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을 과팅에서 만나는 게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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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팅
“....써...써프라이즈..!”
방 문 앞에서 쪼그려 앉아서 양 손을 펼쳐보인 나는 없어보이기 그지없었다. 하성운은 정말 놀랐는지 야구를 잘 하지도 않으면서 어디서 구했는지 오른손엔 야구 배트가 들려져 있었다. 내가 무슨 도둑인줄 알았나보다. 괜히 더 밝은 척 웃어보였다.
"하하..!"
“....뭐야 너 왜 여깄어? 언제부터...?”
“왜 여깄냐니. 너 우리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응. 별 일 없는데.”
소름끼치는 놈... 나는 남자들은 보통 기념일에 무감각하단 말을 들었는데 하성운은 예외였다.
“.....쪽팔려.”
결국 속이는 건 포기하고 순순히 내 감정을 밝혔다. 쪽팔려서 죽을 것 같다는 걸 대변해주는 내 얼굴 색과 함께.
“쪽팔리긴.”
우리는 그래도 나름 냉전상태였다. 서로 땅만 보면서 눈치만 보던 와중에
“미안...”
“미안.”
둘다 동시에 미안하단 말을 내뱉었다.
“다 좋은데.”
하성운은 웃으며 날 끌어안았다.
“자꾸 먼저 가고 그러지마. 보다가 못보는게 더 힘들어, 보고싶어서.”
거실에 있는 전등 하나만 켜서 어둑어둑한 방 안에 있으니 부끄러움도 없어졌는지 하성운은 세상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알겠어... 근데 그럼 넌 남자 선배가 우리 집 온다고 하면 좋냐.”
“아니...”
하성운은 거의 내 귀에 속삭이듯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입을 꾸욱 닫았다. 난 항상 하성운의 귀여운 모습엔 약했다. 또 정신차려보니 하성운의 볼따구를 잡고 있었다.
“야.”
“어?”
“뽀뽀하자.”
뜬금없는 나의 말에 하성운은 약간 당황한게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우린 분명 냉전중이었고 나는 집에 쳐들어와서 도청 중이다가 걸린 상황. 근데 어떡해, 하성운이 지금 너무 귀여운데.
“한다.”
“뭘 물어.”
나는 하성운의 볼을 잡고있던 자세 그대로 하성운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짝 갖다대었다. 어두운 방이라 그런지 시각이 무뎌진 대신 후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이 매우 발달된 상태다. 그 때문에 하성운의 스킨냄새 쪽쪽대는 소리 그리고 여전히 말캉한 하성운의 입술은 평소보다 많이 느껴졌고 내 심장을 심하게 자극했다.
“....괜찮아?”
하성운은 잠시 입술을 떼고 나른해진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왔고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답했다. 우리의 몸은 중력에 맡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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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언제부터 잤는지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이 들었었다. 햇살이 비치는 방 안에서 하성운은 계속 내 볼에 쪽쪽대며 날 깨웠다.
“우으응....”
너무 밝은 주위에 눈이 부셔서 하성운의 품에 얼굴을 밀어넣었다. 하성운은 내 뒷머리를 나른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일어나라면서 이러는 건 뭐야?
“밥 먹자.”
“읍. 나 니가 한 거면 안먹어.”
난 내 입을 손으로 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렀다. 하성운의 요리실력이라 하면 음.... 최악?
“까불지?”
“사온거야?”
“그래.”
편의점에서 사왔다는 하성운의 말에 난 룰루랄라 밥을 먹으러 나갔다. 소파에서 같이 샌드위치를 우물우물 먹고있는데 어제 보다 만 같이 찍었었던 사진들이 눈에 보였다.
“너 이거 다 가지고 있었구나.”
“뭐야 그럼 넌 없어?”
“내건 다 본가에 있지.”
사진이 없냐며 발끈했다가 내 말에 바로 안심을 하는 하성운이 웃겼다. 그러면서 사진 하나하나를 보며 함께 그때 그 추억들을 나눴다.
“너 이때가 젤 잘생겼어.”
“지금은?”
“이때 왜 이렇게 잘생겼어?”
얼굴을 들이밀며 끼를 부리는 하성운을 외면하고 사진을 집었다. 내가 집어든 사진은 체육대회때 내가 몰래 찍어놓고서 사진관에서 인화했던 사진이었다. 세상 귀여운 동물잠옷을 입어놓고 햇빛때문에 찡그린 표정은 묘한 이질감을 줬고 오랜만에 보는 하성운의 리즈시절이 귀여웠다.
“나 이때 기억나. 체육대회때 여자 후배가 너한테 와서 번호 달랬는데 니가 줘서 내가 엄청 삐졌었잖아.”
“그런 얘기를 왜 하고 그래..”
“난 아직도 화나는데? 좋아하는 줄 몰랐다 했었잖아. 진짜 그게 말이 돼?”
“그래도 나 많이 발전했어. 어제 못 들었어? 그만큼 문에 딱 붙어 있었으면 다 들렸을텐데?”
갑자기 훅 들어온 어제의 일에 또다시 이불을 차고 싶었다. 제발 잊어주라.
"응 들었던 것 같다. 그래..."
이건 아마도 3년 간다. 놀려먹기에 딱 좋아 아주.
"야 근데 이거 내 티 아니야?"
나는 항상 편한 옷을 입고 자는 버릇이 있어서 그냥 하성운 옷장에 있는 아무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티셔츠는 바지를 굳이 안입어도 될 만큼의 크기였다.
"응, 야 너 세제 냄새 좋다."
"그냥 내 살냄새야."
"....응."
[삑삑삐삑-]
"......누구야?"
하성운의 품에 안겨서 내 다리를 하성운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별안간 갑자기 들려오는 도어락을 열려는 소리에 등골이 오싹했다. 익숙치 않은지 처음 시도에선 틀렸고 다시 도어락을 여는 중이었다.
"......누구지."
문이 열렸고 아 왜 전화를 안받아! 라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하성운은 잽싸게 옆에 있는 담요로 내 다리를 덮었고 신발장에서 모습을 보인 사람은,
"꺄~"
옹성우였다.
"뭐야 뭐야 둘이~"
"아니 너는 벨 놔두고 왜 들어오고 난리야."
"미안 미안~ 그런 요상한 자세일 줄은 몰랐지."
나는 그 담요로 하체를 돌돌 만채 뒤돌아 있는 옹성우를 지나 방으로 들어가서 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밖에서는 당연히 옹성우가 우리를 놀리고 있었다.
"야 너 왜 왔어!"
"왜 오긴 나 항상 성운이 집 출석도장 찍는데~"
방 문앞에서 옹성우한테 따지니, 옹성우는 옆에 있는 하성운을 끌어안고 깐족댔다.
"이제 오지마!"
"뭐래 넌 나한테 무용과나 소개해 줄 준비나 해."
"응? 무슨 소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시치미를 떼자 옹성우는 세상 억울한 듯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와! 와! 어제 하성운 어디냐..웁!"
"아이고, 당연히 섭외했지 말만 해 귀여운 스타일? 청순?"
내가 낮은 자세를 취하니 그제서야 만족한 듯 옹성우는 입이 내 손에 막힌 채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성운은 그런 내 손을 가져와서 자신의 바지에 슥슥 닦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둘이 나 빼고 뭘 한거야?"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는 셋 다 대충 준비를 하고 학교로 갈 준비를 했다. 신발장에서 구겨진 신발 뒤를 펴고 있는데 진영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때 조별과제 이후로 몇 번 만나긴 했는데 연락이 온 건 처음이었다.
"여보세요?"
[누나! 저 진짜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 어 뭔데?"
갑자기 다급하게 울리는 진영이의 목소리는 괜히 나까지 조급하게 만들었다.
[아...이거 진짜....]
"뭔데?"
[누나 남자친구 있는 건 아는데요...]
"응. 그런데?"
[미팅 한 번만 제발 나가주시면....]
"에이, 그건 좀 그렇다.. 은지한테 부탁해봐."
[그 누나가 갑자기 안한대서 구하는 중이에요.. 제가 학교에서 아는 누나들이라곤 누나랑 은지누난데....]
"동기들한테 부탁해봤어?"
[다 안된다고 해서...]
"근데 나는 좀 아닌 것 같다. 미안해 진영아."
[아니에요 누나 제가 어려운 부탁 한거죠... 오늘 저녁이니까 그래도 혹시나.. 마음이 생기시면 전화 주세요..]
"어..그래, 기대는 하지 말구.."
푹푹 쳐지는 배진영 목소리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나갈 수는 없잖아...! 하성운은 내 전화가 끝날때 까지 신발장 앞 중문에 기대서 날 쳐다보고 있었는데.
"전화 끝났어?"
"아, 응. 가자가자."
문을 나서니 먼저 나가있던 옹성우가 보였다. 갑자기 똥 마려운 듯한 표정을 짓는 옹성우가 의아했는데 갑자기 내 손을 잡고있던 하성운을 끌어당겨 계단 앞에서 귓속말을 해댔다. 뭐야 사람 앞에두고?
"아니 뭐래 안돼..."
"아니 진짜.. 한 번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하도 소곤소곤 대길래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모든 내 촉을 소환해서 들은 건 옹성우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하성운이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괜한 자존심에 하나도 안 궁금한 척 하며 들었지만 속으론 사실 엄청 궁금했다 어엄청.
"뭐야 뭔데?"
"아, 늦겠다 빨리 가자!"
그래서 뭔지 물어봤는데 옹성우는 난리 난리를 피우며 우리 둘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갔다. 더럽게 수상하네 진짜. 우리는 하성운 차로 학교에 도착하고 각자의 강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하성운은 자꾸 데려다 주려고 하는데 옹성우는 그런 하성운을 질질 끌고갔다. 짜증나 옹성우!
"누나!"
"어, 진영아."
"생각... 해 보셨어요?"
"어...근데 진짜 이건 좀...."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하니 더 못하겠다. 거절. 아까는 그나마 전화라서 목소리만 들렸으니 다행인데, 얼굴 보니까 마음이 엄청 약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누나 제가 잘할게요 진짜."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 진영이가 원망스러웠다. 이런 표정 지으면 거절 못하는 건 또 어떻게 안건데.
"근데 왜 이렇게 쩔쩔매.. 그냥 한 명 없이 가도 되는거 아니야?"
"그게... 그 댄스동아리 선배 중에 진짜 무서운 선배가 있는데 꼬장 장난아니에요...그냥 미친개..."
"아...그래?"
"수 못 맞추면 또 엄청 지랄지랄 하겠죠..?"
"어.. 그러겠네..."
"그럼 전 엄청 작은 사회인 동아리에서도 적응을 못해서 대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복학해서도 적응 못해서 자퇴하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야..야 무슨 얘기가 거기까지 가..!"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한숨을 쉬어대며 말하는 진영이가 마음에 걸렸다.
".... 그냥 앉았다가 오면 되는거야...? 거기 누구누구 있는데? 과 다 달라?"
"네! 진짜 그냥 앉았다가 나오면 돼요! 거기 다 과 다른 사람들이라서 다 처음볼걸요? 제발....."
"알겠어... 할게."
"누나 진짜 짱! 완전 짱! 내가 커피 쏠까요?"
신나하는 진영이를 뒤로하고 오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던 하성운과의 약속을 미룰려고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이미 하성운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성운이 [이름아.. 미안 ㅠㅠ 오늘 저녁 같이 못 먹을 것 같은데...]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어찌됐든 기막힌 타이밍이란 건 알겠다.
전남친을 과팅에서 만나는 게 어딨어
나는 약속한 장소에 들어섰다. 그때, 하성운을 다시 만났던 과팅과 같은 장소라는 점이 내 마음을 쿡쿡 찔렀다. 죄책감? 비슷한 느낌이 느껴졌다. 내가 미쳤지 진짜 하성운이나 친구라도 만나면 이게 무슨 개 쪽이야...
"아... 안녕하세요.."
"아...네.."
뒤이어 들어오는 여자들과도 처음보는 사이기에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서로 데면데면 예의상의 인사를 건네고는 모두 핸드폰만 봤다. 근데 하성운 얘는 그 뒤로 문자 한 통이 없네.
"아이고 저희가 늦었네요!"
한 덩치 큰 남자가 들어왔다. 다른 남자들을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다. 아, 저 사람이 배진영이 말한 그 미친개구나. 벌써부터 엄청 신나서 날뛰는게 정말 비호감이었다.
"다들 예쁘시네~ 야 니네 뭐하냐 들어와!"
뒤이어 남자들이 한 네명 정도가 들어왔다. 그 미친개 뒤에는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옹성우. 그리고 옹성우의 자켓 끝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이며 들어오는 더더욱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하성운?"
일단 먼저 말씀드릴 건 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어제 개인 사정으로 인해 별다른 공지 없이 토요일 연재를 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 사정이 꽤나 민감한 부분이라 별다른 설명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공지는 괜히 제 알림이 떠서 8화를 기대하시고 들어오실 분 들에게 실망감을 주진 않을까 싶어 하지 않았는데 그 또한 생각이 짧았었나 싶어 후회가 되네요.ㅠㅠ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자주자주 올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더욱 열심히 해야겠어요 ㅎㅎ
아무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호닉] 꼭 이렇게 신청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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