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사진)
늦게 오면 다 먹는다 오후 7:20
기다리는 중
천천히 와 오후 7:33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J (完)
비를 맞아 온 몸이 찝찝해 씻고 나왔더니 박우진의 연락이 와있었다. 언제 음식을 다 준비해두었는지. 급한 마음에 안 말리고 아랫층으로 바로 내려갔다. 어깨 위엔 수건을 올리고, 슬리퍼를 끌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어. 왔나."
내 모습을 보자마자 박우진은 웃었다. 뭐가 그리 웃긴지 나를 가만히 세워두고는 웃기에 있는 힘껏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아 뭐가 웃겨."
앞에 있던 선풍기를 내 쪽으로 옮겨 제일 세게 틀어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뒤에서 신기하게 쳐다보는 박우진에 옆에 앉으라고 바닥을 통통 쳤더니 옆으로 와서 앉았다.
"혹시 빗 있어?"
"빗? 잠시만."
빗을 찾으니 화장실로 들어가 빗을 하나 가져다 주었다.
"내가 해봐도 되나?"
"그래 안 아프게 해야 해."
"싫어."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엄청 살살 빗질을 한다. 머리를 한참 말리다 박우진이 시켜놓은 음식들 생각이 나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는 밥 먹자며 박우진의 손을 끌었다. 식탁을 보니 떡볶이에 치킨에 피자에 둘이서는 절대 다 먹지 못 할 양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뭘 이렇게 많이 시켰어."
"그냥 많이 먹으라고..."
무얼 이렇게 많이 시켰냐 묻자 풀 죽은 강아지처럼 대답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 미안해져서 그래, 많이 먹자. 하고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들을 먹는데 시선이 계속 신경 쓰인다 했더니 박우진이 아예 대놓고 내 먹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사람 먹는 거 처음보냐? 너도 먹어."
"먹고 있다."
"그래. 많이 먹던지."
"니도."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J (完)
"근데 아까 왜 웃었어?"
또 다시 능글맞은 박우진모드였다. 하루에도 수 십번씩 이랬다가 저랬다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도 모르겠다.
"장난 치지 말고."
"많이 보고싶었나. 신발도 짝짝이로 신고, 머리도 다 젖어가지고는."
"아니거든."
"늦는다고 전화를 하지. 연락 하나 없다가 갑자기 그 꼴로 서있는데 웃음이 안 나냐."
그 때에서야 내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온 것을 알았다.
"천천히 오래도 꼭 이래 해서 오제."
"그럼 어떡해. 너 기다리는데."
"내는 좀 기다려도 된다. 좀 급하게 하지말고."
"..."
"성격이 이래 급해서 어쩌냐. 내가 안 챙겨주면..."
여기서 안 멈추면 또 잔소리를 얼마나 하련지. 대충 눈치를 보니 한 시간은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쓰레빠 하나 짝짝이로 신었다고 잔소리 듣기는 싫어 박우진의 말을 끊었다.
"챙겨줘서 고맙다."
또 마주보고 있는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내가 뭔 말만 하면 웃지.
"그거 말고는 뭐 할 말 없나?"
"어?"
무슨 할 말이 없냐는 물음에 또 내가 놓친게 있나 생각을 하던 중 박우진의 뒷말이 들렸다.
"뭐. 좋아한다나 사랑한다?"
"너무 일러. 그리고 나 아직 고백 받아준 거 아냐."
괜히 한 번 튕겨보려 박우진에게 고백 받아준 거 아니라는 말까지 했다. 박우진 입에서 나오는 좋아한다는 말이 퍽 듣기에 싫지는 않았다.
"좋아한다. 니 처음 봤을 때부터."
"여기서 이렇게 밥 먹다가 말하는 것도 웃긴데, 진짜 미친척하고.
내가 아무리 미쳐도 이 짓을 또 할 용기는 없거든."
"좋아해."
박우진의 두 번째 고백이었다.
"나도."
나도. 딱 이 두 음절을 내뱉었을 뿐인데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에 열이 올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괜히 덥네~ 라며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도 하고 선풍기 앞으로 가있기도 했다.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두 번씩이나 하게 만든 내가 좀 많이 밉상일 것 같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뭐 막상 박우진은 그런 거 신경 전혀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런 나에게 점점 다가오더니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게 잡아당기는 박우진이었다. 그대로 박우진과 안고 있는 자세가 되었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그대로 안겨져 있었다. 어찌나 세게 끌어안던지 숨이 막혀 등을 몇 번 치고 나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피하지는 않네."
"이젠 피할 이유도 없지."
"그럼 더 붙어 있어야 겠네."
"그러던지."
마주친 얼굴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박우진과의 친구 사이는 앞에 '남자'라는 단어가 붙었고, 전혀 다른 사이가 되었다. 친구인듯 애인인듯 자주 투닥거리긴 했지만 박우진은 여전히 불도저처럼 밀고 나왔고, 나는 아직도 거기에 말려서 어버버거릴 때도 있지만 듣기에 싫지는 않은 말들만 해주는 박우진이 고마웠다.
FIN.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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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1 |
드디어 이 글의 끝이 났습니다. 끝까지 함께 달려오시느라고 너무너무 고생많으셨어요 ㅠㅠㅠㅠㅠ 좀 더 일찍 오고 싶어 어제 새벽까지 작업은 했는데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점검을 좀 많이 해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오늘 저녁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어 이렇게 글을 제대로 끝내본게 처음? 거의 처음이라 느낌이 신기해요. 그냥 우진이가 질투하고 고백하는 거 보고싶어서 쓰게 된 글인데 J화까지 올리게 되고,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ㅠㅠㅠㅠㅠㅠㅠ 잉 넘넘 감사합니다. 오늘도 저는 글을 올리기 전에 브금을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지금 브금과 '스무살 - 걷자, 집 앞이야 (feat.주예인)' 이 곡 말고도 엄청 후보가 많았는데 마지막까지 고민 한 노래들 입니다. 개인적으로 유승우 노래 엄청 좋아해서 끝에 두 편이나 유승우 노래가 브금이네요. 아 뭔가 내일 습관적으로 글 쓸 때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 이걸로 제목 먼저 적어놓을 것 같아요 ㅜㅇㅜ 다음 글은 아직 생각을 한 건 없는데, 짧은 썰 몇 개 쓸 수도 있고 긴 글로 올 수도 있고...ㅎㅎ
여러분 내일은 MxM 선공개곡 나오고, 워너원 애들 티저 보는 재미에 겨우 살고 있습니다. 또 우진이 설레는 말 찾으려고 로맨스 영화도 만땅으로 보고있씁니다 ... 도저히 나는 설렘을 담아낼 수가 없어... 박우진 ㄱㅇㅇ 임영민 ㄱㅇㅇ 그나저나 암호닉은 다시 받아야하는지 그대로 이어가야하는지 고민이네요. 한 편으로 끝나는 썰 같은 경우에는 다음 화가 안 올라오니 다음화부터 암호닉을 넣을 수도 없어서 ㅜㅇ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다음 글에도 계속계속 암호닉 사용하실 분들께서는 댓글로 알려주세요!!! 초보인 티 겁나 내는 중입니다 .. .. 사랑해요!!! 다음 글에서 보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