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PERADO
01
민현아, 평화란 무엇일까? 어느 날 종현이 제게 던진 질문이었다. 글쎄…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민현이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종현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기 전,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허탈함이 서려있었던 것 같다. 그런 종현을 보면서 민현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음… 평화?
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신기했지. 사실 처음엔 평화를 주장하던 종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해와 갈등, 싸움뿐인 이 세상에서 그런 걸로 사람이 바뀔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는 거짓말처럼 그것을 이뤄냈다. 그래서 민현은 신기하기만 했다, 이 모든 상황이. 예전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불화가, 새롭게 피어난 사람 간의 정이라는 것이. 그런데 종현은 갑자기 왜 저런 질문을 하는 걸까, '평화'라는 것에 어떤 정의라도 내려야 하는 걸까?
그럼 너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민현이 되묻자 종현은 다시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마주한 그의 눈동자는 공허하다 못해 너무 텅 비어 있어 민현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종현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르겠어.'
'응?'
'지금 이 세상은, 정말 평화로운 게 맞는 걸까?'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모르겠어, 민현아.'
'정말 이게 진정한 평화가 맞는 건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민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종현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는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민현의 어깨를 툭, 툭 치던 종현은 힘없이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쟤가 왜 저러지…? 유독 오늘따라 이상한 종현의 모습에 민현은 잠시 의문을 가지지만 이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기분이 좀 안 좋은가 보다, 하고 넘기기로 했지.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종현은 연구실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봐도 아무것도 아니라고만 대답하던 너. 밥을 먹으러 나오지도 않길래 매번 문 앞에 식사만 가져다주기를 거의 한 달 째, 드디어 연구실에서 나오던 종현은 그 어떤 때보다도 개운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된 거 같아.'
'뭐가?'
'준비는 다 끝났어.'
사람들은 모두 평화로워질 거야. 뭔진 몰라도 오랜만에 웃는 그가 좋았다. 그렇게 고생하더니 제가 원하던 성과를 얻어낸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하고. 종현은 모든 것을 통달한 듯, 아주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머지않아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거야.'
그러나 다음날, 그는 죽었다.
그가 말하던 진정한 평화를 맞이하기도 전에.
*
"아, 깼어요?"
미안해요. 이거 덮어준다는 게. 웬 인기척이 들어 눈을 떴을 땐 담요를 들고 있던 여주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눈 좀 붙인다는 게 그대로 쭉 잔 모양이었다. 아직 보지 못한 서류들이 많은데 창밖에 노을이 지고 있는 걸 보면.
"…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네."
"깨우려고 하다가 요새 너무 피곤해 보여서요. 그냥 침대에서 자지…."
"아니야, 괜찮아. 고마워."
저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여주에게 웃어 보이던 민현은 일단 책상에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는 종이들을 정리해야겠다 싶어 차곡차곡 그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예전에 종현과 여주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
정리를 하다 말고 갑자기 무언가를 쳐다보는 민현에 여주는 뭘까 싶다가 그의 시선이 어디서 멈췄는지를 알게 됐고, 이내 여주도 그 액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의료 기관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군사학교로 가 그들을 치료하는 실습과정을 거치곤 했었다. 군사학교에서는 허구한 날 훈련을 하다가도 다치고, 전장에 나가서 다치기도 했으니. 그때 찍은 사진이었다. 우리가 헤어지기 전, 바로 그날.
실습은 총 3일 동안 이루어진다. 당시 스나이퍼였던 민현을 담당하던 게 종현이었다. 종현은 I 의료 기관 A등급, 그중에서도 수석이라는 명성답게 민현의 다친 팔을 아주 깔끔하게 치료했었다. 민현은 그때 군더더기 없이 저를 치료하던 종현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고. 항상 종현의 옆을 붙어 다니던 여주였기에 여주도 자연스럽게 민현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때부터 아마 셋이서 다닌 것 같다. 그래서 그만큼 유대감이 깊은 건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지금은 세상이 통합됐다가 다시 분리된, 그로 인해 여러 나라 사람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버렸기 때문에 A, B, C등급을 나누기가 애매했다. 각 나라마다 그 등급의 기준이 달랐으니까. 그래서 APEX의 지도자인 종현은 일일이 하나하나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고 APEX를 이끌어 갈 고정 간부들을 자기가 직접 뽑곤 했는데, (예를 들면 I의 다니엘, 성우, Ⅵ의 영민 등 지금의 조직원들.) I 때는 한 달마다 자체 시험과 실습으로 등급이 매번 바뀌던 시대였기 때문에 실습이 끝나면 군사학교 사람들과 의료 기관 사람들이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만나봐야 전장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만난달까. 물론 A등급은 변동될 일이 극히 드물었지만 워낙에 바빠 서로 못 만나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그날 그들은 각자의 기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함께 사진을 찍었었다. 민현이 조금 흔들려서 나왔지만 본인은 종현과 여주가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며 이 사진을 제일 좋아했었다. 저렇게 액자에 담아 놓을 만큼.
…그땐 저렇게 웃고 있었는데, 우리. 가슴이 저릴 만큼 지독하게도 웃고 있는 제 친구를 보다가 민현은 애써 고개를 돌렸다. 가뜩이나 방금 꾼 꿈도 그렇고 이대로 그 사진을 보고 있다가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오를 것만 같아서, 그래서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런 민현을 알아챈 건지 여주는 조용히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또 꿈에 나왔구나."
꿈속에서 종현이 나타날 때면 언제나 이렇게 약해지던 그였으니까. 아무 말없이 그저 민현의 옆을 지키고 있을 때,
'……아, 진짜! O형! 너무한 거 아니에요?!'
문 밖에서 대휘가 우는소리를 내는 게 들려왔다. 아까 성우랑 마트에 간다고 나가더니 지금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한껏 억울한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뭔진 몰라도 또 성우가 무언가를 한 게 분명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제야 민현은 정신을 차렸고, 그만 나가보자며 말하는 민현에 여주도 그를 따라나섰다. 문을 열고 나갔을 때에는 대휘가 냉장고 문을 열고 울상을 지으며 성우에게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다.
"제가 어제 분명히 얘기했죠! 이 케이크 제 거니까 먹지 말라구! 대체 언제 먹은 거예요?"
"음… 오늘 아침에 훈련 끝나고?"
"와, 대박. 이거 내가 얼마나 아껴놨던 건데…."
"야, 그럼 당 떨어지는 데 어떡해. 넌 힐러니까 잘 알 거 아니야, 사람 당 떨어지면 죽는 거."
"그건 저혈당 환자일 경우고요! O형은 너무너무 건강하잖아요!"
"나 O형 아니고 A형인데."
지금 저랑 장난해요?! 대휘는 펄쩍 뛰며 화를 내고 있는데 얄밉게도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보스! 누나! O형 좀 혼내주세요! 아주 얄미워 죽겠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대휘는 누가 봐도 서러운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보았다. 성우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더 서러운 표정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 다들 잘 들어봐요. 나는 아침에 고된 훈련으로 너무 지친 상태였고, 이대로는 당이 떨어져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고요. 근데 마침 냉장고에 케이크가 있네? 이거, 먹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난 진짜 죽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제가 어제 오늘 먹겠다구 그렇게 얘기했는데…!"
"야. 시끄러워, 시끄러워. 먹을 수도 있지."
민현과 여주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보안실에서 막 나오던 재환이 말했다. 벽을 짚고 기어 나오는 꼴이 지금 꽤나 피곤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J형은 또 뭐예요! 갑작스럽게 등장한 인물이 제 편은 안 들고 성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한 억울함을 느낀 대휘가 빽 소리치지만, 재환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대꾸 한 번 않고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으아, 힘들어.
"내가 지금 당 떨어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 지 알 것 같거든. 진짜 죽을 거 같아."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뭐 일이 있다기보다는 매번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랴, 임무 나가면 망 봐주고 통신해주랴… 아, K 돌아오면 너한테 또 혼나게 생겼다."
…또 다쳤군요. 여주는 한숨을 팍 내쉬었다. 임무를 하러 갈 때마다 다니엘은 못해도 상처 하나씩은 꼭 만들어왔다. 같이 가는 영민은 아주 멀끔한데 말이다. 다치는 걸 가지고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칠 수도 있지. 하지만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쓸데없이 다치니까 문제라는 거다. 가령,
"이번엔 어쩌다 다쳤는데요?"
"임무 자알- 끝내놓고 마지막에 나오다가 넘어졌어."
…이렇게. 종현이 I 의료 기관 수석이었다면 다니엘은 I 군사 학교 수석이었다. 실력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신에게는 그에게 섬세함을 주지 않았다. 영민의 반만 닮았더라면, 아니 영민과 다니엘을 조금만 섞었더라면 둘 다 참 좋았을 텐데. 다니엘이 너무 허술하고 덤벙거린다면, 영민은 조금 피곤할 정도로 완벽했으니까. 많이 다친 건 아니죠? 여주의 말에 재환은 뭐 이런 일 한두 번이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무릎 좀 까지고, 손바닥 까지고 이 정도?"
……아, 그걸 듣는데 괜히 머리가 아파진다. 어휴, 못 살아.
"…흥, 영민이 형 오면 다 이를 거야."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잊혀진 대휘는 혼자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같은 나라 사람이고, 또 그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이여서 그런지 대휘는 영민에게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었다. 영민도 대휘를 아주 끔찍이 생각하고 있었고. 진짜 다 이를 거야, 다들 나빴어. 입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영민을 기다리는 대휘를 보고 있자니 제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성우는 그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옆에 슬쩍 앉았다. 뭐냐는 듯이 저를 쳐다보는 대휘에게 성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설마 형이 먹튀하겠냐? 하나 더 사줄게."
"…진짜요?"
"그래. 그러니까 기분 풀어 인마."
…치. 그래요, 그럼. 성우의 말에 대휘도 그제야 기분이 풀려 베시시 웃는다. 성우와 대휘, 재환, 그리고 여주. 각자 다른 성격과 다른 출신. 전혀 접점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민현은 새삼 이 그림이 꽤 조화롭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불현듯, 또다시 떠오르는 종현의 얼굴에 입술을 꾹 깨문다.
이 조화로운 그림에 너만 없었다. 매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너. 그래서 너는 이렇게 다른 아이들과 같이 일상을 즐기기도, 함께 수다를 떨어보지도 못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는 무게감이 얼마나 너를 짓누르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네가 죽고 난 뒤, 네가 그렇게 찾던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네 연구실도 뒤져보고 온갖 짓을 다 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평화는커녕 오히려 세상이 둘로 나뉘었다. 그로 인해 조금이나마 옳았다고 생각한 네 방법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도 잘 알았다. 정말 평화로웠다면, 그랬다면 네가 죽는 일도 없었겠지.
그런데 종현아, 그거 알고 있니? 네가 생각하던 평화가 뭐였는진 모르겠지만… 평화는 언제나 네 주변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거. 네가 그토록 원하던 평화는 바로 네 옆에 있었다는 거. 나는 그게 다 부질없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 아이들을 보면 아, 이게 그렇게 찾던 평화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걸 느껴. 너는 너무 큰 것만 바라봤고, 가까이에 있는 건 보지 못했다. 세상을 바꾸자는 그런 거창한 것만이 아닌, 이렇게 소소하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평화가 아니었을까. 조금만 남 대신 너를 위해 살았더라면, 그래서 같이 행복할 수 있었다면….
……아, 아까 꿈에 네가 나와서 그런가. 이 울적한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민현은 다시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그러자 아까 봤던 액자에 다시 눈길이 가길래 그 사진이 보이지 않게끔, 볼 수 없게끔 그것을 엎어버렸다.
"……."
한 가지 분명한 건 더 이상의 평화는 바랄 수 없다는 것. 우리는 결국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그런 싸움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 네가 죽은 지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여전해.
네가 원하던 세상은 오지 않아, 종현아. 우리가 죽는다 해도.
*
ZENITH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려왔다. 형섭은 항상 이 시간에 제일 떨리고, 긴장되고, 금방이라도 심장이 역류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훈의 소집으로 모이는 간부들의 회의. 이 회의는 간부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형섭은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일단 자신이 왜 간부인지도 모르겠고, 자신은 이 자리에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거니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뭔지 모를 살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제 가슴팍을 쿵쿵 두드려대며 진정을 해보려고 하지만, 하나하나 자리에 앉는 조직원들을 보자니 긴장감은 더 배가 되었다. 아, 죽겠다. 어떡하지? 화장실 간다고 하고 쨀까? 혼자 초조해져 발을 동동 구르다가 옆에 있던 선호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정신 사납게 있지 말고 가만히 좀 있으라고.
"미… 미안…."
미안하다는 단 두 글자를 내뱉으면서도 형섭은 벌벌 떨면서 말을 해야 했다. 안 되겠다. 일단 화장실로 도망가서 좀 죽치고 있다가 와야겠다. 배탈 났다고 하면 뭐라 안 하지 않을까…? 배탈 났는데 뭐 어쩔 거야, 그치?
그래. 형섭은 정말 깊은 결심을 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직원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로 집중되고, 그 시선들을 감당하려니 다시금 토가 나올 만큼 속이 울렁거려 왔지만 형섭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하하 웃으며 문 쪽으로 슬글슬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 화장실 좀 빨리…."
"어디 가, A?"
히익……!!!!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는 지훈과 그 뒤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진영을 본 형섭은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 아니, 그게…. 자신에게 지훈이란 얼굴을 마주치기만 해도 너무 두려운 존재라 형섭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떡하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지?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아무런 해답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바보같이 앉아있기만 할 때, 제게 다가오던 지훈의 손에 형섭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일어나, 얼른."
……네? 아픔이 느껴질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제 귀에 들려오는 지훈의 목소리에 형섭은 눈을 힐끔 떠 보았다. 제게 다가오던 손은 자신을 손찌검하려던 손이 아니라 넘어진 자신을 일으켜주기 위한 것이었나 보다.
"……아, 감, 감사합니다."
저 손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속에선 엄청난 내적 갈등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한낱 나부랭이인 자신이 어떻게 이 사람의 손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덜덜 떨면서 맞잡은 손은 꽤나 다부졌다. 그의 이미지와 다르게. 그리고 엄청난 힘도 느껴졌고. 이 사람이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지 그 찰나의 순간에도 형섭은 알 것만 같았다. 형섭을 일으켜 준 지훈은 그대로 걸어가 테이블의 정중앙, 상석에 앉았다.
"화장실 간다며. 안 가도 괜찮겠어?"
옆에서 선호가 물어왔지만 형섭은 그저 고개를 내젓는 것으로 대답했다. 애초에 갈 생각도 없었는걸. 형섭까지 제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한 지훈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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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또 댓글을 남겨주셨더라고요ㅠㅠ 정말 감사드립니다(´▽`)! 조직물 사실 쉽게 쓸 줄 알았는데 너무 어려워요 엉엉 그래도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조직물에 환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ㅎ...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다들 감사합니다! |
암호닉 |
[데헷] [란] [헤스티아] [조준] [우진아♡] [뿡빵이] 끄아아아아ㅏ앙 암호닉 감사합니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