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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너를 좋아한다는 건 | 인스티즈

 

 

너를 좋아한다는 건 

w.석원 

 

 

 

 

 

 

 

 

 

김우주, 집 안가?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네가 우리반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고요한 복도에 울린 발소리는 누가 들어도 너의 것이라 나는 와이셔츠 소매로 대충 눈을 닦고 책상에 엎어졌다. 

 

 

 

 

 

야, 자? 

…. 

김우주, 우주야 진짜 자?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네 목소리에 괜히 울컥했다.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나 말지. 너는 늘 나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네가 내 마음에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중학교 2학년 때, 네가 처음 교실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와 인사를 할 때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태형. 잘부탁해 

 

 

 

네가 내 앞자리에 앉았을 때 나는 한동안 네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너에게서 은은하게 퍼지는 박하향이 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너는 모두에게 친절했고, 남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었다. 그런 네가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건 나로서도 조금 놀랄 일이었다. 반장으로서 너를 잘 챙겨주라던 선생님 덕일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우연 덕일까, 뭐든지 나는 고마웠다. 이게 아니었으면 너와 이렇게 잘 지내지 못했을테니까. 고등학교가 나뉘면 더 이상 안 볼 것 같아 졸업식날 눈물을 펑펑 쏟았지만 우리는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여전히 함께였다. 집에서 같이 나와 같은 버스를 탔고, 다시 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너를 좋아했다. 

 

 

 

우주야, 너 남소 받을래? 

 

 

 

네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 때 비로소 네 마음은 나를 향해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네 말에 조용히 고개만 젓고 집에 와 펑펑 울었다. 이제는 너를 좋아하는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너를 지워내는 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우주야, 쟤 너한테 관심있다더라. 

 

 

 

 

 

너는 그 이후로도 종종 네 친구들을 가리키며 얘기했고 나는 그 때마다 고개만 저으며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전했다. 너를 보내지도 못했는데 남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으니까. 

그러다 오늘 급하게 청소당번이 바뀌어 무거운 쓰레기통을 끙끙거리며 들고가다 네 목소리가 들려 멈춰섰다. 

 

 

 

 

어 ‥ 미안. 마음은 고마운데, 받지는 못할 것 같아. 

역시 그렇구나. 왜인지 물어봐도 돼? 

어?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 미안. 

 

 

 

 

가만히 숨죽여 듣고 있다 마지막 네 말에 숨을 헙, 하고 들이마쉬었다. 너도 나도 서로를 아는 동안 누군가를 사귄적이 없어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때서야 정신이 들었다. 너는 혼자 남겨질 내가 걱정 되어 다른 남자아이들을 소개시켜 주려고 했던 거구나. 그 생각까지 미치니 더욱 비참해졌다. 

 

 

 

 

 

 

 

너의 물음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내 앞자리 의자를 빼더니 자리에 앉는 소리가 났다. 먼저 가라는 문자라도 보내둘 걸. 내 감정에 충실하느라 그 생각까지 미치진 못했다. 어느 타이밍에 일어나야할지 고민하던 차에 네 목소리가 들렸다. 

 

 

 

이러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난다. 

... 

아. 우주야 나 오늘 고백 받았어. 근데 내가 뭐라고 했냐면 ‥ 

 

 

 

 

네 입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 땐 정말 너를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가방을 대충 들고 고개를 숙인 채 너에게 가자고 이야기하니 너는 책상을 툭툭 치며 다시 앉으라고 말했다. 

 

 

 

 

 

내 이야기 아직 안끝났거든.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 안들을래. 나 바빠 

김우주 너 오늘 학원도 없잖아. 그래서 ‥ 

안듣는다고!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어. 

 

 

 

 

 

내 말과 네 말이 허공에서 부딫쳤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가려는데 네 말이 나를 붙잡았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애가 그걸 들었나봐. 

... 

애들이 걔가 운다길래 보충이고 뭐고 해서 왔는데 

... 

자는 척 하더라. 내가 바본가, 몇 년을 봤는데 걔 자는 것도 모를까봐. 

... 

지금까지도 얼굴을 안보여줘. 보고싶은데 

 

 

 

 

 

그렇게 말을 하고 네가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섰다. 눈물로 얼룩지고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김태형이 얘기한 그 애는 누가 들어도 나였다. 

 

 

 

 

 

왜 울고 그래. 마음 아프게. 

너 진짜 짜증나 

나는 너 좋은데. 

 

 

 

 

히, 하고 네모낳게 입을 만들어 웃는 네가 싫으면서도 좋아 웃음이 터졌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서 나는 네게 약자였다. 네 손에 이끌려 다시 자리에 앉자 너는 내 눈가를 쓸어주며 입을 뗐다. 

 

 

 

 

너를 잃기 싫어서, 다른 애라도 붙여둘까. 그러면 포기가 될까 생각했어 

근데? 

그게 안되더라. 네 옆에 다른 애 있는 거 생각하니까 싫어. 

그게 뭐야. 진짜 바보같아, 너. 

많이 속상했어?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같으면 좋겠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김태형도 내 생각보다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으니까. 가만히 멍을 때리다 너를 쳐다보는데 대뜸 손을 내밀었다. 

 

 

 

 

 

잘할게. 

... 

친구였을 때보다 더. 

... 

내 손 잡아주라. 

 

 

 

 

 

또 히, 하고 웃는 너를 따라 웃고 손을 잡았다. 짧으면서도 길었던 우리의 마음 고생이 드디어 끝을 맺었다.   

 

 

 

 

 

 

 

 

 

 

 

 

// 

잔잔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전달이 되었나 모르겠어요. 

오랜만에 태형이 글을 쓰니 기분이 묘하네요!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더 좋은 글로 만나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93.118
헐 너무 좋아요 이런 담담하고 태형이가 순수하게 나올때 너무 좋은데... 잘 읽었습니다11
6년 전
독자1
잔잔하고 몽글몽글해서 기분 좋아지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고 갑니다:)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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