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08
오늘은 정국이에게 고양이 이름을 정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정국이의 피부처럼 하얀 종이를 한 장 들고 나왔다. 내가 글씨를 쓰는 게 신기한지 자꾸만 동그란 눈을 껌벅인다. 얼마나 신기하게 느껴지는지 말도 안 하고, 내 손만 따라 눈동자를 이러 저리 굴린다. 그런 정국의 시선에 뭐가 자꾸 부끄러운지 손이 달달 떨렸다. 덕분에 초등학생 시절 글씨 쓰기 대회에서 1등을 한 내 글씨는 지렁이같이 꾸불거렸다. 부끄러운데...
"정국아, 여기서 골라봐요. 아. 한글 못 읽나?"
"응, 몬나. 주잉이가 읽어 조. 어차피 주잉이가 부르자나. 꾸기는 다 좋아. 얼른."
자꾸만 내 왼 팔을 잡고 보채는 탓에 펜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하얀 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인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붉어진 볼을 들키기 싫어 고개를 숙이고 내가 적은 정국이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다. 어릴 때 빨간펜을 안 해서 그런지 내 아이디어는 참 유아틱했다. 그래, 그래서 부끄러운 거야. 스스로 위안을 하며 남은 이름을 불러주는데 정국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설마 너무 유치해서 무시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깜짝이야. 하마터면 입술이 닿을뻔했다.
정국이도 나 못지않게 놀랬는지 고개를 바로 숙인다.
"놀랬어... 이름 마음에 안 들어?"
"안니, 나 다 조아. 그래서 몬 고르겠어, 주잉. 주잉이가 골라조."
이럴 줄 알았음에도 모르겠다는 정국의 대답에 눈을 감고 검지 하나를 뻗었다. 살며시 눈을 뜨는데 2번, 쿠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정국이의 또 다른 두 번째 이름은 '쿠키'가 되었다.
"정국아, 오늘부터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지요? 누가 똑똑해도 조용히 있..."
"....."
뭐가 그리 심통이 난 건지 내게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정국이다. 평소 같으면 그런 정국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줬을 테지만 최근에 사람으로 계속 변해있는 정국에게 사줄 옷과 핸드폰을 위해 일을 나가야 했다. 나도 나가기 싫은데, 정국아. 어쩔 수 없이 나라도 강인해져야겠다는 생각에 정국에게 안전을 위한 이야기를 계속 나열했다.
문 절대 열어주면 안 된다는 말을 끝내자마자 음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유, 저 표정 좀 봐.
"주잉, 꾸기가 문 여러주면? 어떠케?"
"문을 왜 열어줘요. 안 돼."
"마냐게 주잉이가 온 줄 알고 꾸기가 반가어서 문 활짝 여러 주면?"
"내가 왔으면 정국아, 문 열어줘요.라고 하겠지? 그러니깐 아무한테도 열어주면 안 돼."
"마냐게 주잉이랑 같은 목소리 사라 미가 그러며는? 꾸기가 착각해서 문 여러 주며는? 응? 어떠케? 주잉, 응?"
....... 정국은 내 화난 표정도 모르는지 자꾸 말도 안 되는 질문만 늘어놓는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일부러 그런다고 할 만큼 표정이 다채로웠다. 음흉했다가 또 정말 궁금한지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런 정국에게 다녀와서 한글 알려줄 테니깐 여기 인터폰 보고 '쿠키'라고 적은 종이를 보고 문 열라고 타협을 했다. 그제야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이는 정국이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깐. 그렇게 정국을 집에 놓고 일을 하러 갔다. 첫날부터 늦으면 밉보이기에 급히 간 탓에 늦지는 않았다.
"누구세여?"
"정국아, 나야 나."
"나가 누구세여? 꾸기는 주잉이만 아라요."
"장난치지 말고, 얼른."
"그러며는 종이 보여 조요."
인터폰으로만 들리는 목소리지만 새초롬한 말투였다. 분명 표정도 아기 고양이 같겠지. 내가 적은 종이를 보여줘도 모를 테지만 대충 핸드폰을 열어 메모장에 '쿠키'라는 단어를 적어 보였다. 그제야 열리는 문.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하얀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었다. 화가 나기도 전에 정국의 웃음이 먼저 보였다. 그렇게 해맑은 웃음을 마주하다 보니 내게도 웃음이 전염되는 기분이었다. 내 웃음을 보았는지 정국은 더 이상 휘어질 것도 없는 눈을 더욱 휘게 만들었다. 고된 하루가 이렇게나 쉽게 풀리다니.
"정국아, 저녁 먹자."
"배 앙 고파, 주잉. 주잉이 머거."
"얼른 와서 같이 먹자."
"꾸기 진짜로 배 앙고파. 아까 머거써."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정국이다. 미운 행동이지만 내 앞으로 걸어와 식탁에 앉아 꽃받침을 하곤 '주잉이 머글 때까지 꾸기가 안 자서 기다리께.'라는 말 한마디에 녹아버렸다. 억지로 먹다가 체할까 봐 알겠다고 하고는 밥을 먹는데. 하하.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뜨거운 시선에 내 이마가 녹아버릴 지경이었다. 정국은 그것도 모르는 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가 한 말을 잘 지키는 정국이였다. 부담스럽다고 가라고 하면 상처받을까 싶어 꾸역꾸역 입에 밥을 넣었다.
"주잉, 주잉, 오늘은 꾸기가 주잉 방에서 저거 하양이 가지고 나와써."
아까 급하게 먹은 탓인지 급체를 한 것 같았다. 평소에 잘 체하는 탓에 집에 사놓았던 소화제를 가지러 가는데 정국이 내 손목을 잡아챘고, 동시에 정국과 너무나 가깝게 마주 앉았다. 그런 내게 정국의 따뜻하고 동그란 이마가 내 이마 위로 겹쳐졌다. 또 나만 떨리겠지. 바보 같은 나만 순수한 이 아이의 행동에 떨리겠지 하는 마음에 정국을 밀쳤다.
"뭐 하는 짓이야?"
"..... 주잉."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전에 침대 위로 올라와 장난을 치는 정국에게 화를 냈던 것처럼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나 또한 그것을 느꼈는데 정국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어 차마 시선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정국을 뒤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전에 샀던 소화제를 꺼내 먹었다. 차가운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나니 내가 정국에게 했던 행동이 다소 예민했음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이상한 자존심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대로 앉아있는 정국을 뒤로한 채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눈을 감고 있으니 아까 체했던 것들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분명 속은 울렁거리지 않았는데 자꾸만 눈앞이 울렁거렸다. 커다란 배 안에서 파도를 만나 잠식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지금이라도 정국에게 사과를 할까 눈동자만 이러 저리 굴리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노래라도 틀어놨으면 듣지 못했을 작은 소리였다. 3초간 고민을 하곤 들어오라고 했다. 굉장히 축 처진 어깨를 하곤 내게 다가오는 정국이었다.
"주잉, 미아내. 꾸기는... 그냥 걱정이 마니 돼서... 그랬어. 미아내, 주잉."
"....."
아무 말 없이 정국을 바라보는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투명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주잉, 화 푸러 조. 미아내. 그렇게 가까이 안 이쓰께."
난 분명히 정국의 다정한 호의에 화가 났던 것이 아니다. 그저 바보 같은 내 감정에 화가 났었다. 결국 정국에게 다가가 내 품에 그를 넣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의 커다랗고 안식처 같은 품에 내가 들어가 허리를 잡은 것이지만. 내게서 느껴지는 떨림을 정국이 느낄까 하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나만 이렇게 바보 같은 마음을 가진 건 아닐까. 정국도 혹시나 떨리는 심장을 가지고 있을까 느끼려는 찰나, 정국은 작아졌다.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 사담 ❀ |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들려서 기억 못하실 수도 있는 아띠랑쓰입니다. ㅠㅠㅜ 너무 늦었죠? 그래서 오늘은 길게 정국이 이야기를 가져오자... 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군요...? 이렇게 죄송할 수가...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Q&A 시간! 많은 독자님들이 궁금하신 것들 위주로 뽑아볼까 했는데 저만 그리 재밌고, 귀여운 정국이를 본 거면 어떡하나 싶어서 독자님들께 질문을 받을게요! 질문은 계속 받아요! 다만 제가 보기 편하게 질문 옆에 Q.라는 알파벳을 추가해주세요! |
❀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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