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몸이 떠오르는 기분이 들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방이었다. 벌떡 일어나 몸을 더듬어보고, 거울 앞으로 뛰어갔다.
"헉..."
나는 숨을 들이켰다. 거울엔 아주, 아주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어쩌다 유부녀
w. 희익
"에엑? 진짜?"
주연은 그대로 정지한 채 믿기지 않는 듯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내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을 부르르 떨더니 침대 위로 몸을 던지고는 몸부림 쳤다.
[오늘 밤에 예정이니까 시간 비워놔요. - 김석진]
"와아아!!! 드디어!!! 진짜, 드디어!! 진짜루, 진짜? 정말? 정말루?!"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곧장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봐요! 김석진씨! 뻥 아니죠? 진짜죠?"
[아 것참, 이럴때만 김석진 씨죠?]
"갑자기 거짓말이라고 하면 진짜 당신 직업 짤리고 길바닥에 나앉을 줄 알아요!"
[협박도 참… 거짓말 아니예요. 당연하겠지만 시간 되죠? 지금 집앞이니까 문이나 열어요.]
그의 말에 얼른 전화를 끊고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주연에게는 그 무엇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얼굴에 미소가 만개한 주연이 문을 열자 그의 말대로 석진이 문앞에 서있었다.
이렇게 차별되는 대우에 불만이 가득해 보였지만 역시나 주연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를 잡아 끌었다.
"빨리 와요. 어서, 어서."
주연이 그를 잡아 끌자 아직 상황파악을 하며 당황한 듯한 표정의 아주머니와 마주한 석진은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치료,치료 목적으로..."라고 다급히 해명했다. 아주머니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본 후 휙, 몸을 돌려 부엌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선 주연은 침대 앞으로 의자를 세팅하고, 자신 또한 침대 위로 털썩 앉았다. 석진은 그런 주연을 흘기면서 터덜터덜 의자에 앉았다. 손 줘봐요, 퉁명스런 석진의 말에 주연은 냉큼 손을 내밀고는 입을 열어 쫑알거렸다.
"아니 그런데, 노하우가 뭐예요? 의사들은 다 이런 능력이 있나? 요즘같은 21세기에 어떻게 그런 능력이 있어요?"
"노하우 알려줘봤자 못하잖아요. 다른 의사들은 못합니다. 어쩌다보니 이런 능력이 있네요."
"와, 그럼 태어날 때 부터? 그럼 막, 초능력자, 이런건가? 다른 능력은 또 없어요?"
"모르겠네요. 다른 능력은 없… 살쪘어요?!"
주연의 온갖 질문들에도 하나 하나 대답해주던 석진은 주연에게 버럭 물었다. 주연은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석진의 말에 이를 부득부득 갈고 말았다. 네, 요즘 먹고, 자고, 싸는 것말고는 안했더니 그렇게 됐네요! 세상에, 맥박을 정확하게 못잡겠잖아요! 말이면 다냐 이 자식아?! 살도 찌고, 말도 많아지고, 폐인 다 됐네요! 주연은 거친 숨을 씩씩 쉬고는 휙, 손을 내뺐다. 석진은 장난스럽게 감탄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럼 곤란한데. 그럼 목 좀 내봐요."
"아니, 맥박을 갑자기 왜 재요?! 살쪄서 여기도 못잡을지도 모르죠!"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줘요."
본전도 못찾은 주연은 부들부들 떨며 그에게 목을 내줬다. 그러자 석진은 이리저리 목에 손을 대보더니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뗐다.
"다행히 여기는 느껴지네요. 오늘 일찍 주무세요. 눈뜨고 보면 저쪽 집일 수도 있겠네요, 잘하면. 그 남편분께는 미리 작별인사 하시든가요."
"후, 그리고 다시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여주씨랑 성격이 너무 판박이네요. 사람 마음을 마구 후벼파."
그리고 쿠션이 날라오기 전에 석진은 재빠르게 집 밖으로 사라졌다. 석진이 사라진 문을 노려보던 주연은 몸에 힘을 뺐다. 그래, 뭐, 얼굴 수척한거 보니까 안쓰럽긴 하다. 고생을 하긴 하나봐. 앞머리도 쥐가 파먹은건지. 주연은 다시 기분 좋은 생각에 룰루랄라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민윤기한테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그게 더 재밌을테니. 주연은 룰루랄라 포근한 침대 속으로 더 파고들고는, 눈을 감았다.
**
나는 거울로 보이는 주연의 얼굴에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작용 없이, 성공했다. 그 빌어먹을 사고 따위 나지 않았어! 얌마, 넌 행운아야! 거울 속 주연언니,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없이 외쳤다. 끄으으윽! 가장 억누르는 비명을 내지른 후 기쁨에 몸부림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엄청 호화스러운 방 안을 폴짝 폴짝 뛰어댕겼다. 안녕, 겁나 큰 침대야! 안녕, 겁나 큰 창문아! 안녕, 겁나 비싼 화장품들과 화장대야! 안녕! 안녕 !!!!
"반가워!!!!"
팔을 확 펼치며 외쳤다, 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날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몰라. 아니, 일단 민윤기씨부터 봐야겠어. 내 육안으로 확인해야겠어!
서둘러 방문을 벌컥, 여니 민윤기씨가 내 외침을 들었던 건지 복도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세상에, 진짜 민윤기씨잖아.
"…안녕."
내 어색한 인사에 민윤기씨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하긴, 민윤기씨는 모를텐데, 아마 민윤기씨는 주연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하고 민망해하던 나를 보는 민윤기씨의 입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미소가 서서히 번져올랐다.
"안녕."
엇, 받아주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민윤기씨가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주춤, 뒤로 물러나는데 내 양 어깨를 딱! 잡는다. 아, 잠시만, 잠깐만요. 이렇게 오자마자 심장폭행하기 있습니까? 제 마음 진정시킬 시간을 좀 주세요! 눈을 크게 뜨고 벌렁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민윤기씨가 나를 와락 안아버렸다! 안았다고, 나를! 아, 잠시만, 나 지금 주연언니잖아. 주연언니랑 이렇게 뜨거운 관계였어?!
"여주야."
"아니 잠,…네? 뭐라구요?"
"이제 막 돌아왔으니까, 천천히 얘기하자."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그의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시간이 많으니까.
축☆어쩌다 유부녀 완결☆축 |
(윤기씨의 마지막 대사가 익숙하지 않나요?( ͡° ͜ʖ ͡°)) 안녕하세요, 희익입니다. 이번엔 낚시가 아닌, 진짜 완결입니다. 후후, 아무도 지금, 오늘, 이번편에서, 완결될 줄은 몰랐겠죠? 꺄르륵! 꺄르르륵! (무릎을 꿇는다.) 조금 성급하게 완결된 점이 없잖아 있어요. 사실 이 이상 더 끌다가는 이도저도 아니게 돼버리고, 그리고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요. 즉석연재였던 만큼 부실한 내용이 많이 아쉽네요. 많은 시간을 들였던 작품이어서 그런걸까요. 무엇보다 저와 함께해주신 우리 독자분들이 있어서 더 그런 듯 해요. 사실 제가 의도했던 완결편의 스토리가 따로 있긴 하지만,,,,, 그건 외전으로 빼놓을게요ㅎ_ㅎ 기다리기도 많이 기다리시고! 애타기도 많이 애타셨죠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이번편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 외전들이 기다리고 있어용! 아마도 여러분들을 당황하게 했을,,,,흑막 석찌니의 외전과 이후 여주와 윤기는 어떻게 살았는가! 태형이와 주연이는 행복한가! 그런 외전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당. 그리고 살짜쿵 초기설정들과, 후속작 맛보기 등, 보여드릴테니 가볍게 아주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내일부터 다른 지역에 가게 돼서, 다음주 월요일! 그러니까 17일날! 그때! ㅇ외전과 함께 오겠습니다. 그럼 외전과 함께 만나용! 그동안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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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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