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바라고 바라고 (inst.) - 김나영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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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나 안 좋아해, 성우야? "
술냄새가 내 코를 찌르고, 우리과에서 제일 예쁘다는 여자애가 내게 건넨 말이었다. 그것도 동기들끼리 자주 가던 술집 앞 벤치에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그 애를 잡자 그 애가 프흐흐, 하고 웃었다.
" 나는 너 어~~엄청 좋아하는데... "
" 아니... 저기 있잖아... "
내가 어찌할 줄을 모르고 그 애의 흔들거리는 머리 위에 턱, 손을 얹었다. 술 깨고 얘기해, 술 깨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여자애가 갑자기 울먹거렸다. 왕방울만한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아, 나 우는거에 완전 젬병인데.
" 애들두 막... 나만 너 좋아하는 거 같다 그러고... "
" 그.. 있잖아. 일단은 좀 진정을 하고... "
그 애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냐고? 음... 일단 나쁘진 않았다. 좋지도 않고. 뭐 좋은 쪽에 더 가까운 감정이긴 했는데, 관심이나 호감 정도지 사귀고 싶다거나 그 정도로 깊은 감정은 아니었다는거다. 그런데 문제는 난 여자의 눈물에 엄청 약했다. 게다가 갑자기 그 애가 내 품에 와락 안기더니 펑펑 울었다. 순간적으로 얼음이 되더니 머릿 속에서 예전에 여주가 내 품에 안겨서 울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처음으로 여주가 울던 날이어서, 처음으로 내 품에 여자가 안긴 존재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성우야아아아... 나는 진짜로...어허어엉... "
" ...아... 알았어, 알았어. "
나중에 술 깨고, 응? 술 깨고 얘기하자. 내 품에 파고드는 그 애를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그 애는 떨어지질 않았다. 뭐가 그렇게 억울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엉엉 울면서 나쁜놈, 나쁜 자식. 이라면서 나한테 뭐라고 그랬었다. 일단 달래는게 급선무였으니 그 여자애가 하는 말에 다 비위를 맞추고 그러다가... 그 다음날이었나. 학과에 소문이 퍼졌다. 나랑 걔랑 사귄다고.
여주가 실망할게 분명했다. 애매하게 굴지말라고 했는데, 좋으면 사귀고 싫으면 말랬는데 내 감정은 애매함 딱 그 자체였다. 좋지만 사귈만큼 좋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 감정으로 시작하게 된, 엉겁결에 시작하게 된 두번째 연애였다.
" 그래서... 사귀게 됐네. "
" 소문으로는 네가 걔 꼭 끌어안고 우는거 달래주고 그랬다던데? "
" 미쳤어? 걔가 파고든거지!!! "
민현이의 말에 버럭 화를 내자 민현이가 자몽에이드를 마시다 말고 사레가 들린건지 켁켁 거렸다. 아, 알았어.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사귀게됐네. 민현이가 손으로 입을 슥 닦으며 말했다. 아, 뭐 그렇긴 한데... 내가 우물쭈물하며 말하자 민현이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 애매하게 굴지말고 예쁘게 사겨. 걔 너 진짜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더라. "
그 모습에서 여주가 다시 언뜻 비쳐보였다. 성우야. 나 수업이라 가본다. 황민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는 인사를 건네지도 못했다. 내 감정조차도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 김여주의 말도 황민현의 말도 가슴에 콱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김여주에게 사건의 전말을 다 이야기 하지 않고 사귀게 되었다고 말을 했을 때, 김여주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 ... "
" 그... 뭐랄까, 좀 그날따라 예뻐보이고... 또 뭐... 나 엄청 좋아해주고 그렇더라.. "
" ... "
여주가 내 얘기를 듣다가 한동안 말이 없더니 작게 웃었다. 잘 됐네. 예쁘게 사겨. 여주가 짧게 그 말을 하고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다. 이상하다. 되게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괜히 눈치를 보다가 다시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김여주는 평소와 다름 없이 웃어주었고, 나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럴만 했다. 나는 내 감정 하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멍청한 놈이었으니까 어떻게 김여주의 감정을 알 수가 있었을까.
CC라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걸 스무살 가을, 나는 느꼈다. 네 달 째 사귀고 있는 그 여자애랑은 자주 다투기 시작했다. 점점 집착이 심해졌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가면 갈수록 여자들이랑 밥도 먹지 말라고 하질 않나, 여자들이 있는 술자리는 가지도 말라질 않나. 답답했다. 이게 옳은 연애인가 싶었다. 매일 싸움의 연속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싸움. 그럼에도 내가 그 애와 헤어지지 못했던건... 사귀면서 마음이 점차 커졌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많은 추억을 쌓아갔으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 민현아. 너는 진짜 연애하지마. 하... "
김여주와는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었다. 사실 김여주에게 내가 연락을 하지 않으면 여주가 내게 연락을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조금은 섭섭했지만, 여자친구에게 딱히 의심을 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로 내게는 중요한 친구니까, 정말로 잃고 싶지 않은 친구였으니까. 첫 여자친구가 김여주를 질투하던 때가 생각나 조금은 오싹해졌다.
" 너 너무 마시는거 아니야? "
" 내버려둬... 차라리 엄청 취하고 다 잊고 싶으니까. "
민현이에게도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사실은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난 여자친구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괜히 말해봤자 여자친구를 욕 먹이는 일인 것 같았으니까. 그저 이렇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술잔을 기울여 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민현이도 내게 꼬치꼬치 캐묻는 편이 아니라 더 고마웠다. 김여주만큼 황민현도 고마운 친구였다. 이렇게나 묵묵히 나와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주는 고마운 친구.
김여주랑 황민현이 닮았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다르게 생겼는데, 다른 성별인데 이렇게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참 신기했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조금씩 머리가 띵해오는데 황민현의 모습에서 김여주가 보이는게 신기했다.
" 이제 그만 마셔. 진짜로. "
" 아... 진짜... 힘들다... "
힘들었다. 지치고, 그만 두고 싶었다. 사랑인지 정인지 그만 둘 수도 없을 것 같은 애매한 감정에 사로잡혀서 나를 달래줄 수 있는건 술 뿐이었다. 애매한 감정. 그 감정으로 시작한 연애가 결국엔 끝을 달려가는 이 순간까지도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멍청했다. 바보 같았다. 그래서 더 마시고, 더 마셨다. 황민현의 모습에서 언뜻 비치는 김여주에 자꾸만 여주가 보고싶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다. 왜 너는 단 한번도 내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거야? 왜? 내가 먼저 하지 않으면 왜 하질 않아? 술을 마시니 더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만, 정말로 나만 널 소중하게 생각하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너 지금 여자친구한테 전화하는거면 당장 끊어, 옹성우. "
" 아니야... 여자친구 아냐... "
그리고 전화를 걸어버렸고, 김여주는 받았다. 오랜만에 들리는 너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하이톤으로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사실 그 다음부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김여주의 목소리가 예전의 우리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착한 너. 나에게 자신의 아픈 얘기를 꺼내던 너. 보고싶었다. 친구로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로서 김여주가 너무나 보고싶었다.
이상한 술버릇이 생겼다. 술을 마시면 김여주에게 전화를 거는... 그런. 그러게 평소에 연락 좀 먼저 해주지 그랬어, 김여주. 내가 얼마나 섭섭하면 무의식이 너한테 전화를 거냐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합리화를 했었다. 바보같이.
" 여주~~~~~~ "
[ 너 자꾸 술마시고 전화할래? ]
" 그럼 받지 말든가, 참나... "
[ 그럼 앞으로 안 받을게. 됐지? ]
" 아... 야. 정말 진짜 대박 리얼 헐 완전 섭섭해... "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여주한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김여주는 내 청춘을 함께한 친구였고, 그럴 친구였으니까. 괜히 날 밀어내질 않길 바랐으니까. 그리고 그 술자리에는 항상 황민현이 함께였다. 남자동기들은 매일 술을 마시면 시덥잖은 얘기만 해대고, 내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기도 했으니까. 민현인 그러지 않았다. 그냥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거나 내 얘기를 들어줄 그 뿐이었다. 그러다가도 황민현이 사이다가 든 술잔을 들다가 나랑 김여주의 전화에 픽픽 웃기도 했었다. 민현이도 궁금할려나? 자기랑 닮았다고 하면 더 궁금해하겠지?
스물하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후련한 감정 반, 아린 감정 반이었다. 이별을 먼저 고한건 그 여자애였다. 내가 변했다고 했다. 웃기는 소리였다. 날 변하게 만든건 그 애였으니까. 그래도 헤어짐은 내게 큰 아픔이었는지 나는 그 날따라 술을 많이도 마셨다. 아, 군입대까지 겹쳐서 더 그랬던걸지도.
" 또 김여주지? "
" ...엉? 어떻게 알았냐. 하긴... 내가 술 먹고 전화한게 한두번인가... "
또 습관적으로 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현이는 이제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내게 물었다. 김여주냐고. 늘 김여주에게 전화할 때 옆에 있던 사람이 민현이었으니 당연했다. 뚜루루, 신호음이 가고 민현이를 보는데 문득 또 김여주가 보였다. 생글생글 웃으며 궁금증에 찬 얼굴로 민현이가 나를 보는데 A대에 가고 싶다던 똘망똘망한 여주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 민현아. 여주 엄청 이쁘다? "
" ... "
" 보고싶어? "
보고싶냐고 물은건 순전히 내 추측이었다. 나는 황민현이 김여주와 닮았다는 걸 입 밖에 낸 적이 없는데도 황민현이 그럴거라는 확신에 차서. 민현이가 어? 하고 되묻고 나는 신이 나서 오라고 해야겠다! 라고 말했다. 김여주도 보고싶고, 황민현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었다. 내 소중한 친구라고, 너랑 많이 닮은 너같이 소중한 친구라고. 결국에 김여주는 왔고, 나는 술을 많이 마셔서... 졸았다.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바람을 쐬러 나가자고 한 것 같은데...
민현이랑 여주는 그 때 인사는 했으려나?
" 와 같은 훈련소. 우린 진짜 참친구다, 민현아. "
같은 날 입대에 같은 훈련소까지. 나는 정말로 기뻤다. 한 달 밖에 같이 지낼 수는 없더라도 이런 일이 드물잖아. 아, 근데 황민현은 빡빡 밀어도 잘생겼더라. 새끼. 게다가 김여주는 내가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군대에 들어갔는게 걱정이 됐는지 인터넷 편지나 손편지를 꼬박꼬박 보내왔다. 군대에서 편지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한 존재다. 민현이에게 가끔 자랑도 했다. 김여주 기억나지? 그 때 만났던. 걔도 참친구야. 내가 그렇게 말하면 민현이는 부럽다는 듯 날 보곤 했다.
" 좋겠네. "
뭐... 진짜 부러웠는지 저 말만 뚝 하고 말긴 했지만. 그렇게 자대 배치를 받고 민현이랑은 떨어지게 되었다. 나름대로 군생활에 잘 적응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전화를 하던 도중 부모님께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 성우야. 여주네 어머니 돌아가셨어... ]
그 전화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고등학교 때 보았던 여주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나를 보면서 밝게 웃고 계셨는데. 김여주의 모습도 떠올랐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괴로울까.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내가 싫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또 괜찮은 척 하면서 지내고 있는건 아닌지, 또 괜히 강한 척 하면서 지내고 있는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 ... "
온종일 여주가 머릿 속에 둥둥 떠다녔다. 심지어는 꿈에도 나올 정도였다. 여주가 걱정되면서 자꾸만 고등학교 때 모습이 오버랩됐다. 내 품에 안겨 엉엉 울던 모습. 차라리 지금 내가 김여주 옆에 있었다면 그렇게 안아라도 줄 수 있었을텐데. 김여주를 만나고 싶었다. 빨리 만나서 김여주를 보고싶었다. 그리고 휴가를 받아 집으로 돌아갔을 때, 마침 할머니가 보낸 김치를 엄마가 여주네 집에 갖다주라고 하셨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김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주야, 나 휴가 나왔다. 지금 너네 집에 뭐 주러갈건데 집에 혹시 있어? "
[ 으응. 나 집에 있지. ]
" ...그럼 나 지금 간다. 집으로. 삼십분 안 돼서 도착할거야. "
예상대로 김여주는 혼자 꾹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한테 티를 내지 않으려 억지로 답을 하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바보. 그렇게 참으면 안 힘드냐?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여주가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김치통을 들고 여주의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마음을 다잡았다. 여주가 웃었으면 좋겠다. 내 말에, 내 행동에 깔깔 웃었던 때처럼 밝게 웃었으면 좋겠다.
" ...이게 뭐야? "
" 김치. 할머니가 많이 보내주셨거든. 근데 난 또 좀 있으면 복귀니까. "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테이블 위에 김치통을 올려놓자 여주가 당황한 표정을 해보였다. 김여주는 조금 야위여보였다. 밥은 제대로 먹는건지,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티를 내지 않았다. 내가 그러는 순간에 여주가 오히려 괜찮은 척을 더 해보일 것 같아서.
" 아, 이게 어느 정도냐면 너무 맛있어서 군대에서 밤마다 생각나는 맛이랄까... "
평소처럼 대하자 여주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예전처럼 웃었다. 그 미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군대에서 온통 김여주 걱정 뿐이었는데, 그 웃음을 보자마자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이렇게 매일 웃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웃을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계속 한 탓일까. 나도 모르게
" 진심으로 웃으면 엄청 예쁘더라. 웃어. 보기 좋다. "
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문이 닫기는 소리가 들리고 엘레베이터 앞에서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무슨 그런 말을 하냐, 옹성우. 낯간지럽게. 것도 김여주한테. 내가 두 볼을 소리나게 짝짝 두드리고는 모자를 고쳐썼다. 아무래도 너무 추워서 말이 헛나왔는지도 모르겠다.
" 나 전역하면 김여주 소개해주면 안돼? "
갑작스런 황민현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되물음을 하고 말았다. 김여주? 내가 아는 그 김여주? 민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신기했다. 연애에는 관심도 없는 줄 알았더니. 황민현에게서 김여주가 겹쳐보이는 일이 잦았는데, 민현이에게서 여주를 소개해달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아, 뭐지. 이 감정은.
" 소개팅 받는다는데? "
여주는 내가 주선해준 다섯번의 소개팅을 모두 깠다.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당최 무슨 재미로 사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아, 사실 뭐... 나도 연애를 딱히 재미로 하는건 아니었다만. 역시 예상대로 김여주는 여섯번째 소개팅을 하겠냐고 물었을 때 단호히 안 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럼 그렇지.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문득 나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복학을 하고나서 술자리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후배가 생겼다는 그런. 좀 음, 뭐랄까... 되게 선배들 말에 귀 기울여서 열심히 듣는 모습이 예뻤다. 뭐, 애들 말로는 새내기 중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었다. 그런 얘기를 김여주에게 하자 갑자기 여주가 한참을 말이 없더니 내게 말했다.
' 나 소개팅 해줘. 옹성우. '
조금 놀랐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엄청 놀랐다. 좀 전까진 안한다고 하더니? 여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 그래도 일단 민현이의 사진을 보여줬다. 얘 어떠냐며. 김여주는 소개팅을 받겠다는 사람치고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 반응에 또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 소개팅도 흐지부지하게 끝이 날거라고 혼자 직감했다.
" 잘 하고 와~ 잘 안 돼도 상관없다. 둘다 엄청 친한 친구들이지만 난 둘다 그깟 일로 연 끊을 생각 절대 없으니까. "
" ...그래. "
소개팅을 나가는 황민현이 한껏 긴장한걸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민현이는 여주의 어디가 마음에 든걸까? 그냥 궁금했던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왜일까, 질문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자꾸만 입에서 맴돌다가 삼켜졌다. 질투할 것 같아 보여서 그러는걸까? 웃기는 감정이었다. 질투를 하고 말 것도 없는데. 내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옹성우. 참 쫌생이같다. 둘이 잘 되면 뭐 어때서? 좋은거 아니야? 닮은 애들끼리 예쁘게 잘 사귀고, 거기에 나도 껴서 같이... 아니다. 커플 사이에 껴서 놀면 내가 눈치가 보이니까 그래서 이런 감정이 드는거겠지?
어때 잘 돼가고 있냐????
진짜 잘생겼지
착하지
매너좋지
걍 짱이지~~~~?
궁금했다. 김여주에게 황민현은 어떤 사람일지. 떠보는 마음 반, 진심 반이었다. 민현이와 잘 됐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그러지 않기를 빌고 있었다. 아, 물론 커플 사이에 껴서 놀면 내가 눈치가 보이니까.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 응 너랑 다르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니 친구 맞아? ]
[ 엄청 너랑 달라 ]
그 말에 냉큼 전화를 걸었다. 나와 다른걸 알지만, 그 다름을 김여주에게 인정 받으니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니까 지금 황민현은 괜찮은데 난 별로라는거, 뭐 그런건가? 이상한 시기심이 들었다. 늘 황민현과 다르다는걸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뭐야, 왜 전화야. 갑자기 ]
" 엄청 다르다니. 말이 심하다? 나도 우리 과에선 한 잘생김에, 한 매너에, 한 성격해~ "
[ 네네, 알겠습니다~ ]
" 아 무튼 어때? 민현이 괜찮지? "
[ ...응. ]
그 말에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정말로 둘이 잘 되기라도 한다면? 아니, 그걸 빌었던게 아닌가? 이런 모순적인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김여주에게 치킨을 먹자고 나오라고 말했다. 방금 소개팅 한 애를 왜 부른건지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황민현이랑 맛있는거 먹었을텐데 내가 불러서 뭐하려고...
" 그래서 오늘 뭐 먹었는데? "
" 파스타. 민현이가 샀어. "
" 오오, 민현이래. 민현이~ "
" 그럼 민현이 보고 민현이라 하지 성우라 하냐. "
" 아니, 벌써 말 트고 다 한거야? 뭐야뭐야, 둘이~ "
솔직히 말하면 질투가 났다. 황민현이랑 벌써 저만큼 가까워졌다는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는데 확실히 나는 질투를 하고 있었다. 둘다 내게 너무 가까운 존재라서, 너무 소중한 존재라서 그랬던걸까.
" 아휴, 우리 여주를 빨리 보내야 내가 맘편히 여자친구를 만들지. "
" ...누구? 그 후배? 어차피 내가 황민현이랑 안 사겨도 넌 걔...랑 잘해볼거잖아. "
겉과 속이 다른 나였다. 속에선 그렇게 열불을 내고 있었으면서 앞에선 황민현과 잘되길 그렇게 말하는 모순적인 사람. 여주가 내게 물었다. 내가 괜찮다고 했던 그 후배 말이지 참.
" 에이, 이번엔 무조건 이 오빠가 너 가는거 보고 갈게! "
" ...내가 황민현이랑 안 사귀면? 너 진짜로 그 후배랑 잘해볼 마음 없는거야? "
" 흐음... 그러지 뭐. 너 민현이랑 잘 안되면 나도 걔랑 잘 해볼 생각 없어. "
말은 이렇게 하면서. 말은 잘 되길 비는 착한 주선자 친구처럼 하면서. 속에선 뒤틀린 감정이 자꾸만 섞여 나왔다. 와, 진짜 못됐다. 옹성우.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이렇게 컸던거야? 이럴거면 왜 소개해준다고 한거야? 나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김여주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맥주를 마시고 술로 이 감정을 덮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 어땠냐...? "
" 좋았어. 근데 밥만 먹고 헤어져서 진짜 아쉬웠어. "
황민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내게 말했다. 만나보니까 더 좋은 애 같더라. 근데 예전에 만난건 기억 못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어두운 표정을 짓는 황민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굳힐 뻔 했다. 와, 옹성우. 너 진짜 왜 이러냐? 옹졸해. 완전 옹졸했어 진짜. 내가 억지로 마음을 가다듬고 그럼 애프터 신청해봐. 라고 말하자 민현이가 그게... 하며 말끝을 늘렸다.
" 원래 좀 무뚝뚝해? 답할때. "
" 누구? 김여주? "
" 응. "
" 아니. 되게 이모티콘도 많이 붙이고 그런데...? "
또다. 또. 옹성우 진짜 왜 이러냐. 누가 김여주랑 더 친한지 배틀하냐? 미친놈. 내가 속으로 자책하며 다시 금방 말을 붙였다. 근데 낯을 좀 가려. 하하. 어색한 웃음까지 덧붙이자 민현이가 멋쩍은 듯 뒷머리를 쓸었다.
" 하긴 너랑 알고 지낸지가 몇년인데 나한테 그런 반응까지 기대하는건 좀 그렇지? "
" ...차차 친해지는거지. 애프터 약속 못 잡겠으면 내가 전화해줘? "
옹성우. 미친놈.
오버한다.
속으로 내 스스로에게 외쳤다. 나는 왜 이렇게 중도가 없을까. 스스로를 질책했다. 감정에 휘둘리는 기분이었다. 나이가 스물셋인데, 연애도 두번이나 해본 놈이... 한심했다.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더이상 합리화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옹졸하고 속좁은 놈이었다, 나는. 그 때까지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나는 멍청이였다. 김여주가 늘 말하던 옹청이가 맞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어렴풋이 깨달은건 카페 앞에서 웃고 있던 김여주와 황민현을 보았을 때다. 한 때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했던 여자 후배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김여주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혹시나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도 솔로니까 너도 계속 솔로해야한다고 장난스레 말해주고 싶어서.
야 오늘 너네 카페에서
과제하려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도저히 집에선 과제가 안 되네...
할 얘기도 있음 ㅇㅇ
너 저녁 안 먹었으면 알바 가기 전에
같이 먹고 들어가
ㅜㅜ 야 왜 카톡 안 읽냐
걍 혼자 먹고 감
대신 오늘 내 얘기 들어줘야 됨 ㅇㅋ?
나 출발 ~~~~
김여주에게 보냈던 카톡을 계속 보며 1이 사라졌나 확인했지만 버스를 타는 내내 1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뭐, 가면 좋아하겠지? 그렇게 혼자 이상하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카페 앞에서 본 장면은... 그래, 그 장면이었고.
" 둘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네. "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정말로 둘이 잘 되기를 바랐다면, 정말로 두 사람이 이어지기를 바랐다면 나도 활짝 웃었어야 되는게 아닐까? 그런데 그런 표정은 나오지 않았다. 알 수 있었다. 내 표정이 굳은 채로 입꼬리만 올라가 있다는걸. 여주가 날 당황한듯이 쳐다보고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고 골목을 꺾었다.
" ... "
짜증이 났다.
화가 났다.
오늘 본 김여주의 모습은 너무나도.. 예뻤다. 나를 만날 때는 저런 모습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황민현 옆에서 잘 차려 입은 김여주를 보니 실감이 났다. 심장이 마구 뛰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황민현이 미웠다. 민현이에게 단 한 번도 그런 감정이 든 적이 없었는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예쁘게 입은 김여주를 보니 속이 상했다. 내 모습이 초라해보였다. 김여주를 보러 온 내가 너무 초라해보였다.
그제서야 조금 전의 그 이상한 설렘이 어떤 감정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시작해서는 안 되는 감정. 잃고싶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에게 가져서는 안될. 친구라는 이름 하에서 가져서는 안되는 그 감정.
[ 옹 다른 카페 갔어? ㅋㅋㅋㅋ ]
[ 그냥 여기 오지.. 오늘 손님도 많이 없는데 ]
[ 할 얘기가 뭐야? ]
하염없이 길을 걷다가 휴대폰을 확인하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마구 뛰고, 자꾸만 여주가 생각이 났다. 조금전에 예쁘게 웃던 김여주의 모습이. 항상 닮아보인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머리를 헝클였다.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김여주를 잃고 싶지 않았다. 겁이 났다. 김여주를 좋아하게 되면, 지금 이렇게 좋아하게 되어버리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지?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야? 복잡했다. 늘 반짝반짝 빛나는 우정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빛에 눈이 부셔서 나는 미처 확인을 하지 못했다. 그 감정이 너무 커져서 사랑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걸.
나는 이 감정이 치명적이고 무서운 존재라 생각했다.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바보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억지로 마음을 눌렀다. 꾹꾹 눌러담아서 김여주가 감히 눈치도 채지못하게. 짝사랑이 시작되려는 그 불씨를 끄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멍청했다는 걸 깨달았다. 숨기려고 해서 숨길 수가 없었다. 짝사랑을 시작할 용기가 없었던 내가 내 마음을 눈치채지를 못했던거다.
" 어이! 버스~ "
여주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웬 남자와 같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쟨 뭐지? 나를 보고 후다닥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남자가 왠지 께름칙했지만 김여주를 보니 그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확실했다. 김여주는 더이상 내게 친구가 아니었다.
" 집에 가는 중? "
김여주에게서 온 전화에 이리도 심장을 뛰는걸 보면 확실했다. 그렇지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친구인 너와 내가 고작 그런 감정에 취해 끝을 보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 ...응. ]
" 어쩐지... 심심해서 전화했구만? "
[ ... ]
" 뭐야...? 왜 답이 없냐? "
[ ...아니... ]
" 어라, 목소리에 힘도 없네. 너 무슨 일 있었어? "
김여주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왠지 울음기 젖은 김여주의 목소리가 생각나 다급하게 김여주를 부르니 아무것도 아니라며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놀랐잖아. 진심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봐. 김여주는 계속해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내 말을 끊고 내 이름을 불렀다. 옹성우, 라고. 쓸데없이 그 목소리에, 날 불러주는 그 목소리에 설레는 멍청한 나는 억지로 마음을 꾹 눌렀다.
" ...뭐야. 휴대폰을 타고 흐르는 이 긴장감? "
[ 나 황민현이랑 사귀면 너 기분 좋을 것 같아? ]
" ... "
진지해 보이는 김여주의 목소리였다. 민현이에게 고백이라도 받은건가? 둘의 잘 어울리던 모습이 스쳐지나가면서 아찔했다. 그래도 차라리 그게 나은 편일지도 모른다는 멍청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보다 차라리 두사람이 잘 되는게 우리의 관계에 더 이로울거라는 그런 멍청한 생각.
" ...별로? "
[ ... ]
마음을 억눌렀다. 더 꾹 눌러서 들키지 않게. 여주가 감히 의심도 하지 못하게.
" 너 커플 되는걸 내가 어떻게 두고보냐? 난 솔론데. 막상 민현이랑 너랑 잘 된다고 생각하니까 좀 배아프긴 하네. "
[ ... ]
" 근데 이런걸 왜 물어? 너 설마... 황민현한테 고백 받았냐? "
내 목소리가 떨리는걸 너도 느꼈을까. 김여주는 전화를 끊었다. 내가 뭐라도 잘못한건가 싶어 카톡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도 김여주는 받지 않았다. 혹시라도 황민현 고백을 찰 생각이었던걸까? 이상하게 마음이 찌르르 울렸다. 바보같이 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한건지. 그 후로 김여주는 답이 느렸다. 정말로 민현이와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그렇지만 그것보다 화가 났던건 김여주의 태도였다. 나에게 왠지 모르게 싸늘하게 대하는 그 태도.
황민현과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했다. 민현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민현이에게 가면 민현이도 어딘가 모르게 싸해보였다. 둘이 싸움이라도 한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괜히 소개를 해준건가부터 김여주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 내가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그러다 여주가 알바 대타를 한다는 얘기에 냉큼 버스를 타고 카페로 향했다. 김여주를 만나 묻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 ...김여주. "
그런데 또 그 때 본 그 버스남이랑 같이 있었다. 화가 났다. 나도 모르게 무례하게 말했지만 김여주는 눈하나 깜짝 않고 내게 물었다. 너는 뭐냐고. 넌 뭔데 왜 여기 있냐고. 그 쌀쌀맞은 태도에 당황해 눈치를 봤다. 연락도 잘 안 되니까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하려고 왔다고 장난스레 말했지만 김여주의 표정을 풀리지가 않았다. 애가 탔다. 김여주가 왜 저러는지 알고 싶었다.
" ...나한테 화난거 있는거지, 너. "
민현이 때문이 아니라면 나 때문인데. 대체 뭘까. 뭐가 널 화나게 한걸까? 아무리 머릴 짜내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나는 멍청해서, 여주야. 나는 너만큼 총명하고 똑똑한 애가 아니라서 말을 해주지 않으면 몰라. 네가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면 난 어떻게 할 수가 없는걸.
" 야, 옹. "
눈치를 보며 카페에 있는데 김여주가 날 불렀다. 이제 화 좀 풀렸나 싶어서 밝은 표정으로 달려가니 하는 말은 황민현에 관한 얘기다.
" ...황민현 요즘 뭐해? "
나 때문이 아니라면 황민현 때문인데, 정말로 황민현 때문에 내게 저렇게 대하는걸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장난스레 무슨 일이 있냐 물었지만 김여주는 아무 일도 없다고 답했다.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너 표정 안 좋은거 보니까 좀 마음이 그렇네. 그렇다고 나한테까지 그런 표정 짓지는마라. 오빠 상처 받는다. "
진심이었다. 진심을 장난스레 표현했다. 네가 아는 친구 옹성우처럼. 완벽하게 보이려고 황민현에 대한거라면 다 알려줄거라는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뱉고야 말았다. 결국에는 네 차가운 모습에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내 마음을 말하고야 말았다. 아차, 싶었다. 주워담고 싶었다. 너에게 말해봤자 우리 사이가 어색해질거라는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였는데. 버스에 계속해서 머리를 콩콩 소리가 나게 찧었다. 멍청한 옹성우, 한심한 옹성우. 그렇게 티를 내지 말자 다짐을 했으면서. 후련한 기분도 아니었다. 부끄러웠다. 숨고 싶었다. 김여주가 뭐라고 생각할까. 김여주는 무슨 생각을 할까.
" 미친 새끼... 미친놈... "
그렇게 자책을 하다가 버스에서 내렸다. 이제 어떻게 얼굴을 보지. 혹시라도 연락이 왔을까 싶어 휴대폰을 보면 아무런 연락도 오질 않았다. 비참하기도 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네가 아무런 의미도 담지 않은 채로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말들을.
나는 너를 잃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또 억지로 마음을 누른다. 이제는 우정이 아님을 분명히 알면서도 나는, 짝사랑을 시작할 용기가 없어서. 몇 년의 그 관계를 내 손으로 무너트리는게 나는 겁이 나서 오늘도 이렇게 마음을 억누른다. 언젠가는 잠잠해질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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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돌아오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습니다...!
저 여러분 댓글 보면서 엄청 감동 받은거 아세요?
독자님들이 댓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써주실 때마다 어떤 답글을 써야 제 진심이 전달될까 매번 고민한답니다 ㅠㅠ
답글 달지 못한 댓글들도 다 잘 읽고 있어요 ㅠ^ㅠ
바쁘신 분들도 많고, 현생에 치이신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제 글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한다면!
전 그걸로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당 ㅎㅎㅎ
초록글!!! 게다가 1페이지 실화입니까.. 9화? 엉엉 ㅠㅠㅠㅠㅠ 저 진짜 보고 완전 감동받은거 아세요?
인티 들어와서 댓글 달린거 확인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글잡담F의 1페이지를 본 순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지어 추천 26... 와... 저 진짜 완전 감동 받은거 보이세요?
눈물셀카라도 올려야 할 판 ㅠㅠㅠㅠㅠ
그리고 제 현생을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천사십니다... 독자님들... 열심히 살게요 크흐브흫븧ㅂ.ㅂ..
여러분의 현생도 제가 언제나 응원합니다!!!! 싸랑해여!!
오랜만에 글 얘기를 조금해볼까요..!
성우의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어요... 사실 아직 이 세사람의 관계는 풀어갈 숙제들이 많지만..
음 사실 제가 잘 쓰고 있는건지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해요 ㅠㅠ
여주가 많이 답답한 분들도 계실거고 성우와 민현이가 안타까운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래도 조금만 더 예쁘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캐릭터들의 선택에 설득력이 만땅이라 독자님들을 납득시키고 싶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한계가.. (ㅎㅎㅎㅎㅎ)
가끔은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답니다..ㅠㅠ 얘라면 이러겠지 싶다가도 독자님들이 홧병이 나시진 않을까 싶어서 ㅋㅋㅋ (이미.. 나신 분들 있는건 아니겠쥬?ㅎ)
저도 세사람이 행복한 꽃길만을 걷기를 바란답니다
못 잃어 김여주, 옹성우, 황민현 엉엉
그리고 또...ㅎ 어남옹 vs 어남황 점점 갈리는데...! 제가 점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
어느 누구랑 됐든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응원해주세용 ㅎㅎㅎㅎ
암호닉
호두 / 옹옹 / 요뎡 / 옵티머스 / 민트초코 / 콜국 / 푸름 / 빈럽 / 쩨아리 / 헬로키티카 / 꾸쮸뿌쮸 / 여름 / 루쇼 / 다녜리 / 뀨뀨 / 류제홍 / 포뇨 / 옹히 / 애플파이 / 여름동화 / 1111 / 밍밍 ♥ / 뚜기 / 두부 / 흰둥이 / 배배 / 갸똥이 / 윤윤이 / 충성황제 / 쥬쥬 / 옹기종기 / 즈쿠 / 0622 / 햄아 / 1232 / 김짼
암호닉 분들도 언제나 감사합니다!
저 그리고 암호닉 추가로 더 받으려고 해요!! 아마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ㅎㅎ
다음편 업로드가 언제 될지는 모르겠어서 9/12 오후 11:59 까지 받을게요!
암호닉 신청해주실 분들은 [ ] 여기 안에 넣어서 해주세요!
댓글 써주시는 분들!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추천 해주시는 분들!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읽어주시는 분들도 짱짱짱 리얼완전 감사합니다
11편도 얼른 데리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