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Season 2] D
ep. 4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간 우리는...!(2)
밤새 아이들이 걱정돼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이 떠지자마자 거실로 나갔죠. 혹시라도 아이들이 탈났을까 봐요. 특히 장 쪽이 예민한 우진이가 걱정되었습니다. 문을 여니 보이는 것은 성운이었습니다. 막 나온 저를 보자마자 맑게도 웃으며 다가오더라고요. 그런 아이에게 아침인사보다 먼저 지금 상태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때? 괜찮아? 배는?"
"주인은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아. 무사해. 우진이도 지훈이도."
아... 다행이다... 그제야 뒤늦게 건넨 저의 아침인사에 성운이도 웃어넘기더라고요. 아... 안되겠어요. 연구를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아이들로 하여금 데이터를 얻는 것은 제가 너무 힘들어요. 간 졸여서 못 살겠어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배진영 찾아가서 연구해보자고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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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자마자 제 연구실(부소장실)보다 배진영 연구실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문을 두들기는데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 겁니다. 음...? 혹시 몰라서 전화를 해 봤는데 안 받아요. 아 맞다. 얘 어제부터 바빴던 거 같은데... 이상하네요. 아직 제가 컨펌한 게 없어서 진행되는 연구도 없을 텐데요. 정말로 개인적인 사정인가... 일단 의아했지만 굳이 배진영의 개인사정을 파고들기에는 지나치게 오지랖인 거 같아 그만뒀습니다. 배진영이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죠. 아님 뭐... 늦잠 자는 것일 수... 제가 배진영을 알아오는 6년 동안 한 번도 늦잠을 잔 적이 없는 애인데 설마요. 핸드폰을 들어 다니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물론 전의 일이 생각나 바로 끊으려고 했으나 다니엘이 받더라고요. 아....?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하죠....?
'전화를 거셨으면 말씀하세요.'
으.... 속상해요. 이렇게 거리를 두는 다니엘의 모습에 세상 속상해요. 사실 아무 사이 아니라지만... 내 마음 내가 잘 알잖아요. 제 사정이 나아지면 고백도 하겠다고 했던 애가 갑자기 이러니까... 진짜 이유도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러니까 더더 속상해요.
"너 미워. 진짜 겁나 미워."
다니엘이 뭐라 더 말하려고 했지만 그냥 끊어버렸습니다. 짜증나고 속상해서 눈물 나잖아요. 괜히 들키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그리고 정말 미워.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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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장실에 도착하고 겉옷도 벗지 않은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이 정도면 나 아싸아니에요? 연구소 내 아싸같은데... 다들 나랑 거리만 두고... 너무해, 진짜.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장 다른 연구소에 면접 보면 제 얼굴만 보고 '아니, 이 사람은....?!" 하면서 합격시킬 것 같은데... 에휴... 그래봤자 제가 다른 곳에 가겠나요... 여기가 편하긴 편하죠 뭐. 연구소장 잡을 수도 있고 그나마 마음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동료도... 없네요. 망할. 책상에 그대로 엎어졌습니다. 이렇게 의욕 없기는 또 처음이네... 단 하나의 의욕도 없이 엎드린 그 자세로 그저 그런 계획서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역시 영양가 없는 계획서에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데 똑똑,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또 임영민이려나...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임영민을 반겨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인물이 빼꼼 들어오는 겁니다. 저를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뭔가 친했던 거 같기도 한데... 아... 정말 미안하게도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무슨 일로....?"
나의 말에 그가 정식으로 인사를 할 참인지 들어와 문을 닫고는 90도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니 가지고 들어왔던 차트를 품에 꼭 안고는 천천히 말하는 겁니다.
"그, 그간 안녕하셨어요...?"
"네... 뭐... 그렇죠."
"어.... 그랬군요....?"
"아니 근데 누나 왜 섭섭하게 존댓말이세요..."
아... 저희 사이가 생각보다 가까웠나보네요...? 전 도저히 기억이 안 나는데..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 그를 보며 물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거냐고. 내가 지금 이런 곳에 머리를 쓰고 있을 정신이 없거든요. 그도 제 마음을 알았는지 아차하며 가져왔던 차트를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받아서 읽어보니 그냥 평범한 거던데요. 우리 소독 점검표며 장비관리 점검표... 그럼 결제 맡으려고 가져온 건가 했는데 결제란이 없어요. 차트를 내려놓고 다시 그를 보며 물었습니다.
"이걸 저에게 갑자기 왜...?"
"어... 동호팀장님께서 이런 보고는 부소장님께 맡아야 된다고 해서요..."
"아, 네. 맞아요. 근데, 결제란이 없는데요?"
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아, 얘 기억났어요. 권현빈. 맨날 어리바리 덜렁덜렁 거려서 제가 맨날 혼냈던... 어째 8개월이 지났는데도 지조 있게 덜렁거리네요. 다시 차트를 건네주니 그가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받아들고 사과를 합니다. 에휴... 내 팔자야...
"처음은 실수고 반복되면 잘못이야. 결제란 다시 만들어서 와. 그때 결제해줄게."
"넵."
대답은 기똥차게 하네. 그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다시 책상에 엎어졌습니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뱉으며 똑바로 앉았죠. 일이나 해야겠어요.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거든요. 옆에 쌓아두었던 계획서를 책상 가운데에 쫙 펴놓고 다시 책상 위로 엎어졌습니다. 하기 싫어... 하기 싫다고.... 배진영은 연락도 안 돼... 다니엘은 미워 죽겠고... 지성선배는 바쁘고.... 외롭다, 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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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정말 억지로 계획서를 보다보니 머리가 아파옵니다. 관자놀이를 콕콕 찌르듯 계속되는 통증에 결국 참지 못하고 책상 위로 엎어졌죠. 애들 보고 싶다...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면 5분 안으로 볼 수 있는 아이들인데... 왜 저는 부소장일까요? 왜 하필 저는 부소장이라서 일 던져놓고 아이들을 만나러 갈 수 없는 걸까요... 그놈의 책임감이 뭐라고... 그리고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다니엘도 보고 싶습니다. 아침에 밉다고까지 말해놓고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네요...
"일 안하고 계시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심장이 먼저 반응합니다. 애써 반응하는 심장을 무시한 채 천천히 상체를 들고 앞을 보니 다니엘이 보이네요.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정신 놓고 있었나 봐요. 곧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들어 올리며 말합니다.
"간식 먹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의 행동에 이제는 화가 납니다. 누구는 지 때문에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일도 미뤄뒀는데 지는... 지는...! 저렇게 웃으면 뭐 풀립니까?! 괜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으니 그가 들어와 문을 닫고 탁자에 간식이라는 것을 올려놓습니다. 하나하나 꺼내는 그것은 분식이었어요. 와.... 안 먹은 지 한참 됐는데....
"밥 안 먹었지? 점심시간 지난 건 알아?"
그제야 확인한 시계는 저에게 3시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 벌써... 그래도 막상 이렇게 다니엘 얼굴 보니 풀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치만... 현재로서는 나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화만 내고 거리를 둔 다니엘이 미운 건 사실이니까요. 괜히 틱틱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먹든 말든."
"걱정되니까 그렇지. 미운 말 하고도 내내 마음 쓰는 사람이잖아."
씨이... 절 겁나 잘 아네요. 또 심술이 납니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나에게 그랬단 말이야? 테이블에 완벽하게 셋팅을 끝낸 다니엘이 저에게 옵니다. 참... 이상하게도 다니엘 앞에서는 애가 되네요. 뭔가... 확인받고 싶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서로를 좋아하는 게 확실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자꾸 떠보게 되는 것도 있어요. 아직도 나를 좋아하나, 싫어졌으면 어쩌지... 어느 순간 제 옆으로 온 다니엘이 의자를 빙글 돌려 자신을 마주보게 합니다. 엉겁결에 마주친 눈에 다니엘이 잔뜩 속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겁니다.
"....너도 알잖아. 나한테는 자식 같은 아이들인 거."
"응. 누나에게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지. 근데 그 아이들이 누나를 볼 때는? 엄마로 봐?"
"....그건, 우진이가 아직 어리니까,"
"우진이 말고 말이야. 걔는 애니까 나도 괜찮아."
"지훈이...?"
"그냥 누나는 모르는 게 났겠다. 아무튼! 진짜 미안해, 누나.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안 그래도 힘든 누나 내가 더 힘들게 했네."
능글거리듯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나와 표정 관리를 못하겠네요. 아니 근데 우진이랑 지훈이가 아니면... 누구라는 거죠...? 성운인가? 다시 만난 지 얼마 안됐으니까. 제 눈앞에서 손딱딱이를 하는 다니엘 덕에 생각하던 것을 멈췄습니다. 다니엘 손에 집중하다가 다니엘을 보았죠. 제가 좋아하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은 다니엘이 말합니다.
"우리 화해 기념으로 한 번 안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건 거의 본능에 가까운 속도였죠. 다니엘도 그런 제 반응에 소리 내어 웃더니 그대로 절 안아주었습니다. 허리를 감싼 단단한 손이 저를 좀 더 당겼고 뒷머리를 감싼 큰 손이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런 평범한 포옹이 뭐라고 그간 했던 걱정들이 눈 녹듯 녹아버리는지... 제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네요. 다니엘은요. 저도 팔로 다니엘 허리를 감쌌습니다. 낮게 웃는 다니엘의 웃음소리에 저도 미소가 그려졌죠. 그러나 이 짧은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야야야, 안 바쁘면 이거 한 번만... 바쁘구나? 다음에 다시 와야겠네."
선배... 제발 노크 좀 해주세요... 민망해서 황급히 떨어지는 저희 둘을 번갈아 보던 지성선배가 돌연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 냄새를 맡습니다. 괜히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찔리는 중인데 지성 선배의 눈이 떡볶이에 꽂히네요. 뭐, 어쩌겠어요.
"같이 드실래요?"
물론 다니엘의 눈치를 받았지만 우리의 지성 선배는 굴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완벽한 셋팅 중 하나였던 반듯하게 갈린 젓가락을 들고 떡볶이를 먹는 선배에 동시에 한숨을 쉰 저희도 앞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아... 이렇게 모여 있으니 드는 생각인데요. 진영이... 오늘 오긴 왔나요? 아니 연락은 되려나...? 혹시 몰라 물어봤습니다.
"진영이 혹시 연락 돼요?"
"방금 진영이 연구실에서 오는 길인데."
뭐야. 연구실에 있다고? 당장 가운 안쪽에 있던 핸드폰을 찾아들어 배진영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일 다 끝나면 부소장실로 와]라고요. 아침엔 오지 않던 답장이 늘 그렇듯 딱딱한 말투로 왔습니다.
배진영
[네, 알겠습니다.]오후3:21
---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입니다. 지금은 저녁이에요. 음... 8시네요. 아직도 퇴근을 못하고 있어요. 하... 한숨을 내뱉으니 같은 공간에 있던 배진영이 흠칫 하는 겁니다. 자신도 아나보지요? 내가 지금 퇴근 못하는 이유를요.
"요즘 왜 그래?"
"아니, 난 그 대답 원한 게 아니야. 진짜,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또 입을 꾹 닫아 버리네요. 슬슬 걱정을 넘어서 화가 나고 있습니다. 계획서에 오타 한 번 없던 사람인데 제가 발견한 것만 5개에요. 한 계획서에 오타가 5개라는 건 애초에 이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애정이 없었다는 거거든요. 그따위 애정으로 어떤 실험을 할 수 있겠어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지나가다 인사해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고 일 있어서 연구실 찾아가면 텅 빈 눈으로 허공만 보고 있어요. 그것도 한참 불러야 돌아보고요. 또 저번 도토리사건도 있었죠. 이러니까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냐고요.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지금처럼 입을 꾹 닫아버리는 통에 진짜 답답하기만 합니다.
"진영아..."
"부소장님, 제가 때가 되면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말씀 못 드릴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제가 배진영을 알아오면서 단 한 번도 배진영이 제 말을 끊은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자리를 박차고 먼저 나가버린 적은 더더더 없지요.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한데... 미치겠네.
---
집에 들어오자마자 성운이를 찾았습니다. 다니엘도, 지성선배도 모른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떠오른 게 성운이였거든요. 아무래도 성운이가 그나마 배진영과 친분이 있겠지요....? 아이들과 스치듯 인사만 하고 성운이를 따로 방으로 불렀습니다. 성운이가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하네요. 어... 어떻게 물어봐야 할까요...?
"뭔지 몰라도 편하게 물어봐. 아는 선에서 대답해줄게."
"어... 성운아 혹시 배진영 왜 그러는지 알아?"
"왜? 연구팀장 요즘 이상해?"
"어... 자꾸 허공보고 있고... 그냥 걱정돼서."
"모르지 뭐. 그 연구원은 자기 이야기 잘 안 하잖아."
아.... 아....! 정말 그러네요? 배진영이 자기 이야기 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내가 이야기하면 들어주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만 하지 딱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네요.... 전 왜 이제야 알았죠? 배진영이랑 알고 지낸지도 벌써 6년이 넘었는데... 내가 배진영에 대해 아는 거라곤... 배진영이라는 이름, 5월 10일인 생일...뿐이에요. 와... 새삼 과거의 저는 정말 정 없는 걸로 최고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실... 연구원 사람들에게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거 같아요. 내 아이들 지키기도 바빴...으니까... 라는 핑계를 대봤자 제가 정말 나빴다는 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네요. 당장 폰을 들어 배진영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일 만나]
그런 제 문자에 배진영 다운 답이 오네요.
배진영
[알겠습니다.]오후9:02
***
헤헤헤헤헷 뎨동해요... 너무 늦었죠...?
나도 알아... 나 그래서 지금 무릎 꿇고 경건하게 적어내리고 있습니다...
아니.. 바빴어... 알잖아요...? 우리 회사 좀 막장인 거....ㅎ
아무튼 그거도 그거고... 텍파 읽어보신분?!!!!!!!!!!!!!!!!!!!!
그거 결말 새드라서... 그거 집중하느나 이거 못 쓰던 것도 있어요...
분위기가 아예 다르잖아...ㅎㅎㅎㅎㅎㅎ
근데 또 가져온 게 이렇게 우중충 하다니... 그.. 그래도...! 다니엘이랑 풀었다...!
(도망간다)
추천 40개!!!!!!!!!!! 40개 감사합니다!!!!!!!!!!!11
포티!!!!!!!!!!!!! 땡큐!!!!!!!!! 배리감사!!!!!!!!!!!
사십개진짜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록글도 감사하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여간 감동쟁이들이 최고라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분들 내 마음속에 저장-★
(암호닉은 항상 받을 생각입니다!)
(이왕이면 최근편에 신청해주세여!)
(수고스럽지만 대괄호 안에...[]←이녀석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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