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옹성우]
LOVE CIRCLE
W. LIGHTER
오늘따라 학교에 가기 싫었다. 어제 먹었던 술들에 대한 값이 이렇게 다가올 줄이야. 누가 후라이팬으로 제 머리를 때려놓은 것처럼 깨질 것 같은 두통과 속쓰림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겪은 것이었는데도 익숙해지질 않았다. 왜 하필 또 오늘은 오전강의가 있어가지고. 있지도 않은 병을 만들어서라도 입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오늘은 그냥 수업을 재낄까, 하는 유혹이 끊임없이 샘솟고 있었지만 부지런히 알람에 맞춰서 눈을 뜨고 씻고 있는 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뭘 진득하니 해본적도,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없어서 내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일은 출석 100프로를 자랑하는 성실함과 액자를 가득 채운 개근상이 다였다. 이것마저도 없으면 뭘 자랑할만한 거리가 없었으니까.
'미안, 갑자기 사람들이 불러서 못 데려다 주겠다.'
그러고보면, 강다니엘은 잘 들어갔으려나. 멍하니 치약을 뱉으면서 드는 그 놈에 대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사례가 들려버렸다. 와, 미쳤지 내가 걔를 왜 걱정하고 있는거야. 차가운 물을 얼굴에 끼얹고 나서야 정신이 드는 내 머리는 그제서야 제 잘못을 알고 죄책감을 가진 듯했다. 결국 두 남자의 사이에서 어울리지도 않게 드라마 한 편을 찍었던 나는 도중에 저를 부르는 사람들에 의해 미안하다고 했던 다니엘의 표정이 못내 아쉬워 보였다면 그건 내 착각임이 확실했다. 이루어지지도 않을 짝사랑을 또 가져서 헛고생을 하기는 싫었다. 차라리 혼자 이렇게 살다가 독거노인으로 말년을 보내는게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일어났어?'
'일어났으면 답 좀.'
'어제 막차까지 놓치면서 데려다준 선배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옷을 입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울려대는 폰은 이미 '옹성우'라는 이름으로 가득 도배가 되어있었다. 아침부터 이렇게 메세지가 올 줄 알았으면 어제 번호를 안 주는 거였는데. 이제와서 후회를 해보았지만 또 다시 톡을 보내오는 그를 더이상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어제 밤에 버스까지 놓치면서 데려다준 선배였는데 연락 정도는 받아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웬만해서 개인적으로 연락해 본적이 없던 메세지 창은 누가보면 나와 성우 선배가 되게 엄청 매우 친한 사이인줄 알 정도였다. 그도 아니면 하루 아침에 이리도 끈질기게 연락을 해오는 선배와 그게 뭐라고 받아주고 있는 나를 설명할 길은 없을 듯했으니.
"ㅇㅇㅇ!"
강의실로 들어가자마자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성우 선배의 목소리는 아주 우렁찼다. 덕분에 조용했던 강의실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내 몸뚱이를 우겨넣고 싶을 정도였다. 이리와, 내가 자리맡아 놨어. 언제 우리가 서로의 자리까지 맡아줄 정도로 친해졌는지는 모르겠다만 두 자리씩 붙어있는 책상 위로 쌓아두었던 제 짐을 한 쪽으로 치우며 나를 앉히는 선배는 내 20년의 시간동안 처음보는 종족의 사람이었다. 어제 처음 만난 사람한테 자신이 잘생겼냐고 물어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었다. 원래 성격이 저렇게 쉽게 친해지는 거였다면 애초에 이해라도 할텐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몇몇의 사람들의 인사는 반쯤 씹는 것이 분명한 듯한 그가 나에게만 이토록 끈질기게 들이대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오늘 점심 같이 먹자."
"아, 저 야...약속 있는데."
"맨날 혼자 먹으면서 약속은 무슨."
이따 경영관에 있는 식당에서 밥 먹자, 알았지?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하는 건가. 말도 안되는 변명까지 하는 내 사정을 깔끔하게도 무시하고 제 말만 하는 선배를 보고 있자면 가뜩이나 숙취로 인해 쓰린 속에서 신물이 나올 것 같았다. 혼자서 밥 먹는 것이 제일 편하고 제일 좋은데. 혼밥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가 왜 친하지도 않은 이 선배랑 밥을 같이 먹어야 되는 거냐고. 교수님의 길고 긴 잡담과 수업은 또다시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를 않았으며 나는 조만간 무당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번년도에 인간관계에 특별하게 마라도 낀 것이 분명했고 그것을 알 방도는 그 분(?) 밖에 없었으니까. 이번 해의 운세가 제대로 망할 모양인지 어제는 강다니엘, 오늘은 옹성우 아주 둘이서 번갈아가며 나를 고단하게 만들어왔다.
* * *
"여기서 먹어도 괜찮지?"
점심 시간인 열한시부터 한시까지는 식당에서 자리 잡기도 힘들었다. 간신히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을까 내 맞은편에 앉아오는 강다니엘의 모습이 보였다. 차마 내가 전세를 낸 곳도 아니여서 거절을 할 수도, 그렇다고 더이상 자리도 없는 이 식당에서 다른 곳으로 피할 수도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자 툭하고 내뱉듯 말을 꺼내던 선배는 갑자기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너 다니는 무리랑 같이 밥 안먹고 왜 여기와서 난리야."
"그러는 선배님도 여기서 같이 드시면서."
저라고 못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ㅇㅇ랑 같이 먹고 싶기도 했고. 앞에서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오는 다니엘의 얼굴이 있었고 옆에는 있는대로 인상을 찌푸리는 선배가 있었다. 이 둘 사이에서 이대로 밥을 먹으면 바로 체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안그래도 불편하기 그지없는데 간간히 그들을 향해 인사를 해오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더해지니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한평생 나는 유명해지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내 이름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였지만 그렇게나 바랬던 것은 그저 편하게 둘이서 수다 떨면서 먹는 그런 것들이었다. 여기저기서 오빠, 선배, 다니엘, 성우야, 라는 이 말들이 귀에 들어오기를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무엇 때문인지 강다니엘을 죽일 듯이 쳐다보는 성우 선배와 내가 지네 집 똥개도 아니고 연신 내 이름을 닳도록 부르는 강다니엘을 원했던 적은 기필코 단 한 번도 없었다.
"ㅇㅇ는 연상 별로 안 좋아하던데."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하는 다니엘의 목소리에 먹던 밥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제대로 넘어가지를 않았다. 말했다시피 나는 모태솔로였다. 그 말인 즉슨, 누구에게 고백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 그러는 내가 연상, 연하를 나누어 고를만큼 윤택한 연애의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었는데 얘는 어디서 개뼈다구 같은 소리를 하고 난리래.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사귀었던 누나와 틀어지고 나서 연상은 별로라고 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강다니엘, 이 놈이었다. 내 꿈이 한 때 사귀다가 헤어져 보는 것이라고 할만큼 외로움과 강다니엘에 대한 지고지순한 짝사랑으로 애타던 때가 있었지만 결코 나는 이 듣도 보도 못한 취향을 얘기하는 다니엘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야, 사람일은 모르는 거야."
그리고 순간 턱, 하고 내 어깨를 감싸듯 올려진 선배의 팔은 흡사 꼭 내가 안겨있는 꼴이 되어버려서 어떻게든 먹기 위해 들었던 숟가락과 젓가락을 그대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점심이라도 챙겨 먹고 싶었거늘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굳이 오늘 뿐만은 아니었지만 비아냥 대는 어투가 다분히 묻어져 있는 말투로 대꾸하는 선배의 말을 듣고 있자면.
"혹시 알아, 또 연상이 취향일지."
아무래도 오늘 점심 먹는 것은 글른듯 싶었단다.
Episode 2, FIN
*
안녕하세요, Lighter입니다!
어제부터는 계속 비가 내려서 습하고 덥고 끈적거리고 잠도 제대로 자는 것 같지도 않은 기분인데 독자님들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방학을 하신 분도 계시고 아직 시험이 남아계시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 모두 힘내도록 해요.....(눈물)
1화를 올렸을 때는 그렇게 큰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너무 좋게 봐주시니까 감동이고 몸둘바를 모르겠고 기쁘고 그렇습니다! 삼각관계라 하면 되게 복잡하고 귀찮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성우와 다녤 사이에서의 삼각관계라니 제가 써놓고 너무 좋고 막 이입되어가지고ㅠㅠㅠㅠㅠ여주가 부럽고 그러네요... 아 그리구 독자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저는 아주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답니다.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도 또 제 글을 좋아해주는 분들도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사랑해요!!!!!!!
*암호닉은 최신화에서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암호닉 정말 감사합니다! |
[감], [반달], [망개몽이], [다녤쿠], [정연아], [소보녜루], [요니], [달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