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 남순은 어리둥절했다. 분명 피와 정액으로 엉망이 되 있어야 할 제 하체는 깨끗했고 어디서 찾아낸건지 교복이 아닌 티셔츠와 트레이닝 복 차림이었다.
멍하니 눈을 꿈벅거린 남순이 별안간 눈물을 뚝뚝 떨궈냈다. 미친듯이 아려오는 허리 탓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까딱하고 싶지도 않았다.
더 이상 아프고 싶지도 울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의 심정대로라면 딱 그대로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 하나 죽는다고 누구 하나 울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울어주기는 커녕 신경이나 써주면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아..."
한숨을 푹 쉰 남순이 멍하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필요없던 어린 시절 흥수와 함께 행복했던 그 시절이 머리 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 매일매일이 행복했었다. 불편한 교복이나 단순한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만 입고 아무곳이나 막 쏘다녀도 흥수와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 웃음이 실실 나왔었던 때였다.
음식 하나 못하는 남자 새끼 둘이서 라면 몇개 끓이며 투닥거리고 뜨거운 라면을 서로 입에 미친듯이 우겨넣던 그 때가 그리웠다.
한순간 폭발해버린 이기심과 집착으로 흥수를 좌절시킨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흥수가 밉다고 생각한 적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더럽다고 저를 밀쳐내던 때도 밉지 않았던 흥수가 지금 이 순간 미웠다. 왜 그랬냐고 꿀밤이라도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생각으로라도 세게는 때릴 수 없었다. 그 때 그 시절처럼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머리를 딱 한대만 쥐어박으면서 괜찮다고 웃어주고 싶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괜히 또 눈물이 터져나왔다. 입술을 꾹 깨물어봐도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눈물이 야속했다.
볼을 타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대충 슥 닦아낸 남순이 침대 밖으로 발을 딛었다.
바닥에 발을 딛자 마자 발 끝을 타고 올라와 허리를 진동시키는 듯한 고통에 남순이 풀썩 주저앉았다.
"아흐..."
낑낑거리던 남순이 바닥에 엎드려서 부엌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팔이 아픈지도 않은지 팔을 바들바들 떨며 싱크대 아래 달린 문을 쾅 소리나도록 열었다.
슬쩍 열린 문 사이로 팔을 집어넣은 남순이 꺼내는건 큰 식칼 하나였다. 팔에 힘이 풀렸는지 칼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
칼을 쥐고 비틀비틀 베란다로 향하던 남순이 다리에 힘이 풀려 길목 중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순간 문이 덜컥 소리와 함께 열렸다. 남순이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고남순! 뭐하는 거야?!!"
칼을 손목에 가져다대고 있던 남순의 시야에 흥수가 가득 찼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빤히 흥수를 쳐다보던 남순이 흥수를 보고 베시시 웃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그저 웃는 모습에 순간 소름끼친 흥수가 현관문을 잡고 입을 벌린채로 남순을 바라봤다.
큰 칼을 쥔 손을 제 손목에 가져다대며 흥수를 바라보던 남순이 손에 힘을 줬다. 날카로운 칼날이 여린 피부를 파고 들어 피가 새어나왔다.
"흥수야..."
"고남순. 하지마. 가만히 있어."
"오지마..흥수야..거기 있어..고개 돌려...보여주기 싫어.."
이를 악 문 남순이 칼을 높이 치켜들고 제 손목을 향해 세게 내리찍었다. 콰직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얀 피부를 타고 피가 미친듯이 흘러넘쳤다.
그제서야 당황한 흥수가 신발을 신은 채로 집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계속해서 미친듯이 칼로 제 손목을 내리찍은 탓에 남순의 손목 피부가 너덜너덜해졌다.
"고남순! 손에 힘 빼!"
"아..흥수야..아..나 아파..흐으..아파..아파..."
칼을 쥔 채로 손을 덜덜 떨어대는 남순의 손에서 칼을 빼낸 흥수가 칼을 멀리 던졌다.
피부가 너덜너덜해져 칼에 의해 살점이 다 파헤쳐진 남순의 손목을 남순의 셔츠 밑자락을 찢어 손목을 둘러감고 휴대폰을 꺼내 119를 불렀다.
미친 사람 마냥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면서 응급차를 부른 흥수가 휴대폰을 집어던졌다.
몸이 축 늘어진채로 눈을 감은 남순을 제 무릎 위로 눕힌 흥수가 멍하니 손톱을 깨물었다.
한참 후에 도착한 119 대원 한명이 흥수의 무릎에 눕혀져 있던 남순을 등에 들쳐매고 응급차로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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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ㅠㅠ이번 편은 좀 많이 짧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