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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카 전체글ll조회 1090l 1

 

 

 

 

기차선로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었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수십 번 이였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의 기찻길은 조용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경수 보고 싶다. 중얼거린 말이 입김과 함께 빠르게 흩어졌다. 경수는 기차선로 위를 걸을 때마다 기차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위험하다고 자신을 꾸짖었다. 잔소리를 하는 경수를 무시한 채로 잔잔히 미소를 지으면 경수는 한숨을 쉬고 못 이긴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넘어질라, 잡아. 그 단단한 목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또 다시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빠앙- 멀리서 기적소리가 크게 울렸다. 경수야, 보고 싶다.

 

 

 

*

 

 

 

내가 경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 느낀 날은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 중학생 경수는 밤톨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갈색 머리칼이 앞머리를 덮고 있는 답답한 머리의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수의 머리 자르라는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보는 내가 답답하다, 잘라라 좀. 그 말을 못들은 척 무시하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으 차가. 잔소리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을 안 경수는 포기하고 같이 나무마룻바닥에 앉아 빠삐코를 먹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시골의 풍경이었다. 맴맴 거리는 시끄러운 매미소리와 여동생이 걸어놓은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딸랑 이는 소리가 났다. 아, 덥다. 내 중얼거림에 경수는 그니까 앞머리를 자르면 되잖아. 경수가 가까이 다가와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걷어냈다. 땀으로 앞머리가 엉망으로 붙은 이마에 방금까지 아이스크림을 쥐고 있어 차가운 손가락이 닿았다. 아, 시원하다. 경수의 손목을 덥썩 잡고 이마에 붙였다. 으으, 완전 시원하다. 눈을 꼭 감았다.

 

 

 

눈을 뜨고 옆을 보자 잡혀있는 손목은 내버려둔 채 한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수가 보였다. 경수의 옆모습이 참 잘생겼다고 느꼈다.

 

 

“그냥 앞머리 자르지 말아라.”

“왜?”

 

 

넌 그게 더 예뻐. 평소 같았으면 남자한테 예쁘다는 말이 뭐냐고 화를 내었을 텐데. 이상하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수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이상하게도 가슴 께가 뻐근하고 평소와 다르게 더 세게 쿵쿵, 뛰었다. 이런 제 심경을 눈치 챌까 어느새 미지근해진 경수의 손을 밀쳐냈다. 이제 안 시원하네. 그 말에 경수가 내 쪽을 봤다. 당황스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애꿎은 아이스크림만 크게 베어 물며 화풀이를 했다. 그리고 말없이 경수는 아이스크림을 쥐고 있던 다른 손을 내 이마에 올렸다.

 

 

이상하다, 분명 차가운 경수의 손이 이마에 닿았는데 닿은 부위가 뜨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느꼈다. 아, 나는 경수를 좋아하게 되었구나. 여름날의 작은 기억조각이었다.

 

 

 

*

 

 


경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후로부터는 경수를 평소처럼 대할 수 없었다. 늘 거리를 두고 다녔고, 피해다 니기 일쑤였다. 말을 걸어도 단답으로 대답했고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경수는 그런 내 태도가 화가 났었는지 어느 날 나에게 화를 내었다. 너 도대체 왜이래! 맨날 피해 다니고, 나한테 화난 일 있으면 말로 해. 그 말에 어렸던 나는 눈물을 터트렸던 것 같다. 말하고 싶었지만 좋아한다고 말하면 반대로 자신을 피할까봐 마음을 꽁꽁 숨겼던 것인데…. 이유를 알리가 없는 경수가 화내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섭섭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말없이 펑펑 울기만하는 나를 경수는 물끄러미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미안해, 내가 다 잘 못 했어. 그 다정한 목소리와 머리에 닿는 따스함에 모든 섭섭함과 억울함 들이 모두 씻겨 내려갔다. 그래서 더 목 놓아 울었다. 내가 정말 도경수를 많이 좋아하는 구나. 전할 수 없는 사랑은 속에서 새까맣게 타들어만 갔다.

 

 

 

 

*

 

 

 

 

우리는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다. 경수는 더 성장했고, 나는 몸도 마음도 아직 자라지 못한 채로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교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아 경수와 나는 자전거로 등, 하교를 했는데 그날은 학교가 끝나고 내 자전거를 봤을 때 바퀴에 펑크가 나 바퀴에 바람이 모두 빠져있었다. 당황스런 마음에 이걸 어쩌지…. 하며 경수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 댔을 때 경수는 말없이 내 자전거를 끌고 갔다. 내 자전거 네가 타고와. 먼저 가는 경수의 뒷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자전거를 끌고 경수의 옆으로 갔다. 난 괜찮으니까 먼저 타고 가. 그 말에 바보같이 웃으며 말했다. 싫어, 같이 걸어 갈건 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자 경수가 짧게 웃었다. 그럼 그래라, 다리 아프다고 징징 대기 없기. 내가 언제 징징 댔다고? 맨날. 투닥투닥 하는 말장난이 오갔다. 행복하다.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경수는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 서울권의 대학교에 간다고 했다. 나도 공부를 못하는 축은 아니었지만, 경수만큼 잘하는 편은 아니 여서 경수와 같은 대학을 갈 수 없었다. 아직 2학년 인데 벌써 대학교를 결정하냐고 무심하게 말했지만 내심 속은 조급했다. 그리고 나는 바보 같이 그해 겨울에 경수에게 고백했다.

 

 

*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다. 같이 생일에 읍내에 가자고 꼬박 하루를 조른 덕분에 나와 경수는 버스를 타고 읍내를 나갔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오락실이며, 노래방이며 돌아다닌 덕분에 그만 버스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나는 경수가 생일선물로 사준 끝에 동그란 술이 있는 파란 모자를 눌러 쓰고 털로 된 귀마개까지 하고 있었다. 반면 패딩하나만 걸친 경수를 보다가 귀에 끼고 있던 귀마개를 뺐다. 제법 머리가 긴 경수의 잘생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손에 든 귀마개를 씌어주었다. 싫다며 거부하던 경수는 내가 막무가내로 잡고 있자 포기하며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잘 어울린다. 키들키들 웃으며 시려운 손에 입김을 불었다. 이거 가지고 있어.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 따듯하게 열이 오른 핫팩을 건네주는 경수를 뚫어져라보니 자신은 하나 더 있다며 내 잠바 주머니에 핫팩을 구겨 넣었다. 뻥치시네, 너 주머니 텅텅 빈 거 다 알거든. 차마 경수가 무안해 할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캄캄한 하늘에 하얀 별들이 반짝반짝 수없이 빛났다. 아 예쁘다. 경수는 잠깐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묵묵히 길을 걸었다. 아무 말도 없이 어색하게 길을 걷다 경수의 옆모습을 꼼꼼히 훑어봤다. 참 잘생겼다. 눈, 코, 입 다. 좋아해. 순간적으로 막을 새도 없이 뜬금없이 말이 튀어나갔다. 당황한 나는 경수의 반응만 기다리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조그맣게 말해서 귀마개를 쓴 경수는 듣지 못했나보다. 단정하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길을 걸었다.

 

 

 

“변백현.”

 

 

어느새 집 앞까지 다다르자 그 때서야 경수가 입을 열었다. 왜? 대답하자 경수는 귀마개를 빼내어 건내 주었다. 그것을 받아들며 집으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했다.

 

 

“어느 정도 느끼고는 있었어, 니가 날 좋아한다는 거.”

“….”

“그냥 사춘기에 잠깐 같이 다니던 친구에게 흔들렸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도경수.”

“금방 지나가겠지 하고, 모른 척 했는데. 굳이 말했어야 했어?”

“경수야.”

 

 

평소엔 잘 볼 수 없는 경수의 화난 표정이 보였다. 이름을 불렀지만 경수는 끝내 대답해 주지 않았다. 나는 널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어. 뒤돌아가는 경수를 잡고 싶었지만 여기서 잡으면 경수는 자신을 더럽다고 할지도 몰랐다. 근데, 근데 경수야. 나는 사춘기에 잠깐 맘이 흔들린 게 아냐. 난 아주 오래전부터 널….

 

 

 

*

 

 

 

고백한 이후로 경수는 나를 멀리 했다. 등교도, 하교도 먼저 말없이 가기 일쑤였고, 눈이 마주쳐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 말을 걸어 봐도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였던 경수가 없으니 휑한 기분이었다. 낮엔 간신히 참았지만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밤이 되면 혼자 있는 방에서 마지막으로 경수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귓가에 울렸다. 그래서 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우리는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속에서 썩어문드러지고 새까맣게 재가 된 마음을 버릴 곳이 필요했다.

 

 

 

 

 

 

 

생각들이 머리에서 스쳐지나갔다. 아마 지금쯤이면 다른 애들도 경수도 수업 받고 있겠지, 경수는 내가 준 편지 읽었을려나. 한 번 더 기적이 울렸다. 선로를 걷던 발걸음을 멈췄다. 경수야, 보고 싶다. 보고 싶을 거야. 희한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기적이 울리고, 눈을 감았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져왔다.

 

 

“변백현!”

 

 

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누군가 팔을 세게 잡아끌었다. 얼떨결에 품에 안겨진 나는 나를 잡아끈 사람과 같이 선로 옆길로 굴렀다. 아슬아슬하게 기차가 옆으로 지나갔다. 위험했잖아! 소리치는 목소리가 익숙해서, 따듯한 품이 좋아서 가만히 안겨있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뒤늦게 눈물이 터졌다. 경수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품에 안겨있던 나를 떼어내 몸을 털어주었다. 내가 여기 위험하다 했지. 오랜만에 듣는 평소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에 엉엉 울자 경수가 볼을 쓸어주었다.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사과하는 경수의 목소리 뒤로 내 울음소리만 남았다.

 

 

 

*

 

 

나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경수를 피해 다녔다. 시간이 지났고 우리는 어리숙한 태를 벗고 성인이 되었다. 예상대로 경수와는 같은 대학교를 갈 수 없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가끔 경수가 나를 구해줬던 날을 생각하면 경수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럴 리가. 키들키들 웃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제현이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아니, 옛날 생각나서. 다사다난 했던 십대시절의 첫사랑은 끝이 났다. 그래도 가끔은, 경수가 생각났다. 잘 지내려나. 보고 싶다, 경수야.

 

 

“변백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일까.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그곳엔 어른 티를 내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오랫만이다.”

 

 

어쩌면 그 지긋지긋한 첫사랑과 짝사랑이 계속 될지도 모른다고, 경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렴풋이 느꼈다.

 

 

 

 


쿠카

ㅋㅋㅋ예전에 써둔 조각. 시골에서의 풋풋한 사랑이 도시에서 다시 만나 이어지는!

묵혀두기아까워서 다시 끌어올리긴 했는데 끄ㅋㅋ앙ㅋㅋㅋㅋㅋㅋ하마터면 또 새드로 쓸뻔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종 조각 써논것도 써야짛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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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개재밌음진짜로.쿠카님사랑함.오백너무좋아하고볼게너무없어서반미칠뻔했는데작가님덕분에살았음.내뽀뽀를받으삼.암호닉신청할꺼임싫다고해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꾸잉꾸잉으로할꺼에여엉ㅇ엥엥엥아련아련터진다..☆★☆★☆★브금도좋고소재도좋고오백도좋고작가님도좋음ㅎ사랑함ㅎㅎ
11년 전
쿠카
격하시네옄ㅋㅋㅋ저도 스릉함♥
11년 전
독자2
ㅜㅠㅠ아련함이 절절해요ㅠㅠㅠㅠㅠ감동흐윽
11년 전
독자3
풋풋.....;ㅁ;풋풋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아련한데요ㅠㅠㅠㅠㅠㅠ제가 오늘따라 감수성 폭발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너무 아련해요.......;ㅁ;헝헝너무 아련한데 좋아여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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