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운을 처음부터 짝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친구로 시작한 우리 관계는 마치 남녀 사이에 친구란 없단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로 변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세운이 내게 지독한 갑질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들에게 하는 것과 다름 없는 그 친절함은 내게 갑질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남들보다는 조금 더 너에게 있어 ' 친한 친구 ' 라는, 그 특별한 타이틀이 주는 설레임이 희망고문 같은 것이었는지도.
" 안녕, 어.. 김여주? "
" 아, 응응. "
" 그래, 여주야. "
" 앞으로 잘 부탁할게. "
첫 인상은 평범했다. 아니, 조금은 강렬했던 쪽에 가까운 거 같기도 하고. 어눌한 말투가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다. 누가 들어도 전혀 서울 말씨로는 들리지 않는 그 어투가 본인에게는 부단히 노력한 결과인 것으로 느껴져 더 그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학생이 온다기에 알게모르게 속으로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과거 내 옆자리는 비어 있는 상태였고 전학생이 온다면 바로 그 자리에 앉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런데다가 웬걸, 그 전학생이 꽃미남이라는데 안 설렐 여학생이 어디 있겠냔 말이지. 괜히 혼자 소소한 망상이나 떠올려보며 옆자리에 앉을 전학생에 대한 기대를 품었더랬다. 내가 상상한 남자답고 사투리를 쓰는 시원시원한 경상도 남자애(이건 너무나 망상이긴 했지만.)는 어디 가고 정작 전학 온 옆자리 짝꿍은 순하고 차분하며 시원한 사투리는 커녕 어색한 서울말을 쓰는 남자애였던 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뭐 생각보다는 재밌을 것 같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 아.. 맞다. 숙제. "
" 또 안해왔어? "
" 으어어.. 왜 말 안해줬어.. "
" 어제 분명 말 해줬는.. "
" 헝.. 정세운 나쁜 놈."
" (한숨) 내 꺼 빌려줄테니까 봐.. "
" 방금 그 말 취소.. 넌 천사야. "
정세운이 내민 공책을 얼른 가로채 품에 안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세운일 바라보니 눈에 들어온 것은 참으로 황당한 얼굴이었다. 그래, 세운아 이런 짝궁이라 미안하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 표정으로 그렇게 한숨을 쉬고 그래. 흑.. 요즘따라 부쩍 한숨 쉬는 일이 많아진 거 같은 세운이었다. 그치만 그게 다 나때문은 아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운아.. 날 떠나지마(훌쩍..
" .. 이럴 때만 천사지. "
" 아니야. 세운아. 넌 항상 천사였어.(진지) "
정세운과는 생각보다 금방 친해졌다. 낯가리는 성격일 줄 알았던 녀석은 예상과 달리 오히려 조금 활기찬 쪽에 가까웠다. 간혹 전혀 나서지않을 타이밍에 나서기도 할 정도로( 예를 들자면, 얼마 전 맡게 된 체육부장이라던가.. 지원자를 받는다는 말에 귀나 후비적거리고 있던 당시의 나는 예상치 못하게 옆에 서있던 정세운이 손을 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 야, 이거 체육부장할 사람 말하는 건데? " 라고 속삭였다.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인 정세운의 대답이 " 응. 알아. " 였던 건 2차 충격 ).
짝꿍이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정세운과 가깝게 지낸 나는 어느새 다른 애들 사이에서 "정세운과 가장 친한 애"로 불리우고 있었다. 2학년에 들어선 후에도 녀석과 같은 반 짝꿍이 된 것 또한 큰 요인이었다. (솔직히 이건 좀 소름이다.) 근데 좀 억울한 게, 이 학교를 먼저 다닌 건 난데 왜 나를 칭하는 호칭이 정세운이 주가 된 것이냔 말이지. 이건 다 생각보다 주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정세운 탓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세운은 나에게 있어 그냥 조금 착하고 지극히 평범한 짝지정도였기에 나는 그런 주변 반응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정세운을 좋아하게 된 것은 정말 뜬금없는 포인트에서였다.
전교회장 정세운 w.리틀걸
Episode 2. 복잡한 감정
시간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흘렀다. 아니, 내 예상보다도 주말은 가까운 날짜였다. 눈 깜짝할 새에 정신없이 이틀이 지나가고 금요일인 지금. 여전히 정세운은 축제 준비로 한창 바쁜 모습이었다. 이리 뛰어 다녔다가 또 저리 뛰어 다녔다가 쉬는 시간만 되면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분주한 모습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하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의문인 건, 방과 후 종례만 마치면 쌩 하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는 것. 언제 한 번 어디가냐고 물어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수업 시간이 아니고서야 만날 수 없는 바쁜 몸인 탓에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김재환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전해들었다.
" 야, 김여주. "
" 엉? "
" 너 그거 아냐? "
" .. ? 또 무슨 말을 하려고. "
" 아니, 세운이 말이야. "
" (쫑긋) "
" 요즘 밴드 한대. "
" 푸흡- "
" 아,.. 왜 침을 뱉어. "
뭐.. 정세운이 뭐..? 밴드..? 푸핫, 그게 무슨. 얘는 어디서 얼토당토 않은 이런 루머를 들고 왔대. 정세운이 밴드는 무슨 밴드야.. 네이버 밴드라도 한대냐(?). 그리고 그런 중대한 사실을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 암, 그래. 김재환이 던진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탓에 내 입속에 있던 침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튀었다. 아, 미안미안. 그때문에 잔뜩 일그러진 표정이던 김재환은 " 진짜라니까. 못 믿겠음 직접 물어보던가. " 평소 루머를 전하던 모습과는 달리 당당한 모습이었다. 니 말에 내가 한 두번 속았어야지.. 어디서 자꾸 루머를 퍼다나른 김재환때문에 처음엔 뭣도 모르고 들은 얘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전했다가 난감한 상황이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또 믿음이 간단 말이야. 진짠가.. 정세운..
" 세운이 진짜 멋있더라- "
" 노래도 잘하는 줄은 몰랐는데. 그치? "
" 축제 때 노래 부르려나, 그럼. "
" 모르지- 근데 불렀으면 좋겠다. "
" 맞아. 맞아. "
김재환의 말에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교실 뒷문으로 들어오던 여자 애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세운이라는 단어에 나는 얼른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에 들어온 그 애들이 나누던 대화는 방금 전 김재환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이 사실임을 거의 90% 확신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짤막한 대화가 끝나고, 곧바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깨를 으쓱하며 제 말이 맞지않냐는 제스쳐를 보이는 재환이었다. 아, 뭐. 그래. 맞는 거 같네. 의기양양한 놈의 모습을 보며 괜히 입을 삐죽였다. 얼라, 근데 지금 드는 이 묘한 감정은 무언지. 굉장히 뭐랄까, 불쾌하면서도 찜찜하단 말이지. 단순히 의기양양한 김재환의 모습이 얄밉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기엔 되게 서운하고 섭섭한 그런 기분이었다. 어쩐지 기분이 축 쳐지는 거 같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름 친하다고 자부해왔던 정세운과 관련된 얘기를 뒤늦게 남을 통해 접했다는 것에서 오는 서운함과 질투심이었다. 한마디로 김여주가 구제불능이란 거지. 고작 이런 일에 정세운을 상대로 이렇게나 꽁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 선생님 아직 안오셨지? "
" ...... "
" 여주야 ? "
" ..아, 응. 아직. "
" 아, 그래. "
" ...... "
" ...... "
쉬는 시간이 지나고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을 걸며 내 대각선 뒷자리에 위치한 제 자리에 앉는 정세운을 슬쩍 바라보니 괜히 또 혼자 마음이 꽁해졌다. 아, 정말 김여주 왜그르냐 진짜. 찌질하다. 찌질해. 흑. 나도 모르게 튀어니온 퉁명스러운 어투에 조금 당황했다. 세운이의 반응을 보니 저도 당황한 건지 더듬더듬 책상 서랍에 있는 교과서를 꺼내는게 참으로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 .... "
" .... "
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수업에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흘러보냈다. 수업 시간이 끝난 후에도 이렇다할 대화를 하지 않은 채로. 평소 둔하기로는 누구든 저리가라인 녀석도 이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챈건지 자꾸만 내 쪽을 힐끔거렸다. 그것도 아주 티나게. 결국 그 시선을 견디다 못한 내가 정세운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내 행동에 녀석은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 어.. "
" 정세운, 너 요즘 밴드해? "
" ..어? "
" 맞나보네. "
" .. 재환이가 말했어? "
" ..응. "
" 얼마전에, 가입했어. "
아, 응.. 그렇구나. 짤막하게 이어진 내 대답에 세운인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서운한지 나도 내 기분이 왜이런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너 노래 잘하는 줄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밴드에 관심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인 줄은 몰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물어오는 말에 바로 김재환이 말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걔한테는 먼저 말해줬던 건가 싶기도 해서일까. 얼마 전이면 분명 말할 기회가 있었을텐데 나한테는 왜 귀뜸조차 안해준 건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또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더 기분이 안 좋은 건, 정말 별 것 아닌 일인데도 이런 감정이 들어버리니까. 착해 빠진 정세운은 또 그저 내 기분 살피느라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또 내가 이정도로 서운해 할 마땅한 이유가 없으니. 난 니 여자친구도 아닌데. 그래서 이렇게 기분이 쳐지는가보다. 나는 너한테 친구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 여주야. "
" 아∼ 몰라. 나 지금 되게 서운해. 정세운─ "
" 그게 아니고, "
" 됐어- 너 바쁜 거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
" .... "
" 어이구, 우리 세운이 노래 실력이나 뽐내보거라! "
" 에이.. 노래 실력은.. "
" 뭐야- 남들 다 들려줘놓고. 또 나는 빼는 거야? "
" 아냐아냐. 여주야. 나중에, "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또 저가 사과하려는 모양인지 내 이름을 불러오는 정세운의 모습에 속상한 마음을 급하게 뒤로 감췄다. 다시 생각해보면, 딱 이정도가 우리 사이에 맞는 반응이지 않나 싶어서. 내가 쪼끔 오바했다. 진짜. 그렇게 나는 또 장난으로 넘기고자 세상 서운함은 다 짊어진 듯한 표정으로 " 하아- 서운해. 서운해서 못살아∼ " 하고 중얼거리는데 그걸 또 진지한 얼굴로 답하는 녀석 모습에 정말 내가 졌다고 생각했다.
" 연습 끝나면, 제일 먼저 보여줄게. "
근데 또 이렇게 또 감동을 주시니. 내가 널 어떻게 안 좋아하느냔 말이지.
또 내 마음 속에 훅 치고 들어오는 정세운의 말에 거한 타격을 입고 멍하니 눈을 꿈벅였다. 그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웃음이라는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데, 아. 엄마. 나 정세운이랑 같이 학교 못 다니겠어. (엉엉) 심쿵이라는 말이 이래서 있나보다 싶다. 떨리는 속과 다르게 내 대답은 " 그건 당연한 거고∼ " 하는 퉁명스러운 말이 앞섰지만. 그래도 조금 풀린 듯한 내 모습에 안심한 듯 미소를 띄운 녀석은 손을 뻗어 내 머리 위에 얹고는 한두번 머리칼을 헝클였다. 그러니까 서운해하지 말고, 교무실 좀 다녀올게. 아─ 축제때문에 정신이 없다. 느리게 고개를 절레 젓고는 한 번 찡긋 인상을 찌푸린 녀석은 그렇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습관처럼 나온 제 행동에 누구는 이렇게 얼굴이 빨개져 버린 것을 모른 채.
" .. 하여간. "
사람 설레게 하는 데에 뭐 있다니까. 너는 왜 이렇게 다정한 거냐고 정세운아..
**
내 정신을 마구 흔들었던 금요일이 지나가고, 고대하고 기대하고 기다리던 드디어 주말이 찾아왔다. 오늘을 말할 것 같으면 무한도전을 보며 쇼파를 뒹구는, 그런 평범한 주말따위가 아닌. 바로 정세운과 저녁을! 밖에서! 그것도 내가 먹고싶은 것을! 얻어 먹는! 그래. 바로 그런 날이다. 이거지. 오늘이 바로 그런 특별한 날인 탓에 어젯 밤에는 오늘 입을 옷을 고르느라 방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더랬다. 그 덕에 엄마에게 잔소리를 얻은 것은 덤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오늘의 기분은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는 것을. 하하하.
kakao talk
[ 여주야, 6시에 너희 집 앞으로 갈게 ]
[ 오키! 지갑 잘 챙겼지? ]
[ 아.. 깜박했네 ]
[ 죽는다.. ]
[ 농담. 당연히 챙겼지 ]
[ (이모티콘) ]
내가 못살아. 농담도 이렇게 어색해서 어쩌니. 세운아. 정세운과 나눈 카카오톡 메세지를 확인하고 혼자 키득거리다 이따 보자는 메세지를 전송하고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30분. 남은 준비를 마치기에 충분한 시간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볍게 볼터치를 했다. 아, 좀 과한가. 평소 학교에는 화장을 잘 안하고 다닌 탓에 조금 오바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내가 저를 좋아하는 걸 눈치 채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 그래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의 풀메이크업을 장착하고 어젯 밤 골라뒀던 청치마와 티셔츠를 챙겨 입었다. 최대한 꾸민 티가 나지않게 자연스러우면서도 마냥 친구처럼 느껴지지는 않도록. 고심과 고심의 끝에 고른 옷이었다. 옷에 어울리는 가방을 챙기고 틴트까지 바르자 어느새 정세운과의 약속시간에 가까워져있었다. 이제 나가야지. 아, 떨려.
" 여주야. "
오 마이 갓. .. 지금 제 눈 앞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제 이름을 부르는 정세운이 맞나요. 내 모습을 신경 쓰느라 정세운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나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정세운은 생각보다 사복을 잘 입는다는 것. 그리고 어김없이 오늘도 제 이미지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깔끔한 룩을 입고 온 세운이었다.
" .. 어어. 딱 맞춰 왔네! "
" 먹고싶은 건 생각해 놨어? "
" 응! "
" 뭐 먹고 싶은데- "
" 삼겹살..? "
조심스럽게 꺼낸 저녁 메뉴에 세운인 예상하지 못한 듯 맹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삼겹살? .. 응. 삼겹살! 내 나름대로 고심하여 고른 메뉴였다. 단 둘이 먹는 저녁이라 분위기라도 잡아볼까, 파스타를 먹자 할까 고민했지만 머릿 속에서 상상해본 결과 그건 너무 오글거리고 어색할 거 같애서. 그냥 먹고싶은 메뉴 중에 골라낸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사람 민망하게 웃고 있으면, 메뉴를 잘못 골랐나 싶잖아..
" 오케이. 먹으러 가자. "
" 진짜? 너도 삼겹살 괜찮아? "
" 난 다 괜찮아. "
" 아싸. 고기! "
" 밖에서 보니까, "
" ...? "
" 느낌이 또 다르네. "
" 엉.. 그래? "
뜬금없는 정세운의 말에 이번엔 내게서 맹한 표정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어색하게 녀석의 말에 대답을 하며 그런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데, " 옷 잘어울린다. 여주야. " 이어진 정세운의 말이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이럴 땐 또 솔직하고 막힘없이, 또 무심하게 얘기하는 정세운때문에 떨어질 심장이 남아있질 않았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한 끝에 골랐던 옷이어서일까. 막상 정세운한테 그런 부분에 대한 칭찬을 들으니까 심장이 쿵쾅거리고 미치겠는 게..
아, 나 이러다 삼겹살을 코로 먹겠어.. 만난지 채 5분도 되지않아 벌써부터 치고 들어오는 정세운의 멘트에 귀가 새빨개진 채 넋이 나가버린 나였다.
**
에필로그 (ver. 세운) |
* 밴드부 보컬 정세운 * < 밴드부 ' Slate ' 부원 모집 공고 > 밴드부 Slate 에서 부원을 모집합니다. 모집 대상 - 보컬 1, 기타 1 - 저희 밴드 Slate 는 교내 축제 활동을 비롯하여 교외에서도 다양한 공연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학생은 3층 행정실 옆에 위치한 동아리실로 편하게 방문해주세요. 교내 1층 게시판에 붙어있는 밴드부 모집 공고 종이 앞에 가만히 서있던 세운은 고민에 빠졌다. 평소 노래에 관심이 있던 터라 이 참에 밴드에 가입해볼까 하는 게 세운의 생각이었다. 고민인 건, 전교 회장인 탓에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 탓에 밴드부 활동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더군다나 고등학교 3학년,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또 동아리에 가입하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이 시점에 도전을 해보는 것이 맞을까 싶었다. " 어.. 부원 모집한다고 해서 왔는데요. " 그래도 한 번 부딪혀 보는거지. 그렇게 지원하게 된 밴드부 보컬 오디션은 생각보다 간단했으며 금방 끝나버렸다. 즉석에서 부른 세운의 노래를 들은 밴드부 친구들은 적극 찬성을 외치며 세운의 밴드부 가입을 환영했다. 너무 격한 반응에 순간적으로 이거 잘못 가입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어찌됐든, 밴드부에 가입하게 된 이후로 세운의 몸은 두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전교 회장으로서의 축제 준비은 물론이고, 밴드부가 진행하게 될 공연에까지 참여하게 되었으니, 쉬는 시간과 방과 후만 되면 훌쩍 반을 빠져나가는 게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렇다 보니 친한 친구들에게도 저가 밴드부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는데,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 어, 뭐야. 정세운. " " .. 어? " " 맨날 어디가나 했더니 여깄었네∼ " " 재환이 너.. 언제 쫓아왔어..? " " 눈치 못 챈 게 등신이지.. 임마. " " 아.. " " 우리 몰래 밴드 가입했냐─ " " 몰래는. " 몰래 가입했냐는 재환의 말에 고개를 절레 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인 세운은 이어진 재환의 말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너는 몰래 아니었어도, 나나 김여주는 이거 되게 서운하다? ".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자기도 얼떨결에 가입한 경향이 있었기에 굳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재환의 말을 듣고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여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분명 서운해 할 거 같은데. " 미안미안, 여주한테는 내가 말할게. " 새삼스럽게 저도 섭섭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재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주겠다고 달래어 재환을 돌려보냈다. 이로써 상황이 종료된 줄 알았건만은.. " 정세운 너 요즘 밴드해? " 여주에게 오늘은 꼭 말을 해야지 하고 있었던 세운은 먼저 선수를 친 여주의 말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김재환은 어떤 식으로 소식을 전달했기에 여주의 표정이 이렇게나 서운함을 뚝뚝 흘리는 건지. 하.. 결코 인생에 도움되는 친구는 아니라고 세운은 생각했다. 그리고 평소답지 않게 눈썹이 축 쳐진 여주의 모습을 보며 이 난감한 상황을 어찌 헤쳐나가야 할까 고민에 빠져 저도 울상이 되어버린 세운이었다. 나.. 밴드 괜히 가입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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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독자님들, 제가 너무 늦었지요 (눈물) 이번 주에 집에 내려갈 계획이 없었어서 주말동안 써서 들고 오려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집에 내려갈 일이 생겨서 다녀와서 부랴부랴 글을 썼네요..!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 줄의 댓글 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되어요ㅜㅜ.. 답글을 모두 남겨드리고는 싶지만 주말 외에는 대부분 모바일로만 접속을 하는 지라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T_T.. 틈 나는대로 또 연재도 해야하기때문에.. 그래도 최대한 답글 남기도록 할게요! 나중에 Q&A 시간도 가질테니 궁금한 장면들이나 이해 안가는 부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ㅎ.ㅎ 아, 참고로 이번 편은 중간에 나오는 제목을 기준으로 윗부분은 과거 회상, 아랫 부분은 현재에요. 아마 다음 편도 같은 구성으로 과거 회상 장면에서 여주가 세운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나올 것 같네요. 다음 화도 기대해주세요>_< 그럼 좋은밤되세운 ♡ ( 아참, 오늘 구독료 없는 날이라 후딱 써오려했는데.. 업로드하면 12시가 넘을 거 같네요. 그래도 하루동안은 구독료 0P로 설정해두도록 할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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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님들 암호닉 ♡ |
혹시 빠진 분이나 틀리게 적힌 분이 있다면 꼭 말씀해주세요 ! * 참고로 암호닉은 아무 때나 댓글로 [ ] 괄호 표시만 해서 남겨주시면 신청됩니다 ex) [리틀걸]로 암호닉 신청해요! 숮어 / 단잠 / 현 / 뎡 / 봉봉 / 청춘 / 란 / 유자청 / 듀ㅅ듀 / 유닝 / 슬 / ㅋ / 녜리 / 가람 / 천운 / 110 / 센 모두 감사드립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