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말숙 빨리 좀 걸어줄래? 지각하면 발바닥 맞는단 말야"
"괜찮아 괜찮아. 핸드폰 시계 돌려놓고 핸드폰이 망가져서 늦었다고 하면.."
"저번에 그랬다가 나 창고 청소한 거 몰라?"
"..미안"
내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말숙이때문에 답답해서 이 학교를 뽑아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나라도 지각을 면하자는 마음으로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갔다
자꾸 뒤에서 쫑알쫑알 말을 걸어오는 말숙이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숙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평소였으면 내 손을 세게 쳤을텐데
무슨일인지 말숙이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진짜 내가 너때문에 못살아. 또 지각이야, 지각"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고는 뒤에 있는 말숙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얘는 듣는 건지 마는 건지 대답이 없어
그런 말숙이가 이상해 말숙이와 맞닿은 손을 놓으려고 하는데
말숙이가 내 손을 다시 꽉 잡고는 손톱으로 내 손등을 꾹 눌렀다
얘가 손가락이 이렇게 길었나?
"손에 땀띠 나겠다. 좀 놔주지?"
여전히 대답이 없는 말숙이가 이상해
바로 뒤를 돌아보았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는 말숙이와
날 내려다보며 웃는 남자애가 있었다.
나는 그런 남자애를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런 내가 웃겼는지
바람이 빠져가는 풍선같은 소리를 내며 웃고는
꼬옥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으며
"손이 작네요"
"다음에도 같이 손잡고 등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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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니 내가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그 남자애가 먼저 네 손을 잡았다니까?"
"걔가 왜 내 손을 잡아. 초면인데."
"그러니까 그린라이트지!"
"...근데 왜 너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무슨..말?"
"내가 네 손인줄 알고!"
"그건 걔가 말하지말라고 나한테 눈짓주니까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