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새벽에 누군가 앓는 소리에 정국이 눈을 천천히 떴고, 눈을 떴을 땐 어두운 천장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에 간이침대를 놓고 자는 여름이는 인상을 쓴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
숨까지 자꾸만 몰아쉬는 여름에 정국이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 여름을 보았고, 여름이 무언갈 계속 중얼 거리자
여름을 한참 바라보다 창밖을 보았다.
아무래도 잊고 싶은 그 꿈 얘기를, 과거 얘기를 나에게 해주어서 또 악몽을 꾸는 것이 아닐까.
이상하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국은 서랍 위에 있는 작은 전등에 불을 켰다.
이거라도 키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겠지.
정말 뻔뻔하게 정국씨 집이 내 집인 것 처럼 쇼파에 앉아서 티비를 틀려고 하자 전정국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요?"
"너 집에 안 가냐? 이제 좀 가지."
"네."
"……?"
"왜요? 제가 이상한 짓이라도 할까봐 겁나요? 걱정마요. 저 엄청 순수하거든요."
"……."
"왜 자꾸 그렇게 빤히 쳐다ㅂ.."
"아무래도 본 것 같아서."
"네?"
"분명히 봤어."
"저를요?"
"어."
"어디서.. 뭐에요. 예전엔 저보다 예쁘다면서요."
이상하게 아까 김석진이 왔다가고 나서는 나의 말에 대답은 해주기는 했다. 다만 목소리에 영혼이 없는 거 빼고는 말이다.
뭐 이 정도도 엄청 많이 발전 한 거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내 말 개무시하던 게 전정국이었는데.
첫날에도 나를 본 것 같다고 했으면서, 이번에도 또 본 것 같댄다. 저보다 예쁘다면서요- 하고 찡얼거리자 전정국은
내가 틀어놓은 예능 프로그램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비슷해."
"아, 그때 본 사람이랑 저랑 비슷해요? 그럼 저도 예뻐요?"
"좀."
"왜 짜증내요.. 그냥 장난 한 번 쳐본 건데.."
사람 뻘쭘하게 왜 짜증을 내신대.. 도대체 뭐 어떤 상황에서 나랑 닮은 사람을 봤길래 자꾸 이럴까.
결국엔 내가 아니라고 할 거면서 참나..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도 그의 집을 구경 좀 해볼까 싶어 일어나 그에게 말했다.
"저 집 구경 해도 돼요?"
"……."
"할게요!"
아무 대답도 없길래 멋대로 이 큰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제 알았다. 전정국은 싫은 건 싫다고 꼭 대답을 하고
좋은 건 대답을 안 하는 타입인 것 같다. 다른 빈방에 들어가면서 전정국이 또 허튼 짓이라도 할까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자
전정국은 내 시선이 따가운지 나에게 눈길을 한 번 주었다가 다시금 티비를 본다.
여기는 옷들은 둔 방인가보다. 방에 있는 모든 것들이 옷, 신발들이길래 신기해서 오오- 하고 한참 구경한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방에는 피규어들이 가득하고, 컴퓨터들이 두개씩이나 있다. 대박이다 대박..혼자 사는 집에 방이 네개야.
여기 하나 나 줘도 되겠다아.. 그냥 장난도 칠겸 고개를 또 빼꼼히 내밀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방도 많고, 방들도 거의 창고로 쓰시는 것 같은데. 저 방 하나만 줘요!"
"나 죽으면 쓰게 해줄게."
"아, 진짜! 말을 해도 그렇게 해요."
저봐 싫으면 저렇게라도 돌려서 거절한다니까.. 그나저나 표정은 여전하지만 말장난을 치는 걸 보면
꽤 하루만에 많이 달라졌단 생각이 든다. 우울증이란 건 참 무섭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에게 티를 내지 않는다. 그걸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전정국은 딱 보아도 그렇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듯한 눈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뭔가를 포기한듯한 표정과 무기력함은 볼 때마다 심했고, 설마했지만 결국 그는 우울증이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내가 감히 힘든 그의 옆에 붙어서 애처럼 굴어도 될까, 보호자처럼 굴어도 될까하고 말이다.
"저녁 뭐 먹을래요? 그쪽 지금 점심도 안 먹었어요. 아, 아침도 안 먹었겠죠. 아점저 먹어야죠!
굶으면 속 상합니다."
"안 먹어. 이제 집 가지?"
"음…."
화영이에겐 미안하지만 이미 퇴근을 하고 집이라고 했던 화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가지않아 끊겨서 화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엉야.
"화영아. 나 부탁이 있는데."
- 싫어.
"아, 뭔줄 알구…"
- 뭔데.
"음… 김치 좀 갖다 줘!"
- 김치?
"응. 김치랑.. 붕대랑 같이. 아, 옷도!.. 외출복으로 부탁할게."
화영이는 항상 내가 무얼 부탁하면 왜? 왜 필요한데? 왜 그래야하는데? 하고 따지지 않는다.
내가 하는 건 모두 옳다고,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 생각을 해준다.
이번에도 역시 알았다며 전정국 집으로 가면 되냐는 말에 나는 보이지도 않겠지만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화영이가 금방 문앞이라고 하기에 나는 나가려다가 끼익- 하고 멈춰서는 다시 전정국에게 다가와
전정국의 손목을 잡았고, 전정국은 인상을 쓴채로 자신의 손목을 잡은 내 손을 보았다가 나를 본다.
"이거 절대 풀지마요."
"……."
"대답."
"……."
"대답해요. 그쪽 이거 풀면 더 아플 거예요."
"지금 네가 잡고 있는 게 더 아프거든."
"…아, 죄송해요! 아프셨죠.. 어떡해."
"좀."
"죄송하다구요..."
급히 손목을 놔주자 전정국은 다시금 티비에 시선을 둔다. 여봐 그런 어두침침한 영화 말고 웃기게 해주는 예능 보니까 얼마나 좋아.
잠깐이라도 나갔다가 온 사이에 뭔 일이라도 날까봐 뒤를 휙 돌아봐 전정국을 보아도
전정국은 내 마음을 아는지 무기력하게 쇼파에 기대 티비만 보고있다. 저런 사람이 여자랑도 자고 그런다니 신기하네, 신기해.
문을 열고 나오자 화영이가 겉에도 좋은 오피스텔이 신기한지 주변을 막 둘러보더니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야 확실히 돈 많은 사람은 좋은 곳에 사네. 집 안에는 어떻게 생겼냐? 나도 볼래."
"에이.. 안 돼!"
"잤냐?"
"에?!"
"뭐. 외박하면 다 자는ㄱ.."
"아니거든! 그런 거 아니야.."
"왜. 뭔데. 펑펑 울면서 올라가더니 외박을 하셨는데 백퍼 맞죠 뭐."
"……."
"본지 얼마나 됐다고? 크.. 그것도 슈스 전정국이랑.. 내 친구 장하다. 어? 슈스 전남친도 있고 어?"
"그런 거 아니야."
"…아니면 말아라? 야. 여기 김치랑 붕대랑 옷!"
"고마워. 어디 가?"
"엉. 썸남이 밥 사준다네."
"조심하구."
"너나 조심해. 오늘도 외박이냐?"
"응. 당분간은!"
"그러니까 더 수상ㅎ.."
"아니라구."
"알았어 인마."
입술을 쭉 내밀고선 화영이를 보았더니 화영이는 알았다며 아저씨처럼 껄껄 웃어보인다.
그러다 내 다리를 보고선 혀를 쯧쯧 차고선 말하길
"다리도 븅신인 애가 말이야.. 내가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랬는지 네가 봤어야했어.
옆에 앉아있던 언니가 나보고 가족 중 한명 돌아가신줄 알았대잖아. 반응 보고."
"히…."
"너한테 전화와서 받으니까 글쎄 웬 남자가 받잖아."
"아, 전정국..?"
"응. 빨리 와달라고 하더라. 상황 설명 해주는데 엄청 침착해 사람이.
그리고 야 실물 엄청 잘생겼드라. 잘 해봐."
"그런 거 아니라니까아.."
"꼬셔ㅂ.."
"…야아!"
"오케이. 여기까지. 언니 간다."
화영이가 손키스를 날려주고선 엘레베이터를 타고선 갔고, 나는 가만히 서서는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
내가 눈 뜨자마자 전정국을 보았을 땐, 화난듯한 표정을 짓고선 나를 보았었다.
화영이한테 전화를 걸었을 전정국을 떠올리니 괜히 웃음이 나와서 헤헤.. 하고 웃다가도 멍하니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급하게 살짝 열어두었던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와 전정국을 보았더니 전정국이 무심하게 나를 본다.
"휴…. 진짜 제가 그쪽 또 안 좋은 짓 할까봐. 계속 불안해하면서 삽니다! 네?"
대답을 바라고 말한 건 아니라, 그가 나의 말을 무시한 거에 대해서 뻘쭘하지는 않았다.
석진은 누군가 만나려는듯 차에서 내렸고, 술집 앞에 있던 사람들이 석진을 보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딱 봐도 비싼 차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신기해하며 차를 보았고, 곧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실물이 더 잘생겼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같이 찍자는 사람에 석진은 웃으며 사진을 몇몇분과 찍어주었고,
몇십명 이상 찍어주고선 겨우 술집으로 들어서자 술집에 따라 들어오는 사람도 꽤 많았다.
술집에 있는 룸으로 들어가자 룸 안에는 익숙한 사람이 앉아서 손을 휘이 휘이 흔들었다.
"형님 덕분에 점심에 한우 잘 먹었습니다요."
"뭐 이렇게 깜둥이가 돼서 왔어."
"내 국적이 원래 아프리카였다고 소문내고 다니던 분께서 그걸 왜 물어보시는지?"
"참나."
"형 기분이 별로 안 좋아보인다?"
"응. 조금."
"오. 형도 기분 안 좋을 때가 있어?"
호석이 오오- 하고 잔에 바로 술을 채우자 석진은 앉자마자 술잔을 집었다.
잔을 빠르게 비워버리는 석진에 호석이 호오- 하고 한잔 더 따뤄주었다.
잔을 채우기 무섭게 계속 술을 원샷하는 석진에 당황스러운 눈을 한 호석이 술병채로 석진에게 건내주었고,
석진은 술병을 가져가 그대로 벌컥 벌컥 마셨다.
그리고선 아직 까지도 않은 술병을 가져가놓고선 석진이 또 벌컥벌컥 마시자 호석이 입을 떡 벌린채로 석진을 보았다.
"아니.. 안주라도 좀.."
알바생이 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연예인이 두명이나 있는 방에 직접 오게 된다니..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문을 열자 석진은 다 마신 소주를 테이블 구석에 놓고선 알바생에게 잦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4병만 더 갖다주세요."
"에? 4병?? 미쳤어? 나 주량 알잖아."
"나 혼자 다 마실게."
"……."
"걱정하지마."
석진이 좋게 웃어보이자 호석은 심장부근에 손을 대고선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나는 형의 그 미소가 좋더라. 남심을 흔들어놓는.. 크으.. "
"……."
"뭔데 그래. 술만 막 마시는 사람은 또 처음보네. 벌써 두병째야. 들어오자마자 5분도 안 돼서 두병이 말이 돼?"
"그냥 내 자신이 병신같아서."
"……."
"일이 자꾸 겹치네."
"……."
"그게 좋은 일이었음 좋았을텐데."
"원래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들이닥친대잖아. 형은 잘 버틸 수 있다."
호석은 울지마.. 하고 휴지를 뽑아 석진에게 건내주었고, 석진이 미친새끼야.. 하고 살짝 웃어보였다.
부엌에선 김치찌개 냄새가 가득했고, 구수한 밥을 퍼서는 식탁 위에 올려놓고선 여름이는 정국을 불러오려고 했고,
마침 정국이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여름이는 정국의 옷깃을 잡고선 말했다.
"밥 먹어요!"
"안 먹어."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으면 안 돼요. 한입이라도 먹어요."
"안 먹는다고."
"한 입만 먹지이…."
정국이 방으로 들어가고, 여름이는 혼자 식탁 의자에 앉아서는 김치찌개와 잘 된 밥을 보았다.
나름 요리 못 하는데 그나마 잘 하는 거 해줬더니만.. 먹지도 않고.
도대체 저 사람은 뭘 먹고 산다는 거야.
혼자 앉아서 밥을 다 먹은 여름이 찌개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선 자신이 먹은 그릇을 씼었다.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중얼 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여름이 설거지를 하다말고 놀라서 멈췄고,
한참 정적이 흘렀다가 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열어주지 않자,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여름이 손에 묻은 물기를 옷에 아무렇게나 닦고선 인터폰을 보았다.
헐.. 저 여자 그때 그 여자다. 속옷만 입고 있었던 유명한 걸그룹..
자꾸만 문을 두드리며 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여자에 여름이 정국의 방 문을 천천히 열어보았다.
빼꼼히 그 사이로 고개를 내밀자 정국이 서서 팔짱을 낀채로 창밖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본다.
"저어기…."
"…아직도 안갔냐."
"안 간다고 했잖아요."
"……."
"그때 그 여자분이 자꾸 문 두드리시고.. 소리 지르시는데.."
정국이 그 말에 다시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또 뭔 생각을 하길래 저렇게 힘 빠진 어깨를 하고서 밖을 보는 걸까.
"……."
"문 열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납둬."
여름이 뒤를 돌아 계속 문을 발로 차는 소리를 듣고 작게 말했다.
"저렇게 죽자 살자로 두드리는데 뭘 납둬…."
야! 하고 엄청 쎄게 발로 문을 차는 소리에 여름이 화들짝 놀랐다. 정국도 인상을 쓴채로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았다.
"제가 발로 찬 거 아니에요. 밖에 그분께서 계속 두드린다니까요?"
또 쾅- 소리가 들리자 여름이 저봐요-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야아아아!! 하고 여자의 앙칼진 소리가 들려오자 정국이 그제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거실로 나와 인터폰을 본다.
뭔 버튼을 누르자 여자가 인터폰에 얼굴을 대고선 막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여자의 목소리는 인터폰으로 선명하게 들려온다.
- 야 너 안에 있는 거 다 알거든? 대놓고 무시하냐? 하룻밤 자면 끝이야?
"……."
"……."
- 넌 무슨 애가 센스가 그렇게 없어? 문이나 좀 열어봐. 야아아아!
또 쾅- 발로 문을 차고선 아픈지 발을 부여잡는 여자의 모습에 여름이 푸핰- 하고 웃어보였고, 정국이 그런 여름을 보았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냐."
"……."
"죄송하면 집이나 가라고."
"그건 싫은데에…. 어? 열어주게요? 저렇게 난리를 치시는ㄷ.."
"열어줬는데."
정국이 인터폰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선 현관쪽으로 가자 여름이 뒤를 쫒다가도 부엌에서 빼꼼히 머리를 내민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가 들어와 무작정 눈 앞에 있는 전정국을 향해 소리친다.
"너 뭐하는 애야?"
"다짜고짜 뭔 소리야."
"하룻밤 자놓고 연락 다 쌩까고, 어장관리하니?"
술이라도 마신듯 혀는 엄청나게 꼬여서 소리를 빼액 빼액 지르는 여자에 여름이 오오..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빼꼼히 보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지."
"만나는 조건으로 잔 거 아니잖아."
"뭐?"
"네 입으로 직접."
"……."
"그냥 원나잇일 뿐이라고 그랬어."
"아니… 너는."
여자의 표정을 보아하니 원나잇이라고 한 건 그냥 말뿐. 여자의 유혹이었을 거다.
우리 원나잇하고 끝이에요- 는 남자를 애타게한다. 여름이 호오.. 하고 구경을 하는데 여자가 갑자기 신발장에 있는
작은 여자가 신을법한 신발을 보고 말했다.
"너 여자 만나?"
"……."
"아니지?"
여자가 허겁지겁 정국의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는 부엌에 뻘쭘하게 서있던 여름을 보고 소리쳤다.
"너 누구니?"
"네? 아…. 저는.."
"……."
여자가 여름을 향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정국이 다가와 여자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여자가 왜 이래? 하며 정국을 올려다보았고, 정국이 손목을 잡아 질질 끌며 현관까지 왔다.
"내 매니저야."
"…이젠 하다하다 못해 매니저랑 뒹구니?"
"내가 그쪽이랑 같아?"
"내가 매니저랑 뒹군다는 소리야?"
"나가. 시끄럽게 굴지말고."
정국이 여자의 등을 떠밀었고, 여자는 급하게 구두를 신고선 떠밀려 밖으로 쫒겨났다.
그리고 또 야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자 여름이 뒤에서 피식 웃자 정국이 뒤 돌아 여름을 보았다.
"넌 이게 웃겨?"
"아, 아니요. 술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내일 일어나면 완전 지옥이겠다 싶어서요.
저분이 정국씨 엄청 좋아하나봐요. 술 마시고 막 찾아 온 거 보면.. 에에 왜 그랬어요. 연락도 안 하구.
전형적인 나쁜남자 스따일 이신가아~?"
"너도 가."
"에헤이.. 막 저도 저렇게 막 손목 잡고 끌어서 내쫒진 않으시는 거 보면
제가 여기 있는 게 좋으시죠? 제가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어주니까 재밌죠 솔직히?"
정국이 성큼성큼 여름이에게 다가오자 여름이는 아! 미안해요! 하고 두 손을 뒤로 숨겼다.
정국이 한숨을 내쉬고선 방으로 들어가자 여름이 뒷짐을 지고선 따라 방에 들어가며 말했다.
"완전 집돌이시네~ 거실 아니면 방. 저도 집순이에요. 닮은 점 찾았다."
정국이 방 안에 있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여름도 같이 뒤 따라 들어가려고 했고,
정국이 뒤 돌아 여름이의 이마를 손으로 밀며 말했다.
"따라오지마."
"왜요오!"
"여긴 안 돼."
"또 이상한 짓 하면 어쩌려구요! 안 돼ㅇ.."
"모든 걸 다 걸고."
"……."
"안 해."
"…치."
"……."
"알았어요. 갔다오세요."
정국이 들어가자 여름이 힐끔 안을 보았고, 정국이 여름을 보자
여름이 헤- 하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가 있길래 따라오지 말라는 거야.. 아, 그러고보니 저 방까지 하면 방이 5개야.. 대애박.
화영이 썸남과 함께 저녁을 먹었을까, 바로 먹자마자 화영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헤어졌다.
집에 가려던 길에 갑자기 누군가 화영의 손목을 잡았고, 화영은 귀찮은듯 뒤를 돌아보았다.
"아, 혹시.. 남자친구 있으신가요."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화영이 고개를 갸웃하자 남자도 같이 고개를 갸웃 했고, 화영은 그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없는데요."
"아, 그러시면 저랑 같이 술 마시러 가실.."
"그쪽 저랑 언제 한 번 봤어요?"
"…아니요. 처음 보는데요."
"아닌데. 봤는데..?"
"…아마 티비에서 보셨을 거예요."
"아,아아아! 연예인!"
"네."
"뭐예요. 연예인이 길거리에서 헌팅 하는 거예요? 의외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이기에 화영이 아, 이런 골목길이라 가능한가.. 중얼 거리다가 곧 미안해요- 하고 앞장서 걸었다.
술 취한 새끼는 상대해주는 게 아니야..
남자는 화영의 손목을 또 잡고선 말했다.
"아니 저기.."
"아, 뭐요."
"진짜 제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요.. 번호라도 그럼."
"연예인중에 예쁜 사람 많잖아. 귀찮게 왜 이래요? 싫다는데."
화영이 손을 뿌리치고선 골목길에서 나왔을까 남자가 또 다시 화영의 손목을 잡았다.
화영이 아 진짜! 하고 손목을 뿌리치려고 하자 남자가 힘을 꽉 쥐고서 놓아주지 않았다.
"미쳤나. 경찰 불러요? 술 취하셨으면 곱게 집 들어가세요 예?"
남자가 끝까지 손목을 안 놔주자 화영이 아오! 하고 소리쳤고, 갑자기 화영의 옆으로 비싼차 한대가 섰다.
그리고 그 차 운전석 창문이 열렸다.
"자기 여기서 뭐해."
"어.. 어.."
갑자기 남자가 어! 안녕하십니까! 하고 허리를 90도로 숙였고, 곧 태형이 화영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 여자친군데?"
"아, 죄.. 죄송합니다.."
"술 많이 마셨냐? 저어기 애들도 많이 취한 것 같던데."
"죄송합니다!"
"됐어. 조심히 집 가."
남자가 죄송하다는 말만 몇십 번을 하고나서야 자리를 떴고, 곧 화영이 인상을 쓴채로 그 남자를 보다가 태형을 보았다.
나름 태형이 자신이 슈퍼맨이라도 된 것 마냥 눈썹을 씰룩이고선 화영을 보았다.
"뭐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돼요. 후배인데. 애가 철이 좀 없어ㅅ.."
"제가 왜 그쪽 여자친구에요. 참 별.. 이상한 사람들이야."
화영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고선 당당하게 저 멀리 걸어가자 태형이 어이가 없는듯 콧방귀를 꼈다.
"뭐야 저거…기껏 구해줬더니."
새벽에 여름이 자는동안 정국이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나오면서 서랍 위에 있던 핸드폰이 떨어져서 여름이 깼을까 보았을땐
여름이는 깨지않고 잠꼬대까지 하며 잘 자고 있었다. 귀 밝다면서 깨지도 않으면서 무슨..
식탁 위에는 아직도 있는 김치찌개 냄비에 뚜껑을 한 번 열어본 정국이 한참 찌개를 보았다.
"맛 없게도 생겼네."
눈을 떴는데 시간은 10시였다. 전정국은 아직도 자고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엎드린 상태로 눈만 감고있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스케줄표에는 회사에 간다고만 써져있어서 언제 깨울까 하다가 결국엔 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만.
3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그의 문을 천천히 열어보자 그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나랑 비슷하게 잠 들어놓고 뭔 잠이 저렇게 많아.. 괜히 깨우기 미안해지게 너무 잘 자니까 못 깨우겠잖아.
"저기요오… 정국씨."
내 목소리에 눈을 천천히 뜨는 전정국은 다시금 눈을 감는다.
"회사 가야 돼요…."
다시금 눈을 뜨는 전정국의 눈은 정말.. 절망적인 눈이었다. 이렇게 말을 표현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더 슬퍼보이고, 절망적이게 보이는 눈은 나까지 슬프게 만들었다.
"오늘은 정말 가."
"싫…."
"가라고."
"…….."
"너 아니더라도 충분히 귀찮게하는 사람들 많으니까."
네에.. 하고 작게 대답을 하면 전정국은 핸들을 꺾는다. 와.. 핸들 꺾어서 바로 우리집에 데려다주는줄..
다행이도 차가 막혀서 다른 길로 가려는 것 같았다.
회사에 도착하자 6시인데도 사람들은 꽤나 많았다. 전정국의 차가 회사 앞에 주차가 되자, 애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소리를 질러댄다.
전정국이 내리자 팬들은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고, 떨리는 마음으로 따라 내리자 팬들은 나를 보았다.
마치 나를 미워하는 눈을 하고 쳐다보는 팬들이 조금은 무서워 빨리 회사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불편한 다리 덕분에 그러지는 못 한다.
나와는 다르게 멀쩡한 전정국은 나를 두고 먼저 회사로 들어가려고 하기에 최대한 빠르게 뛰어 전정국의 뒤로 따라 붙었다.
먼저 들어가면서 내가 들어올 때까지 문을 잡고있어주는데 그게 또 괜히 설레버렸다.
왜 이런 거에.. 참.. 나도 연애 안 한지 꽤 됐다 이거지.
회사 안으로 들어섰을까 들어오자마자 웬 바닥에 놓여진 앰프를 턱짓으로 가리키더니 말한다.
"저거 들고 따라와."
그 말을 끝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전정국이 괜히 미워보였다. 와.. 나 다리가 이런데 이걸 들고 계단을 오르라구?
여름이 앰프를 낑낑 거리며 들고선 계단을 하나씩 밟았고, 엄청 느리게 올라오자 정국이 뒤 돌아 여름을 보고선 말했다.
"빨리 좀 와."
"아, 좀 같이가요! 사람이 왜 이렇게 매정해!"
"……."
"진짜 사람이 은근히 정도 없고!"
그 말에 정국이 실소를 터뜨렸고, 여름이 당연히 보지 못 하고 씨.. 하고 계속 중얼 거렸다.
3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태형이 지민에게 말했다.
"저거 지금 웃은 거 맞냐..?"
"미쳤냐.. 네가 어제 여자한테 빠꾸먹었더니 정신이.. 어어? 그러네..
어.. 그것도.. 여름이랑.. 같이 있는데.."
정국이 먼저 2층에 있는 작업실로 들어갔고, 여름이 속으로 욕을 읊고선 따라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품에 있던 앰프를 가져갔다.
여름이 어..? 하고 고개를 돌렸을 땐...
"이 무거운 걸 너 들으라고 시켜?"
"……."
"자, 이제 편하지? 엘레베이터 있는데 그거 타지 왜."
"……."
"표정 풀어라. 나 뚫리겠다. 가자."
석진이 앰프를 들고 먼저 한칸, 한칸 올라섰고 여름이는 아무말도 못한채 석진을 굳은채 바라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예고 한컷_
반디언니가 갑자기 신난듯 방긋 웃으며 내 옆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정국이가 나한테 먼저 말 걸어줬다? 이상하게 막 남자친구랑은 헤어졌냐구.. 막!
나 2년 사겼던 남친 있었거던."
"진짜요?"
"응. 거의 1년만에 정국이가 먼저 말 걸어줬어. 이상하다?"
정국씨가 말 한 번 걸어준 게 그렇게 신날 일이었을까. 자랑하듯 얘기하는 언니의 얼굴을 보니 나까지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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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석진에게 주먹을 날렸고, 그대로 얼굴을 맞은 석진이 뒤로 자빠지자 정국의 엄마와, 그리고 회사 사람들은
놀란듯 입을 틀어막고 정국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죽겠다잖아. 그쪽들 피해서..그쪽들이 원하는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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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예고편은! 넣는 편도 있고, 안 넣는 편도 있을 거예요! 참고해주세여 헤헤헿헤헤
그리고! 오타 수정은 새벽에..데헷...
녀러분 석진과 정귝이가 사이가 왜 멀어졌는지 궁금하시져!!!!!?!?!?헤헤헤헤ㅔ헿헤 기다리세여 (근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