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야기
_사랑하고
(with. 김재환)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영화 [클래식]中
"집에 있으니까 좋다, 따뜻하고."
"언제는 추운 날 걷는 거 좋아한다며."
"아닌 날도 있는 거지 뭐."
"변덕이 심하네."
"사랑은 안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조금씩 천천히 물들 줄로만 알았는데, 짐작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또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너무 개성이 강해서, 이 사람 저 사람마다 가진 것이 달라서, 늘 시작도 과정도 끝도 적응의 연속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고요.
같이 있어주는 게 서로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되고, 같은 것을 느끼는 게 서로에게 가장 큰 경험이 되어 나를 벅찰만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데 왜 그렇게 도망만 다녔는지.
겁 내던 과거의 내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항상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손을 깍지 껴 잡고 있는 지금. 이 사소한 것 하나로도 세상에는 서로만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함께하는 동안은 이별또한 두렵지 않습니다. 아프게 이별했다 만나 또 사랑하게 된 사람이니 이전 사랑과 같은 실수를 하진 않을테니까.
"이 영화 봤어?"
"아니, 넌?"
"봤지."
"누구랑 봤는데."
"좋은 사람이랑 봤어."
"뭐야, 누구야, 누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더 사랑해준다는 게 이렇게나 평온을 불러오는 일이었습니다.
'보고 싶다' 라는 말에 마치 호흡처럼 '나도 보고 싶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는 연인일 때 가장 온전하니까요.
사랑을 하고 조금은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된 것도 같습니다. 물론 기분탓일 수도 있지만요, 그 사람의 마음이 허전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조금 더 사랑해주고 아껴주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마음이 꺼지지 않게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랑을 담아내야 합니다.
그가 나한테 그렇듯 어디서 고개를 돌려도 늘 곁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바래지 않도록.
"날 그렇게 못 믿어?"
"아니, 넌 믿는데 그 좋은 사람을 못 믿어. 아직도 너한테 좋은 사람이면 어떡해, 위험하잖아."
"언제는 무조건 믿는 사랑을 하자며."
"취소, 취소. 서로는 믿고 주변은 의심하자."
"그게 뭐야."
"뭐긴 뭐야, 사랑이지."
약속한 듯 터지는 웃음에 괜히 마주잡은 손을 더 꼭 잡았습니다.
어떤 사랑은 손은 잡았지만 마음은 잡지 못 했다고 느껴졌었는데, 지금 순간만큼은 두 마음이 만났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선인장이 소나기로 사막에서 긴 시간을 버티 듯, 사랑도 사소한 행복의 순간들이 길게 늘어지는 삶의 건조함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예쁠 때 더 반짝거리는 시간들을 함께 만들고 보내기 위하여 오늘도 서로는 이렇게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요.
더 넓어지고, 더 따뜻해지고 무엇보다도 더 사랑하는게 전부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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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좋은 밤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