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소로우 - 별일아니에요)
"나 여기 앉아도 되죠?"
"야, 얘네 우리보다 어려. 말 놔"
"안녕하세요, 16학번 이민형입니다"
"....."
어제 내 과잠 봤으면 같은 과인 것도 알았을텐데 왜 말 안했지....
이건 무슨 신종 스파이인가.... 선배 못 알아봤다고 뭐라 하는거 아니야?
설마 '나중에 학교에서 보면 맛있는거 사줘요' 의 의미가
볼 때마다 사달라는건가?
고작 삼만원가지고 po생색wer 내거나 자꾸 빌붙는 진상은 아니겠지?
야, 뭐해. 빨리 인사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을 무렵, 나를 꺼내준건 민형이였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16학번 김시민입니다' 라며 내 소개를 했다.
"얘들아, 우리 짠해야지, 짠!"
"첫잔은 무조건 원샷~ 알지?"
바로 앞은 속을 알 수 없는 우주대존잘, 그 옆은 술자리계의 유재석.
뭔가 자리를 굉장히 잘못 잡은 느낌이야. 하하하하.
만취를 피할 수 없겠군
.
.
.
.
.
"머리 안 묶은 사람 접어!"
그래, 뭐. 하나 쯤이야
"군대 안 갔다 온 사람 접어"
"어우, 이 오빠 군부심 봐!"
"시끄러, 너도 접어라. 여자애들 다 접어라~"
에이, 뭐.. 두 개 쯤이야!
"지금 술잔에 술 남아있는 사람 접어"
세 개쯤이야! 아직 두 손가락 남았어! 하하하하
"이번 학기 복학생 접어"
"아, 누나! 이거 완전 저 저격하는거 아니에요?"
"맞아요~ 알면 접으세요, 정재현 학생~"
크으으으... 강선배 아주 나이스한 선택이였습니다.
"테이블 번호 한 자릿수인 애들 접어!"
뭐 저런 신박한... 아니, 이게 아니지
"우리 테이블 몇 번이야?"
"9번"
"......"
젠장, 젠장, 젠장!!! 하나밖에 안 남았다
역시 잘못 앉은게 확실하다. 한 칸만이라도 옆으로 갈걸.. 옆 테이블 10번인데....
주위를 둘러보니 한 손가락만 남은 사람이 많지가 않았다.
제발 내 손가락은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데..
하필 이번 순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과대 김동영 되시겠다.
"어디 한 번 보자~"
주위를 둘러보던 동영오빠는 똑같이 한 손가락씩 남은 나와 재현선배를 보고 씨익 웃었다.
저 악마... 웃는 것 좀 봐....
내가 아는 동영오빠는 절대 한 사람만 접게 냅둘 사람이 아니였다.
이를테면....
"현재, 자기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다! 접어라!"
이렇게 나와 재현선배가 동시에 걸릴 수 있는 그런.. 어, 잠깐만
"너네 왜 안 접냐?"
"우리 처음 보는 사이 아닌데?"
"뻥치지마, 빨리 접고 마셔"
"진짜라니까? 우리 구면이지?"
네네네네네네네네
봤다 마다요.
"이제 내 차례지? 주량 소주 4병 넘는 애 접어"
"그냥 김동영 접으라고 하지 그러냐?"
"그럼 내가 하지, 뭐. 김동영 접어!"
"아, 형!"
.
.
.
.
.
"나 잠깐만 밖에 좀"
오케이, 지금이 기회다.
재빨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했다.
젠장, 2만원 뿐이다.
이럴 땐 필요한건 뭐? 이민형!
"미뇽, 나 만원만 꿔주라"
"지금? 뭐하게"
"아앙 그런건 묻지말고 그냥 빌려주라"
"어디서 애교야"
민형이에게서 빌린 만원과 지갑을 챙겨 들고 식당을 나서니
전화를 받고 있는 선배가 보였다.
방해할 생각은 아니였는데 나와 눈이 마주 친 선배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 계속 하셔도 되는데!"
"할 말 있는 표정이길래"
"아... 저, 선배님.. 어젠 감사했습니다!"
"....."
"....."
뭐지,
저 표정 뭐지.
이 정적 뭐지?
"안 줘도 되는데.."
"아니에요! 받으세요!"
"진짜 괜찮아, 안 줘도 돼"
"신세 진 것 같아서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받으세요!"
"불편해?"
"아니, 그 불편한게 아니라.."
지금 빨리 빚 청산하지 않으면 선배가 나중에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그래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니까... 그... 제가 평소에도 빚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요"
"진짜 안 줘도 돼. 진짜로"
"그래도...."
"그냥 과 선배가 밥 한 끼 사줬다고 생각해"
"....."
"들어가, 밖에 춥다. 난 전화 마저 하고 갈게"
"....네.."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말투로 보아 내가 생각한 것 처럼 진상은 아닌 것 같고..
얼굴도 잘생기신 분이 굉장히 스윗하시네 허허
"야, 만원"
"왜 다시 줘? 저 형이 안 받는대?"
"응, 안 받는.... 너 어떻게 알았냐?"
"내가 바보냐. 잘생겨서 얼굴 안 까먹을만 하네"
역시 남자가 봐도 잘생긴 외모구나...
전보다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동영오빠와 신나게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다.
눈치게임에서 걸려서 원샷,
31게임에서 걸려서 원샷,
경마게임에서 걸려서 원샷,
홍삼게임에서 걸려서 또 원….
"흑기사"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 술잔은 이민형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야! 흑기사 해달라고 한 적 없거든!!"
"마셔줄 때 가만히 있어라"
"....."
"게임은 또 왜 이렇게 못 해"
"그니까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냐구요"
"그만 걸려라 이제"
"남이사 걸리든 말든"
.
.
.
"김시민!! 2차 가는거지?"
"형, 쟤 지금 제정신 아니에요. 저희끼리 가요"
"아 왜~ 가자~"
"쟤 꼴을 봐요 지금"
"야아, 나 멀쩡하고둔"
"....."
"근데 여기 바닥이 조금 붕 떠있는 거 같지 않아?"
"....우리끼리 가자"
민형이의 손에 이끌려 택시를 타고 우리 동네로 향했다.
집에 가기 전에 편의점 들러서 숙취음료 사가야지 헤헤헤헤
"....헛개...수...."
크흠... 편의점은 음료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니깐
엇, 알바생인가!
"저기여, 헛개수 어디있어여"
"네? 저 알바생 아닌데..."
"헛개수요, 헛개수! 헛개수 몰라여? 헛개수우우우"
"....."
"시민이 술 빨리 깨야 되니까~ 헛개수 찾아주세여~"
"...알았어요"
"아, 웃지마요!"
"여기요, 헛개수"
"웃지 말라니까 그르네!"
"나 안 웃었어요"
"지금도 웃고 있거등여?"
"나 안 웃고 있는데? 누나가 취해서 그래요"
나왔다네 나왔다네, 제노가 나왔다네~~
비로소 연상 정재현, 동갑 이민형, 연하 이제노 완성
네, 여러분.
대학에 정재현 같은 선배 없고
이민형 같은 동기 없고
동네에 이제노 같은 연하남 없는거 다들 아시죠?
그런 사람은 스엠에 있어요 스엠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