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남 - Love Song
"내가 시키고 싶어서 시키는거 아니야. 커피심부름 한다, 커피 심부름"
"누나 애인은?"
"바쁘시댄다. 엄청"
"...아, 이거 끝? 준비하고 있을게"
"홍빈아, 공짜 맞지?"
".....누나, 이건 좀 너무하는거 아니야?"
"야, 니가 공짜라며. 남자가 한번 말했으면 지켜야지"
"...그건 맞는데, 그래도 이건...나 망해라는거지 지금?"
"너는 내가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으로 보이냐. 나 카드 들고 간.."
"에이 누나, 그럼 말을 하지"
부서 사람들이 회의하기 전에 커피 마시자는 눈치여서 심부름은 당연히 내가 할 게 뻔하니까 조용히 있었는데, 역시나 나보고 가라더라
부장님이랑 사귀든 말든, 막내는 막내야. 심지어 부장님도 나한테 자연스럽게 주문하길래 뭔가 서운해져서 울상되서 보니까 웃으면서 자기 카드 쥐어주셨어
자기 바쁘다고 미안하다면서 갔다와래. 내가 괜히 가기 싫어서 쳐다보니까 내 등 떠밀면서 "얼른 가야지, 오사원" 하더라
툴툴대면서 나와서 홍빈이한테 전화해서 미리 주문시켜놓고 홍빈이네 카페로 갔어
"....시키면 하나로 통일시키고 그런거 없어? 보통 그러지 않나?"
"우리는 그런거 없어"
"센스 없으시네. 만드는 사람 죽어나라고. 자, 눈치없는 핫초코 주인아"
"...야,"
"휘핑크림 엄청 올렸어"
"..말 자르지마. 근데 와, 진짜 많다. 기술 좋은데?"
"사장인데, 이정도는 해야지"
셔츠에 소매 걷어서 열심히 만들고 있던데, 좀 멋있더라ㅋㅋㅋㅋㅋㅋ 나 오니까 나한테 핫초코 건네면서 종류 많다고 불평했어
홍빈이랑 이야기하면서 기다리다가 다 된거 보는데 너무 많은거야. 계산하고 들고가려는데, 혼자서는 아무래도 무리야
내가 어떻게 들고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홍빈이가 도와줄테니까 가자고 몇개 들더라. 같이 커피 들고 나가는데, 앞에 부장님이 계신거야. 바쁘다더니, 뭐야
"바쁘다면서요. 왜 오셨어요, 부장님"
"....혼자 들고 오기 많잖아"
"됐네요. 홍빈이가 도와주거든요?"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안녕하세요"
내가 눈 흘기면서 왜 왔냐고 그러니까 머리 긁적이시면서 대답하시는데, 홍빈이한테 붙으면서 홍빈이가 도와준다고 하니까 표정 굳으시는거야
홍빈이도 조금 당황한듯 싶다가 아무렇지 않게 부장님한테 웃으면서 인사 건네더라. 부장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 받아주고.
홍빈이가 웃으면서 "누나 들기에 너무 많길래,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젠 안도와줘도 되겠네요" 하면서 부장님한테 얘기하는데 얼른 커피 받아들고 나 데리고 가려는거야
"어, 어.. 홍빈아, 안녕! 핫초코는 공짜다!"
"누나, 잘가! 안녕히가세요!"
".........."
"왜 인사 안해줘요, 사람이 인사를 하면 받아줘야..."
"..저기 가지마"
"왜요. 친한 동생인데"
부장님한테 끌려가듯이 가면서도 홍빈이한테 인사하니까 홍빈이도 손 흔들어주면서 부장님한테도 인사하는데, 부장님은 보지도 않으시더라
내가 왜 인사 안받아주냐고 핀잔주니까 단호하게 가지말라는데, 또 삐쳤구만.
놀리고 싶은데 지금 놀리면 하루종일 삐쳐있을것 같아서 "왜, 홍빈이한테도 청첩장 줘야하는데?" 하면서 기분좋아지는 말 해주니까 또 금방 슬적슬쩍 웃으셨어
"누나, 누나! 이거 안들고 갔어!"
"어? 어..! 내 지갑!"
"바보야. 커피랑 지갑을 바꿔서 들고 가?"
"어, 미안 미안. 여기까지 뛰어 왔어?"
"응. 그래도 얼마 안갔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다녀"
"미안. 내가 요즘 이렇다, 큰일 날 뻔 했네"
"누나, 나 진짜 갈게"
"어, 야, 미안. 잘가!"
부장님이랑 둘이서 걸어가는데 누가 뒤에서 급하게 뛰어와서 나 잡는거야. 뒤돌아보니까 홍빈이가 뛰어왔는지 숨 거칠게 쉬면서 나한테 지갑 건네주더라
내 정신좀 봐. 지갑도 막 흘리고 다니네. 미안해서 어색하게 웃으니까 나보고 못살겠다는 표정 지었어
다시 인사하고 홍빈이 가는거 흐뭇하게 보는데 부장님이 옆에서 "좋아 죽네" 하면서 나 물끄러미 보시는거야
"뭘, 좋아 죽어요. 그냥 친한동생이니까 귀여운거지"
"........"
"세훈이 보는 느낌이랑 비슷한건데?"
"...가요"
"부장님"
"......"
"자기야"
"....왜.."
"나, 누나라고 한 번만 불러주면 안돼요?"
부장님 아직 완전히 기분 풀리신건 아닌데 내가 그냥 세훈이 보는 것 같다고 하니까 표정 좀 풀리시더라. 근데 문득 내가 부장님한테서 누나라는 소리가 듣고싶은거야
그래서 한 번만 불러달라고 하니까 듣자마자 인상쓰시면서 "뭐래" 하시더라
막 붙으면서 "응? 한 번만. 진짜 듣고 싶은데" 하니까 되게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 보시는데, 누나는 무리였나. 싶어서 떨어지니까 내가 삐친줄 알았는지 계속 눈치보시는거야
일부러 아무말도 안하고 좀 떨어져서 걸으니까 자기가 슬금슬금 내쪽으로 와서 걷더니 작게 "..삐쳤어?" 하셨어
"......."
"...자기야, 화났어요?"
"......."
"....아, 진짜"
"......"
"....후, ...누나, 삐쳤어?"
"종인아, 다시 해봐"
"아, 뭐야! 안해, 안해! 자기 짜증나"
내가 계속 대답안하니까 혼자 한숨쉬더니 더 작게 누나, 삐쳤어? 하는데 내가 참았던 웃음 터져서 종인아, 다시 해봐. 하니까 표정 일그러지시면서 안할거라고 씩씩대더라
달래주면서 회사오니까 부서 들어가자마자 표정 바뀌어서 사람들한테 커피 나눠주고, 회의 준비하는데 이중인격 같다, 진짜
회의 시간 내내 부장님 얼굴도 봤다가, 다른 생각한다고 회의에 집중 못하고 있었는데 부장님이 본건지 나 부르면서 자기가 뭐라했냐고 물어보는거야
"네?"
"오사원. 방금 제가 뭐라했습니까?"
"어, 어...그게....."
"...회의에 집중하세요"
"...네...."
안듣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대답 못하는데, 부장님 표정없이 나 보시면서 회의에 집중해라고 하셨어
내가 입모양으로 밉다고 하니까 보고도 그냥 무시하고 계속 하던거 하시더라. 수정이는 옆에서 "회사에서 그런거 바라는거 아니다" 하면서 비웃고.
심지어 회의 끝나고 나보고 집중안했으니까 정리해라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부장님이랑 나랑 그런사이인거 아니까 더 얼굴이 붉어지는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아무말 안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부장님이 늦장부리면서 다른사람 다 나가는데도 계속 계시다가 나한테 와서 눈 마주치려하면서 "오사원. 나 안봐요?" 하셨어
"네. 안 볼거에요"
"내가 미안해. 그래도 회사잖아.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알아요"
"자기야, 내일 우리 상견례인거 알아요?"
내가 까칠하게 대답하니까 뒤에서 살짝 안더니 내일 상견례라고 들뜨셔서 말씀하시는데, 나도 같이 들뜨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더라
설마 그런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크게 안 맞는 부분 있을까봐. 내가 그런마음인거 부장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내가 대답안하니까 그냥 목덜미에 입 맞추셨어
내가 떨어지라면서 밀어내니까 "싫은데" 하면서 오히려 쪽쪽 소리 더 내시더라. ...방금 회사라고 공과 사는 구분하자는 사람이 누구였더라
아무튼 그 날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가서 옷도 골라놓고, 일찍 침대에 누웠는데 결혼식도 아닌데 떨려서는 잠 제대로 못잤어
"잘 잤어요?"
"...아니요..."
"왜, 예쁘게 보일려면 잘 자야지. 어휴, 못난이"
"...치. 부장님은 잘 잤어요?"
"아니. 나 진짜 결혼식날에는 한 숨도 못 잘것 같아"
일찍일어나서 평소보다 몇 배 더 신경써서 준비하고, 몇번이고 거울보고 있으니까 부장님한테서 전화와서 나오라길래 나갔어
부장님도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차려입고 나오셨더라. 나보고 잘 잤냐고 하는데, 고개 저으면서 못잤다고하니까 볼 쓰다듬으면서 못난이라고 놀리셨어
내가 부장님한테도 잘 잤냐고 물으니까 웃으면서 못잤다고 하시더라. 내가 손 잡아주면서 빨리 가자고 하니까 차 출발하는데, 그 마저도 되게 기분 묘했어
"나 봐요"
"나, 괜찮아? 아, 떨린다"
"응, 괜찮아요. 됐다"
"자기야, 나 어떡해? 나 심장 막 뛴다"
도착해서 내가 부장님 넥타이 다듬어 주니까 나 내려다 보면서 괜찮냐고 묻는데, 나보다 더 떨려 하시더라
그러면서 나 안더니 심장 뛴다고 하시는데, 와, 진짜 뛰는게 느껴지는거야. 내가 부장님 보면서 "달리기 했어요?" 하니까 울상되서 놀리지말라고 하셨어
둘이서 먼저 와 있는데 엄마한테서 왔다는 연락 와서 나가보니까 엄마랑 아빠랑 세훈이랑 같이 왔더라. 세훈이는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신나서는ㅋㅋㅋㅋ
조금 있으니까 아주버님이랑 어머님이랑 아버님도 오셨어. 서로 인사하고 자리에 앉으니까 그제야 실감나더라. 와, 나 결혼하는구나
생각보다 분위기도 좋고, 되게 잘 풀렸어. 결혼식은 넉넉하게 준비해야하는데, 두 부모님 다 빨리 했으면 좋겠다 하셔서 늦어도 늦봄에는 하기로 했어
그때까지 준비할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부장님이랑 붙어 있으면서 빨리빨리 해야겠다...
예물이랑 혼수야 부장님이랑 나랑 계획 해 놓은게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하니까 두 부모님 다 그냥 니네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라
"근데, 니네 필요한거 있어? 내가 선물로 해줄게"
"형이? 형, 형이나 결혼하..."
"시끄러, 임마. 내가 못하는게 아니고 안하는거야"
"누나아, 나 이거 못해. 해줘"
"응. 알았어. 금방해줄게"
조용조용하게 대화하던 분위기 깬건 아주버님이랑 세훈이였어
아주버님이 뜬금없이 웃으면서 결혼 선물 해준다고 하는데 부장님이 인상쓰시면서 결혼이나 하라고 하니까 발끈하셔서는 못하는거 아니고 안하는거라고 하고
세훈이는 옆에서 혼자 나이프들고 낑낑대다가 결국엔 나한테 주면서 해달라하고
조곤조곤하게 말하시던 어른들도 아주버님이랑 세훈이 목소리가 튀니까 보고 웃음지으시는것과 동시에 당황하시더라
엄마는 세훈이 접시 갖고 가셔서 "세훈아, 조용히 엄마한테 해달라 해야지" 하고, 어머님은 아주버님보면서 그냥 한숨 쉬시고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조금은 얼어있던 분위기가 깨져서 더 화기애애하게 대화 나눴던 것 같아. 진짜 가족같이.
"그래서, 니네 결혼 봄에 하면 아기는 여름에는 생기니?"
"네?"
"봄에 생겨도 괜찮고, 아가"
"김서방, 겨울도 괜찮네"
"...엄마!"
어머님이 되게 짓궂게 웃으시면서 나한테 말하시는데, 내가 당황하니까 엄마가 옆에서 부장님한테 겨울도 괜찮다는거야. 대 놓고 속도위반해라, 이거네
내가 당황해서 엄마 부르니까 아빠도, 아버님도 그냥 껄껄 웃으셨어. 부장님도 웃으시더니 "노력하겠습니다, 장모님" 하더라
아주버님이랑 세훈이는 언제 친해진건지 둘이서 서로 이게 맛있네 저게 맛있네 하고 있고
식사 끝내고 나와서 부모님 다 배웅해드리고 부장님 차 타는데, 긴장이 풀리니까 온몸에 기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였어
"피곤하지?"
"네. 밥 한 번 먹기 힘드네요"
"좀 자, 도착하면 깨울게요"
"아직 떨려서 잠은 못자겠어요"
"다행이다, 분위기 좋게 상견례해서"
"응. 진짜로"
"근데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뭐가요?"
"겨울, 봄, 여름. 언제가 좋아?"
"....몰라요"
내가 앉아서 축 늘어지니까 부장님이 안전벨트해주고 출발하는데 나 보면서 한번 웃더니 언제가 좋냐고 묻는거야
내가 모른다면서 창밖보니까 왜 몰라, 알잖아요 하면서 계속 놀리길래 그냥 째려보니까 막 웃더니 "나는 봄이 괜찮은것 같네" 하시더라
내가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서 자는척 눈 감으니까 "자? 잘 거야?" 하시던데, 대답 안했어
계속 눈 감고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니까 잠 들듯 말듯 하는데, 부장님이 내 머리 쓰다듬으면서 "잘자요. 오늘 수고했어" 하시더라
진짜 일상적인 말인데도 귓가가 달아서 나도모르게 배시시 웃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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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하셨는데 오타가 있으셔도 일단 그대로 적어 놓을게요. 확인 꼭꼭 해주셔야 해요!
오늘은 사담이 길어요 |
저녁에 온다해놓고, 결국엔 한 밤중에 왔네요. 죄송합니다. 사실 이 글 처음에 쓸 때는 가벼운 마음에서 쓰기 시작한거였어요. 막연히 저희 부모님 연애담 듣고, 두분 모습 볼때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한 글이였어요.(그렇다고 이 글이 실화는 아니에요! 그냥 망상입니다!) 스트레스 풀 겸 해서, 시간날때 재미삼아 써보자. 하고 시작한 글이,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꽤 긴 시리즈물이 되어버렸네요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처음에 초록글 된거 보고 되게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그만써야 하나 싶었거든요. 괜히 집착하게 될까봐. 그래도 저도 독자였을때 떠올리면 연중만큼 되게 찝찝한 결말은 없을 것 같아서 이왕 시작한거 끝을 보자는 식으로 더 열심히 쓰기 시작했던것 같아요 정주행하시다보면 느끼실거예요. 어느 순간 분량이 길어지고, 묘사가 달라진다던지, 글의 변화를. 제가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활에 이 글이 많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어요 결론적으로, 제 일상은 조금 흐트러졌지만. 괜찮습니다. 독자분들이 예쁘게 남겨주시는 말들, 진심이 아니여도 좋아요. 다 좋아요. 다 괜찮아요. 점 하나라도 괜찮아요. 아니, 안남기셔도 괜찮아요 그냥 고맙다는 말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익명의 게시판의. 그냥 보잘것없는 글 쓰는 사람이지만, 요즘 되게 기분이 묘하네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암호닉 신청글에 답글 다 못달아드려서 죄송해요. 암호닉들도 꼭꼭 기억하고 있어요! :) 여러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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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정리했어요! http://instiz.net/writing/443798 여기로 다시 신청해주세요! :)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위 링크로 들어가셔서 해주세요!
오타나 표현 지적은 거침없이 박력넘치게 해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