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김탄소의 하루
아쉽게도 방학이 끝났다. 마음 아프지만 눈물을 머금고 탄소와 주 5일을 꼬박 옆 집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하루종일 붙어있고 싶다고 대학을 휴학할 순 없지 않나. 그랬다간 제 인생이 막을 내릴텐데. 처음에는 떨어지기 싫다고 울고 난리났었는데, 김탄소는 이제 저보다 옆 집 토끼가 더 좋은갑다. 윤기형의 말에 따르면 잘 떨어지려 하지도 않는다고. 토끼가 그냥 토끼도 아니고 무려 남자 토끼던데. 게다가 그 애도 탄소와 같은 반인반수란다. 사실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제가 데릴러 가면 놀다 지쳐 거실에서 낮잠에 빠져 입만 오물거리고 있는 탄소만 있을 뿐. 그 애 이름이, 뭐더라.
"탄소야, 같이 노는 친구 이름이 뭐라고?"
"응, 정구기!"
...그렇다더라. 이름도 토끼스럽네.
아, 절대 그 얼굴도 모르는 토끼한테 질투하는건 아니다. 혹여나 탄소가 시집 간다고 하면 제 마음이 찢길까 문젠거지.
"쥬, 빠빠."
"응. 오늘도 윤기형 말 잘 듣고."
아직도 아침으로 먹인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손만 흔드는 게 귀여워 심장을 움켜쥐었다. 아, 진짜 저거 꾸기인지 뭔지 하는 애만 아녔어도 이렇게 마음이 옹졸해지진 않았을텐데. 핸드폰을 꺼내 해사하게 웃고 있는 탄소를 담고 있자니 저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민윤기가 거슬렸다. 기가 죽어 핸드폰을 집어 넣으니 고개만 젓고 있던 형의 손이 탄소의 머리로 향한다. 그리곤 머리칼을 장난스레 헝클인다. ...차라리 학교에 데리고 다닐까. 역시 여기도 믿을 곳이 아니였어. 토스트를 마저 삼킨 탄소는 손을 뻗어 신발에 달린 찍찍이를 떼고는 휙, 들어간다. 민윤기 또한 저를 한 번, 탄소를 한 번 쳐다보더니 문을 닫았다.
아, 나도 졸업이나 얼른 해버려야지.
*탄소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정국이 기다렸다는 듯 긴 귀를 펄럭이며 저를 품 안에 안는다. 방방 뛰는게 영락없는 토끼인데, 저는 그게 너무 어지럽다. 품 안에서 빠지려 낑낑거리니 현관에 늘어진 신발들을 정리하고 들어오던 정국이 쥬가 저와 꾹이를 떨어뜨린다. 애 죽겠다. 정국은 안절부절 못하며 제 주위만 돌고. 그걸 또 보고 옅게 웃더니 쥬는 늘어지게 하품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머지않아 물줄기 소리가 집 안을 채운다. 우리 주인은 그냥 모자 썼는데.
"탄소야, 아파써?"
"아니, 하나두 안 아파써. 진짜야."
못 미더운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저번에 갖고 놀던 블럭을 가져와 거실에 쏟는 정국이다. 저러면 또 나중에 혼나는데. 시끄럽다고. 소파에 길게 누워 그런 정국이를 바라봤다. 눈도 초롱거리고 코도 올망졸망하니 예쁘다. 쥬는 저렇게 안 생겼는데. 저를 놓고 학교로 가버린 쥬가 미워 입만 비죽거렸다. 한참 반응 없는 탄소에 고개를 휙, 돌린 정국이 눈을 크게 뜨며 블럭을 상자에 넣었다. 탄소야, 왜 우러. 응? 그리곤 소파에 축 늘어진 탄소를 품에 안아들어 등을 토닥인다. 주인처럼 큰 품에선 주인과 다른 향이 나 그게 또 그렇게 슬플 수 없었다.
너 또 애 울렸어? 하며 젖은 머리를 털던 정국이 주인이 정국을 놀리려는 듯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저희 둘 앞으로 앉는다. 긴 귀를 품으로 끌어와 만지작거렸다. 약속이나 한 듯 얌전히 있는 정국을 배신 맞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나는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주인 보다 여자라 이거야? 툴툴거리는 것도. 정국은 탄소를 더욱 껴안으며 주인을 향해 혀를 쭉 내민다. 주인이랑 탄소랑 어떻게 같아! 라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날리며.
아침을 아직 먹지 않은 정국이를 따라 저도 의자에 앉았다. 아직 바닥에 닿지 않는 까닭에 다리가 허공에서 대롱거리는 저에게는 사과와 오이 몇 개가 담긴 그릇을 내어준다. 옆을 흘끗 바라보면 저녁에 주인이 먹는 그대로의 먹을 것들이 올라온다. 사과를 입에 넣었다. 과즙이 입 안에서 터지고 목으로 쉽게 넘어간다.
"탄소야."
오물거리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올리니 턱을 괴고 가만히 저를 내려다보는 정국이 주인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태형이 사과는 잘 깎디?
...아니.
"탄소 너는 어떻게 홀리길래 정국이도 그렇고 태형이까지 그렇게 만드냐."
"연구 대상이야, 아주."
"연구 대상이 모야, 꾸가?"
"나도 몰라."
아침을 다 먹고 나면 정국이 저를 품 안에 안아 거실로 데려간다. 얌전히 그 안에 있으면 예쁘다며 칭찬해주다가, 주인의 눈치를 살피고는 빠르게 사탕을 쥐어준다. 비밀이야. 비장하게 말하는 표정이 퍽 웃겼지만 저도 비장한 손짓으로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응. 알게써. 사탕을 까 입에 넣고는 정국이 주인이 틀어주는 티비를 본다.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눈이 감기고 꾸벅꾸벅 조는데, 그 때 정국이가 주인에게 졸라 산책을 한다. 아직 귀와 꼬리를 감추는 것이 힘든 (정확히는 흥분하면 무의식적으로 나와버리는) 저를 위해 옷을 단단히 여며주곤 밖으로 나간다. 정국이가 손을 꼭 쥐고 이것저것을 알려준다. 간혹 주인이 틱틱거리며 훼방을 놓아 정국의 볼이 부풀어 오를 때도 종종 있었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정국은 낮잠을 자야한다며 저를 방으로 끌었다. 이미 잠에 취해 눈꺼풀이 다 감겼다 해도 무방할 저는 힘 없이 이끌려 정국의 침대에 눕는다. 길게 하품하며 눈을 부볐다.
"쥬 언제 와?"
"탄소 그냥 여기서 나랑 윤기형이랑 살면 안 돼?"
"나 네 식비 벌기도 빠듯하거든, 전정국."
주인 미워. 자신의 주인의 훼방은 그닥 달갑지 않은 듯 입을 비죽이던 정국이 이미 잠에 빠져버린 탄소 옆으로 누웠다. 새근거리며 벽을 보고 잠자는 등도 귀엽다고 느낀 정국이 손을 들어 조심히 등을 토닥였다. 탄소가 잘 자는지 확인하러 들어왔던 윤기가 벽에 기대어 있던 몸을 떼어냈다. 그렇게도 좋을까. 종도 달라서 뭐 애정을 느끼긴 하려나. 의문을 가지던 윤기가 불을 껐다. 한층 어두워진 방 안에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주인. 나 나중에 탄소랑 결혼 할거야."
"네 식비부터 벌고 말해."
"...치, 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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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s |
안녕하세요. 메로우입니다. 죄송해요. 많이 늦었죠... 시험 끝내고 정신 차리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오늘은 거의 특별편? 까진 아니고, 음..뭐 그런 편이네요. 탄소는 발음만 아직 잘 안될 뿐입니다. 생각이 마냥 어리진 않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썼어요. 하핫 조만간 또 뵈었으면 좋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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