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예성 - 달의 노래
멤버들이 계약을 해지했다는 기사가 떴다.
당연한 결과라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너무 순식간이라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맞기는 했다.
되게 많은 시간이 흐른 줄 알았는데 은주 언니가 인스타를 올린지 채 3개월이 되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사랑해도 될까요?
09
w. 복숭아 향기
이슈라는 것은 늘 그랬다.
확 올라갔다가 확 내려가고. 뭐 그런 거지.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에 오르내리던 내 이름도 멤버들 이름도 그리고 우리 팀 이름도 이제는 점점 시들해져가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런 게 더 좋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때를 보면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가 훨씬 많았으니까.
나 역시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본을 집어들었다.
대본 곳곳에는 내가 해놓은 필기들이 가득 적혀있었다.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역할이었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역할이기도 했다.
단순히 요리만 하는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니라 나레이션도 같이 해야하는 작품이었다.
때문에 대본을 제대로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새로 옮긴 숙소는 아담했다.
크지 않았다. 혼자 사는 곳이라 그다지 클 필요도 없었다.
매니저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떻냐는 회사의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분간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차피 영화를 찍으러 고창에 내려가면 혼자 지내야 했지만.
완전히 혼자 지내는 것은 아니었다.
스탭들이랑 매니저, 코디 등등은 당연히 따라오지.
하지만 배우들이 지낼 숙소는 따로 있단다. 촬영장에서 멀지 않은 작은 민박집.
나와 김석진은 그 곳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연필을 집어들어 대본 위에 작게 글씨를 끄적였다.
딱히 뜻이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냥 생각나는 말 그대로 끄적일 뿐이었다.
아마 영화를 찍고 오면 인터넷은 더욱 잠잠해져 있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대본을 든 그대로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내가 미리 싸둔 짐가방이 보였다.
내일은 고창으로 내려가는 날이었다. 드디어.
-
"괜찮겠어?"
"안괜찮을 게 뭐가 있어."
"그래도. 미안한데."
시골에 내려간다고 해서 바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나. 그래서 촬영일보다 3일 먼저 내려가는 거란다.
매니저 오빠는 나를 촬영지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확실히 지금 회사가 많이 바쁘기는 했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우수수 쏟아졌었으니.
달리는 차 안에서 눈을 감았다.
차뿐만 아니라 비행기나 기차 등등을 탈 때도 잠부터 청하는 나였다.
멀미가 심했던 탓도 있고 사실 이 시간이 아니면 잠을 잘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 수면제를 먹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안대 아래로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설레는 마음 때문에 잠을 못자는 건가. 지금 내가 설레나? 잘 모르겠네.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용의자."
"아..."
얼마 전 용의자가 잡혔다는 연락이 왔었다.
내게 도시락을 보냈던 팬이란다. 그리고 정말 내가 그걸 먹을 줄은 몰랐단다.
내 팬인가. 내 팬은 아닐 것이다. 정말로 팬이라면 내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을테니까.
배신감도 아픈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냥 궁금했다. 내가 왜 그렇게 미웠을지. 어째서 내게 그런 것을 보냈는지.
더는 상대를 하고 싶지도 않아서 웬만한 일은 회사 법무팀에 맡기기로 했다.
내가 서울에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게 더 맞는 거 같기도 하고.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나름 내게 있어서는 커다란 사건이었는데 이 역시도 빠르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허망하다 느껴질 정도로.
갑자기 왜 이러지.
그냥 모든 것이 멍했다. 이렇게 빠르게 순식간에 마무리가 될 일들이었구나.
그럼 나는 왜 힘들었던 걸까. 나는 왜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 걸까.
왜 하필 나였을까.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잠이 안오나보다.
카톡!
아무 생각없이 옆자리에 내려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손을 더듬거려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월.와.핸 석찌니 오빠♥]
- 어디쯤?
몰라 -
- 휴게소 들릴래?
어딘지 알고 -
- 매니저한테 물어봐봐
"오빠."
"응?"
"여기에서 가까운 휴게소 어디야?"
"지금?"
"응."
"어... OO휴게소."
[월.와.핸 석찌니 오빠♥]
OO 휴게소 -
- 기다리고 있는다
"굳이 뭐..."
"왜?"
"그냥. 오빠 좀 쉬라고."
"안쉬어도 되는데."
"졸릴 거 아니야. 좀 자. 나 커피 마시고 싶어."
"그래, 그럼."
지금은 새벽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하루의 마무리와 시작 그 사이 어딘가.
지금이 시간대가 가장 적절하긴 했다.
휴게소 들렸을 때 사람들을 마주칠 가능성도 가장 낮은 시간이기도 하고.
다시금 눈을 감았다. 휴게소에 도착하기까지는 조금 남아있었다. 잠시 눈을 붙여도 될 것이다.
잠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눈은 감고 있었다.
그래야 자꾸만 나를 찾아오는 이 허망함을 달랠 수 있을 거 같아서.
-
"이리와."
"...뭐야."
"뭐긴 뭐야. 먹을 거지."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열려있는 음식점들은 많지 않았다.
편의점이나 버거킹. 뭐 이 정도? 열려있는 푸드코트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김석진의 앞에는 음식들이 가득 있었다.
햄버거며 감자튀김, 콜라를 비롯해서 편의점에서 쓸어온 듯한 라면에 핫바, 떡볶이 등등...
"뭐가 이렇게 많아?"
"너 감독님이 하신 말씀 기억은 하냐?"
"무슨 말?"
"너 살쪄서 오라그랬잖아."
"..."
"근데 어째 더 빠진 거 같다."
"아니야."
김석진은 핫바 하나를 집어들어 내게 내밀었다.
저거 칼로리가 얼마더라. 식단 관리를 하면서 웬만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칼로리 계산을 하는 게 버릇이 된 나였다.
핫바 칼로리가 내 기억으로는 300 칼로리 언저리일 것이다. 적어봤자 200 칼로리.
내 한 끼 분량이었다.
"아."
"됐어. 배 안고파."
"이거 나 다 못먹는데?"
"그러게 누가 이렇게 많이 사래?"
"같이 먹자고."
"..."
"영화 찍으면서 계속 같이 먹을 거 아니야. 대본 연습이라 치면 되지."
말은 잘해요.
고개를 끄덕이며 김석진이 내민 핫바를 받아들었다.
들고만 있기도 그래서 한 입 베어물었다. 와. 오랜만이다. 편의점 음식.
한동안 안먹었던 음식일지라도 몸이 기억하는 그 맛은 맛있었다.
맛있으니까 칼로리도 많이 나가겠지. 한참동안 오물거렸다.
매니저 오빠에게는 자고 있으라고 말을 했으니 천천히 먹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되새김질 해?"
"뭐래."
"핫바만 먹게?"
"..."
"이거 다 먹어. 물론 같이."
"진지하게 2인분이라고 생각하고 산 거 맞아?"
"이거 우리 멤버들이랑 먹으면 딱 2인분 나오는데?"
"와..."
"그냥 먹어. 좀 쪄도 되니까."
"빼는게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당연히 알지."
"..."
"내가 1년동안 닭가슴살만 먹었던 사람인데."
가끔씩 김석진의 입에서 이렇게 예상치 못한 말들이 나오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진짜 하는 짓 보면 세상 밝게 아무런 고난없이 지내온 거 같은데 말이야.
이렇게 툭툭 튀어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고 해야할까.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내 자신이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닌데. 나는 지금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젓가락을 들어 떡볶이를 하나 집어들었다.
맛있네. 그러니까 상품으로 나왔겠지만.
"신기해."
"뭐가?"
"그냥 너."
"신기할 게 뭐가 있어?"
"너랑 있으면 내가 되게 이상하게 느껴져."
"정상이 아니니까 이상이지."
"..."
저 놈의 말장난은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네, 진짜.
"김석진."
"왜?"
"..."
"말해."
"내려가면 어차피 그냥 숙소에만 있어야 하잖아."
"근데?"
"술마실래?"
"...뭐?"
"술. 나 술 챙겨왔는데."
"..."
"싫으면 말고."
"그래."
"..."
"마시자. 뭐, 좋네. 첫날부터 취하고."
"대신에."
"뭐."
"낮술이야."
성이름 발랑 까졌네.
김석진은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럴 가치를 못느꼈다고 말을 하는 게 더 맞겠지만.
대답없이 김석진이 사온 음식들을 하나하나 먹어치웠다.
나만 먹은 것은 아니고. 김석진 역시 굉장히 열심히 먹었다. 내가 한 입 먹을 때마다 그는 두 입을 먹었으니까.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수많은 음식들이 결국은 다 비워졌다.
배불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만감이었다.
예전에는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두려워 화장실로 달려가 게워낸 적도 수어번이었다.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사실 내가 먹은 것보다 김석진이 먹은 양이 훨씬 더 많았다.
남자라서 위장이 남다른 건가. 라는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핸드폰을 꺼내느라 잠시 안이 보여진 김석진의 주머니 안에는 소화제랑 까스 활명수가 들어있었다.
-
"왔어?"
"응. 좀 잤어?"
"이름아. 미안한데 나 지금 서울 올라가야 할 거 같은데."
...아?
"아까 보니까 여기 방탄 매니저도 있더라. 목적지 같으니까 같이 차 타고 내려갈래?"
"서울은 갑자기 왜."
"일 생겼대. 웬만하면 나도 너 데려다주고 가려고 했는데 여기 같은 방향 차도 있으니까."
"되게 무책임한 말인 거 알지?"
"미안하다. 응?"
"하..."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 수 없었다. 급한 일이라는데 어떡해. 매니저 오빠는 지금 거의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대고 있었다.
짐을 꺼내 방탄소년단 벤이 있다는 곳으로 갔다.
짐이 꽤 많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서 하루 이틀 있을 것도 아니었으니까.
"신세 지겠습니다."
"아니에요. 방향도 같은데 뭐..."
"죄송합니다."
"뭐야? 왜 여기로 와?"
"그렇게 됐네."
머리를 긁적이며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의외네. 남자들이 타는 차 안이라 냄새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이 생각은 머지 않아 사라졌다. 뒷좌석을 보니 별의별 잡동사니들이 가득했거든.
"하이루. 방가방가."
"뭐래..."
"방탄소년단 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코디 누나 제외하고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영광이네요."
"그럼. 영광이지."
김석진은 환하게 웃으며 옆자리를 팡팡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어이가 없어 푸스스 웃음이 새어나왔다. 불편하지도 않은가. 자기 말마따나 여자가 차에 같이 타는 경우는 드물텐데.
거듭해서 죄송하다 말을 하는 매니저를 두고 이 차는 먼저 출발했다.
하여튼. 가끔 보면 일을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우리 매니저 오빠는.
"배불러."
"나도."
"그러게 누가 그렇게 먹으래?"
"아깝잖아."
"두 번 아까웠다가는 배탈나겠어."
"나 살면서 체해본 적 한 번도 없다."
배가 불러서 그런가.
조금씩 잠이 쏟아졌다. 느릿하게 두 눈을 깜박이며 김석진이 하는 말에 간단하게 대꾸를 했다.
억지로 음악을 틀어서라도 차 안을 소리로 매꿨던 우리 차와 다르게 여기는 참 북적북적한 느낌이었다.
매니저, 나 그리고 김석진 세 사람만 있는데도.
그래도 잠이 쏟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졸렸던 거지. 수면제를 먹은 것도 안대를 쓰고 있던 것도 아닌데. 졸렸다.
"이름아."
"..."
"성이름."
"..."
"형."
"응?"
"조수석에 담요 있는 거 좀."
"여기."
아득해지는 너머로 김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무릎 위에는 포근한 무언가가 올려졌다.
따듯했다.
그렇게 나는 고창까지 내려가는 내내 잠들어있었다. 역시 나는 다른 곳에서보다 차 안에서 잠을 더 많이 자는 거 같았다.
-
[암호닉]
데이지 뷔밀병기 단아한사과 호두껍질 지민둥이 새글 짐데이 핑진 김석이긴 너만보여 짐니재이 골드빈 두부 짐느러미 하나의 방탄 딱콩 하리보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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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러브 단비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올리는 느낌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