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그에 관련된 것들 (별명 등) 빼고 전부 다 실화입니다. #1 " ......형섭아. 나... " " 어 왜? " " 나, 나 말 못 걸겠어. 쌤 좀 불러주라... " 큽... 선생님을 못 부르겠다는 말에 연필을 내려놓고 내 눈치를 살피더니 재밌다는 듯 웃음을 참아내는 안형섭. 뭐, 왜 웃는데... " 선생님이 너무 잘생기셔도 안되는구나. 나도 나중엔 학원 알바하기 힘들겠네. ㅎ " " 대학부터 붙고 말해라. " " 응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 재수 없지만 얘는 생긴 거랑 다르게 미대 준비하는 애들 사이에서는 꽤 알아주는 공부 + 미술 천재라. 감히 깐족거렸다간 본전도 못 찾는 수가 있다. 그래 내가 미안... " 부기 쌤 불러줘? 큿, 아 웃겨. " ( * 포켓몬 캐릭터 중 하나인 어니부기... 를 닮았다 하여 학생들 사이에서 지어진 별명이다. ) " 아 아니야 내가 부를... " " 소희야 잠깐 나와 볼래? " " 네? 네... " " 이 부분은 조금 문지르면서 더 강하게 명암을 넣어줘야 하고, " 여기는 좀 더 연하게, 그리고... 어떡해, 정수리도 잘생겼어. 나 네 시간 내내 앉아있었는데 엉덩이 때문에 의자 엄청 따뜻하면 어떡하지? 헐 머리에서 향기 나 향기... " 윤소희 어디 봐. " 내 눈을 또렷이 바라보며 방긋 웃고 있는 쌤. 순간 답답할 만큼 따뜻한 보일러 바람과 부끄러움 때문에 벌게진 볼을 신경쓸 틈도 없이, " 네, 네... 제가 할게요. 흐하하. " 안형섭의 비웃음을 샀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선생님께는 귀여운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헤헤 #2 " 얘 언제 와. " 눈이 비처럼 쏟아지는 겨울, 밤 11시가 넘어서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아까 휴대폰을 편의점에 두고 왔다는 안형섭 때문에 건물 앞에서 형섭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벌써 십 분 짼데, 추워 죽겠다고... " 어, 소희야 집에 안 가고 뭐 해? " 뒤에서 들려오는 부기 쌤의 목소리. 아 어떡해...!!! 마침 몸이 얼어서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래, 이 겨울에 싸구려 코트를 걸치는 게 아니였어. " 아 안녕하세요... ㅎㅎ 저 형섭이 기다려요! 집에 같이 가야 되는데 너무 안 와서. " " 그래? 여기 근처에 유흥업소 많아서 밤에는 위험하니까 안에서 기다려. 그리고 이리 와봐, 소희야. " " 네...? "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간신히 쌤이랑 가까운 곳에 왔다. 어떡하냐고 나 눈 못 마주친단 말야... " 쌤 목도리 해줄게. 어차피 나는 차 타고 가서 별로 안 춥거든? 그러니까, " 둘둘 말린 회색 목도리를 목에서 풀어내는 쌤을 보면서 내심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난 타고난 변태니까. 뀨? " 소희가 할래? " 네...! 네 그럼요. 속으로는 백만 번 당연하지요를 외치고 대차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선생님의 손길이 닿은 목도리를 받아들었다. 쌤이 목에다가 둘러 주시면 저는 설레서 사망하기 때문입니다. ㅠㅠ " 혼자서 안 해 봤지? 이리 줘 선생님이 할게. " 쌤은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보다가 내 손에서 목도리를 도로 가져가셨고, 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고분고분히 목을 내어 드리었다... 선생님은 목도리를 다 둘러 주신 뒤 얼굴이 새빨개진 날 보며 다시 미소 지으시더니 집에 잘 가라며 내일 학교 가니까 일찍 자라는 말까지 해주셨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동안 쌤은 코트 주머니에서 핫팩을 꺼내어 내 손에 쥐어 주시고 뒤돌아 주차장으로 향해 가셨다는. 그리고 안형섭은 십 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휴대폰을 찾아 왔다. #3 " 아! 고삼의 최대 단점이 뭔지 알았어. " " 뭔데. " 벌써 4년째 학원을 다니는데, 맨날 금방 풀린다며 앞치마 끈도 혼자 못 묶는 안형섭을 위해 등허리에다 대고 리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 누나들이 다 대학에 가 버려서 아무도 나한테 밥을 안 사줘. " " ......그래. " " 야 윤소희 너무 세게 묶었어. 숨 막혀... " 아오 진짜. 요구사항만 더럽게 많아서는. " 근데 오늘 종현 쌤 일찍 오신대. 밑에서 토스트 사달라 할까? " " 돼지야? 네 돈으로 먹어. " " 알았어. 원장쌤은 어디 계셨더라. 우리 너무 일찍 왔나 봐. 엇, 쌤 안녕하세요. " 어, 안녕. 부기 쌤의 미소가 연상되는 달달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을 바짝 주었다. 소희 일찍 왔네? 형섭이랑. " 네, 안녕하세요...! " 선생님은 코트를 개어서 사물함에 넣으려다 말고 다시 챙겨 입으시더니, 아직 애들 오려면 30분이나 남았다며 따뜻한 걸 사주시겠다고 하셨다. " 형섭이 데리고 갈까? " 작은 목소리로 묻더니, 나를 살짝 내려다 보며 싱긋 웃는 쌤. " 으히, 아뇨. " 그리고 그 뒤로 별 일은 없었지만 쌤은 내 핫초코만 라지 사이즈로 사주셨다. *** 제가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연예인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우연히 프로듀스101을 보다가 김종현 님을 보게 됐는데 당시 제 미술학원 선생님이랑 너무 닮으셔서... 고작 2년 전이지만 이렇게 추억도 되살려 보면서 써 보았어요! 원래 글을 참 재미 없고 밍밍하게 쓰긴 하지만 나쁘지 않게 봐 주셨다면 댓글 하나 쯤은 받고 싶네요 ㅠ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음 것도 올려 보겠습니다! 그럼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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