살려주세요…
그런 내 바램을 들어주기라도 하는 듯이, 몇걸음 방 안을 돌아다니던 남자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더니 다시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청각에 의존해야 할 때, 그들의 발걸음이 방 안에서 멀어져 아무것도 안들렸을 때, 온몸에 근육이 다 쑤실정도로 긴장했던 몸이 서서히 풀렸고,
"아빠, 나갔어! 날 못 발견 했…"
"Hey,"
저 어둠에서 스믈스믈 기어나왔을 거 같은 검은 손이 발목을 채갔고,
"아아아아아악!!! "
그의 낮고 역겹게 까지 들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생각나는 단어, 10초, 배에서부터 턱까지 쓰라린 바닥에서 거칠게 쓸려나와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은 이상했다.
약을 한 사람처럼, 무서웠고
악마 같기만 햇다.
악마 앞에서 힘없는 초식동물,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악.
"189!! 검은색머리 세명!! 해와 달!!"
쾅-! 머리가 거울에 부딪혔고, 아빠의 목소리가 바닥으로 떨구어 졌고, 나도 그녀와 같이 머리에서 피가 나왔다.
눈 앞으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일그러진 거울로 보이는 내 모습.
여러 갈래로 갈라진 내 모습은 기괴하기만 했다.
"아아아아아악!!!!!"
[박지성]
불러오는 배를 만지며, 그가 보고 싶어졌다. 얼른빨리 불러온 배를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바보처럼 날 안아주는 그의 품도 느끼고 싶었다. 홀몸이 아님에도, 나는 그가 그리웠다. 그리고 얼른 애기에게 그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고, 그의 목소리를 들리게 해 주고 싶었다. 언제나 감미롭고, 따듯하기만 한 그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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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공항으로 나오자 마자 나와 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그는 날 끌어안아 주었고, 불러온 배를 만족스럽게 쳐다보며 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잠깐 본 그의 혼란스러운 얼굴.
이내 지웠다.
"우리 애기는 건강하대?"
가만히 내 배에 손을 올리고 벌써부터 아빠의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웃으면서 고갤 끄덕엿고, 그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래, 나는 긴장이 풀린 듯 그를 쳐다보았다.
나는 이런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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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파랑, 양파. 그리고 내 사랑?"
내 말에 그는 너털웃음이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차키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그의 모습까지 옛과 같이 배웅했다. 창문에 서서 그가 차를 타고 나가는 모습까지 웃으면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차를 따라가는 또 다른 검은 차.
"뭐지?"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완벽히 커브길에서도 똑같이 따라 꺽는 검은색의 차를 바라보았다.
"에이, 그냥 같은 곳 가는 거겠지, 그치 애기야?"
나는 배를 감싸며 부엌으로 걸어들어갔다.
하지만, 이상하지.
왜, 아이를 임신하면 그렇게 둔하던 모든 감각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지.
나는 부엌으로 다가다 멈추고 다시 몸을 돌려 창문을 쳐다보았다.
"…누구세요."
아까 그를 바라보고 있기까지만 해도, 없던 사람의 형체가 날 바라보고 잇었다. 검은색의 정장을 갖추어 입은 남자는 살짝 웃고 있는 체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눈은 불러있는 배로 향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보았던 그의 혼란스러운 얼굴이 갑자기 생각났고,
쨍그랑-
"꺄악!!"
유리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졌고, 와직, 하고 다시 밟히는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 커다란 체구의 남자는 몸을 숙여 창문으로 들어왔고, 그런 남자들은 두, 세명 정도 더 들어왔고, 내 다리는 멋대로 움직이며 뒷 걸음질을 쳤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거실에 놓여있던 일인 의자가 넘어지고,
"your JI wife?"
입 만 보였다. 눈 앞에 빙글빙글 돌았고, 턱수염이 길 게 난 남자들의 샐쭉 올라간 입꼬리만 보였고, 나에게 다가오는 그들의 덩치만 보였다.
"…싫어."
낮게 속삭인 내 말에 그들은 나를 둘러싸며 휘파람 소릴 내었다. 그리고 그들끼리 이어지는 대화,
간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대화,
'그가 와이프가 있었어?'
'병신, 그는 우릴 얍보는 거야.'
'젠장, 우리 또 속았어? 시발, 엿같이 짜증나는군.'
그들은 저들끼리 대화하더니 빠르게 내 앞으로 왔다. 그리고 눈앞이 새까맣게 내려 앉았고, 머리칼이 뽑혀질 듯 아파오기만 햇다. 어느세, 여자의 새 된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나는 바닥에서 아등바등 하고 있었고, 비명소리는 내 것이였다.
잔뜩 겁에 질려 무서워 하고 있는 목소리는 내 것이였다.
그들은 나를 내려다 보았고,
발을 높게 들어올렸다.
"…제발, 애기만큼은… 제발…"
휘익, 공중을 가르는 소리가 종이를 베어내는 것 처럼 날카롭게 들려왔고, 커다란 배의 충격이 닿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컥컥 거리면서 바닥을 잡고 기어다니듯 남자의 발을 잡았고, 그들은 나를 원숭이 보듯 서로들 킥킥 거렸다.
"d...don't ...tou …to…"
그들은 거칠게 다시 발을 빼내어 날 천장으로 눕게 끔 어깨를 밟았고,
다른 한 놈은 다시 발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콰직- 하고 소리가 났고, 배가 내려 앉았다.
아픈 느낌도 없었다.
갈비뼈가 나간 느낌만 들었고, 입 안에서 피가 터져나왔고, 그들은 더 웃기 시작했다.
불러오던 배가 남자의 발힘에 짖이겨 꺼졌고, 피 비린향이 났다.
그들은 다리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가지고 흰 벽에 무엇을 쓰기 시작했다.
그만둬,
우리 애기야
나와 그의 애기야
벽에 붙이지마
제발,
부탁이야
그만 둬
눈 앞이 흐릿해졋고, 눈 앞에 다시 한번 보이는 검은색 구두를 마지막으로
눈 앞이 새까맣게 내려 앉았다
미안해여
박주영껀 나중에 쓸게여
미안해여
이런 똥글을 남기고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