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그런뜻이 아니잖아. 정국아."
눈을 뜨자마자 바로 전정국이 있을 침대를 보았다. 전정국은 없었고, 나는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혹시나 전정국이 또 사라져 나쁜짓을 했음 어쩌지. 불안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전정국은
"진짜… 놀랬잖아요! 사라져서! 뭔 쉬는날에 늦잠도 안 자요?"
이 사람은 또 쇼파에 앉아서는 영화를 보고있었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무엇이기에 이렇게 매일 틀어놓는 거예요.
속으로 몇백 번 물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못 했다.
"또 제 말 무시해요."
"귀 밝다며."
"…오늘은 좀 피곤했나봐요! 저도 좀 아프니까. 보시다시피 발목이 이 모양이라."
그러며 깁스를 한 발을 흔들어보이자 전정국은 역시 나를 보는둥마는둥 했다.
그러다 전정국 그의 손목 부근을 보면 거즈와 붕대가 풀어져있기에 다가가서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져있는 붕대를 들고선 말했다.
"왜 다 떼어냈어요?"
"이제 그만 좀 가지."
"제 말에 먼저 대답해요. 왜 떼요. 이거 때면 세균이 닿아서 금방 못 나아요."
"내가 언제 빨리 낫고싶다고 했어?"
"이런 발목으로 직접 운전까지 해서 병원에 데려간 사람 성의가 있죠. "
"네 성의 필요 없으니까. 그만 가라고."
무작정 그의 옆에 다가가 앉아서는 그의 손목을 잡고 붕대를 강제로 감아주자 그는 나를 뿌리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목을 꽉 잡고있으니 전정국은 그제서야 나를 쳐다보았다.
"왜요? 그때 만났던 그 연예인분 또 오기로했어요? 그분들은 당신 손목을 보고도 만나줘요?"
"좀…."
"맞아요. 저 시끄러워요. 아침부터 시끄러워서 신기하죠? 저도 신기해요. 아침부터 이렇게 시끄러울 수가 있다니.
덕분에 재능 하나 발견하네요. 다행이다 막~ 안 좋은 재능은 아닌 것 같아. 그쵸 그쵸."
"……."
"배고프지않아요? 저 아침은 꼭 먹는데."
일어나서는 자연스럽게 냉장고 앞으로 가서는 전정국에게 말했다.
"연예인 집에는 무슨 좋은 먹을 것들이 있을까나. 열어도 되죠?"
"……."
"대답 안 하시면 열어도 된다는 걸로 알겠습니당."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있는 건 온통 술뿐이라 나는 에에- 하고 입을 떡 벌렸다.
먹을 거 하나 없는 냉장고 안이 이렇게 초라하게 보일 수가 있구나.. 나가서 장을 봐오고 싶어도
또 전정국이 이상한 짓이라도 할까봐 그러지도 못 한다.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엔 간단하게 배달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짜장면 좋아하세요? 짬뽕 좋아하세요?"
"안 먹어."
"안 시킬게요.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너 혼자 먹으라고."
"쳇 안 통하네. 그럼 닭도리탕? 피자? 아, 아침에 피자는 좀 아닌가아?"
"……."
"됐어요! 혼자 먹으면 될 거 아니에요! 치사해 죽겠네 진짜."
뭐가 다 싫은지 대답도 안 하는 전정국이 왜 이렇게 답답한지 그냥 혼자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결국엔 짜장면을 시켰다.
그것도
"네. 짜장면이랑 짬뽕 하나씩 해서 갖다주세요. 카드로 결제할게요!"
혹시나 먹을 전정국을, 그냥 먹을 전정국 것도 같이 말이다. 전정국은 내가 두개 시킨 걸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도 쓰지 않은채 스크린 화면만 보는데 저 영화를 몇십 번은 보신 것 같은데 저렇게 집중해서 보는 게 신기해서
의자에 앉아서 턱을 괸채 같이 보다가 어제의 일이 또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길래 우울증이 온 것일까.
항상 저렇게 아무생각 없는 슬픈 눈이.. 다 포기한 눈이었을까.
주변에 신경써주는 사람도 많고, 위로 해주는 사람이 많을텐데 전정국 그는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는 것일까.
또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할 수도 있으니 나는 벌떡 일어서서는 무작정 부엌에 있는 칼들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혹시 모를 젓가락이나 뾰족한 것들은 다 말이다.
여름이 정국의 방에 들어가 넥타이 밸트 이런 것들을 다 갖고 나오자 정국은 그제서야 고개를 틀어 여름을 보았다.
여름이 뿌듯한 표정을 하고선 정국의 앞에 서서 스크린 화면을 막은채로 말했다.
"저것들은 제가 가져갈게요. 칼들은 버릴 거예요."
"…뭐하는 짓인데."
"그쪽이 자신을 망가트릴 수 있는 것들은 제가 다 압수하려구요.
어차피 칼들은 필요 없는 거 다 알아요. 그쪽 냉장고만 봐도 요리 안 하는 거 알 수 있구요."
"……."
"스케줄 있을 때 빼고는 집에서 시간 보내는 것 같아서 넥타이랑 밸트는 제가 맡아줄게요."
"……."
"제가 오지랖이 너무 넓죠."
"……."
"이해 해주세요. 저 절대 곁에 있는 사람 안 보내줄 거예요. 싫어도 참으라구요."
"……."
"그쪽 병이 다 낫게 되면, 그때는 제가 그쪽 놓아줄게요."
오케이? 하고 웃고선 쩔뚝이며 걸음을 옮기는 여름이 웃긴지 작게 웃어보이다가도 다시 표정은 굳어졌다.
저렇게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느낌이 많이 이상했다.
짜장면과 짬뽕을 식탁 위에 두고선 혼자 열심히 먹으며 뭔 눈치를 보는지
정국은 여름이 자꾸 자신의 눈치를 보는 걸 눈치 챘지만 아는척 하지 않았다.
"이거 완전 맛있는데.. 좀 먹지.."
"……."
"무슨 입에 본드 발라놨나.. 목소리 한 번 듣기 힘드네에."
"……."
여름이 자꾸 찡얼대며 후루룩 먹는 소리를 내자 정국이 여름을 보았다.
여름이 어! 먹고싶죠! 하고 방긋 웃자 정국은 다시금 화면을 본다.
어우 진짜아!!
"어 형 웬일로 또 찾아오셨대?"
"오늘 정국이 일 쉬지."
"모르지? 아마 그럴 걸. 내가 이번달은 좀 일 많이 빼달라고 했어. 그 새끼 힘든 건 다 아는 사실이니까."
"여름이 번호 있지?"
"노여름? 어. 있지 왜."
"번호 좀 줄래?"
"뭐야. 서로 번호도 모르는 사이였어? 나는 또.."
"나 그때 핸드폰 잃어버리고 다시 만들었잖아."
"아, 날아갔구나. 설마 형 이거 물어보러 작업실 찾아왔냐?"
윤기의 말에 석진이 어깨를 으쓱- 했고, 윤기는 어리석다며 콧방귀를 끼면서도 여름이의 번호를 넘겨주었다.
석진이 고맙다며 윤기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선 웃어보이자
윤기가 석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형 정국이랑은 도대체 언제 풀래?"
"……."
"지금 벌써 1년하고 반이나 더 지났어. 둘이 사이 그렇게 틀어진 게."
"내가 안 풀고 싶어서 안 푸냐."
"……."
"정국이가 나한테 화 풀릴 때까지. 나는 계속 달라붙을 거야. 내 성격 알잖냐 너."
"어. 못하는 거 하나도 없고 한 없이 착하기만 한 형님이 뭔들 못 하겠어."
"그럼 그럼."
"그나저나 여름이가 첫사랑인 거면.. 둘이 만났었어?"
"글쎄."
"에?"
"그냥 나 혼자 좋아했어."
"형이??"
"응. 나 간다. 약속 있어서."
석진이 윤기에게 간다며 짧게 인사를 한 뒤 작업실에서 나가자 윤기는 당황한듯
문쪽을 한참 바라보다 혼잣말을 했다.
"하긴 여름이가 사람을 좀 홀리게 하는 매력이 있지."
"형! 정국이 노래 준다며!!"
"아 시발! 놀래라. 야 좀 노크 좀 하고 들어와. 문을 그렇게 벌컥 벌컥 열어대고 지랄이야! 아오!!"
"아, 미안. 아니! 형이 곡 안준다고 했었잖아! 근데 정국이 줬다 그러니까! "
"정국이한테 빠꾸먹었어. 그 새끼 내 노래 안 가진대."
"엥? 왜!"
"너 주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 주려고."
"뭐야 은근 기분 나쁘다 그거?"
"그럼 지민이 준다."
"아, 형 사랑해."
태형이 윤기의 어깨를 주물러주자 윤기는 더 쎄게 해보거라- 하고선 웃어보였다.
그나저나.. 여름이 다리는 괜찮나.
석진이 회사 1층에 내려왔을까 캐리어를 질질 끌고선 회사에 들어선 호석이 형!! 하고 손을 흔들자
석진은 왔냐- 하고 호석을 지나쳤고, 호석이 어!? 하고 뒤 돌아 석진에게 소리쳤다.
"야이! 매정한 형 같으니라고! 동생이 어!? 완전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왔냐가 끝이냐!? 야이 김석진!!"
"형!! 왔어요!?"
지민이 2층에서 내려오며 손을 흔들자 호석이 눈물겨운 상봉을 하듯 달려가 지민을 끌어안자
지민이 허허- 웃으며 호석의 얼굴을 보았다.
"와. 형 얼굴 탄 거 봐요."
"어, 나 가서 진짜 아프리카인 다 됐다! 나 보고싶었지!!!!!!!!"
"형이 없는 회사는 진짜 너무 조용했어요. 연습생 애들도 다 힘 빠져서는.."
"그래! 내가 있어야 회사가 잘 돌아가지! 근데 석진이형 뭐야! 저 형 나 본체 만체 해!! 저 쓰레기!!"
"석진이형이 형 한우 사주라고 돈 주고 갔어요."
"아, 그르냐? 아이 형 참 진짜.."
"태세변환 뭐예요."
"정국이는?"
"정국이 집에 있죠 뭐.."
"역시 안 나오는구나. 달라진 건 하나도 없고?"
"그대로죠 뭐."
으휴.. 하고 호석이 한숨을 내쉬다가도 곧 한우 먹으러 가자! 하고 지민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회사에서 나온 석진에 회사 앞에 있던 팬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인상을 썼다가도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석진이 보기좋게 웃어보이며 차에 탔다. 차에 타자마자 표정이 굳어진 석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이 화장실에서 한참 나오지 않았고, 정국은 여름이 화장실에 간 것도 모르는체
방으로 드러가려다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리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았다.
"헤.. 들어가셔도 되는데.. 안 들어가시는 게 나을 거예요.."
정국이 그런 여름을 빤히 쳐다보다가 무시하고선 방으로 들어가자
여름이는 민망한지 혼잣말을 했다.
"들어가려던 거 아니었나... 민망하게."
시간이 지나서도 정국이 거실로 가면 거실로 같이 가고, 방으로 들어가면 방으로 같이 들어가
강아지처럼 쫄레쫄레 붙어다니자 정국은 귀찮은듯 인상을 쓴채로 여름을 보았다.
여름이는 정국의 시선을 무시하고선 아픈 다리 덕에 끙끙 간이침대에 올라와서는 자꾸만 말을 걸어댔고.
왜 자꾸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자꾸만 손을 뻗어 핸드폰으로 웃긴 걸 보여주는데
정국은 흥미가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
여름이 꿋꿋하게 웃으며 자꾸 무언가를 보여주자 정국은 드디어 여름을 보았다.
"이거 봐봐요. 완전 웃겨요."
"……."
"왜..요..?"
자꾸만 자신을 말도없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국에 여름이 뻘쭘한지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정국은 여름이에게 시선을 고정 시킨 상태에서 입을 천천히 열었다.
"넌 뭐가 그렇게 다 좋아서 웃냐."
"…무슨."
"너는 뭐가 그렇게 맨날 좋아서 웃기만 하냐고."
"좋아서 웃는 거 아니에요."
"……."
"제가 웃어야. 내 곁에 있는 사람도 조금은 웃을 수 있을테니까요."
"……."
"그래서 웃어요. 억지로."
"네 주변 사람들은 좋겠네."
"제가 이렇게 웃고 다닌다고 해서.. 주변 사람이 다 좋아하지는 않아요.
제 주변 사람들이라고 다 행복하지도 않구요. 지금 그쪽도 제가 웃어도 안 웃잖아요."
"……."
"완전 쫌팽이야."
"뭐?"
"쫌팽이요. 쫌팽이."
여름이의 말에 정국이 고개를 저었다. 여름이 굴하지 않고 계속 영상들을 보여주었고, 정국이 반응이 없자
여름이 뻘쭘한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갑자기 전화가 오기에 여름이 모르는 번호라 받을까 말까 하다가 전화를 받아 핸드폰을 귀에 댔다.
"여보세요?"
- 나야.
"……."
듣고 싶었던, 아니 듣기 싫은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 잠깐 통화 가능해? 안 바빠?
"……."
나는 예상치도 못 한 전화에, 목소리에 당황해서는 아무말도 못 했다.
- 여름아?
"…어, 잠깐."
정국은 여름이 방에서 절뚝이며 나가자 신경 안 쓰다가 여름이 나가자마자 문쪽을 보았다.
여름이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핸드폰을 다시 귀에 대었다.
그렇게 보고싶었었던 사람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오늘 일 없어? 어디야?
너에게 연락오기만을 기다렸다. 번호도 6년간 바꾸지 않았다.
"정국씨 집."
- 아, 일이 있구나.
"아니…."
- 그럼 왜 거기 있어?
"……."
- ……
"왜 전화 했어.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데.
- 윤기한테 물어봤는데.. 기분 나빴으면 미안하다.
"……."
- 너랑 얘기 좀 하고싶어서. 시간 되면 나랑 만나줄래?
그토록 너에게 듣고싶었던 말이었다.
그 말을 6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허무하게 들릴줄 몰랐다.
"…아니."
- …….
"나는 할 얘기 없어."
- 갈게.
"……."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엘레베이터 앞이라도 나와줘.
그렇게 예전과 같이 김석진은 바뀐 게 하나도 없이 나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 알았지?
"……."
나도 그때와 다를 거 없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 했다.
싫다고 말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여름이 간이침대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정국에게 말했다.
뭔가 불안한 눈을 하고서 말이다.
저.. 잠깐 앞에 다녀올 거예요. 10분..아니! 5분이면 오니까.. 절대 안 좋은 생각 하시면.."
"……."
"아니. 1분 안으로 올게요."
어디에 팔려나가는 사람마냥 표정은 구겨져있었고, 정국은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도 여름이 나가면
또 뒤 늦게 문쪽을 보았다.
무슨 지가 내 애인이라도, 엄마라도 되나.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왜 웃긴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아까보다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여름이 문을 열고 나왔고, 속으론 김석진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이상하다가도, 떨리다가도
정국이 안 좋은 생각을 할까봐 무서웠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김석진이 서있자 여름이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문에 콩- 하고 등을 부딪히자 석진이 손을 뻗어 여름이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왜 뒷걸음질을 치고 그래. 내가 무서워?"
"……."
"…오랜만이네."
"……."
"6년만이지? 기사 뜬 거 봤어. 다리는 괜찮아?"
"뭐 때문에 불렀는지.. 용건만 말해줘."
"우리가 용건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잖아."
"…그래 아니었지."
"……."
"그건 과거잖아. 우리가 이렇게 따로 만나서 인사 할 사이는 아닌 거 잘 알잖아."
"내가 미워?"
"……."
"네 눈은 나를 엄청 미워하는 눈인데."
"그럼 어떤 눈을 하고 봐야 돼?"
여름이의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오자 석진은 당황한듯 했었다. 나름 여름이를 만날 생각에
신나는 마음으로 빠르게 차를 타고 달려왔다. 하지만 자신에게 돌아 오는 건 매정한 여름이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석진은 어떻게든 화제를 돌려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너 안 본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 보겠어.
아, 물론 예전에도 되게 예뻤지만."
"……."
"우리 이렇게 자주 보게 될 텐데. 얼굴 붉히지는 않았음 좋겠어서."
"나는 불편해서."
"……."'
"별로 그쪽이랑 마주치고 싶지도 않아."
"그쪽?"
"……."
"나 이제 그쪽이야?"
"……."
"진짜 다른 사람같아 너."
"사람은 변해."
"……."
"그쪽도 그랬듯이 사람은 언제나 변할 수 있어.
어떻게 사람이 늘 한결같아."
"……."
"이상한 소리 할 거면 그냥 갈게."
여름이 뒤 돌아 문고리를 잡아 돌렸고, 석진이 여름이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석진의 앞까지 억지로 다가온 여름이 다리가 아픈지 인상을 썼고, 손을 뿌리치려고 하자 석진이 입을 열었다.
"네가 예전에 항상 입에 달고 살았던 거 기억 안나?"
"……."
"사람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
"근데 왜 피해. 넌."
"얘기하기 싫어."
"조금이면 되잖아.5분도 시간 못 내줘?"
"응."
"……."
"나한테 5분이란 시간은 소중해서."
"……."
"너하고 이럴 시간 없어."
"너?"
"…놔."
석진은 여름이의 행동에 꽤나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도 자신에게 이런 쓴 소리를, 자신을 이렇게
원망하는 눈으로 본적이 없던 여름이기에 석진은 믿을 수 없는듯 여름을 계속 빤히 쳐다보았고,
갑자기 문이 열리자 석진이 문쪽을 보았다.
정국이 나와서는 석진의 손목을 잡아 떼어냈고, 여름이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
"싫다는데 왜 자꾸 억지로 잡아."
"…조금만 얘기 하려고."
"싫다잖아."
석진이 여름이의 눈을 보았고, 정국이 여름이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뒤로 숨기며 말했다.
"경찰 부르기 전에 가. 그렇게까지 일 벌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네 일 아니잖아. 정국아."
"……."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할게. 쉬는날 찾아온 건 미안한데. 조금만 이해 해주라."
석진이 늘 그렇듯 친절하게 웃으며 정국의 손을 밀어내자 정국이 다시금 석진의 손목을 잡고선 말했다.
"얘 알아? 고착 스쳐지나간 인연 그딴 거 말고."
입을 열 것 같지 않았던 석진은 정국의 뒤에 숨어있는 여름을 보고, 그 다음으로는 정국을 보고선 입을 열었다.
"어."
"……."
"……."
"너하고 장난 하자는 거 아니야. 오늘은 너 만나러 온 거 아니고, 여름이 만나러 온 거야.
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니까 조금 속상하네."
"……."
정국의 뒤로 숨은 여름이 빼꼼히 석진을 보다가 마지막 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정국이 그런 여름을 한 번 보고선 석진에게 날카롭게 말 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형이랑 엮이게 하고싶지는 않아서."
"……."
"그만 가. 싫다잖아."
"……."
정국이 손을 뻗어 문을 열어서는 여름이에게 말했다.
"들어가."
"……."
"들어가라고."
정국의 말에 여름이 말 없이 집 안으로 들어섰고, 정국과 석진이 둘이 한참을 마주보고 서있었다.
회상_2년전
수고하셨습니다- 세명의 목소리가 촬영장을 울리게 했다.
회사 사람들은 모두가 친했고, 석진과 정국은 그중에 꽤나 엄청 친했던 사이라
팬들에게도 유명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전정국.'
'와 셋이서 화보촬영 했는데 둘이서 끝나자마자 밥 먹으러 가는 건 뭐야?
나 왕따시켜?'
'어. 왕따 시키는 거야. 여행 떠난 태형이형을 원망해.'
'야임마! 나도 껴줘어어! 나도 밥 먹을래애!!'
'야 전정국 화났냐? 화났냐?? 화났냐??????'
'저러다 또 맞는다 석진이형.'
'내가 보기에 둘은 진짜 형제같아.'
정국이 거실에 나와서는 또 영화를 틀었고, 여름이 옆에 서서는 눈치만 보다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
"딱 봐도 정국씨랑 김석진이랑 사이는 별로인 거 알겠는데요."
"……."
"저 김석진이랑 사귄 거 맞아요. 그것도 3년동안."
"……."
"그렇다고 저까지 미워하는 일은 없었음 좋겠어요."
"……."
"알겠죠?"
"총체적난국이네."
"…그쵸. 이렇게 넓은 세상에 하필이면. 치.."
여름도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꼈고, 정국이 스크린 화면만 본채로 가만히 있자
여름이는 턱을 괸채로 정국에게 말했다.
"이상하게요."
"……."
"정국씨한테는 뭘 말하려해도 두렵지가 않아요. 오히려 제 얘기에 아무 위로도 해주지 않으니까.
더 당당해 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
"막 일부러 제 얘기 듣고 오바액션 하는 애 있거든요? 저는 그거 별로거든요."
"……."
"아까 말려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
"저 진짜 그때 혀 깨물고 확! 죽어버릴까 했거든요. 아, 물론 이건 심정만요. 헤헤.."
"이제 그만하고 집에 ㄱ.."
"이줴 그뫄놔고 쥐붸 궤에에. 싫은데요~?"
예상치도못한 약올림에 정국이 실소를 터뜨렸고, 여름이 어!? 하고 정국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
"대애애애박!! 지금 웃어준 거 맞죠!! 웃었죠!! 와 나 진짜! 이분 웃을줄도 아시네!! 나는 또 정색할줄만 아는 로봇인줄 알았는데에!!"
"……."
"어! 또 정색해요! 웃었잖아요. 웃은 거 맞잖아요!"
아직도 미소를 띄운채로 자신의 팔을 잡고 신나하는 여름을 작게 밀어내자, 여름이 신나는지 방긋 웃으며
계속 다른 얘기들을 꺼냈다.
예고 한컷_
회사에 온 정국의 뒤로 여름이 쩔뚝이며 걸었고, 자꾸만 찡얼거리며 정국의 뒤를 쫒자
"아, 좀 같이가요! 사람이 왜 이렇게 매정해!"
정국이 여름이에게 보이지 않게 웃어보였고
그걸 멀리서 보던 태형과 지민이 멍을 때렸다.
"저거 지금 웃은 거 맞냐..?"
"어.. 그것도.. 여름이랑.. 같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