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어- 지금가고있어. 아아 알았다니까? "
" 장모님한테 말좀 예쁘게해. "
" 쉿, 조용히. 응,응. 아 알았어. 지금 가. 거의다왔어. 응. 끊을게. "
말좀 예쁘게 하라니까…
결혼했다고 꼬박꼬박 장모님 붙이고 엄마만 챙기는거봐.
아주 질투가 안날수가 없다니까?
연애할때만 해도 나밖에 없다느니 온갖 추파는 다 던져놓고.
오랜만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데, 오늘따라 차가 되게 막힌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 지루해 창밖을 내다보았다.
눈으로 덮인 거리가 하얗고 예뻤다.
괜히 가만있는 손가락을 들어 창문에 대고 피아노를 치듯 툭툭 두드렸다.
" 심심해? "
" 응. "
" 오랜만에 장모님 장인어른 뵈는데 안설레? "
" 설렐것 까지야 뭐있겠어. "
" 원래 결혼하면 친정 부모님들이 되게 그립다그러던데, 넌 남편이 너무 좋은가보다. "
그럴지도 모르겠다. 엄마 서운하겠는데?
실없는 웃음을 흘려보내며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새 도로에 차가 많이 빠지고 성능좋은 자동차는 그제서야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그런거 없었는데, 도착할 때 되니까 되게 설레네.
" 엄마! 나왔어! "
" 어? 우리 사위왔어? "
오자마자 딸은 뒤로하고 김주영을 먼저 반기는 엄마를 흘겨보았다.
그러자 뒤에있던 아빠가 내 팔을 잡아끄신다.
우리딸, 잘왔다. 원래 사위사랑은 장모님이야, 아빠는 두명의 여자를 뺏겼…
" 여보! "
" 아, 알았어. "
저에게 괜한 소리를 한다며 엄마가 아빠의 등을 아프지않게 때렸다.
아직도 연애하시는거 같다니까, 어휴.
결혼하기 전에 쓰던 내방에 들어가자 아직도 모든게 그대로 남아있다.
책도 그대로 꽃혀있네… 이 책상도 그대로, 침대도 그대로.
뒤에서 누군가 살며시 나를 안아왔다.
" 이방은 언제봐도 깔끔하다. "
" 엄마가 맨날 치워서 그런거야. "
김주영을 떼어놓고 들고있던 짐을 방에다 내려놓았다.
그러곤 가방을 뒤져 편한 옷을 찾아냈다.
" 나 옷갈아입을껀데, 안나갈꺼야? "
" 결혼했는데, 뭐. "
" 그래도, "
" 왜. 나갔으면 좋겠어? 우리 어차피 애기도 가질려면… "
" 야! "
김주영이 투덜거리면서 방을 나간다.
나갈때 문도 꼭 잠그고 나갈꺼면서 꼭 저런다니까.
고개를 두어번 좌우로 저어보이곤 옷을 갈아입었다.
옷까지 편하게 갈아입으니 꼭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결혼하기 전날에도 분명 이 옷을 입고잤던 것 같은데.
문을 열고 나가니 엄마가 김주영 옆에 앉고서는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과일도 직접 포크로 찍어 건네고, 컵에 가득담긴 오렌지 쥬스도 건네주고.
뾰루퉁한 표정으로 김주영 바로뒤의 소파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았다.
" 뭐 안마실래? 너 오렌지 쥬스 못마시니까, "
" 어? 사위는 우리딸 오렌지 쥬스 못마시는것도 알아? "
" 아, 네. 그때 한번 마셨다가 속 다 뒤집어져서… "
" 우리 사위는 모르는게 없네! "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빠가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웃음을 짓고계셨다.
뭐, 하긴.
저런 도둑놈한테 집안여자를 둘이나 빼앗겼으니.
" 딸. "
" 어, 왜. "
" 손주는 언제쯤 보니? "
큽.
하마터면 먹고있던 배를 입밖으로 내보낼 뻔 했다.
" 엄마! "
엄마가 음흉한 눈빛으로 저희 부부를 쳐다보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티비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의미심장한 눈빛.
괜히 부끄러워져 손부채질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 따라 들어오는 김주영.
" 이참에 우리 오늘 손주 만들어드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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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윤석영권입니다~ 오늘 김쭈망상을 적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딱 맞추신!! 독자분이 계시더라구요ㅋㅋ 되게 어두운 분위기가 왠지 기분도 좀 다운되고 그래서ㅋㅋㅋㅋ 오늘 주글주글한건 별로 없는거 같네요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