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Love
: 사랑에 빠진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Special 上
* Part 1 *
: 아빠와 남편 사이
"... 하루 운다."
"더 자. 내가 볼게."
"같ㅇ,"
"나 이미 일어났어요. 누워. 당신은."
하루는 그와 내 사이를 '부모'라는 이름으로 엮어준 아이였다. 하루의 큰 눈과 오똑한 코는 오빠를 닮아 벌써부터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했고, 해사한 웃음 또한 오빠를 닮아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러니 그와 내가 딸바보가 되지 않을 방법이 있겠는가. 당연히 없지.
하루는 우리의 침대 옆에 놓아진 제 침대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종종 밤 늦은 시간에 울음을 터트리는 하루였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벗어나려는데, 나보다 빨리 몸을 일으킨 그가 나를 도로 눕혀주고는 하루에게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를 안아 들었는지, 아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직 옹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하루에게 말을 붙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 왜 울어. 엄마아빠 코 하는데. 응? 배고파? 아니면 왜 울까. 우리 공주님이. 나는 돌아오는 대답도 없이 혼자 떠드는 그가 웃긴 나머지, 눈을 감은 채로 살풋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그는 하루를 향한 목소리를 순간 멈추고는 내게 물었다.
"내가 잠 다 깨우겠다. 나가서 하루 다시 재우고 올게."
"괜찮은데."
정말 괜찮은데 이를 알 리 없는 그는 하루를 안은 채로, 침대 옆을 지나다가 내게로 다가와 이마 위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멀어졌다. 그는 아빠와 남편 사이에서 나름 제 역할을 충실하게 잘 수행하는 중이었다.
* Part 2 *
: 여전히 예뻐가지고.
"...비 맞고 왔어?"
그가 하루와 낮잠에 든 사이 장이라도 보려고 마트로 향한 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일기예보를 보지 못한 탓에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고, 뒤늦게 어떤 사내가 건네준 우산에도 멍하니 이 상황을 파악하기 바빴다. ... 장 한 번 보려다가, 다 젖었네. 나는 이름 모를 사내가 건네준 우산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받아들어, 소나기 치고는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은 빗줄기를 피해 집으로 향했다. 내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하루를 담요로 감싼 채, 우산과 차키를 들고 나오는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우산을 썼음에도 다 젖어 있는 내 상태롤 보고는 황급히 우산을 내려두고 하루를 안지 않은 다른 손으로 내 장바구니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하루를 소파에 눕힌 것인지, 곧장 현관으로 나와 내 모습을 살폈다. 짐짓 구겨진 그의 미간이 머쓱해 괜히 어색하게 웃으니 그는 더욱 인상을 굳히며 타올을 가져와 내 몸을 감싼 뒤, 나를 제 품에 안고는 욕실로 향했다.
"먼저 씻어. 옷 가져다 줄게."
"... 화 났어?"
"화 안 났어. 속상해서 그래."
그는 욕조에 담겨지는 물의 온도를 맞추다가, 화났냐는 내 물음에 등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따뜻한 물 덕분인지 평소보다 더욱 따뜻한 손으로 내 양볼을 잡더니 잘게 입을 맞추고는 속상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나는 그제서야 놓이는 마음에 배시시 웃었고, 그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 어이가 없다는 듯 한 번 더 입을 맞추고는 욕실을 벗아났다.
*
샤워를 마치고 그가 준비해둔 옷을 입고 나가자, 하루와 함께 놀아주고 있는 그가 보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뭐해? 하고 물었다. 그는 제 뒤에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말했고, 내가 옆에 앉자 담요를 가져와 내 어깨 위로 덮어주었다. 나는 어깨 위 담요를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 시키고는 하루와 함께 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내 옆에서 내 앞에 있는 하루의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제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펴보였다. 나는 그의 손 위에 올려진 포스트잇을 보고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에게 되물었다. 뭔데. 이게? 그러자 그는 하루를 제 다리 위에 앉히고는 일부러 내가 들으라는 듯이, 하루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야. 엄마 봐. 엄마가 막 우리 두고 다른 남자랑 막 이런 거 한다."
"..."
"하루랑 나랑 엄마 감시 잘 해야 돼. 엄마가 언제 도망갈 지 몰라."
나는 자꾸만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하는 그를 바라보다, 노곤노곤해진 탓에 쏟아지는 잠에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 졸려. 그는 이 상황에서 쏟아지는 잠에 고개를 꾸벅이는 나를 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담요 그대로 나를 안아들어,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거실로 나가 하루를 데리고 와, 내 옆에 함께 누웠다.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그들의 무게 탓에 작게 일렁이는 침대와 익숙한 향기가 가만히 느껴졌다. 곧이어 내 어깨를 천천히 토닥이는 손길에 나는 유난히 엉뚱했던 하루 속 안정을 찾았다.
*
BOY VER
잠결에 들리는 빗소리에 집 안에 그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하루를 안은 채로 차키를 찾았다. 근처 마트나 공원을 간 것 같은데, 혹시라도 비를 맞을까 싶어. 하지만 문을 연 순간 이미 비에 젖은 그녀를 마주했고,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시간에 자고 있었던 내가 한심했다. 나는 하루가 다치지 않게 소파 위 베이비 시트에 앉힌 뒤,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머리칼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과 그녀의 등 뒤로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속상하고 속상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 표정이 많이 굳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저를 안고 욕실로 향하는 내 눈치를 연신 살폈다. 나는 그 와중에도 타올을 뚫고 전해지는 그녀의 찬 기운에 좀처럼 인상이 펴지지 않았다.
제게 화가 났냐는 물음에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나 싶어, 그녀의 양볼을 잡고 잘게 입을 맞췄다. 속상해서 그런건데. 말 안 해주면, 모르니까. 이 사람은. 그녀는 속상해서 그렇다는 내 말을 듣고 나서야, 다행이라는 듯 배시시 웃었다. 볼을 빨개가지고. 나는 그녀가 씻는 동안 옷을 챙겨 욕실 앞에 두고는, 그녀가 봐 온 장거리를 정리했다. 그리고는 어디서 난 건지 모를 그녀가 들고온 우산을 살폈다. 우산도 있으면서 비는 왜 맞았대. 나는 우산의 물기를 털기 위해, 현관을 열고 우산을 펼쳤다. 그런데 그 순간 우산 손잡이에서 어색한 촉감이 느껴졌다. 뭐야. 나는 다시금 우산을 접고 손잡이를 살폈다.
[010-****-**** 연락주세요.]
그녀의 웃음 덕분에 풀렸던 속상함이 다른 감정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 연락을 줘? 주긴 뭘 줘. 나는 우산을 현관 밖에 세워둔 뒤, 포스트잇을 들고 와 하루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하루에게 포스트잇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루야. 우리가 자고 있을 때가 아니었어. 엄마를 따라 갔어야 해. 글씨체 봐봐. 엄청 반듯하지? 얼굴도 잘 생겼을까? 아빠보다? 하루야. 왜 대답을 안 해. 너도 여자라서 이런 거 보고 설레고 막 그래? 진짜로? 샤워를 마친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하루와 장난을 치기 바빴다. 나는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이 혹시 감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 하루의 담요를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오늘은 엄마한테 양보하자. 나는 그녀에게 담요를 둘러주고는 포스트잇을 그녀 앞에 들이밀었다. 유부녀가 이러면 안 되지. 하지만 그녀는 포스트잇의 존재조차 몰랐는지, 뭐냐는 눈빛을 보내다가 졸린 듯 고개를 꾸벅였다. 내 속도 모르고. 나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길게 내뱉고는 그녀를 품에 안아, 침실로 향했다. 오늘 이 여자, 저 여자. 많이 안는다. 나.
하루를 데려와 그녀의 옆에 함께 누웠다가, 어쩐지 평소보다 더운 숨을 뱉는 것 같은 그녀에 하루를 아이 침대에 따로 눕혔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니까. 나는 어느새 잠에 빠진 그녀의 목 아래로 내 팔을 넣어, 팔베개를 하며 그녀를 조심스레 내 쪽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열 좀 나는 것 같다. 나는 더욱 단단히 그녀를 품에 안은 뒤, 그녀의 이마 위로 여러 번 입을 맞췄다. 예쁜 꿈 꾸라고.
* Part 3 *
: 생에 첫,
"... 어마."
하루의 이유식을 식히던 그가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나는 빨래를 정리하던 손을 멈춘 뒤, 하루를 바라봤다. ... 뭐라고? 하루야? 그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빼들어 동영상을 키고는 하루에게 말을 붙였다. 하루야. 다시, 한 번만? 응? 어느새 하루의 앞에서 아이의 한 마디에 매달리고 있는 우리였다. 하루는 그런 우리의 마음을 눈치챈 건지, 그와 똑닮은 미소를 방긋 지어보이고는 작은 손으로 나를 가리키고 말했다. 어마! 그리고는 그를 향해 힘차게 손을 뻗고는 한참동안 머뭇거리더니, 전과 다른 작은 목소리로 ... 어마? 하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그는 마냥 좋다는 듯 하루를 더욱 가까이서 찍으며, 우리 하루는 엄마가 두 명이네? 하고 연신 웃었다. 나 역시 그를 따라 웃다가 괜히 벅차는 마음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는 그런 나를 보고는 하루야. 엄마 운다! 하고서 카메라를 내 쪽으로 돌렸다. 나는 결국 침실로 도피를 갈 수밖에 없었다. ... 이런 모습을 찍힐 수는 없지.
*
CAM VER.
"하루야. 엄마 운다!"
"... 하지마!"
"뭐야. 어디가? 여보."
"..."
"하루야. 엄마 도망갔다."
"... 어마!"
"어이구. 잘 하네. 내 딸."
"어마!"
"똑똑해. 우리 공주. 엄마 닮아서 그런가."
"어마, 어마."
"하루야. 엄마한테 잘 해야 돼. 알겠지?"
"어마?"
"응. 엄마한테, 하루가 잘 해야 돼. 정말로."
"어마."
"아빠는 아주 나중에 불러줘도 괜찮으니까, 엄마는 맨날 맨날 불러줘."
"어마, 어마!"
"잘 하네. 우리 하루. 엄마가 너무 좋으셔서, 도망가셨다. 그치?"
"..."
"하루야. 우리 엄마 되게 많이 사랑해주자. 알겠지?"
"... 어마..."
"... 하루는 왜 울려고 그래. 아빠도 눈물 나게."
"... 어, 어마."
*
Q. 따님과 첫 동반화보인데, 벌써부터 따님의 미모가 장난 아니네요. 정말.
A. 부인을 많이 닮았어요. 올망졸망 예쁜 얼굴이 똑같아요. 자기 필요할 때만 가끔 애교 부리는 것도, 귀여워서 죽겠어요. 뭐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을 때만, 배시시 웃으면서 오는데. 그럼 뭐, 저는 그때부터 지는 게임하는 거죠. 평생 지는 게임이에요. 하루한테나, 부인한테나. 저는.
Q. 따님과 김태형 씨가 평생 지는 게임이라니. 평소 가정에서의 모습이 궁금해요.
A. 저도 똑같죠. 뭐. 새벽에 축구 보겠다고 몰래 일어났다가, 하루 깨워서 혼나고. 술 먹고 들어간 날은 다음 날 제가 일어나서 청소고 빨래고 다 해두는 것까지. 아. 왜 다 해두냐면, 안 해두면 부인한테 혼나요. 술 먹고 들어온 거. 미리 예쁜 짓 해두면, 덜 혼나고. 요리는 제가 잘 못해서, 그냥 부인 요리할 때 주변에서 알짱알짱거려요. 저는 부인이 요리하는 게 그렇게 예쁘더라구요. 신기해요. 작은 사람이 뭘 그렇게 뚝딱뚝딱 하는 걸 보면. 손재주가 좋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랑 앞으로의 활동 계획 좀 알려주세요!
A. 천천히 차기작 검토도 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좋은 작품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얼마 전에 팬클럽에서 하루랑 닮은 다람쥐 인형을 만들어서 보내주셨어요. 하루가 엄청 좋아해요. 팬분들한테 기회가 되면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넘어서 제 딸의 취향까지 다들 어쩜 그리 잘 아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아. 또 그리고 얼마 전에 부인한테 우산 건네주신 분. 우산은 감사했고, 포스트잇은 별로 안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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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형,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페셜 회차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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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겨울입니다 :) 오랜만에(?!) 러블리러브네요! 아이들은 이렇게 잘 살고 있답니다. 많은 분들이 배경음악 이야기를 하셔서, 번외에만 넣어봤습니다. ㅎㅎ 다들 더욱 몽글몽글하게 읽으셨기를. 다들 시험 보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이번 번외가 여러분께 작은 미소가 되었길 바라봅니다_* 그럼 우리 5월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