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응 여주씨, 오늘 고생 많았어. 집가서 푹 쉬고"
"네..."
"오늘 일은 너무 마음 쓰지마.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런거잖아."
"네 ㅎㅎ 선배도 고생하셨어요"
스케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피곤했다. 기내에서 흔히 말하는 진상 승객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긴 했지만, 오늘은 정도가 좀 지나쳤었다. 누가 승무원들은 쉽게 돈버는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겪어보지않아서 모르는거지,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하루종일 힘든데도 웃고있어야 하고 힘들어도 내색하나 못하고, 규정도 얼마나 빡센데... 이래저래 지쳐와서 집으로 가서 쉬려는데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한국 도착했어?"
"방금 도착했어요"
"많이 피곤한가보네 우리 여주. 데리러 갈까?"
"오빠 안바빠요...? 데리러 올수 있어요?"
"응, 한 30분 걸릴꺼같은데, 근처에 카페 들어가있을래?"
"알겠어요. 빨리와요"
전화를 끊은지 30분 정도 지나, 나를 데리러온 남준에 내가 억지로 밝게 웃으며 차에 타자, 나를 보자마자 내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내가 그에 피곤한 것도 잊고, 배시시 웃으며 그를 쳐다보자, 직접 안전 벨트를 매어줬다.
"우리 진짜 오랜만에 본다, 그치?"
"음..그런가?"
"우리 일주일 만에 봤거든요? 박여주씨?"
"나도 오빠 보고싶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어보이자, 그 모습도 예쁘다는듯 내 볼에 입을 맞춘 그가 차를 몰았다. 집으로 가는데 긴장이 풀리고 편해서 그런지 자꾸 졸음이 밀려왔다. 내가 억지로 졸린걸 참고있자, 신호가 걸렸을때 나를 돌아본 그가 갈동안 좀 자고있으라고 말했다.
"많이 피곤하면 좀 자고있을래?"
"안그래도 되는데..."
"피곤해보인다 우리 여주. 나중에 깨워줄께. 자고있어"
그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자,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만큼 빨리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긴장을 계속 하고있었고, 스트레스와 더불어 피로까지 쌓여있어서 그렇지 싶었다. 잠깐 눈만 감았다가 뜬것같은데 도착했다며 나를 깨우는 그에 내가 힘겹게 눈을 뜨고 차에서 내렸다. 근데 여긴 우리집 아닌거같은데...?
"오빠, 여기 우리집 맞아요?"
"응 우리집이지"
"아닌데, 여기 오빠 집이잖아요.."
"그럼, 내가 이렇게 보기만 하고 너 집에 보내줄꺼라고 생각했어?"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에 내가 어이없다는듯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 하고는 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하여튼간에 말은 잘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캐리어를 방에 가져다 놓고난뒤, 뒤에서 내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그에 뒤돌아 쳐다보자, 내 입술에 여러번 입을 맞추더니 나를 놓아주며, 씻고 오라며 말을 했다. 안그래도 그럴려고 했는데. 내가 배싯 웃으며 그의 허리를 한번 끌어안았다가 떨어져 나와 욕실로 들어가 씻고, 그가 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방 밖으로 나가자,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는 남준이 보인다. 그 모습이 뭔가 되게 묘하기도 하고, 몽글거리기도 하고..
"다 씻었어?"
"응, 오빠는요?"
"난 거실에서 씻고나왔지. 이리 와봐. 머리 말려줄께"
자연스레 내 손에서 수건을 빼앗아간 그가 머리카락을 꾹꾹눌러 물기를 짜더니, 드라이기를 이용해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길에 나른해져 잠이 와서 꾸벅꾸벅 조는데 어느새 다 말렸는지 나를 일으키는 남준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하자는 그말에 내가 좋다고 말하곤, 그를 따라 부엌으로 가자, 캔맥주 두캔과 과일을 안주로 먹을생각인지 과일 한두가지를 꺼냈다.
"오빠 내가 할께요 내가"
"어? 내가 할수있는데"
"아냐 내가할께요...칼 내려놔요"
저번에 과일을 자르는걸 보고 내가 경악을 했었던게 생각난다. 사과를 자르는데 껍질에 붙어있는게 절반이였던. 내가 다급하게 그의 손에서 과도와 과일을 옮겨받고, 과일을 깎아서 예쁘게 접시에 담아 거실로 나왔다. 예능을 볼까 영화를 볼까하다가 영화를 틀고는 맥주를 터서 가볍게 부딛혔다.
"건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맥주가 시원했다. 오렌지를 하나 집어먹으면서 맥주를 들이켰다. 그렇게 영화를 보면서 술을 먹다보니, 테이블에 빈 맥주캔이 쌓여갔다. 나도 점점 주량을 넘어서니 알딸딸 해지는거 같기도 하고, 내가 몇번째일지 모를 빈 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한눈에 봐도 다섯캔이 넘어가는것같다. 그러고 보니 오빠는 별로 안마신건지, 처음에 들고있던 캔을 그대로 들고있었다. 내가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아, 취한다.
"취했어?"
"아아, 만지지 마여..."
"너 혼자 몇캔을 마신거야.."
"....몰라..."
"너 주량 몇병이야...?"
".....소주...3병..."
술에 취해 내가 손가락을 세개를 턱 내밀면서 말하자, 놀랐는지 어? 하면서 다시 되묻길래 아 세병! 하면서 살짝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알겠어 알겠어 하고 달래듯 말하면서 나를 일으켜세웠다. 내가 그에 비틀대며 일어나서 그의 허리에 팔을 감고 끌어안자, 그런 내 등을 달래듯 토닥였다. 그 다정한 행동에 나는 어린아이가 된것처럼 그에게 안겨 칭얼거렸다.
"오빠아, 나 오늘 속상해...."
"우리 여주, 왜 속상했어?"
"아니이...막, 일하는데..자꾸 승객분이 별거 아닌걸로 컴플 걸고..막 혼나고, 나는 잘못한거 없는데..."
술에 취해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입에서 나오는 앞뒤없는 말에도 대충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구나 하고 공감해주는 오빠에 내가 더더욱 칭얼대며 기댔다. 속상하니까, 내말좀 들어주라... 다른 사람한테는 못말하니까. 조금만 들어줘.
"그래서, 오늘 엄청 혼나고..몰라, 속상해"
"다 괜찮은 날은 없으니까.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 여주 너는 최선을 다하고, 항상 열심히 했으니까 그거면 된거야."
"속상해도, 오늘 지나서 잊어버리자. 나중에 돌이켜 보면 분명 별거 아닌 일이 될껄? 괜히 스트레스 받으면 여주 너만 힘들잖아. 앞으로도 이렇게 말해주고나서 털어버리자. 알겠지?"
"응, 알겠어...근데 오빠, 나 졸려요..."
졸리다는 내말에 나를 데리고 가려다가, 나를 그대로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려 방에 침대로 데려갔다. 내가 순간적으로 몸이 들어올려지자, 놀라 목에 팔을 감고 내려달라고 말하자, 쓰읍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를 침대에 내려놓고는 밖으로 나가려 하길래, 내가 손목깃을 잡으면서 어디가...하고 말하자, 거실정리만 대강 해놓고 오겠다며 내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하더니 거실로 나갔다.
"아으...더워..."
내가 침대에 누운채로 손부챗질을 하면서 그를 기다리는데, 정리를 끝냈는지 침대에 올라오는 그에 내가 오빠의 품에 파고들어 안기자, 그런 내가 귀엽다는듯 나를 끌어안아왔다. 나를 재우려는듯, 등을 토닥여주면서 얼른 자자 하고 말하는 낮은 목소리에 잠이 솔솔 왔다. 진짜 asmr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며 스르르 눈을 감자, 내 입술에 그의 입술이 가볍게 부딛혔다가, 떨어졌다.
"좋은꿈 꿔. 여주야. 내일은 속상한일 말고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 잘자"
사담 |
늦게와서 죄송해요...다시 생각하지만 글 진짜 못쓰네요. 슬럼픈가봐요...다음화도 얼른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