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밀이 생겼다.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이, 내 첫사랑이 누구냐 물은다면 나는 누구라고 대답을 하지 못 한다.
사랑했던, 그리고 미워했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그냥 없다고 대답을 하고야 만다.
"아이고 얼굴까지 상처내고 아주 잘 하는 짓이네요."
"내가 다치고 싶어서 다쳐..?"
"응. 넌 내가 보기에 다치고 싶어서 환장하는 애로 보이거든. 그건 김석진 만날 때부터 그랬어 넌."
"지금 안 그러면 됐잖아…."
"그래 그건 인정. 오늘 김석진 아는척 안 한 거는 진짜 잘했다. 노여름!"
"응. 나 잘했어."
"어. 졸라 잘했어. 역시 사랑을 잊기엔 시간이 약이지?"
맞지? 하고 내 등을 팍팍 치는 화영이를 올려다보았다. 과연 사랑은 잊는 방법은 시간일까.
나는 그 말을 믿지 못 한다.
엄청 미워도 6년만에 봤어도 그렇게 심장이 아파왔는데 그게 분명 약이었던 것일까.
오늘 만났을 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는데 그게 약이라는 것일까싶다.
서랍 위에 올려진 유리상자를 보니 김석진과의 추억이 하나씩 또 떠올랐다.
나쁜 추억과, 좋은 추억이 말이다.
그날의 회상_
김석진은 뭐가 또 그렇게 힘든지 나에게 항상 힘들다며 먼저 집에간다고 해왔다.
자기가 기분 좋을 때 빼고 말이다.
'나도 사랑받고 싶어.'
내 말에 김석진은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아서 집에 간다는 게 아니잖아.'
'그건 나도 알아.'
'그럼 그냥 아무말 않고 보내주면 안 될까.'
'…….'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난 또 김석진을 보내주었고, 나는 또 혼자 집까지 걸어갔다.
저녁 8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김석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 전화 바로 받네
'나는 오빠 전화라면 다 바로 받잖아!'
- 지금 와줄 수 있어?
'어?'
- 네가 너무 보고싶어.
나는 그 말에 거짓말처럼 아픈듯 누워만 있었던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왔고, 엄마는 나에게 당황한듯 물었다.
어디가니? 아픈 거 아니었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김석진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김석진의 집까지 달려가 초인종벨 버튼을 누르면 김석진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현관문 앞에서 김석진이 나를 바라보고있다.
'오빠!'
내 부름에 김석진은 왔어? 하고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김석진을 올려다보자, 오늘도 참 잘생겼구나 싶었다.
'키스해주라.'
그 말에 나는 집에 아무도 없냐 물었고 김석진은 그렇다 했다.
안심하고 까치발을 들고선 입을 한 번 맞추면 김석진은 내 뒷머리를 감싸쥐고 깊게 입을 맞춘다.
너무 강압적으로 하는 것 같아 가슴팍을 조금씩 밀어내고선 작게 말했다.
'왜 그래?'
내 말에 김석진이 갑자기 웃어보였고, 갑자기 2층에서 김석진의 친구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보였다.
'내가 말 했지? 부르면 오고, 키스 하자고 하면 한다고. 야 빨리 돈 내놔'
아- 여름이 그렇게 안 봤는데.. 하고 김석진의 친구들이 지갑에서 돈을 만원씩 꺼내 김석진에게 건내주었다.
그리고 김석진은 그 돈을 받아 나에게 보여주며 흔들어보였다.
'이거로 우리 저녁 먹으러 가자. 네 덕에 얻은 돈이니까.'
그 날을 떠올리자 괜히 또 가슴이 답답해 가슴팍을 주먹으로 콩콩- 때리면 화영이가 쯧쯧 혀를 차며 말한다.
"그렇게 때려서 시원하냐? 내가 때려줘?"
"아니…. 네가 때리면 갈비뼈 하나는 아작 날 것 같은데."
"어. 나 진짜 죽자 살자로 때릴 거거든."
"근데 화영아."
"엉."
"나 아까 전정국 손 잡았다고 했잖아."
"엉.왜? 설레냐? 갑자기 막?"
"아니! 그런 건 아니구."
뭔가 자꾸 빼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야 했지만, 계속 생각이 나는 게 빼먹어선 안 될 것 같아 그 때를 떠올렸다.
나에게 손을 뻗었던 그 큰 손 밑으로 손목에는 마치 일부러 상처라도 낸 것 처럼 길게 큰 흉터가 있었다.
호기심으로 낸 상처가 흉터로 된 것 같지가 않은 정말로 깊고, 큰 흉터 말이다.
남의 상처는 말 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 나는 아니야.. 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뭔데. 얘는 뭔 말을 하려다 말아? 너 내가 그런 거 싫다고 말했지."
"아니야. 칼국수 먹으러 가자."
"아, 콜! 가즈아."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엄마가 내 앞에서 손목을 그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어렴풋이 그때가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형 첫사랑이 정국이 매니저라며?"
석진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소리는 여름이 얘기 였고, 석진은 쇼파에 앉아서는 남준을 보고 말했다.
"민윤기가 말해줬냐?"
"어. 아주 연예계 잘 돌아간다? 세상 참 좁다 그치.
무슨 말로만 들어봤던 형 첫사랑이 정국이 매니저야?"
"나도 신기해."
"나도 신기한데 형은 얼마나 더 그러겠냐고. 그것도 완전 냉전인 정국이 옆에 붙어있으니.
아는척이나 하겠어?"
"……."
"얼굴 궁금하다. 형 한 번도 첫사랑 얼굴 안 보여줬잖아."
"안 보여주는 게 아니라."
"……."
"그 애 사진 한장 없으니 못 보여줬던 거지."
"아하."
"모습은 그대로인데. 이상하게 뭔가 달라."
"…당연하겠지. 벌써 헤어진지 몇년이냐. 6년 되지 않았어?"
남준의 말에 석진은 아, 그러네 6년이나 지났구나.. 하고 중얼거리고선 남준을 보고 말했다.
"시간 참 무섭다. 그치? 시간이 흐르지 않았더라면 그 모습 그대로였을 거 아니야."
"원래 사람은 뭔 일을 겪고 나서 변하는 법이야. 난 형이 더 무섭다. 내일 일 없으면 술 한잔 할까?"
그러자는 석진의 말에 남준이 익숙한듯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들었다.
술 한잔 할까라는 말에 소주 마시자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웬 맥주람.. 남준도 같은 회사 동료이자, 친한 동생이다.
정국에게는 말 못한 얘기들을 남준에게는 말을 해 주었다. 아니? 일부러 알려줬다기 보다는
술김에 말이다. 술김에
얼떨결에 여름이의 얘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해주었고, 남준은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었다.
"아, 호석이 그 자식 이제 귀국하네? 같이 술 좀 마셔줘야지. 안 마신다고 하면 또 찡찡 거릴라."
"벌써 귀국이야?"
"어. 걔는 아프리카 채질인가봐. 몇달을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지내냐?"
"사실 국적이 아프리카인가보지."
석진의 말에 남준이 푸하- 웃어보였다. 아, 남준도 모델이고 방금 말한 호석은 윤기만큼 유명한 얼굴 없는 안무가다.
항상 안무 영상에는 얼굴을 다 가리고 올려 사람들은 윤기와 호석을 둘이 얼굴 없는 괴물이라고 부른다.
석진이 맥주를 마시다가 아까 회사에서 마주친 여름이를 떠올렸다.
엄청 오랜만에 마주쳤는데도 알아본 게 더 신기하네. 잘 지내고 있던 것 같아 다행이야.
이상하게도 오늘은 나도 모르게 들뜬 마음으로 오피스텔에 도착한 것 같다.
화영이도 왜 이렇게 들떴냐고 할 정도면 말 다 했지 뭐.. 그의 집 문 앞에 서서는 평소처럼 역시 긴장을 했다.
초인종 벨 버튼을 누르려고 손을 뻗었다가 나도 모르게 핸드폰 화면으로 어둡게 비치는 내 얼굴을 확인했다.
아, 엄청 부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제랑 비슷하네..
드디어 벨 버튼에 손가락이 닿았다. 꾹- 누르자 특유의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릴줄 알고 문쪽을 빤히 보고있는데 전혀 들리지 않자, 나는 버튼을 한 번 더 눌러보았다.
"자나..?"
이제는 당당히 몇 번을 더 눌러도 대답이 없기에 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안에 없어요?"
어디 나갔나..? 아니, 스케줄이 당장 1시간 앞인데 자고있을리도 없고.. 어디 나갔을..리가 있나?
몇분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기에, 용기내 한 번도 걸어본적 없지만 전정국의 번호를 치고 전화를 걸어보아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지.. 혹시 몰라서 윤기오빠에게 말해야될 것 같아 오빠에게 전화를 걸자
이 오빠는 바쁘지도 않은지 전화를 몇초만에 바로 받는다.
- 어어 동생.
"나 지금 정국씨 집 문 앞인데."
- 엉 근데?
"문이 닫혀있어.. 전화도 안 받고.. "
- 뭐?
"전화도 안 받는다구.. 문을 두드려도 안 열어줘."
- 비밀번호 알려줄테니까. 비밀번호 치고 들어가 빨리.
"굳이 그렇게까지... 자는 거일 수도 있잖ㅇ.."
- 빨리! 서둘러야 돼. 그러고 뜸들일 시간 없어! 그 새끼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데!...
평소엔 나에게 한 번도 화 내지 않았던 오빠가 나에게 화를 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위험한 상태? 어떤 위험한 상태를 말하는 거인지는 몰라도 일단은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선
오빠가 불러주는대로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섰다. 위험하다니까 괜히 걱정돼서 심장이 막 떨려오기 시작했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비싸보이는 구두에 나는 그 구두를 빤히 쳐다보다가
앞을 보았고, 예상치도 못한 인물에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 방 들어가봐. 일단은 내가 구급차 부를테니까. 문 잠궈져있으면 거실에 검은 서랍 보면 열쇠 있거든?
"……."
- 여보세요?
"아.."
- 왜 그래.
티비에서나 많이보던 연예인.. 유명한 걸그룹에 리더일 것이다. 그 여자는 속옷만 입은채로 거실에 있는 큰 화장실에서 나왔고
그 여자는 놀라서는 급하게 전정국의 방으로 들어간다.
내가.. 내가 더 놀랐어요.. 내가.. 방 문이 활짝 열린탓에 침대 위에 앉아있는 전정국이 보였다.
여자는 황급히 옷을 입으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그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있던 전정국은 태연하게 윗옷을 천천히 입어보였다.
- 여름아?
"아, 아니야. 아무일도 없어. 걱정하지마.."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고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여자는 급히 옷을 다 입고선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한 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구두를 신고 나가버린다. 아, 향수냄새 너무 진하다.. 여자가 나가고나서 멀뚱히 전정국을 보고있자, 전정국은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너무 태연하게 나를 지나쳐 물을 떠먹으며 말한다.
"윤기형?"
턱짓으로 내 핸드폰을 가리키길래 아, 네.. 하고 바보처럼 대답을 하자 전정국은 다 뻗쳐버린 자신의 뒷머리를 매만지고선 말했다.
"한 번더 안 열어줬다간 경찰도 부르겠네."
"…저.. 저분.."
"……."
"여자친구에요!?"
"아닌데."
"네에? 그.. 근데 왜.. 같..이.. 막 옷도.. 막..."
"꼭 여자친구랑만 자야 되는 건 아니잖아."
"어.. 아.. 뭐 그렇죠..크흠.."
너무 당당하게 훅 들어온 말에 당황스러워서 사레가 걸려버렸다. 컥컥- 하고 계속 기침을 하자 전정국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가는듯 했고, 나는 뻘쭘하게 그의 뒷모습만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뿐.. 이렇게 몰래 몰래 만나는구나 싶었다. 그것도 생각도 못 한 조합이라니..
그리고..
"뭐가 위험하다는 거지.."
전정국 방에 들어갔을 때 약통이 있었던 게 생각나 어디 몸이 아픈가 생각이 들었지만..
"저렇게 쌩쌩한데?"
뭐야.. 온갖 걱정은 다 시키고 결국엔 여자랑 같이 뒹굴고 있었다니.. 아니, 전화라도 좀 받던가 그럼!
사람이 진짜..
식탁 위에 놓여진 인형과 오르골을 보니 어제랑 같은 자리에 있기에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구나 싶어서 치.. 하고 자연스레 의자에 앉아보였다.
내가 전정국 매니저 하면서 별 걸 다 본다 아주 그냥!..
근데 뭔 앨범 얘기 하는데 나도 따라가.. 아, 매니저니까.. 괜히 바보처럼 혼자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몇십분이 지나도 방에서 안 나오는 전정국이 죽기라도 했나 싶어서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설마 또 자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와서 너무 놀라버렸다.
또 김석진은 아니겠지? 어.. 근데 지금 전정국은 저 안에 있는데.. 알아서 나와서 문 열어주겠지..?
몇십초가 지나도 열어주지 않기에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서 일어나 인터폰이 있는 쪽으로 갔더니
웬 남자 한명이 얼굴을 인터폰에 가까이 대고있기에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더니
전정국이 방에서 나와 내 쪽으로 다가와서는 버튼을 하나 눌러준다.
"뭐,뭐에요..?"
"……."
내 말에 대꾸도 안 하고 등을 돌려 현관쪽으로 가기에 나도 따라 발걸음을 옮겼더니
웬 남자 두명이 소리를 치며 들어온다.
그러더니.. 곧 한명이 갑자기 나를 검시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더 크게 소리친다.
너무 놀라서 흠칫 떨어버렸다. 무슨 저렇게 공격적이게 손가락질을 해..
"어!! 엉!!!!! 어어어어!?!??!"
"……."
"안녕하세요. 정국이 매니저님 진짜 예쁘시네요.
마치 날 아는 것 처럼 어어! 어어어!? 하더니 저게 뭐야.. 마음같아서는 화를 내고싶었지만
이 사람도 티비에서 엄청 많이 본 사람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한참 쳐다만 보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정국아 설마 이분 때렸냐.. 너무 움츠리시는데.."
"뭔…."
나를 보고 장난을 쳤던 사람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지않고 가만히 있으니 내 손을 강제로 끌어다 악수를 한다.
위 아래로 손을 흔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게 머리가 다 어지러웠다.
"저는 김태형이에요. 원래는 우리 셋이서 같은 그룹."
"박지민입니다."
손을 겨우 놓고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하자 김태형이라는 분이 손에 들린 큰 봉지를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점심 안 먹었죠? 족발 먹어요."
그러고선 식탁 위로 음식들을 꺼내놓는데 김태형이 식탁 위에 있는 오르골과 인형을 보며 말했다.
"안 어울리게 웬 인형이냐? 취향이 바뀌셨나?"
"그러게? 정국이 집에서 인형은 처음보네. 오르골은 봤어도."
전정국이 뭔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있기에 나도 따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분들은 뭐가 이리 시끄러운지 계속 투닥투닥 싸우듯 떠들기 바빴다.
이 셋이서 같은 그룹이었다는 게 안 믿길 정도로 둘은 너무 시끄러워서 전정국을 한 번 쳐다보니
전정국도 따라 나를 본다. 와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네...
"앉아요! 전정국 얘는 요즘 워낙 안 먹어대니까. 우리끼리 먹으면 돼."
박지민의 말에 의자에 앉아서는 전정국 눈치를 보자 전정국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방으로 들어간다.
우와.. 손님이.. 그것도 친할듯한 사람들이 왔는데 방으로 들어갔어.
굳게 닫힌 문을 빤히 쳐다보자 이분들은 여전히 시끄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정국이랑 동갑?"
"아, 저는 빠른이라 사실상 한살 어린 거죠.."
"에이 빠른이면 친구지 뭐. 술 한잔 할래요?"
"아니요! 술 별로 안 좋아해서.."
"저희도 별로 안 좋아해요."
"대낮에 뭔 술이냐. 나중에 시간나면 정국이랑 해서 넷이서 술 마셔요. 콜?"
"아, 네!"
"정국이 되게 말 없어서 심심하겠다. 아, 이럴 때 내가 있어야하는데. 이름이..?"
"아, 노여름입니다!"
"오.. 그럼 말 편하게 해도 돼? 우리 다 26살."
"아, 편할 때 놔도 될까요..?"
"그래라. 너 말버릇 있구나? 아,아,아, 이러네?"
"아... 네에. 안 할래도 자꾸 나와서.."
"또."
뭔 복일까 유명한 스타들과 한 곳에 있으면서 밥까지 같이 먹고, 말까지 놓으라는 그 말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다.
날씨가 어떻고, 노래가 어떻고 별 얘기를 다 하고나니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서 최대한 조용히 물었다.
"혹시요.."
"응?"
"정국씨한테 뭔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혹시 아프거나.. 막 그런가요?"
내 말에 거짓말처럼 두명이 똑같은 표정을 하고선 나를 보는데 내가 큰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에
아, 아니 나쁜 뜻으로 물은 게 아니라.. 하고 중얼거리자 김태형이 입을 열었다.
"당사자한테 못 들었으면 우리도 말 못 해줘."
"……."
"하나 알려줄 수 있는 건."
"……."
"아파."
"……."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자주 찾아오는 거고, 무슨 애인 집에 가는 횟수보다 더 많은 것 같지?"
"응."
아파..? 도대체 어디가.. 티 안나게 어딘가 아픈 건가? 사람들이 찾아와서 지켜줄 정도면 많이 아픈 건가..
온갖 병들을 떠올려보지만 짐작이 안가서 궁금한듯 김태형을 보자 김태형은 어깨를 으쓱- 하고선 웃어보였다.
"정국이가 너무 모질게 굴어? 정국이 눈치보면서 사는 것 같다?"
"그게 딱 봐도 보이나요.. 원래 이렇게 눈치보는 성격은 아닌데."
"아닌데?"
"그냥 왠지 모르게 말 하면 혼날 것 같은 분위기니까요."
"오… 어떤 건지 잘 알겠다. 아무말도 못 하겠고, 눈치 보이고! 크으...
정국이 어때? 딱 보기에."
"완전 못됐죠. 사람이 말 하는데 듣는 시늉도 안 하고, 인사도 안 받아주고요."
"……."
"인사를 많이 받아본 사람이니 제 인사는 필요도 없다 이거겠죠. 증말 사람이 못됐어요 왜 이렇게?
기분 안 좋아서 그런 거라면 그래도 그러면 안 되죠. 며칠 내내 안 좋은 것도 아니구.
빠른은 취급 안 한다고 해서 말도 못 놓고 있어요. 쫌팽이."
갑자기 박지민이 내 뒤쪽을 보고 웃길래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눈을 천천히 굴렸다.
"……."
"……."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는 전정국에 너무 놀라서 들고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려버렸다.
이 상황이 웃긴지 김태형과 박지민은 배까지 잡고 웃기 바빴고, 나는 허허.. 하고 바보처럼 웃어보이며 죄송해요.. 하고선 고개를 숙였다.
또 무시하고선 거실로 가버리는 전정국을 보다 또 손목에 시선이 갔다.
손목에는 여전히 큰 흉터가 있었고, 그 흉터를 빤히 보다보면.. 이 사람이 왜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었다.
저 흉터가 스스로 낸 것이 아닌.. 그냥 사고였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끄러운 사람 두명이 빠지자마자 얼마나 또 어색해지는지 나름 분위기 좀 밝게하려고 말을 좀 걸려고 하면
나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전정국에 나도 따라 그냥 집에서 나왔다.
왜요 아침에 만났던 그 여자가 떠올라서 제가 사람같지도 않죠? 그 여자는 너무 예쁘니까요.
회사에 갈 시간까지 이렇게 또 어색하게 있어야 할 생각에 벌써부터 속이 답답해서 뭔 말이라도 해야겠다싶어 막무가내로 입을 열었다.
"저요. 이렇게 조용한 거 너무너무 답답해서요."
"……."
"제가 말하는 거에 웃어달라고 부탁은 안 할 게요!"
"……."
"대답만 해주시면 안 돼요?"
"뭐래."
"그래요! 그런 대답이라도 좋으니까요."
무작정 팔을 붙잡고 제발요- 했더니 전정국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선 나를 보지만 떼어내지는 않았다.
"대답해주시면 팔 놓을게요!"
"……."
"네에? 우리 두달동안 친하게 지내봐요오.."
"놔."
"……."
"안 놔?"
난 또 전정국에게 졌다. 놓으라는 저 짧은 말에 쫄아서 팔을 놔버렸으니.. 어제 관두지 말라고 하지를 말던가.
차라리 그냥 밖에서 내가 일 구해서 돈 버는 게 더 빨라.
엘레베이터에서 먼저 내리길래 뾰로퉁한 얼굴을 하고선 따라 내렸다.
차에 타자마자 늘 그렇듯 창밖을 내다보는 전정국의 눈은 여전히 슬퍼보였다.
아픈.. 전정국은.. 매일 아무생각이 없는 검은 눈동자로 밖을 내다본다.
일반 사람들처럼 핸드폰이나 게임이나 사람들과의 접촉은 웬만해서 하지는 않으려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돈을 마구 쓰고다니는 것도 아닌 전정국은 내게 의외의 인물이다.
사람이 아프다고 찾아 올 정도면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인가보다. 그러니 곁에 사람들이 남아있는 거니까.
비가 오고나서 눈까지 왔으니 바닥에 꽁꽁 얼어 차가 계속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쎄게도 밟고 돌아다닌다.
갑자기 우리의 앞으로 빠르게 가던 차가 미끄러져 빙빙 돈다 싶더니 우리쪽으로 다가왔고, 나는 최대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바닥이 미끄러워 우리차도 빙글 돌아 가드레일에 쎄게 박았고, 앞에 있던 유리가 깨져 파편들이 마구 튀기 시작했다.
차가 멈추는 순간 다리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면서도 뒤에 있을 전정국이 떠올랐다.
"괜..찮아요?"
겨우 고개를 돌려 전정국을 보았다. 그는 다행이도 내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그런지 멀쩡해보였고, 놀란듯 두 눈이 커져있었다.
"아,.. 다행..이다.. 다친 곳 없..으니.."
"야."
"……."
"노여름!"
주변에서 들리는 경적소리가 점점 작게 들리고,
나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 뭔 말을 더 하는지 전정국 그의 다급한 목소리도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미안한데 뭐라는지 안 들려요.. 좀 더 크게 얘기해줘요. 이상하게 눈 앞도 흐린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내 이름 처음 불러주네요.
예고 한컷_
허우적대던 그의 다리를 꼭 붙잡으며 난 계속 울었다. 울고싶지 않았지만 눈물이 계속 나왔다.
"제발요.. 제발..!! 왜 그래요.. 왜!!"
나는 그의 손을 붙잡았고, 그의 손은 빨갛고 따듯한 피가 잔뜩 묻어나있었다.
절대..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잃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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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8화 왔슴미다! 음... 빨리 써지면 오늘 밤이나 새벽에 내고! 빨리 못 쓰면
내일 낼게요 ㅎ_ㅎ 희희 주말 져아~ 집순이 져아~(노래 안 나오는 거 같아서 수정한 거예여!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