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호야 |
친구들과의 약속을 끝내고 귀가길이다. 벌써 시각은 12시. 오랜만에 마신 술인지라 조금 먹었는데도 머리가 어질하다. 우리 동네에 다다르자 조용하다. 오늘따라 왜이리 사람이 없는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막 꺼내는데 전화가 온다. [이호원] 상당히 어렸을 때 부터 알고있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쭉 같은 학교였던 지라 그때부터 상당히 친한 친구이다. 집도 가까운 이 녀석. " 응~ " 얼른 전화를 받았다. ' 응. 도착했어? ' " 난 다 도착했어. 앞이야. " 사실 아파트 몇동을 좀 더 지나쳐야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 ' 어. 나도 다 왔다. 끊어- ' 언젠가부터 이호원은 나에게 이런 도착했냐는 등의 문자, 전화를 한다. 심심하고 별내용도 없다. 왜 보내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통화를 끝내고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문자가 온다. 사투리가 살짝 섞인 그의 말투. [ 어두운데안무섭나 - 이호원 ] 집에 좀더 가까워 지자 주변이 부쩍 어두워졌다. 얼마전에 고장난 가로등이 아직도 먹통이다. 빨리 고쳐주지. 괜히 으스스해져 얼은 손으로 액정을 꾹꾹 누르는데 문자가 한통 더 온다. [ 가로등아직도안고쳐졌네 무섭겠다 ] 저장되지않은 번호. 스토커다. 기분이 확 상해 핸드폰 화면을 꺼버리곤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오싹한 기분. 이 자식이 날 매일같이 좇는다. 찬 바람에 옷을 더 여미고 고개를 푹 숙인채 걷는 와중에도 주머니에서 진동이 몇번 더 울렸지만 무시했다. 드디어 집 근처의 골목. 안도감을 느낄 때쯤 바람이 크게 불었다. 얼굴 앞에서 강하게부는 찬 바람을 등지려 뒤로 돌았다. 휘이이잉 - 바람하나 더럽게도 세다. 먼지를 맞기 싫어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았다 뜨는데, 골목 끝의 가로등에 누군가가 있다. 바람이 그쳤지만 난 계속 멈춰 있었다. 바람이 그쳤지만 그 누군가도 계속 멈춰 있었다. 직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그 순간에도 한번 지이잉. 그 때. 그 때 내가 문자를 보지 않고 그대로 갔었더라면 사정이 지금보단 나을까. [ 어두운데 걱정되네 ] [ 내가 같이가줄까? ] [ 많이추운가보네 답장도안하고 ] [ 답장안하면쫓아갈꺼야 ] [ 내가같이가줄게 걱정하지마 ]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팔다리가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내 뇌를 지배했다. 왜 나를 쫓아오는거지? 그러지 않았잖아. 내 앞에 그렇게 나타난적은 한번도 없었잖아. 내 다리는 뛰고 있었고. 그 그림자는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는걸 느꼈다. 아파트의 현관에 미친듯이 달려왔을 때. 큰 손이 내 어깨를 턱 하고 잡았다. 공포. 공포.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수 없을 공포감. 시간, 심장, 공간 모든게 잠시 멈췄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굳어버린 나의 몸을 그 그림자가 돌렸을때. 난 그 자식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 000. 왜그래? " 이호원. 이호원이다. " 귀신이라도 봤어? " 그래.. 이호원이었어. 난 그때 정말 멍청하게도 안심했다. 잠시후, 그에게 입이 막힌건 한순간 이었다. |
4# 성종 |
내가 눈을 떴을땐 세상이 멍했다. 몽롱하고 기분 나쁜, 몸살감기에 걸린듯 무거웠다. " 일어났다. " 그제서야 난 이곳이 내 방이 아니란것을 깨닫고 고개를 휙휙 돌렸다. 흰 침대에 푸른 이불이 어깨까지 덮여있었고. 한 남자가 날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는. 처음 보는 풍경. " 여기 내 집이야. 아니 우리 집. " 정신이 확 들자 난 바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깨질듯한 두통이 날 억누른다. " 아직 약기운때문에 무리일걸? "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것과 두통의 이유가 분명해졌다. 머리는 여전히 깨질듯 했고, 속도 울렁거리자 난 자연히 얼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침대 옆에 앉는 남자. " 많이 아파? " " ..누구세요. "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목소리는 상당히 이상했다. 살짝 웃는 남자. " 나 알잖아. 이성종. " 빌어먹을. 정말 나쁜 예감은 다 맞는다. " 항상 멀리서만 봤는데.. 이렇게 보니까 좋다. " 그러고는 내 머리를 넘겨주는게 아닌가. 바로 손을 쳐버렸다. " 그래, 이제부터 그렇게 해. 나중엔 힘 다 빠져서 힘들거니까. " 표정이 조금 굳었지만 아랑곳않는다. " 마실거 갖다줄게. "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방을 나간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답은 금방 나왔다. 난 내 지독한 스토커의 방안에 들어와 있다. 난 납치되었다. 금방 스토커라는 자식이 들어온다. 작은 쟁반엔 오렌지 주스가 큰 유리잔에 꼭 맞춘듯 두 컵이 나란히 담겨있다. "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 "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스토커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 취향을 꿰뚫고있다. 나에게 태연히 주스잔을 넘긴다. 니가 내 엄마라도 되나보지? 사실 목이 말랐다. 인상을 찌푸리자 그가 반응한다. " 왜, 이거 싫어? "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놈의 눈을 보았다. " 너 좋아하잖아. " 미소가 싹 사라진다. 경멸의 눈빛을 난 쏘고있었다. 더러운 놈. 쨍그랑. 그 자식은 날 향해 건네고 있었던 유리잔을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 첫째 날인데 조용히 못넘어가네. "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과 주스가 뿌려졌다. 그러고는 그대로 나가버리는 이성종. 남은건 반쯤 열린 방문과 틈새로 보이는 작은 복도. 그리고 쟁반 위에 남겨진 한 잔의 주스였다. |
모르는척해줘요 |
재탕의 연속중.... 이미 보신분들이 있으려나요 :) 다음편부턴 다정다정 아련아련 열매 무한이들을 만나볼수있을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