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소란 - 그리고 너
오늘은 분량이 굉장많이 짧으니까 주의해주세요.... 응앍...
황제 흥신소
EP . 5
"이게 뭐야."
갑자기 눈 앞에서 팔랑거리는 서류를 낚아 채고서는 누나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뭐야? 누나는 제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태권도 도장.' 이라고만 읊을 뿐이었다. 아니, 그래서 태권도 도장이 대체 뭔데. 만든다고? 아니면 없앤다고.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태권도 도장?"
"응. 아빠가 그 도장 제대로 일 하는 지 좀 봐주라고 그러셔서. 대신 좀 가주라."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 자유 이용권 줄게."
콜. 민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누나가 건넨 서류 뭉치를 받아서 짧게 눈으로 훑었다. 태권도 도장에는 어렸을 적에도 발을 들여 본 기억이 없는데. 아마 일 제대로 안 하면 건물 빼려고 그러시겠지. 고개를 젓고서는 주차 되어 있는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빨리 가서 대충 보고 말씀 드리지 뭐.
"아, 맞다. 너 그 카페 위에 있는 빈 사무실 안 쓰면 아빠가 팔아버린대."
"아, 쓸거야. 쓸거야."
"할 것도 없는 게."
"할 건 생각하면 되지."
아, 1층에 커피숍, 3층에 상담센터. 2층에는 더 이상 만들 것도 없는데 어쩌냐. 한숨을 푹 쉬었다.
황제 흥신소
: 오늘은 황제님 시점인 것 같은데요.
"저기요."
"네?"
"경호원으로 취직하실래요?"
"예?"
"아니면 정직원은 어떠세요. 월급 많이 드릴게요."
민현은 제 앞에서 '이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라는 표정을 하고서는 눈을 깜빡이는 여자를 살폈다.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 퍽 마음에 들어 아직 만들지도 않은 사무실에서 일 하라고 꼬시고 있다니. 그러니까, 이 사건은 약 30분 전, 민현이 이 도장에 발을 처음 들였을 때로 돌아간다.
"…이건 뭐 거의 쓰러져 가는 거 아니냐."
민현이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적였다. 황제 태권도장이라고 쓰여 있었던 건지, 아닌지. 황제의 제는 ㅔ가 사라져 황ㅈ가 되어버렸고, 태권도장도 몇몇 글자가 사라져 ㅌ권도자가 되어버렸다. 아니, 이 정도면 거의 30년 된 곳 같은데.
"실례하겠습니다."
딱히 뭐 볼 것도 없겠다 싶어 손에 든 서류만 바라보며 태권도장의 문을 열자 (사실 을씨년스럽게 생겨서 들어오는 것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을 연 건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로 하자),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한 여자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묻는 눈이 초롱거렸다.
"…태권도 하세요?"
"예? 아, 네…."
미친, 방금은 내가 봐도 존나 어이 없는 물음이었다. 초면에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복을 입은 여자한테 묻는 말이 '태권도 하세요?' 라니. 여자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내 손에 들린 서류를 보고서 울상을 지었다. '건물주님이신가… 저번에도 말씀 드렸듯이 저 진짜 여기 없으면 일할 곳 없거든요….' 아, 정말요? 그렇구나. 민현이 한참을 화장기 없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곧 입을 열었다.
"저기요."
"네?"
"경호원으로 취직하실래요?"
"예?"
"아니면 정직원은 어떠세요. 월급 많이 드릴게요."
'네? 아니, 어, 얼마요?' 여자가 되묻고서는 헙하고 입을 가렸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어, 뭐하는 곳인데요? 다시 묻는 폼이 우스꽝스러워 민현은 웃음을 터뜨릴 뻔 한 것을 겨우 참고서는 말했다. '무슨 일 좋아하세요?' 사실 아직 만들지도 않았지만요. 뒷 말은 삼켰다. 여자는 꽤나 고민하는 듯한 포즈를 취해보이더니 곧 말했다.
"경찰?"
"경찰… 탐정은요?"
"저 셜록 되게 재미있게 봤는데."
여자가 웃었다. 민현은 쿵하고 떨어지는 심장을 다시 주워 추스리고서는 말했다. '그런 비슷한 일 해요. 취직하실래요?' 여자가 웃으며 물었다. '면접은요? 다른 직원은요?' 쫑알 쫑알 묻는 게 꼭 뻐꾸기가 생각난다 싶어 민현이 답했다.
"면접은 지금 하고 있었는데, 몰랐어요?"
"아?"
"다른 직원은 어제 그만 뒀어요."
사실 없어요. 민현의 대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여자가 곧 갸웃하던 고개를 다시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아, 귀엽다. 귀엽다고. 민현이 웃으며 생각했다. 안 쓰는 2층을 그냥 흥신소로 만들어버리지 뭐.
황제 흥신소
"저 오늘 약속 있으니까 진짜 잠깐만 간호하다가 갈 거예요."
"…지금 가도 되는데."
"웃기고 있네. 그 말은 눈이나 뜨고 말하세요."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입술을 쭉 내밀고서는 착실히 수건을 적시는 김여주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오리도 아니고 입술을 왜 쭉 내밀어, 뽀뽀하고 싶어지게. 이런 불순한 사장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여주는 또 내 이마에 물 수건을 올리며 툴툴거렸다. '사장님 저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죠?' 그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여운지. 진짜 이거 병인가.
"너 약속…."
"네, 지금 가야하는데요."
"약속 있으면 빨리 가 봐."
솔직히 안 갔으면 좋겠는데. 눈을 떠 김여주를 흘끗 바라보자, 오늘 예쁘게 꾸미고 온 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자 같아.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사장님은 다 나으시면 스테이크 사 주셔야 해요.' 매일 내가 혼자 스테이크 먹으러 가서 삐졌나보다. 내가 너랑 어떻게 같이 밥을 먹어. 체하게.
"나는 계속 보내주는데."
"…."
"네가 자꾸 여기 있는 거잖아, 직원아."
"그럼 저 진짜 가요?"
김여주의 툴툴거림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이렇게 간호 받은 적 처음인 것 같은데. 아플 때 누가 옆에 있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이제야 알겠다. 계속 실실 웃자, 주먹을 꼭 쥐어보였다가는 다시 푸는 김여주다. 그런데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건데. 왜 오늘은 머리도 차분하고, 원피스도 입고, 구두도 신었어?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걸 괜히 아픈 것 때문이라 돌리고서는 물었다. '왜 평소하고 다른 것 같지." 내 물음에 김여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저 오늘 소개팅 나가거든요."
아, 안 보내길 잘했다.
황제 흥신소
사장님 내일이면 다 낫는 거 맞죠? 김여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고 답했다. 사실 나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라. 김여주는 내 대답에 베시시 웃었다가 곧 다시 울상을 짓고서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장님 아파가지고 저 오늘 소개팅도 못 가고."
아, 저러는 거 진짜 귀여워.
꼭 아기 오리가 꽥꽥거리는 것 같은 기분에 웃어보이고는 내 이마에 올려진 물수건을 내리려는 김여주의 손목을 낚아채고서 말했다.
"그러면…."
"…?"
"내가 책임질까?"
네? 하고 되묻는 김여주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 '사장님 강냉이 털리고 싶으세요?' 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눈을 살짝 뜨고 본 김여주의 얼굴이 꽤나 붉었다. 왜 사납게 으르렁 거리지를 않냐. 괜히 나 기대하고 심장 떨리게.
"장난인데."
사실 장난 아니야. 내가 어떻게 너한테 장난을 쳐. 나 떨려서 그런 거 못 해.
턱 끝까지 차오른 뒷 말을 삼켰다.
ⓥ0ⓥ
뻐꾸기 풍경 = 뻐꾸기 같은 여주
혼자 밥 먹는 이유 = 같이 먹으면 넘 떨려서...
민현씨가 좋아하는 것 =뜨거운 아메리카노
오늘은 황제님의 속마음을 다 털어 놓은 날.... 사실 처음부터 여주한테 반해서 쫄쫄 따라다닌 민현씨ㅠㅠㅠ 사실 황제 흥신소의 역사는 여주의 입사와 같답니다. 오직 여주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까요! 민현이가 여주를 바라볼 수 있는 곳.... 이랄까... 하지만 오늘도 쌉똥덩어리 글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 되면 경이로울 수준!
사실 미년씨는 여주(=독짜님들을)를 디게 디게 좋아함....... 맨날 뒷말 삼키는 게 버릇 된 황제릠을 이제 알아주세요.... 여러분이 너무 좋아서 장난도 함부로 못 치겠대욤...
글 삭제 = 작가가 글을 꼴보기 싫어해서 내림
맞다, 암호닉은 언제나 받아욤 히히..
♡ 암호닉 신청해주신 쿄쿄님, 황제펭귄님, 충성충성님, 0217님, 황갈량님 봉봉님, 균킹님, 황도님, 뉴리미님, 랕둥이님, 브룩님, 임금님, 홍홍님 감사합니다 ♡
혹시 제가 암호닉 깜빡하고 누락된 분이 계시다면 제 뺨을 후려치시고 말씀해주세요..... 헤헤.... 벌써 13분이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