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C
- 열아홉 끝자락, 그곳엔 우리가 있었다.
“이제 괜찮아?”
아직도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지민의 어깨의 떨림이 좀 멎어지자 말을 걸었다. 끄덕 거리며 고개를 드는 지민은 내 눈을 피했다.아씨, 쪽팔리게… 지민이 낮게 중얼거렸다. 아마 내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운 게 어지간히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고 빨개진 눈을 손으로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지러운지 휘청 거리던 지민의 몸을 잡아줬다. 어디가려고. 나 집에 가야지. 너 이 상태로 갔다가 너네 아빠한테 다시 맞을일 있어? 아 그럼 나더러 뭐 어쩌라고. 가시 돋친 말을 하는 지민의 팔을 잡아 끌며, 우리집 가자
“…뭐?”
“우리집 가자고.”
장난해? 당당한 내 태도에 되려 당황한 지민이 소리 질렀다. 선택해, 가서 아빠한테 다시 두들겨 맞을래 아님 우리집 가서 하룻밤 편하게 잘래? 어차피 우리집에 부모님 다 계시고 너는 우리 오빠방에서 자면 돼. 우리 부모님은 이해해 주실걸?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지민의 손을 잡으며 나 택시 잡을 동안 생각해놔. 콜택시를 잡아야 하나?
“여기, 택시 잘 안 잡혀. 좀 더 큰길로 가야돼.”
지민이 결심한 듯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
“엄마, 여긴 내가 새로 사귄 친구!”
어머, 안녕? 탄소 친구니? 이 늦은 시간. 집에 남자를 데려온 내 행동에 꽤나 당황한 듯한 엄마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뒤에 고개를 숙이고 손을 꼼지락 거리는 지민에게 인사하라는 뜻에서 옆구리를 꾹 찌르니 반사적으로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긴장하지마. 지민의 귀에 속삭이고, 집 안으로 들였다.
“여기서 자면 돼”
오빠방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베개 불편하면 나한테 말해. 다른거 가져다 줄게. 넉살 좋게 웃어보이며 밖으로 나가려던 차에
“저기‥”
“ 어?”
“ 나 밥 좀…”
***
허겁지겁 밥을 입안으로 우겨넣는 지민의 등을 토닥이며 천천히 먹어, 여기 물- 하고 챙겨주었다. 며칠 굶은것처럼 보였다. 아까 학교에서 점심밥 먹은애 맞아? 하는 의심이 들었다.
“고마워”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운 지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와, 이걸 금방… 더 줄까? 아니, 괜찮아. 정말 배부르다는 듯 살짝 웃으며 물을 마시려 입을 벌리던 순간 아, 지민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아 그러고보니 애 상처 치료 안 했구나.
후시딘 가져올게. 기다려봐-, 내 방에 들어가 후시딘과 반창고를 챙겨들고 나왔다. 거실에서 엄마가 의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어깨를 으쓱 거리며 걱정하지 마라는 듯 웃어보였다.
“쓰읍”
많이 따가운지 지민이 씁- 하는 소리를 냈다. 아, 미안. 살살 발라줄게. 슥슥, 조심스럽게 어쩌면 지민의 입장에선 시멘트를 바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끔 나름대로 열심히, 섬세하게 발라주기 시작했다.
“너 입술 예쁘다.”
몰랐는데. 내 말에 지민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지민의 귀가 빨개져 있었던 건 내 착각일까.
***
“오늘일 정말 고마워”
평생동안 잊지 않을게. 내 손을 잡으며 지민이 말을 했다. 고마운 줄 알면 됐어. 얼른 이닦고 자, 칫솔은 새거 트고.
“알겠어, 잘자”
***
늦은밤,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하늘위에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민이 지금 자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몰래 방에서 빠져나와 오빠방에 들어갔다.
“지민아, 자?”
내 인기척에도 아무런 대꾸가 없는 지민의 모습에 아, 자나보다. 하고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지민이 내 팔목을 붙잡고 당겼다. 아- 지민의 힘에 못이겨 침대위로 엎어진 나는 뭐냐는 듯 지민을 쳐다봤다. 엄마… 엄마? 잠꼬대 하는 건가? 잠꼬대 한번 요란하네.
아예 나를 자신에 품에 집어넣은 지민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얼마 안 가 지민의 어깨가 떨려왔다.
“울지마, 박지민.”
다 괜찮아지기 위한 절차일뿐야.
그날 밤 난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괴로워 앓는 지민을 위해 나는
지민과 함께 나도 괴로움속에서 같이 밤을 해매주었다.
그게 내가 이 아이에게 해줄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
-
암호닉
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