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08
며칠 내내 현장을 뛰지 못 했다. 하는 거라곤 책상에 앉아서 보고서를 쓰고 잡일을 하고 자료 조사를 돕는 그런 일들이 다였다. 굳이 몸을 많이 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 처음엔 의문도 들지 않았다. 나는 까라면 까야하는 위치였고 그저 시키는 걸 할 뿐이다. 이걸 이상하다고 느낀 건 어제였다. 화장실을 가다말고 우연히 들은 말이었다.
“황경감, 이주아 형사말이야. 거 그 어디가 다쳤다던데.”
“갈비뼈에 금이 갔답니다. 최승민 잡을 때.”
“아, 그 놈 잡은 게 이주아 형사인가?”
“예, 뭐..”
“어쨌든 그거 다 나을 때까지는 현장 보내지 마. 덧나면 골치 아파.”
“예?”
“그런 줄 알게.”
형사 과장과 황경감의 대화였다. 과장은 날 눈엣가시로 여겼다. 여자가 형사과에 지원하는 것부터 별로라느니 어쩌니. 성격이 드세서 짜증난다며. 회식 자리에서 더러운 손을 들고 내 몸에 손을 대길래 다 보는 앞에서 지랄을 떨어줬더니 증세가 더 심해졌다. 굳이 과장이 아니더라도 경찰서라는 게 그렇더라. 연줄이 없으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넘겨야하고 그런 주제에 능력이 좋으면 더 무시받고. 내가 부상을 입은 걸 아는 동료는 한 손가락에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과장이 내 편의를 봐준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돌이켜보면 요즘 과장에 날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다.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사람이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했다. 이유를 생각해보려니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짚이는 것도 없고. 그 화려한 여자가 찾아왔던 날도. 보통 경찰서에서 내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와 한 바탕 난리를 쳐대고 나면 과장은 날 불러 열심히 화를 내는 게 정상이었다. 근래 들어 과장에게 깨진 적이 없다. 이런 데 의아함을 품고 있는 사실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아..”
웃으니까 빌어먹을 갈비뼈가 또 아프다. 지민이 물컵을 책상에 놓았다.
“누나 또 약 안 먹었죠.”
약 봉지 어디 뒀더라. 책상을 훑어보았다.
“두 번째 서랍에 넣어 두지 않았어요?”
지민의 말대로 약봉지는 두 번째 서랍에 고이 넣어져 있었다. 서랍 밑에 모셔둔 컨버스화 상자가 눈에 거슬렸다. 그러곤 내가 신고 있는 하얀 운동화를 한 번 바라봤다. 하얀 운동화에는 먼지가 거뭇하게 묻어있다. 운동화를 사서 세탁이라곤 안 해본 내가 한 번 빨아줘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한다. 미친 거다.
발목을 천천히 돌렸다. 좋은 운동화라는 걸 믿고 무작정 달리다 큰 코 다쳤다. 최승민을 잡을 때 담을 넘은 후폭풍인지 발목에 멍이 하나 들었다. 복사뼈부터 시작해 동그랗게 퍼져 나가는 모양으로. 걸을 때마다 거슬렸다.
약 봉지를 뜯어 입 안에 털어넣었다. 알약 몇 개가 입 천장에 닿는다. 침과 뒤섞이자 약이 조금씩 녹으며 쓴 맛이 올라왔다. 인상을 쓰며 물을 들이켰다. 알 약 주제에 더럽게 쓰다. 내 표정을 힐끔 바라본 지민이 웃음을 터뜨린다. 지민을 싫지 않는 눈으로 흘겨봤다.
“누나, 그 소문 알아요?”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박지민이 물었다. 무슨 소문. 관심은 없으나 대충 답했다. 지민이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우리 서 앞에 카페있잖아요. 거기 사장이 홍록파 두목 오른팔쯤된대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진짜 소문이네 그거. 뜬소문. 내 반응을 본 박지민이 살을 덧붙인다.
“그리고 아침마다 있는 사람 있잖아요. 오픈팔이라는 사람이랑 같이 있는 남자. 그 때 말했던 그 남자라던데.”
“무슨 남자.”
남자고 뭐고 뭐가 그렇게 기억해야할 사람이 많은 지. 컵에 반쯤 남아있는 물을 전부 마셨다. 지민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때, 형사 과장님 완전 화나셨던 날 기억나요? 그 날 우리 경찰서 완전 바빴잖아요.”
그 때가 언제였더라.
“그 날 누나가 맡았던 깡패. 전정국.”
누구였지. 전정국.
“야상입고 모자 푹 눌러쓰고 있어서 왜 그러나 했더니 얼굴 가리는 거였어요. 와 소름 돋아.”
뭐가 엉키고 엉켜서 뭔 소린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박지민이 설명을 좆같이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받아들이기 싫은 건지.
“와 언니 모른 척하는 거에요? 언니 연기력 대박.”
성민영이 지나가며 혀를 놀렸다. 쟤는 또 뭐야. 옆에서 박지민이 눈을 멀뚱멀뚱하게 뜨고 있었다. 박지민을 향해 성민영이 말했다.
“아, 그 때 지민 씨는 없었나?”
지민 씨는 어디서 배워먹은 호칭이야. 저보다 한참은 선배한테.
“그 때 정채희 오고 전정국도 왔었잖아요.”
얄미운 목소리가 서 내에 퍼졌다. 정채희는 누군데. 전정국은 또 뭐고.
“민영아 너 할 일 없어? 가서 일해.”
이상한 낌새를 맡은 박지민이 성민영을 보내려했다. 박지민에 어쩔 수 없이 가려는 성민영을 불러세웠다. 기억이 났다. 전정국. 박지민이 귀띰해줬던 그 홍록파 두목이 싸고 돈다는 깡패. 그 야상.
“무슨 말이야.”
“언니 소문 나 났는데. 몰라요?”
“언니 아니고 선배.”
언니는 누가 네 언니야. 언니는 얼어 죽을. 성민영이 눈을 깜빡이자 곱게 붙인 속눈썹이 나풀댔다. 그러곤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낮에는 형사 노릇하면서 밤에는 깡패한테 몸 대준다고.”
예상치 못한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뭘 해?
“형사 과장님께 그렇게 잘 보이고 싶었어요? 예전엔 승진에 그렇게 매달리더니 요즘엔 뜸하다던데. 다른 방법을 찾았나봐요.”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몸을 대준다고? 미친. 승진에 매달리던 건 맞다. 지금은 포기했고. 방법이 없어서 포기한 거다.
경찰이 되고부터 이런 저런 소문은 다 들은 터라 놀라운 건 아니다. 다 헛소리였고 경찰들이 삼류 소설을 쓰는 데 꽤 소질이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이건. 마냥 헛소리가 아닌 것 같아서.
“정의로운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결국엔 뇌물 받아먹는다고 언니가 욕하던 경찰서장이랑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네. 진짜. 짜증나게.”
아, 알겠다.
성민영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고래고래 악을 쓰며 구두를 신은 성민영은 내게 이끌려왔다. 밖으로 데려나오자 잡은 손목을 풀었다. 성민영이 아프다는 소리를 내며 손목을 매만졌다. 저 애의 아픔엔 관심이 없다. 내 짐작이 맞는 지 확인이 필요했다.
“내가 몸 대주는 남자가 전정국이야?”
성민영이 내 눈을 피했다. 저도 그건 틀린 말임은 아는 거다. 피식, 하고 웃음이 흘렀다.
그래도 이번 소문은 아주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니네. 소문이 확실 시 되며 퍼진 건 그 때다. 김기환의 딸을 맡긴 그 화려한 여자가 나를 찾아온 날. 그 여자 뒤로 놈이 왔었지. 그 놈이 전정국이다. 홍록파 두목이 싸고 도는. 그 놈이 진짜 깡패 새끼였어. 하, 진짜. 마냥 웃음만 터져 나왔다.
“내가 몸 대주는 조건으로 내 뒤를 봐준대? 그래서 형사 과장이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는 거고?”
내 말에 성민영은 답이 없었다. 꼭 이런 애들은 쏘아붙이면 말이 없다. 제가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금방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것같은 표정만 지을 뿐이다.
“시발, 어쩐지 형사 과장이 갑자기 이상하다 했네.”
새로 만나는 여자랑 잘 되서 기분이 좋아 그런 게 아니라. 전정국 그 새끼가 내 뒤를 봐주는 거였어. 위로 올라오는 역함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니, 역함은 아닌 거같고 좋은 느낌도 아니다. 속이 울렁였다. 알 수 없는 동요가 마음 속에서 솟구쳤다. 눈을 뜨자 두려움에 떠는 성민영이 보였다. 진짜 아무 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다.
“야.”
내 말에 고개는 빳빳이 든다. 같잖아서는.
“내가 몸을 팔면 어떻고 정의로우면 어떤데."
성민영의 낯짝에는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담배를 꺼냈다. 피우지 않으면 멋대로 일렁이는 걸 잠재울 수 없을 것 같았다.
“헛소리 해대는 거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까 끝까지 기어 오르려고.”
성민영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나보다 작은 키의 성민영의 몸이 떨리는 게 한눈에 보였다. 큰 키는 이럴 때 써먹기 좋았다. 그냥 발만 내디뎠는데도 겁을 먹더라.
“진짜 미친 게 뭔지 보여주기 전에. 알아서 그쳐. 좆같아 너네.”
할 말은 다했으나 성민영은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물었다.
“안 꺼져? 담배 냄새 맡는 게 취미야?”
내 말에 성민영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담장에 기대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고 있으니까 헌옷 수거함이 보인다. 야상도 코트도 너였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너였네.
“하, 진짜.”
조폭 노릇하는 놈이 겁 없이 형사랑 놀아났네. 난 그것도 모르고 멍청하게 다 받아줬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날 보면서 재미는 많이 봤으려나. 전정국. 신고 있는 운동화를 힐끔 바라봤다. 허무함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정말로. 이게 무슨.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핸드폰을 꺼내 최근 통화 목록을 열었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 그러나 똑같은 번호 열한 자리가 빼곡히 차있었다. 전부 지웠다. 전부 다. 이후로 한 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그 손에 꼭 수갑을 채워주리라. 애꿎은 사람 갖고 논 죄까지 더해서. 그러다가도.
왜 이렇게.
서글픈지.
“전정국.”
그 이름 석 자를 허공에 띄웠다. 담배 연기가 바람에 사라졌다. 학교를 다니면 이런 걸 가르쳐줬으려나.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의 이름이 뭔지. 선생은 알려줄 수 있나.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모르니까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 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게 시야를 흐렸다.
좀 비참한 거 같기도 하고. 아까는 쉴 새 없이 화가 났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슬픈 건가. 아니, 슬퍼? 내가 왜. 살면서 짧은 시간에 이만큼 여러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나.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없다. 없다. 그 놈을 만나기 전까지는.
힘이 빠진 손가락 사이로 담배가 소리 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뒷골목 08
홍록파 관련 자료를 무작정 끌어모았다. 고작 형사 나부랭이인 내가 볼 수 있는 자료는 몇 개 없었다. 딱히 도움이 되는 것같지도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 놈이 전정국이 맞는가였다. 심증말고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솔직히 인정하자면 믿고 싶지 않은 내 발악이기도 했다. 자료를 뒤지는데 손끝이 살짝 떨리더라. 그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뭘 그르케 열심히 찾냐.”
황경감이 육포를 씹으며 왔다. 아까 피해자 가족에게 설명을 드리고 있더니 다 끝난 모양이다. 보고 있던 자료를 덮었다. 덮은 자료가 다시 펼쳐졌다.
“아서라. 너 얘네 건드리면 큰 일난다.”
황경감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황경감은 전정국이 내 뒤를 봐주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아니면 모른 체하는 건가.
“미주 너 성민영이랑 한 탕 했다며? 교통과 여자애들이 성민영 우는 거 달래주고 있더만.”
“아, 그래요?”
“야 좀 봐 주지 그랬냐. 하긴, 너도 많이 참긴했다만.”
황경감과 내 사이에 선배 하나가 끼어들었다. 저녁을 먹고 온 듯 자판기 커피를 든 채였다. 싸구려 커피의 달달한 향이 퍼졌다. 종이컵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근데 우리 미주가 줄 한 번 잘 잡았지 않아요? 경감님?”
“줄? 그 홍록파 애? 넌 그거 믿냐? 미주가 솔직히 남자 홀리는 재주는 없는데.”
“과장님이 최승민잡고 회식 자리에서 그랬다잖아요. 미주한테 잘하라고. 전정국이 찍은 애라고.”
선배를 쳐다봤다. 저들의 저급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건 이제 도가 텄다. 일그러진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거 말고 다른 거. 누가 과장한테 무슨 얘길 해? 선배가 내 눈을 보며 움츠러들더니 제 자리로 갈 자세를 취했다.
“전정국이 과장님한테 그랬대요? 내 편의 봐주라고?"
선배가 괜한 얘길했다는 듯 모르는 척하며 자릴 떠났다. 제기랄. 파도 파도 끝이 없네.
“너 그래서 이거 보고 있었냐.”
황경감이 물었다. 아니라고 답을 할 수는 없어 입을 닫았다. 황경감은 정말로 모르는 눈치였다.
“요즘 과장이 이상하리만치 너한테 살갑다했더니. 너 전정국이랑 무슨 사이냐.”
“아무 사이 아니에요.”
“서 내에는 소문이 싹 났어. 완전 뜬소문인줄 알고 넘겼더니. 그건 또 아니야?”
“걔 차를 좀 긁어서. 그래서 아는 사이요.”
“차를 긁어? 그러고도 살아남은 게 용하다. 어우.”
황경감이 과장된 몸짓으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무슨 소문이 그렇게 났나고 물었다.
“뭐, 더러운 소문은 성민영한테 들었지? 그건 분명히 아닐 거고.”
“다른 건요."
“이것도 아닐 텐데. 뭐, 굳이 알고 싶냐?”
“뭔데요.”
내 아빠 뻘의 남자와 이런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도 알 건 알아야하지 않겠나. 성민영이 내게 얘기한 건 아닌 걸로 보아 그리 수위가 쎈 소문은 아닐 거라 짐작했다.
“그 때 너 찾아온 그 재벌집 딸 있잖냐. 네가 김기환 딸 맡겼다고 한 애.”
비싯. 웃음이 새었다. 그래, 그 여자.
“정채희라는 앤데. 전정국 좋다고 쫓아다는 애야. 좀 있는 집 딸래미라 우리 서에서도 유명하지. 걔 음주 운전한 날에 우리 서 발칵 뒤집혔잖아.”
깨문 입술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짭짤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가까이 지내지 마라. 무슨 일 당할까 겁난다. 재벌에 깡패 새끼들? 우리같은 사람들이 엮여봐야 뻔하지.”
자기는 이만 퇴근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황경감이 서를 나갔다. 나는 모른 채 쌓인 말들이 오늘 갑자기 덮쳐왔다. 주변에 관심이 없으면 이런 날이 종종 온다. 여러 정보가 봇물 터지 듯 휩쓸려 오는 날.
그것들로 인해 좆되는 건 항상 나였다.
뒷골목 08
“이 봐, 아가씨.”
목 언저리에 알아 볼 수 없는 문신을 한 조폭 새끼 하나가 날 삐딱하게 야렸다.
“뭘, 야려.”
내 말에 남자가 눈썹을 꿈틀댔다. 조금 전 이웃 여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집 앞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나를 찾는다고. 부친은 어디로 갔는 지 집에 없다더라. 집으로 왔더니 이 난리였다. 문을 마구잡이로 부숴 집 안까지 들어온 놈들이 쇼파에 앉아 날 야렸다.
“그 쪽 어미가 우리한테 빚을 좀 졌는데.”
목에 문신을 새긴 남자가 불량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남자가 피우는 담배 연기가 훅 끼쳐왔다. 기분 한 번 더럽네. 일부러 날 향해 연기를 내뿜는 거다.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다. 전정국도 이런 부류라니. 생각하자 또 다시 찾아오는 배신감이 나를 잠식했다. 그 새끼가 뭐라고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좆같다.
“빚을 갚기도 전에 뒤져 버렸다 이거야.”
말을 하던 놈이 들고 있던 담배를 다 헐거워진 쇼파에 지졌다. 아, 씨.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네.
“배은희. 너네 어미. 어?”
반응이 없는 내 얼굴에 대고 급기야 윽박을 질렀다. 우리 엄마 이름이 은희는 맞는데. 배 씨였던가. 근데 왜 나한테 와서 지랄이야. 아 잠시만. 아까 저 놈이 뭐랬더라.
“오늘 갔더니 새벽에 뒤져 부렀어. 엉?”
죽었단다. 그 말 몇 마디에 끅끅 거리며 웃었다. 배은희 씨가 죽었대. 왜?
힘을 줘서 웃었더니 금이 간 갈비뼈가 아팠다. 갈비뼈가 아픈 건지 가슴이 아픈 건지.
“미쳤네. 애비도 정신이 회까닥 돈 거같더니.”
놈이 검지를 가로로 눞혀 관자놀이에 대고 두 바퀴 정도를 돌렸다.
그래, 그냥 정신이 확 나가 버렸으면.
-----------------------------------------------------------
사족을 답니다.
오늘은 정국이 분량이 없네요. 기대하셨다면 미안합니다ㅠ
슬슬 떡밥 회수 하겠습니다.
그리고 암호닉 받습니다. 남겨주세요.
읽어주시고 함께해주시는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