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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박지민] 양아치의 재발견 03 | 인스티즈 

 

양아치의 재발견
w. 석원





 


 


 


 



어색하게 매듭을 지어 놓은 줄이 어쩐지 자꾸만 풀려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11.
 


 


 





예상보다 종례가 일찍 끝난 김태형과 집에 가기 위해 신발장으로 가는데, 박지민을 마주쳤다. 순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아 멍하니 그를 보고만 있었더니 어느새 신발을 다 신은 김태형이 내 머리에 저의 큰 손을 턱하니 올리며 입을 열었다.



 


" 뭐 하냐, 신발 안 신고. "
" 어? 잠깐 멍 때리느라. 지금 신을게. "
 





김태형의 말에 급하게 신발을 신고 인사라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더니 박지민이 사라지고 없었다. 인사를 하지 않은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12.



 


" 대박, 오늘 메뉴 뭐야? "
" 엄마가 너 먹이라고 제육볶음 하신다던데. "


 



김태형 집에 도착하자마자 풍기는 맛있는 냄새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을 먹기는 아직 이른 시기이기는 하지만 맛있는 건 바로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 김태형을 조르고 졸랐더니 입술을 비죽이던 김태형이 부엌으로 들어가 고기를 데우기 시작했다. 이모가 해주시는 제육볶음 진짜 맛있는데. 김태형 옆에 붙어 지글지글 소리 내는 제육볶음을 보니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 야, 침 떨어지겠다. "
" 너도 이모한테 요리 좀 배워. 그럼 나중에 완전 사랑받을걸. "
" 여자친구도 없는데 누구한테 사랑을 받아. "
" 그런가? 나한테 해주면 엄청 고마워할 수 있는데. "


 



너한테 해줘서 뭐 하냐는 김태형을 한 번 째리고 고기를 하나 집어먹으려 옆에 있던 젓가락을 들다 그렇게 맛보면서 다 없애려고 그러냐는 김태형의 핀잔에 결국 입술을 댓 발 내밀고 식탁을 정리하니 간 맞냐며 내 입에 고기를 하나 넣어주고 간 김태형에게 양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김태형이 한 거라고는 쥐똥만큼도 없지만, 어쨌든, 이모의 제육볶음은 최고니까. 쟤한테도 양엄지, 내 기준 최고의 찬사를 같이 해줬다.


 



" 진짜 대박, 진짜로. "
" 그거 간은 내가 좀 더 한 거다. 대박이지. "
" 어. 이모 손맛이 담긴 걸 매일 먹어서 그런가, 맛있는데? "
 


 



 


역시 그 어떤 것보다 다루기 쉬운 건 김태형이었다. 칭찬을 해주자마자 입이 귀에 걸려 한껏 신나 보이는 뒷모습으로 마저 요리를 마무리하고 접시에 담는 김태형을 뿌듯하게 지켜보았다. 이건 이모가 보셔야 하는데. 어쨌든, 김태형이 담아오는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리액션들을 해가며 한 공기 반이나 뚝딱하고 나서야 젓가락을 놓았다. 물론, 성장기 김태형은 아직도 모자라 보였고, 나는 고3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유흥인 보드게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3.





" 간다니까. 너 어두운 거 무서워하잖아. "
" 아직 9시 밖에 안됐거든. 추운데 집에 있어. "
" …고집은. 무서우면 전화해. "




 

늦었다며 집에 데려다준다는 김태형을 겨우 말리고 밖으로 나왔다. 3월인데도 불구하고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나오고 보니 후드집업을 챙기지 않은 게 생각났지만, 돌아가면 김태형이 따라나올 게 분명했기에, 재킷을 여몄다.
 김태형의 집에서 우리 집으로 갈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지름길을 통해 가는 방법과, 놀이터를 낀 다른 아파트 단지를 지나서 가는 방법. 지름길을 통해 가는 걸 선호했지만, 어쩐지 오늘은 조금 으스스하게 느껴져 놀이터를 지나가기로 결정했다. 주머니에서 잔뜩 엉킨 이어폰을 풀며 놀이터로 들어가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낯이 보였다.


 



" 오늘도 집 일찍 들어간대? "
" 어. 걔 요즘 학교 가야 한다고 안 마신대. "
" 거기 박지민 있어야 들어가게 해주잖아. "
" 그니까, 미친놈이 갑자기 성실해졌어. "




 

급식실에서 봤던 얼굴이었다. 내 눈이 맞는다면, 박지민과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입에서는 입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하얀 연기가 흩어지고 있었다. 그냥 지나갔으면 됐을걸 익숙한 교복과는 너무나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하얀 연기에 그 앞에 멍하니 서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담배는 진짜 싫은데. 다른 건 다 괜찮아도, 담배는 아니었는데.




 

" 너 아는 애야? "


 



아니. 누군지도 제대로 안 보이는데. 대화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탓에 괜히 겁이 나 무작정 집 쪽으로 뛰었다.  처음부터 쫓아올 생각은 없었는지 가로등 밑에서 내가 뛰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고, 그렇게 쉬지 않고 한참이나 뛰다 보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담배를 본 이후로 머리가 멈춘 느낌이라, 내가 무슨 정신으로 달려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김태형에게 여러 통의 전화와 어디냐는 문자가 와 있었지만, 그걸 답할 힘도 없었고, 침대에 쓰러지듯 눕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요란하게 울리던 알람 소리 덕에 겨우 눈을 뜨고 학교 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 학교 가기 싫다. 평소에도 가고 싶었던 곳은 아니지만, 오늘은 유독 가기 싫은 기분이었다.

 






 


 


 


 


14.

 




" 야, 너 어제 연락도 안 하고. "
" …미안. "
" 너 무슨 일 있었어? "




 

예리한 건지, 아님 내가 표정을 더럽게도 못 숨기는 건지. 날카롭게 파고드는 질문에 고개를 젓고 조금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궁금한 게 많을 김태형인 건 알지만, 힘도 없었고, 나보다 몇 배는 마음이 약한 김태형이라면 하루 종일 그것만 신경 쓰고 있을 것도 뻔해서,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 그 궁금한 얼굴 좀 치워. 피곤해서 그래. "
" 거짓말. "
" 진짜니까 좀 믿어라. "



 


생각보다 일찍 나온 덕에 김태형과 자리를 잡자마자 창에 기대 눈을 감았다. 잠이 쏟아지는 건 아니었는데, 어제 안 좋은 꿈을 여러 번 꿔서 그런지 눈이 꽤 피로하기도 했고,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 벌써부터 걱정돼 죽겠다는 눈을 하고 있는 김태형이라도 안 볼 것 같아서, 그래서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꽤 긴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 너 또 윤지한테 쓸데없는 말하지 마. "
" 안 해. 내가 애냐. "
" 어. "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입술을 비죽이는 김태형에게 주머니 가득 남아 있는 사탕을 몇 개 쥐여주고 반으로 향했다. 며칠 꼬박꼬박 학교에 잘 나오던 박지민이니까. 오늘 하루는 제발 안 나오기를, 계단을 올라가면서 빌고 또 빌었다. 오늘을 무사히 넘기기만 한다면 주말이니까, 그동안 생각을 잘 정리한다면 그와는 친구, 아니면 짝꿍이라도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신은 언제나 내 편이 아니었고, 박지민은 책상에 엎드려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15.




 

" 안녕. "
" ……어, 안녕. "



 


책상 위에 가방을 두자마자 박지민의 시선이 그의 손에서 나로 옮겨진 걸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우물쭈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 책상 정리를 끝낸 내가 가방을 걸어두고 필통을 열었을 때,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인사하자, 기분 좋게 웃은 박지민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책상 위로 여러 권의 수능특강을 꺼내두었다. 누가 봐도 새 책이라고 이야기하는 책들에 웃음이 나올 것도 같았는데, 그때 묘하게 담배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평소라면 맡지 못했을 냄새였다. 너무 옅어서 나도 처음에는 맞나 헷갈렸으니까. 그런데 그 냄새가 담배 냄새라는 거에 확신을 갖고, 그게 박지민에게서 난다는 걸 알고 나니 조금 역하게 다가왔다. 어젯밤 이후부터 조금씩 울렁이 덕 속이, 거센 파도라도 만난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해서 결국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분명히 눈이 마주쳤다. 설렘이 가득한 눈을 가진 박지민과, 그런 박지민을 분명 좋지 않게 보고 있던 내가.







 


 

16.




 

급히 화장실로 뛰어오긴 했지만, 아무리 헛구역질을 해도 신물만 나와 목이 따끔할 뿐, 속을 게워내지는 못했다. 여러 번 종이 쳤던 걸 생각해보면, 조례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고, 1교시도 시작한 것 같았다. 더 이상 시간을 미루다 간 결과 처리가 될 것 같아서 입을 대충 헹구고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던 터라 교재도 밖에 있어 허둥대는데 그 사이로 책이 들어왔다.


 




「 너 아프다고 말씀드렸어. 책 없으면 이거 보고. 나는 없어도 돼. 」



 



네 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네 책을 보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당연히, 수업은 집중이 안 되고 정갈하게 꾹꾹 눌러 쓴 글씨를 찬찬히 살폈다. 다른 애들이 이 애에 대해서 오해를 가졌을 때는 혼자 열불을 내면서 그런 소문만으로는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했으면서, 내 눈으로 보지도 않았는데 이 아이에게서 그 냄새가 미약하게 났다는 걸 이유로 벌써부터 못 되게 구는 내가 얄밉고, 짜증이 나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루 종일 내 쪽을 보던 네게, 나는 괜찮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내 안위만 생각하느라 너를 무시했다. 네 입에서 잘 가라는 인사가 나올 것 같아서, 종례가 끝나자마자 어지러운 몸을 이끌고 아이들 사이에 껴 교실을 빠져나갔다.

내가 하고 있는 것 역시, 네가 아닌 네 무리를 보고, 그 옅은 냄새 하나만 가지고 너를 양아치라고 부르는 아이들처럼 판단하는 행동이었지만, 자꾸 그 냄새를 의식할 때마다 아릿해지는 팔 때문에, 고개를 돌리고 싶어도 네 쪽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03 fin.









/
 많이 늦었습니다. 심지어 분량도 짧고요. 저를 매우 치세요... 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따흑
핑계를 대자면 몸이 많이 안 좋았고, 유독 글이 안 써졌어요. 이 아이들이 친해질 뻔했는데 갈등이라녀 (주먹
다음 편은 더 ... 빨리 ... 꼭 ... 빨리 ... 가져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애들 갈등이 이렇게 빨리 일어난다구 해서 다음에는 없는 게 아니에여! (해맑)
갈등은 투 비 컨티뉴...
그리고 주인공은 지민입니다! 히히 오늘 태형이 분량이 많다고 느끼시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사실이에요.(당당!
하지만 찌통 캐릭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 않으니까 ... 꾹 참을게요.
그냥 태형이, 여주는 서로가 서로한테 가족 같은 존재고, 아픈 손가락이고 막 그르네여!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글을 가져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으니 미리 전할게요!
메리 크리스마스!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써주시는 댓글들 매일 감사하게 읽고 있어요. 암호닉이랑 이런 게 다 처음이지만 여러분들 모두 기억하고 있고 혼자 매일 좋아서 죽는답니다...정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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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 여주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ㅠㅠ 크리스마스에 좋은 글 감사합니다 ❤️❤️
6년 전
독자2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6년 전
독자4
좋은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5
아앆...ㅠㅠㅠㅠ지미나 앙돼....!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6
지민이 상처받진 않았겠죠ㅜㅜㅜㅜ으어어어 안돼애애애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7
갈등이 잘 풀리면 좋겠네요!! 3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용
6년 전
독자8
지민이... 자랑스러운 수능특강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요ㅠㅠ
6년 전
독자9
여주가 트라우마가 있나요?ㅠㅠㅠㅠㅠ아이구. 지민이 막 설레서 이제 여주랑 친해지려고 책도 준비하고 막 두근두근한 것 같은데 ㅠㅠㅠ
6년 전
독자10
뭐지 무슨일이 잇엇던건가ㅠㅠㅠㅠㅠㅠ 궁금해ㅠㅠㅠ
6년 전
독자11
지민이 담배피나여?????? 아님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서 냄새가 밴건가여???? 여주는 와 이렇게 담배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져??? 잉ㅠㅠ 지민이 착한애같은데 오해하지마라 여주야ㅠㅠㅠㅠ
5년 전
독자12
지밍 캐릭터 특이하고 귀엽고 그르네여......ㅎㅁㅎ 정주행 넘 씬나여!
5년 전
독자13
3화도 잘 보고갑니다! 지민이 설레어 하는 모습이 넘 귀여워요,,,ㅠㅠ
5년 전
독자15
무슨사연이 있는건지 궁금해지네요...!
읽을수록 기대걈과 궁금증이 가득해집니닷!!!!

5년 전
독자16
지민이 안됑 ㅠㅠㅠㅠㅠㅠ 빨리 여주랑 알콩달콩했음 좋게따!!ㅠㅠ
5년 전
독자17
지밍아 담배 피는건 상관 안하는데 니 몸이 상하는데 싫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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